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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공원가이드 1] 공원이 주는 10가지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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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나가지 않아도 아이와 함께 숲을 거닐며 새 소리를 들려줄 수 있는 공원에는 여유와 함께 평화가 깃들어 있습니다. 나무들이 붉고 노란 단풍 옷으로 갈아입을 채비를 서두르는 공원에서 아이와 함께 가을을 만끽해보세요. 아이의 미소가 한층 더 환해질 거예요.


1 자연의 법칙을 깨닫는 즐거움
“엄마, 봄이 뭐야?” 아이의 갑작스런 질문에 말문이 막힐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응, 겨우내 잠자던 동물들이 잠을 깨고, 식물의 새싹이 돋아나는….” 사실 아이에게는 논리적인 정답보다는 ‘봄’을 눈과 귀, 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꿀벌과 무당벌레가 날고 민들레 홀씨가 코끝을 간질이면 저절로 봄이 왔음을 느끼고, 재빠르게 달리는 청솔모의 뒤를 쫓아 달리다 보면 아이는 어느새 자연과 동화된다. 언덕길을 오르다 마주치는 가을바람에 실려 오는 낙엽의 향기는 아이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요즘 아이들은 아스팔트 깔린 도시 속에서 계절이 어떻게 변하고, 그 변화 속에서 무엇이 생기고 없어지는지 모르고 지낸다. 아이들은 사계절의 변화를 통해 자연의 순환 과정을 깨닫고, 그 속에서 생명의 존재감을 느끼며 자란다. 겨울이면 다시 돌아올 봄에 대한 기다림과 설렘을 느낄 수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나뭇잎 끝에 매달린 이슬 한 방울에서도 숲과 호수가 있는 대자연을 느낄 수있는 아이로 자라길 원한다면 지금 공원에 데리고 가자.

2 맨발로 땅을 밟는 즐거움
하루 종일 차가운 아스팔트 위를 뛰어다니는 아이들에게 흙의 감촉을 알려주는 방법은 바로 맨발로 걷게 하는 것이다. 포근한 흙길이나 발바닥을 간질이는 풀 위를 맨발로 걷다 보면 흙이나 돌멩이의 자극을 받게 되고, 마사지 효과로 이어져 혈액순환을 좋게 한다. 도심에 있는 공원에는 대부분 시멘트에 호박돌 등 사람 몸에 좋은 돌을 박아 넣은 맨발 지압보도를 만들어놓았다. 하지만 지압보도보다 흙길, 모랫길을 걷는 재미가 더 좋다. “엄마는 귀찮아서 안 할래” 하며 아이 혼자 걷게 하지 말자. 부모가 먼저 신발을 벗고 땅에 한 발 내딛으면, 아이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따라한다.단, 흙길을 걸을 때는 날카로운 물체에 베일 수 있기 때문에 땅을 차거나 발을 끌지 않게 조심하며, 발뒤꿈치가 아닌 움푹 들어간 발중간에 체중을 싣는 것이 좋다.

3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즐거움
지난 9월 중순 중국에서 날아 온 미세 먼지가 서울 전역을 뿌옇게 뒤덮은 날이 계속됐다. 남산과 북한산은 제 모습을 감췄고, 맑고 파래야 할 가을하늘은 온데 간데 없었다. 아이들이 마음껏 공기를 들이쉴 수 있는 자유를 빼앗아버렸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공기가 없으면 단 몇 분도 살 수 없다. 도시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공원에 가는 것은 맑고 청량한 공기를 듬뿍 마실 수 있는 기회다. 나무가 내뿜는 방향성 물질인 피톤치드와 음이온은 아이의 장과 심폐기능을 강화하며 아토피를 고치는 데 효과가 있다. 가벼운 피로나 감기는 숲 속에 머물러 있기만 해도 치료될 정도라고 하니, 잔병치레가 많은 아이라면 집에만 있지 말고 숲이 울창한 공원에 데려가 맘껏 심호흡을 하게하자. 아이는 시원한 바람 속에서 느껴지는 맑고 싱그러운 공기의 청량감을 실컷 느낄 것이다.

4 원초적으로 노는 즐거움
어릴 적 집 근처에는 변변한 놀이터 하나 없었다. 공터가 하나 있었는데 그곳에 있는 유일한 놀이기구는 여덟 살짜리 꼬마 두세 명이 손을 잡고 둘러서야 겨우 한 바퀴 돌 수 있을 정도의 커다란 느티나무뿐이었다. 아이들은 나무를 중심으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술래잡기’ 놀이를 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요즘 아이들은 놀이기구나 컴퓨터가 없는 곳에서는‘노는 방법’을 잘 모른다. 굳이 땀 흘리지 않아도 스릴 넘치는 체험을 느낄 수 있는 놀이기구와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 없이 혼자 노는 컴퓨터 놀이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맨땅에 뒹굴고, 맨발로 고인 물을 튕기며 공을 차는 아이들의 모습은 더 이상 도심 속에서 보기 힘들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에서 뒹굴고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자주접하게 해 ‘노는 방법’을 잃지 않도록 하자. 특별한 놀이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얼굴보다 큰 나뭇잎을 우산처럼 쓰고 놀거나 작은 소원을 떠올리며 민들레 씨를 불어볼 수도 있다. 솔방울이나 조약돌로 소꿉놀이를 해도 된다. 온 가족이 한가로이 풀밭 위에서 즐기는 점심식사가 아이에게는 훌륭한 놀이가 될 수 있다.

5 자연 속에서 추억을 만드는 즐거움
붉고 노랗게 물든 단풍이 거친 바람에 진다고 가을에 대한 기억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리움처럼 기억 속에 숨을 뿐. 공원의 호수는 언제나 맑은 하늘에 반쯤 잠겨 있다. 아이의 기억도 언제나 과거의 추억에 반쯤 잠겨 있다. 사계절을 함께 했던 공원의 전경과 친구들과 재잘대며 떠들던 놀이터, 엄마 아빠의 따뜻한 손을 잡고 걸었던, 들꽃이 만발했던 산책길의 아름다운 추억 속에 말이다. 아이가 자라 공원을 다시 찾는다면, 금세 어린 시절의 행복했던 시간이 기억의 호수 위로 선명하게 떠오를 것이다. 오늘부터 한 달에 한 번 ‘파크데이’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집 근처 공원을 산책하며 추억의 한때를 사진 속에 담아 한달, 일 년 동안 모으면 훌륭한 가족사진첩이 될 것이다.

6 동물과 친구가 되는 즐거움
농부이자 수필가인 장돈식 할아버지가 강원도 백운산 계곡 ‘방그러니’에서 친구로 사귄 동물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동화책 <방그러니 친구 오딱다토개>에는 우리가 알고 있던 귀여운 다람쥐에 대한 의외의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다람쥐가 가을이 될 것 같으면 부인과 이혼하고 장님 부인을 얻는대. 자기는 맛있는 밤을 먹고 맛없는 도토리는 장님 마누라를 먹이면서, ‘너도 떫니? 나도 떫다. 아이 떫어. 아이 떫어’ 그런다잖아.” 동물은 언제나 아이들의 호기심의 대상이다. 아이는 공원에서 만난 다람쥐, 잠자리, 나비, 오리와 대화를 나누며 금세 친구가 된다. 하지만 뱀이나 말벌 등은 위험할 수 있으니, 공원에서 마주치더라도 가까이해서는 안 된다고 미리 알려주자.

7 태양 앞에 당당히 서는 즐거움
햇살 속에서 푸르른 신록을 뽐내는 나무들처럼 부모도 내 아이가 무럭무럭 자랐으면 하고 바란다. 나무의 초록 잎사귀는 흙 속의 양분과 공기를 먹고 자란다. 하지만 태양이 없으면 잎사귀는 양분을 먹을 수 없어 죽고 만다. 작고 보드라운 잎사귀처럼 어린아이들도 태양이 없으면 건강하게 자라지 못한다. 뜨거운 햇살 속에서도 태양 앞에서 약해지지 않는 튼튼한 아이를 원한다면 자외선이 주는 해악에 너무 민감하지 말자. 자외선 때문에 햇빛을 멀리하면 칼슘의 흡수를 도와주는 비타민 D가 부족해 뼈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 생후 2~3개월 아기는 비타민 D를 보충해 주고 연약한 피부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 가끔 햇빛을 쐬어주는 것이 좋다. 생후 6개월이 지나면 외출하기 전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히 펴발라준다.

8 역사와 문화를 만나는 즐거움
국보 1호는 숭례문이다. 그렇다면 국보 2호는? 바로 3・1 운동의 발상지인 종로 탑골공원에 있는 원각사지 10층석탑이다. 구리 한강시민공원에는 광개토태왕 동상이 세워져있어 역사상 가장 광활한 영토를 개척했던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있다. 공원은 쉼터 그 이상의 의미다. 유명조각가나 예술가의 미술품을 전시하거나 나라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한 독립운동가들의 흔적이 곳곳에 서려 있는 공원은 살아 숨쉬는 문화역사 체험관이다.

9 생태체험을 하는 즐거움
옛날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귀뚜라미 울음소리 기온을 측정했다고 한다. 귀뚜라미 울음 횟수에 따라 기온이 달라진다. 꼬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꼬리풀’, 안방과 화장실을 따로 짓는다는 ‘무당거미’ 등 동식물의 독특한 유래와 재미있는 특성은 아이 내면에 잠자던 생태적 감수성과 호기심을 일깨워준다. 자연을 관찰하며 배우는 즐거움은 직접 체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느끼기 힘들다. 아이들은 쇠뜨기, 수련, 검정말 등 다양한 식물과 왕잠자리, 물방개 등의 곤충을 자유롭게 만지고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자연 생태체험을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느낀다. 생태체험은 단순히 동식물을 체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을 소중히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도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자, 이제 아이에게 숨 죽이고 우리 주변의 연못, 호수, 저수지, 개울 등에서 들리는 자연의 아름다운 소리를 듣게 하자.

10 낯선 친구와 친해지는 즐거움
서로 닮지 않은 두 아이가 ‘우정의 공원’에 놀러가 친구가 된다는 <우리 친구 할래?>(보림)는 친구 사귀기에 관한 모든 것을 담은 그림책이다. 공원에서 공놀이, 흉내내기, 간식먹기, 시끄럽게 놀기, 속마음 말하기 등 친구끼리 할 수 있는 재미있는 놀이를 하면서 어느새 친한 친구가 된다. 학원 스케줄과 숙제에 치여 사는 아이에게 “우리 친구할래?”라고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 놀이터는 처음 만난 아이들이 친구가 되는 마법의 공간이다. 비어 있는 한쪽 시소 위에 올라가 균형을 맞춰주는 것. 친구란 그런 존재임을 어린아이도 어렴풋이 느낄 것이다.

2007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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