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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작가

lamp***@gmail.com 2017.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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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늘 행복한 이유 - 앤서니 브라운의 행복한 미술관

앤서니 브라운의 행복한 미술관
아이들이 늘 행복한 이유


아이들이 미술관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까요? 어른들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는 그림이 태반인 요즘, 아이들이 고상하게 미술관을 관람하고 행복을 느낄 수 있을지, 제목부터 참 회의적인 그림책입니다.

미술관에 가자는 엄마의 말에 아빠와 아이들의 반응은 시큰둥함 그 자체입니다. 특히 축구경기 중계를 보지 못해 뿔이 난 형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아빠의 시덥잖은 농담에도 분위기는 살아나지 않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가족의 미술관 가는 길은 삭막함 그 자체입니다. 강건너 건물들이 건조하게 솟아있는 가운데, 자세히 보면 웬 축구공이 건물들 사이에 끼워져 있습니다. 앤서니 브라운은 이런 소소한 장치로 어린이 독자들과 소통하는가 봅니다. 이 책을 읽는 어른들이 축구공에 스며든 심드렁함을 아이들만큼 느껴볼 수는 없겠죠.

가족이 마주한 미술관은 낯설고 고압적입니다. 바다처럼 차가운 파란색이 칠해진 미술관 내부 모습이 이를 잘 보여주네요. 한마디로 방문객을 긴장하게 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디에서든 빠른 적응을 해내는가 하면, 어떠한 종류의 엄숙함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재미를 추구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작품들을 보면서 딴생각이라도 하면 다행인거죠. 미술관을 운동장 삼아 뛰어 다니는게 다반사니까요.

비슷한 여인이 두명 그려져 있는 작품에서 틀린그림찾기를 하고, 동물들이 출연하는 작품에서는 동물들이 과연 기차보다 빠를 것인지를 논합니다. 이렇게라도 아이들의 관심을 그림 근처에 유도하는 것은 물론 엄마와 아빠입니다. 그림속 가족이 우리 가족 같지 않냐고 물어봐 주고, 아이들에게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설명하는 아저씨의 뒷모습이 그려진 작품속에서는 아빠의 허풍에 대한 열정과 연관지어 생각하게 하는 식입니다. 작품이 본래 무얼 의도했든 아이들은 제멋대로 해석하고 상상합니다.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던 미술관 나들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의 풍경은 다채롭습니다. 아까까지 무미건조했던 그 길에는 날갯짓하는 새 모양의 구름이 떠있고 강물은 아이들의 상상력처럼 반짝이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뭐가 그리 신이 났는지 훨훨 날아갈 기세입니다. 진짜 행복한 미술관 나들이였던 걸까요.

아이들을 미술관에 데려간다면 아이들이 과연 행복해할까, 라는 애초의 질문은 미술관을 마주하는 어른들이 받는 스트레스와 관련있어 보입니다. 미술관에 가면 무언가 작가의 의도나 메시지를 찾아내야 한다고 믿는 어른들에게 미술관은 부담스러운 존재일 뿐입니다. 그냥 작품을 보고 즉시 떠오르는 바를 이야기했다간 수준낮은 사람 취급받을테니까요. 이러한 자기검열이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에겐 미술관이 행복한 공간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이들이 늘 행복한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