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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작가

sym8824 2016.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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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특별하단다

˝계세요? 화분 좀 보려고요.˝
오늘은 예쁜 아가씨가 화분을 사러왔나봅니다. 화분들은 모두 숨죽여 아가씨의 손길을 기다렸어요. 그 때 아가씨는 쁘니 앞에 멈췄어요.
˝정말 아름다운 화분이에요. 내 방에 놓으면 예쁘겠어요.˝
아가씨는 아름드리 화분가게에서 제일 예쁜 쁘니를 사갔어요.
˝쳇, 오늘도 나를 사 가는 사람은 없군.˝
툴이 화분이 빨간 바탕의 색이 더 진해지도록 화를 내며 투덜거렸지요.
˝툴이야. 걱정말거라. 언젠가는 너를 데려 갈 주인이 나타 날 게다.˝
아름드리 화분 가게에서 가장 오래 된 누리할아버지가 말씀하셨어요. 화분들은 저 마다 자기를 데려 갈 주인이 누구일까 생각했지요.
˝초록이들을 어서 내 안에 담고 싶어. 내 안에서 쑥쑥 자라는 초록이들을 보면 정말 기분이 좋을거야.˝
나니는 혼자서 큰 소리로 이야기를 했어요.
˝흥, 네가? 우리 중에 제일 못난 네가? 하하. 넌 이 곳에 가장 오래 남게 될 걸?˝
툴이는 나니를 비웃으며 말했어요.
˝툴이야. 그러면 못쓴다. 화분이면 누구든 초록 생명들을 담을 수 있단다.˝
누리 할아버지는 툴이를 나무랐어요. 나니는 툴이의 말에 풀이 죽었지만 초록이를 마음에 담을 생각을 하니 한 없이 기뻤어요. 그 때 한 아이가 들어 왔어요. 엄마의 손을 잡고 온 아이는 나니 앞에 서서 한 참을 바라 봤어요.
˝엄마 이 걸로 해요. 이 큰 화분이요.˝
˝이건 별로 안 예쁜데? 엄마는 저기 옆에 빨간 화분이 마음에 드는 구나.˝
˝이 큰 화분이 우리 초록이들을 튼튼하게 자라게 해 줄 것 같아요. 이걸로 사주세요.˝
아이는 나니를 손에 들고 무척 흐뭇해 했어요. 다른 화분들은 모두 놀라 웅성 거리기 시작했어요. 화분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놀랐지만 누리 할아버지만은 나니에게 잘 가라고 손을 흔들어 주었지요.

나니는 따뜻한 햇살이 드는 베란다에 놓여졌어요. 그리고 작고 예쁜 초록이들이 나니에게 심겨졌지요. 나니는 정말 기뻤어요. 초록이들도 웃으며 나니를 반겨주었답니다. 아이는 매일 초록이들에게 물을 주고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그럴 때마다 나니는 행복함을 감추지 못했답니다. 나니는 그렇게 기쁜 날이 계속 될 거라고 생각했지요. 그러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한 어느 날 초록이들은 점점 시들어 갔어요. 짙은 초록 색도 옅어지고 비쩍 말라갔지요.
˝초록아, 좀 더 힘을 내. 곧 따뜻한 봄이 올거야. 조금만 더, 조금만 힘을 내.˝
하지만 초록이들은 더이상 힘을 낼 수 없었어요. 너무 말라 부스러지기까지 했거든요. 나니는 초록이들이 힘없이 쓰러진 모습에 눈물이 났답니다. 더이상 나니 안에 초록이를 담을 수 없을 것 같았어요. 얼마 뒤 아이는 초록이들이 시들어 버린 것을 보고 몹시 슬퍼했어요. 그리고 다시는 나니곁에서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요. 나니는 그렇게 아이에게 잊혀져갔고 심지어는 많은 쓰레기들로 가득차게 되었어요. 나니는 몹시 속이 상했어요. 초록이들이 시들어 간 것이 자기 때문인 것 같았거든요. 슬퍼하며 울고 있을 때 아이가 나니에게 다가왔어요.
˝엄마, 이 화분은 어떡해요?˝
˝ 갔다버리렴. 이제는 쓸모도 없고 지저분 해졌잖니. 이사가면 새 걸로 사줄게.˝
아이는 엄마의 말에 기뻐하며 나니를 쓰레기 장에 버렸습니다. 나니는 깨지고 색이 바래 볼품없어졌지요. 그런 나니는 더욱 쓰레기통이 되어갔답니다. 아이들이 먹다 버린 과자 봉지, 바람에 날리는 휴지들만이 가득 차게 되었어요.
˝흑흑. 이제 아무도 날 데려가지 않을 거야. 난 쓸모 없는 화분이 돼 버렸어.˝
나니는 초록이들이 시들었을 때보다 더 슬플게 울었어요. 그러던 나니는 울다 지쳐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나니는 투두둑 떨어지는 물소리에 잠이 깼어요. 눈을 뜬 곳은 환한 빛이 있는 따뜻한 방안이었답니다. 나니는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안녕, 이제 일어 났구나.˝
나니는 깜짝 놀라 자기 몸을 살펴 봤어요. 자세히 보니 나니 안에 커다란 초록이가 심겨있었어요. 더러운 쓰레기들도 없고 겉부분도 반짝반짝 빛도 났어요.
˝초록이 님, 어떻게 된거죠? 여긴 어디인가요?˝
˝넌 어제 이 곳에 왔어. 내가 있던 화분은 좁아서 더 큰 화분이 필요했지. 주인님은 나갔다 오시면서 널 데려오셨어. 많이 더러웠던 널 깨끗하게 닦이시고 예쁜 리본도 달아주셨지. 그리곤 내 새 집이라며 날 옮겨 주셨어. 주인님은 널 무척 좋아하셨단다.˝
나니는 다시 초록이를 자기 안에 담을 수 있다는 것에 기뻐했어요. 이렇게 엄청 크고 단단한 초록이를 담는 것은 꿈으로만 꾸었으니까요. 나니는 그 기쁨에 눈물까지 흘렸답니다. 그 때 주인이 다가와 초록이에게 물을 주었어요. 그 물은 초록이 뿐 아니라 나니의 마음까지 촉촉하게 적셔주었지요.
˝네 덕분에 우리 초록이가 무럭무럭 잘자라게 되었어. 고맙다.˝
주인의 말에 나니는 햇살을 받으며 환하게 미소짓고 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