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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작가

cleandawn 2016.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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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엄마 작가 도전) 미끄럼 공룡

˝엄마! 놀이터가자!!˝
˝그래, 오늘은... 탈 수 있을까?˝
˝응!!!˝

환이는 놀이터 가기를 좋아해요.
시소, 그네, 모래놀이... 그리고 미끄럼틀!!

사실 이건 비밀인데요....

환이는 미끄럼틀이 무서워요.
멀리서 보면 커다랗고 사나운 공룡이 웅크리고 있는것만 같아요.
내가 올라가면 크엉!! 하고 일어나 내 다리를
콱!! 깨물것만 같아요.

친구들이 바람을 쌩쌩 가르며 미끄럼을 내려오는 모습은
정말 재미있어보여요.

˝환아. 엄마가 손잡아줄께. 환이도 올라가봐˝

계단끝에서 쭈뼛거리고 있는 나에게 엄마가 손을 내밀어주세요.

엄마손을 잡고 계단을 한발한발 올라가는데
다리가 후들후들 거리고 눈물이 핑 돌아요.

어디선가 ˝크어엉!!!˝ 공룡 소리가 나는것 같아요.

˝으앙.. 무서워..엉엉....˝

오늘도 환이는 미끄럼틀을 타지 못했네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시무룩해진 환이에게 엄마가 다정하게 물었어요.

˝환이야. 환이는 왜 미끄럼 타는게 무서워?˝
˝응.. 무서운 공룡같아. 내가 올라가면 크엉하고 일어나서 날 콱 물것같아...˝

그날 밤.
잠자기 전에 엄마가 공룡책을 읽어주셨어요.

공룡은 다 사납고 무서운지 알았는데,
다른 동물을 물지않고 풀만 먹는 착하고 온순한 공룡도 있다고 했어요.

다음 날 아침이 밝았어요.
엄마가 먼저 환이의 손을 이끌었어요.

˝환이야. 우리 미끄럼틀 타러 가지 않을래?˝
˝....˝
˝오늘은 우리 환이가 미끄럼을 탈 수 있을 것 같은데?˝

엄마가 윙크를 하며 생긋 웃으셨어요.

터덜터덜 힘없이 걸어 놀이터에 도착했어요.

˝환이야. 여기 잠깐 기다려봐.˝
˝엄마. 뭐해?˝

˝짜잔. 이것봐봐. 환이야.˝

엄마는 풀과 꽃들을 가지고와서 미끄럼틀 끝에 한아름 두셨네요.

˝이것봐봐. 미끄럼 공룡이 풀을 먹고 있네?˝
이 공룡은 풀을 좋아하는 온순하고 착한 공룡이였어.
우리 환이도 물지 않을꺼야.
용기내서 다시 한번 올라가보자. 응?˝

˝우와!진짜네?˝

엄마 말이 맞았어요. 내가 무서워하던 미끄럼 공룡은
나를 물지않는 온순한 공룡이였요.

나는 용기를 내서 성큼성큼 계단을 올라갔어요.
정상에 올라가자 시원한 바람이 살랑 불어와 힘내라고 다독여 줬어요.

˝환이야 이제 엄마한테 쓩 내려와봐˝
엄마가 미끄럼틀 끝에서 두 팔 벌려 웃어줬어요.

쓔웅~~~


나는 바람을 가르며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왔어요.
내 발끝에서 엄마가 쌓아둔 풀과 꽃들이 사방으로 날아오르네요.
하하하. 호호호 엄마와 내 웃음소리도 같이 날아올랐어요.

˝우와. 이제 하나도 안무서워. 엄마!˝나 또 탈래. 또또 탈래!!. ˝
˝그래. 우리 환이 최고야!˝

놀이터에는 이제 내 두번째로 친한친구 미끄럼 공룡이 생겼답니다.
첫번째로 친한 친구는 바로 우리 엄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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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들의 이야기에 상상력을 보태 동화로 써봤어요.
미숙아로 작게 태어나 아직도 친구들보다 작고 여러가지 미흡하긴 하지만 많이 씩씩해진 5살 우리 환이.
겁도 많고 상상력은 풍부한 우리 아들이 미끄럼틀을 공룡이라고 말하면서 무서워 타지못해 자주 울음을 터트리곤 했어요.
처음으로 미끄럼틀을 씩씩하게 타던 날. 그 별것 아닌일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대견하던지. 그날의 기분은 아직 생생하네요.
엄마가 되니 아이의 작은 손짓 몸짓 하나하나가 감동으로 다가오고 행복으로 다가오네요..
우리 아들의 곧 5번째 생일이 다가오는데 엄마의 동화로 좋은 추억과 선물을 만들어주고싶네요. ^^
환아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