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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화’를 다스리면 세상을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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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화내는 아이에게 화로 반응하지 말자. 소리를 지르든, 물건을 던지든, 화를 내고 있는 아이는 지금 ‘나 좀 살려주세요, 내 말 좀 들어주세요’라고 최선을 다해 크게 외치는 중이다. 언어 신동이라 해도 아이는 자신의 속마음을 표현하기엔 아직 어리다.

PART 1 엄마를 미치게 하는 아이의 화

why? 이유 없이 화내는 아이는 없다

순둥이라 불리던 딸이 돌이 가까워지면서 달라졌다. 냉장고 서랍을 못 열게 하면 뒤로 넘어가면서 울어대고, 물고 빨며 사랑해 마지 않는 휴대전화를 빼앗으면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대성통곡을 하곤 한다.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준 건 아닌지, 너무 어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 내보낼 수도 없고 어찌하나 고민하던 차, 이 무렵 아이에겐 당연한 일이라는 말을 듣고 가슴부터 쓸어내렸다.

화는 행복이나 놀람, 두려움, 분노, 슬픔, 혐오 같은, 누구나 갖고 있는 기본적인 정서 표현으로 자기의 주장을 강하게 나타내는 수단이다. 아이들은 떼를 쓰거나 때리고 던지는 등 공격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거나 반대로 몸과 마음이 위축되고 자해하는 모습으로 울부짖거나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고 땅바닥에 뒹굴거나 고집을 부리며 말을 안 듣는 모습을 보인다.





생떼의 최고봉, 미운 두 돌
아이의 화는 생후 4~6개월에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노를 나타내는 정서 표현은 7개월 이후 급증하는데 이는 인지능력이 발달하기 때문이다. 영아는 엄마 등 보살펴주는 양육자와의 관계나 자신의 신체적인 욕구불만으로 인해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급격하게 화를 내기 시작하는 시기는 ‘안 돼’라는 말을 이해하는 돌 전후부터 두 돌 무렵이다.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주 화를 내는데 연령이 높아지면서 강도가 세진다. 생각과 자아가 강해지고 행동반경이 커지는 시기로 이에 대응하는 엄마의 말에서 ‘안 돼’라는 부정어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속에 화가 생겨나는 것. 즉 걷기 시작하고 움직임이 커지는 반면, 위험한 것을 구분해내지 못해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데 이를 조심시키는 엄마의 반응을 아이는 자신의 행동을 막으려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부모가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욕구와 하고 싶은 데 자기 능력으로는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좌절 등으로 화를 내기도 한다. 이외에도 아이가 화를 내는 이유는 다양하다. 4세 이하 아이는 자기중심적이며 독점하려는 경향이 강한 반면, 타인에 대한 배려나 질서의식과 양보 등의 개념은 자리 잡혀 있지 않고 사회성은 덜 발달했다. 부모의 무관심이나 편애를 받거나 좋아하는 물건을 다른 사람이 가져갔을 때, 놀이를 방해 받았을 때, 장난감 등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 혹은 신체적으로 불편할 때 주로 화를 낸다. 친구들에게 무시당하는 등 또래와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도 분노를 표현한다.
아이의 화는 한마디로 ‘나 좀 살려주세요’라는 말의 또 다른 표현이다. 말을 곧잘 하는 아이라 도 이런 정서를 표현하는 데 미숙하다. 자신이 나타낼 수 있는 방법과 표현으로 전하고 싶은 감정을 나타내는 것뿐이다. 하지만 싫다는 감정을 과격하게 표현하면서 차츰 감정을 조절해나간다. 이렇게 떼를 쓰고 화를 내는 현상은 4세 이후로 격렬한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향상되고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능력이 발달하면서 점차 좋아진다.

solution 일단 화가 나면 그자리에서 표현하는 게 좋다
화를 낸다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내면에 담아두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드러내는 것이다. 욕구불만을 해소하게 되고 자연스레 스트레스가 줄며 정서적으로 안정될 수 있다.
사실 화를 내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화를 내는 것은 하나의 표현방식으로 아이한테 자신의 표현방식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오히려 잘못된 행동이다. 문제는 화내는 방법에 있다. 아이들 가운데 화가 날 때면 소리를 질러대거나 물건을 집어던지고, 발로 차는 등 폭력적인 방법으로 화를 내는 경우가 있다. 처음부터 자신의 주장이나 감정을 강하게 표현하지 않고, 일단 다른 방법으로 표현해본 뒤 별다른 변화가 없고, 조율이 안 되었을 때 조금씩 강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평상시 자신의 속마음을 말이나 표정, 몸짓으로 전달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기질적으로 감정을 격하게 나타내는 아이라 할지라도 분노상황을 만들지 않거나 화를 표현할 때 감정을 잘 조절하도록 안정적인 환경을 마련해주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일단 화를 제대로 내게 하려면 화를 삭이지 않고 그자리에서 내게 하는 것이 아이의 마음 건강을 위해 좋다. 간혹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겁을 먹거나 억울한 일을 겪을 때는 가만히 있다가 나중에 엄마를 만나면 울거나 화를 내는 아이가 있다. 하지만 자신을 화나게 한 사람이나 상황 앞에서 적절하게 행동하고,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를 표현해보도록 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사소한 일에 화부터 내는 습관을 지닌 경우도 있다. 대개 화를 내기만 하면 무턱대고 들어줄 경우 아이는 화를 내는 것을 큰 무기로 사용하게 된다. 아이가 화를 낸다고 해서 무작정 요구를 들어주는 것은 금물이다.

무관심한 태도가 화를 ‘잘’ 내는 아이를 만든다
화를 낼 때 효과적으로 달래고, 다스리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화내지 않는 아이를 만드는 일이다. 물론 기질적으로 화를 잘 내는 아이가 있다. 자다가 잘 깨서 울고, 조금만 불편해도 짜증내고, 밥도 잘 안 먹고, 소위 손을 많이 타는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아이들이 그렇다.
하지만 화는 부모의 양육태도에 매우 큰 영향을 받는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엄마가 아이의 정서에 호의적이고 지속적으로 읽어내고 반응하면 아이는 주변 세계를 탐색하는 데 흥미를 느끼고 화를 낼 때도 더 쉽게 달래진다. 하지만 아이를 방치하고 무관심하게 대할 경우 아이의 감정을 더 자극하게 되고, 화를 잘 내게 된다. 예를 들어 움직이고 싶은데 움직여지지 않거나 무언가 요구하는데 들어주지 않는 경우 화를 내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같은 일을 해도 어떤 때는 혼내고, 어떤 때는 놔두는 등 부모의 일관성 없는 태도는 화를 잘 내는 아이를 만든다. 어떤 때 혼날지 모르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라 눈치를 보게 되고 불안감을 느끼면서 화를 낸다. 무엇보다 부모가 화를 잘 내면 아이 역시 닮는다. 부부싸움을 하거나 아이의 잘못을 일일이 지적하며 매섭게 야단을 치는 모습에서 아이는 화를 내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네 생각은 그렇구나”라고 말해주자
평상시 화를 낼 만한 요인을 만들지 않아 아이가 나쁜 감정을 갖는 상황을 막는 것이 최선이다. 이것은 엄마가 끊임없이 아이 상태를 살피고 기분을 맞춰줘야 가능한 일이다. 아이가 화를 내면 이유를 물어봐서 풀어주고, 무서워하거나 놀라면 그 상황으로부터 보호해주고, 우울해하면 기분을 전환해주는 것이 좋다. 아이가 감정을 표현했을 때는 “그렇구나. 네 생각을 말해줘서 고마워”라고 말해서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말하는 것을 북돋워주자.
배 고플 때 짜증내는 아이라면 미리미리 간식을 만들어두거나 마트에 갈 때마다 장난감을 사달라고 생떼를 쓴다면 마트에 가는 횟수를 줄이는 등 가급적 떼쓰고 화 내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센스도 필요하다. 또 들어줄 수 있는 부분이라면 아이가 뒤로 넘어갈 때까지 오랜 시간을 끌지 말고 귀를 기울이고 들어주자. 예를 들어, 아이에게 노란색 신발을 사주려고 하는데 아이가 빨간색 신발을 사겠다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면 엄마가 보기에 노란색이 더 세련되고 아이에게 어울린다 하더라도 자신이 선호하는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이므로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고 빨리 상황을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무조건 아이의 주장을 무시하고 끝까지 들어주지 않는 것은 오히려 아이를 점점 더 심한 떼쟁이로 만들 수 있다.

case study 화내는 아이, 때론 무관심이 약이다
많은 엄마들이 마트나 놀이터, 음식점 등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생떼를 쓰고 화를 내면 부끄러운 마음에 달래기부터 한다. 하지만 이렇게 아이가 스스로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상태에서 달래고 어르는 일은 순간적인 효과만 있을 뿐이고, 이런 일이 반복될 때 스스로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아이를 만들 뿐이다. 반대로 아이가 화를 낼 때면 일단 기선제압을 위해 더 큰 소리로 화를 내는 엄마도 있다. 하지만 아이의 흥분된 감정이 더욱 고조되어 과격한 행동이 나타나고 효과가 있다 해도 순간적일 뿐이니 주의해야 한다. 오히려 엄마가 화내고 소리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는 더 강하게 화내는 방법을 배우고, 대들기까지 하는 악순환이 될 뿐이다.
일단 아이가 화를 낼 때 화가 난 그 상황에 대해 공감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히는 시간을 줘야 한다.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울어대는 등 화내는 아이 앞에서 당황스럽고, 화가 날 수 있겠지만 아이의 감정에 휘말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화가 났어도 이 말은 금물!!
“네가 그러면 그렇지. 그럴 줄 알았어.”
화가 나서 아이에게 빈정거리는 부모가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아이는 자신감을 잃고, 빈정거리는 말투를 배울 뿐이다.
“바보같이 왜 그러니?”
부모에게 ‘바보’ 소리를 들으며 자라는 아이는 스스로를 바보 혹은 모자란 존재로 생각하게 된다.
“내가 너 때문에 못 살아.”
아이는 자신을 엄마를 괴롭히는 나쁜 존재로 생각하고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다.

화내는 아이를 위한 연령별 대처
*말을 하지 못하는 돌~18개월 무렵 어린아이는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아 화가 난다
일단 다독거리고 화가 난 이유를 살펴 화나게 한 물건이나 행동을 다시 시도해보도록 한다. 예를 들어 아이는 장난감이나 사물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 화를 내는데, 장난감 유모차를 밀다가 짜증을 냈다면 다시 장난감 유모차를 제대로 밀도록 돕는 것이다. 유리 접시를 만지는 등 위험한 행동을 막아 아이가 화를 냈다면 관심 있어 하는 다른 상황을 만들어 시선을 돌리게 하면 된다. 이 무렵 아이들은 자신이 화가 난 일에 대해 금세 잊기 때문에 다른 흥미로운 환경을 제공해 아이가 생각하지 못하게 하면 된다.
*만 2세 무렵 아이는 안 되는 걸 알지만 감정조절이 미숙해 화가 난다 해도 되는 행동인지, 안 되는 행동인지 상황 판단을 할 수 있으므로 차분히 설명해주자. 이맘때 아이는 알면서도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행동조절이 어려울 뿐이다. 때문에 아이가 말을 잘 못한다 해도 일단 설명을 해주고, “아니야, 싫어” 등의 언어적인 표현을 쓸 수 있도록 알려주자. 아이가 화를 내면 엄마가 대신 “싫다고? 이거 하기 싫어? 아니구나” 하고 마음을 대변해주는 말을 한다. 아이는 그것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많이 풀리고, 점차 감정적으로 자제하게 된다.
*말귀를 알아듣는 나이라면 가장 먼저 아이가 무엇 때문에 화를 내는지 살펴보자 아무리 악동이라도 아무 이유 없이 화를 내지는 않는다. 아이가 화를 낸다는 것은 아이의 감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뜻대로 되는 것이 없거나 억제당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 후 아이를 달래도 아이가 행동을 멈추지 않으면 의연하게 아이가 감정을 조절할 때까지 기다린다. 아이들은 내버려두면 스스로 진정한다. 그렇다고 아이를 방에 가두는 등 안 보이는 곳에 아이를 격리하면 불안해하고 더 과격해질 수 있으므로 ‘생각하는 의자’ 등을 활용해 보이는 공간에서 약 5분 정도 지켜보면서 아이가 감정을 가라앉힐 때까지 기다려주자. 이때 아이만이 아니라 엄마 역시 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다스린다.

화낸 후 아이 마음 달래주기
*어느 정도 감정을 조절하면 아이와 이야기 나누면서 아이의 마음을 읽어준다 예를 들어 “우리 지민이가 화가 많이 났구나. 속이 많이 상하지? 화를 내는 거 보니까 엄마도 마음이 아파”라는 식으로 아이의 마음을 읽어준 뒤 “무슨 일이 있어서 화가 났어?” 하고 물어보자. 아이는 화를 내다가 울어버릴 수도 있고, 지속적으로 씩씩대거나 노려볼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왜 노려봐? 왜? 엄마가 미워? 왜 미워?” 하는 식으로 이야기한 뒤 “엄마가 우리 지민이 도와주고 싶은데, 화를 내면 도와줄 수가 없어”라고 이해해준다는 마음을 알려주자. 아이가 화를 내는 현재의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고 남들이 자신의 화를 이해해준다면 아이의 화는 점차 줄어든다.
*그다음 주위 환경을 정리하게 한다 아이가 울었다면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을 씻게 하고, 던진 물건을 정리하게 한다. 자신이 화를 내면서 어떤 일을 벌였는지, 화를 내면 어떻게 되는지 알게 해주자. 그다음엔 화가 날 때 말로 표현하도록 연습시킨다. 과격한 행동이 사라졌다고 안심하고 넘어갈 것이 아니다. “화났어. 기분이 나빠. 엄마 아빠 미워” 등으로 화난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이런 과정은 말로 울음이나 큰 소리를 지르지 않고도 감정을 충분히 엄마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이러한 과정을 일관성 있게 지속하면 분노를 격하게 표현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다른 긍정적인 표현 방식을 배우게 된다.
*아이가 화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것저것 얘기해봤자 아이에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일단 감정을 추스린 후 가르치는 것이 효과적이다. 화내는 아이에게 크게 화를 내거나 호되게 야단치는 일은 피한다. 이와 함께 극단적인 격리나 처벌, 차가운 태도로 아이를 대하는 일은 상처를 주고 정서 불안만 가져올 뿐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매를 들거나 아이의 인신을 공격하는 말, 무조건 아이보고 잘못했다고 몰아가는 일도 피한다.


PART 2 아이에게 공포를 느끼게 하는 엄마의 화

why? 아이가 엄마 말을 꼭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엄마가 아이에게 화를 내는 주된 이유는 아이가 엄마의 뜻에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엄마들은 대부분 TV를 보지 말라거나 방을 어지럽히지 말라는 식으로 자신이 무엇인가를 요구하거나 지시할 때 아이가 순종적으로 따르고, 바로 변화를 보이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고 반대로 행하거나 말썽을 부리는 아이를 보면 속상하고 답답해 화를 내는 것이다. 여기에 육아 스트레스와 시댁, 남편과의 불화, 경제 문제 등 주변의 복잡한 상황도 심리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엄마의 화에 일조한다. 아이가 어릴 때는 엄마들이 화를 내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아이가 조금씩 크면서 아이가 자기 세계를 고집하기 시작하고, 여기에서부터 거리감이 생기기 시작한다. 아이가 엄마의 지시에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거나 아예 관심 없는 태도를 보일 때 마찰이 일어나는 것. 또 아이가 점점 자랄수록 화내는 빈도가 잦아지고 그 강도가 심해지는데 엄마가 그 이유를 잘 파악하지 못하면 통제할 수 없고, 속상한 마음에 아이에게 화를 많이 내게 된다. 시기적으로는 아이가 자신의 주장이 강해지는 반면,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지 못하는 2~4세에 이러한 상황이 자주 나타난다. 이맘때 아이들에게는 ‘하면 안 되는 것’을 가르치기가 어렵다. 게다가 아이가 사고라도 치면 그 뒤처리는 모두 엄마가 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가 일을 저지르면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무섭게 화를 내게 된다. 하지만 아이의 행동을 제지할 때 소리를 지르며 무섭게 말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엄마의 화는 아이에겐 공포
엄마의 화는 아이에게 큰 충격을 준다. 영유아기 아이는 찡그리거나 엄한 표정의 엄마를 보고 놀라거나 두려움을 느껴 엄마의 얼굴을 피한다. 다시 엄마가 밝은 표정으로 반응해도 한동안 잘 쳐다보지 못한다. 이렇게 엄마가 화를 내면 아이는 불안감을 느끼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워한다.
평소 화를 잘 내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부모 눈치를 보게 되고 아이는 부모를 자신의 편이 아닌 무서운 대상으로 생각한다. 아이는 무슨 일을 하든 간에 자신감을 잃어서 불안해하고 지적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주변의 눈치를 많이 보고, 그러다보니 한 가지 일을 하더라도 집중력이 많이 흐려지는 것. 대인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쳐 항상 위축되고 긴장하는 아이를 만든다. 자연스레 또래와의 관계에서도 주도적이지 못하고 소극적으로 반응한다. 때로는 공격적이고, 사소한 일에도 화를 잘 내며 타인을 배려하지 못하고 불친절한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엄마가 아이에게 화를 낼 때 교육적 효과는 제로에 가깝다. 엄마가 흥분해서 화를 내는 그 상황에서 아이는 놀라고 공포를 느껴 엄마의 말을 들을 수는 있다. 별다른 저항 없이 엄마 말을 무조건 따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순간적인 반응일 뿐 아이가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는 효과는 없다. 부모가 무슨 말을 하는지 귀에 들어오지도 않고 그저 “예예”라고 대답만 할 뿐이다. 이때 아이는 엄마가 자신의 의견이 듣지 않는다는 사실보다는 이 두려운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만 강할 뿐이다. 그 효과는 그리 오래가지도 않고, 장기적으로 아이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solution 자신을 알아야 효과적으로 화도 낸다
아이와 마찬가지로 엄마 역시 화내는 자체를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화를 통해 마음속에 쌓여 있는 분노가 표출되면서 가슴속 응어리가 풀어질 수 있고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화를 자주 내고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 문제다. 첫째, 화를 자주 내는 환경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고, 다음은 화를 여러 번 내다 보면 습관이 돼 더 자주 내게 된다는 점이 그렇다. 화를 자주 낼수록 그 방법과 표현법은 더욱 심해지고, 화를 내지 않아도 되는 때나 화가 아닌 다른 적절한 의사 전달 방법이 있는 상황에서도 익숙하다는 이유로 자꾸 ‘화’라는 부정적인 방법을 사용하게 돼 대인관계가 악화되고 부정적인 자아상이 형성될 수 있다.

화내기 전 세 번의 경고는 필수
화가 나서 어쩔 줄 모르겠다면 제대로 화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아이에게 화가 났다면 일단 자신의 감정을 살핀 후 혼자 감정이 상했기 때문에 아이에게 화를 내고 있는지, 아니면 아이가 잘못해서 화를 내는 것인지 구분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아이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살피는 세심함이다. 아이가 잘못해서 혼을 낼 때라면 감정이 섞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가 잘못한 것을 알게끔 하고, 다시 그런 일이 없도록 제대로 잘 혼내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소중한 아이가 화풀이 대상밖에 되지 않는다.
일단 화를 내기 전, 아이에게 엄마의 마음 상태를 말로 알려주자. 예를 들어 “은수가 조금 더 떼를 쓰면 엄마가 화날 것 같아, 엄마 힘든데, 엄마도 속상한데 어떻게 하지?”라는 식으로 감정을 화내는 행동 이외의 방법으로 전달하자. 그리고 아이가 무언가를 잘못하면 왜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되는지 이유를 설명해준다. 단순히 “이걸 해야 착한 아이야”라고 이야기하기보다는 아이의 행동에 부모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이야기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네가 떼를 쓰면 엄마가 너무 속상해”라든가 “난간에 올라서면 넘어질 수 있어. 네가 다치면 엄마 마음도 아파” 등으로 아이의 행동에 따르는 부모의 감정을 이야기해주면 아이의 행동을 좀 더 쉽게 바꿀 수 있다. 만약 아이가 지속적으로 말을 안 듣는다 해도 바로 화를 내기보다는 아이에게 경고를 주고 세 번의 경고가 넘어섰을 때 화를 내자. 이때 역시 감정적으로 화를 내기보다는 아이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반복적으로 이야기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는 아이가 뭘 잘못했는지, 지금 엄마가 왜 화를 내는지 논리 정연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무작정 아이에게 화를 낸다면 아이는 자신이 왜 혼나는지 알지 못하고 그저 엄마, 아빠가 무섭다고 느낄 뿐이다.

화를 낸 뒤 바로 사과하는 일은 주의
화를 내지 않는 것이 좋지만 일단 아이에게 화를 냈다면 아이의 마음을 토닥이는 과정도 필요하다. 먼저 놀라고 상처받았을 아이를 따뜻하게 안아준다. 그 뒤에 아이와 단둘이 눈을 마주 보고 반성할 수 있도록 엄마가 화를 낸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간혹 화를 냈다가 측은한 마음에 금세 미안하다고 사과하거나 달래는 엄마들이 있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엄마가 화를 낸 이유를 생각할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 “네 행동이 어떠했는지 생각해보고 엄마에게 말해줘”라고 시간을 주고,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뒤 다시 친해질 수 있고,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아이가 스스로 뉘우치는 행동을 보여준다면 그때 따듯하게 안아주면서 사랑의 표현을 하는 것이 좋다. 아이와 얘기를 나눌 때는 평등한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엄마가 잘못했다고 사과하는 것을 주저하지 말자. “미안해. 아까 우리 승민이가 많이 놀랐지? 엄마가 화를 참지 못해서 그래. 앞으로는 조심할게. 화를 내기보다 미리 엄마가 승민이에게 원하는 걸 이야기할게. 우리 승민이도 화내지 말고 엄마한테 미리미리 속상한 일이나 원하는 일이 있으면 얘기해줘”라는 식으로 대화를 통해 사과함으로써 아이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해주자.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아이는 용서와 화해를 배우고 서로 존중하는 마음과 배려를 알아간다.

정말 화가 나면 그 순간 자리를 피한다
하지만 이렇게 마음 상태를 알려주고, 논리정연하게 이야기하는 것도 이성의 힘이 남아 있을 때다. 정말 기분이 좋지 않고, 화가 치밀어 오를 때는 그 순간 자리를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힌다. 평상시 엄마 스스로 본인의 감정상태를 종종 체크해 갑자기 감정이 폭발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다. 아무리 화가 나도 아이에게 충격을 줄 만한 행동은 금물이다. 아이보다 더 크게 화를 내거나 방에 가두는 등 극단적으로 아이를 격리하는 행동, 그리고 지속적으로 냉정한 태도를 보이는 일은 아이에게 깊은 상처를 주게 되고 정서불안과 깊은 죄의식을 심어주게 된다.
제일 피해야 하는 것은 체벌 특히 손찌검이다. 체벌은 잘못에 대한 반성 없이 그저 맞는 것에 대한 무서움만 증폭시킬 수 있다. 그나마 체벌은 매를 가지러 가는 시간 동안, 또 매를 들면서 그리고 자세를 잡는 시간 동안 등 잠시나마 생각할 겨를이 있다. 때문에 아이가 그 상황을 인지하고 잘못했다고 말이라도 듣게 된다. 이에 반해 손찌검은 두 번 생각할 겨를이 없이 그냥 때리면서 훈육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잘못한 것을 생각할 틈도 주지 않고 충동적으로 아이를 때리면서 화풀이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엄마 역시 이미 감정적으로 격한 상황인데 물체의 감정 없이 손으로 직접 아이를 때리면 더욱 감정이 실릴 수 있고, 심각한 정서적 불안감을 유할 수 있다.

case study 부처가 될 수 없다면 원인과 결과를 파악하라
예방은 최선의 방책, 화를 낸 뒤 아이의 마음을 달래는 일도 중요하지만 최선의 방법은 화가 나기 전에 문제상황을 해결하는 것이다. 일단 엄마 스스로 감정상태를 잘 들여다보자. 자신이 어떤 상황에 있을 때, 화가 치솟는지 파악해야 그러한 상황이 오기 전에 대처할 수 있다. 화가 날 때 일어나는 자신의 변화를 살펴보는 일도 필요하다. 자신의 감정과 몸 상태가 어떻게 변하는지 알 수 있어야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다. 무언가 몸과 마음에서 치밀어 오를 때면 숨을 고르면서 숫자를 천천히 세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라앉고 생각이 정리된다. 그래도 화가 가라앉지 않을 때는 그 장소에서 벗어나자. 다른 공간으로 가는 등 그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도 방법이다. 잠시 화가 나는 상황에서 벗어나면 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현재 상황을 바라볼 수 있다. 괜히 아이를 막연히 골칫덩어리로 생각하거나 아이가 험악하게 대든다 해도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 감정조절능력이 없어서 그렇다고 받아들이자. 평소 감정과 생각을 쌓아두지 말고 말로 이야기하거나 취미 생활 등으로 스트레스를 풀어버리는 등 편안한 마음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아이가 화내는 감정선도 미리 파악
이와 함께 자신만이 아니라 평상시 아이의 감정상태를 잘 파악해 어떨 때 아이가 화를 내는지 염두에 두자. 만약 아이가 “싫어”라는 말을 빈번히 한다면 아이에게 말하는 부모의 태도를 되돌아봐야 한다. 엄마가 무슨 말만 하면 “싫어”라고 내뱉는 아이들이 있다. 그렇다면 자신도 모르게 아이에게 “~해”라고 명령조로 말하는 것은 아닌지 자신의 태도를 되돌아보자. 이런 경우 아이는 엄마가 하라고 말하는 것이 하기 싫다기보다 시키는 것에 대한 반발로 일단 ‘싫다’라는 말을 먼저 내뱉는다. 아이에게 “빨리 가서 이빨 닦아”라고 명령하기보다는 “소율아, 이 닦을 시간이네. 화장실에서 닦을까? 거실에서 닦을까?”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싫어” 소리를 듣지 않는 하나의 방법이다. 즉 닦는 것은 기정 사실인데 그 가운데 선택권을 주어 하기 싫다는 말을 줄이는 것. 또 아이에게 행동을 강요하기 전에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설명부터 해주자.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하면 아이들은 이해하고 충분히 들을 수 있다. 아이에게 “장난감 어지럽히지 말고 빨리 치우지 못하겠니?”라고 하기보다 “자~ 엄마랑 같이 장난감 치울까? 이렇게 어지럽혀 있으니까 자꾸 발에 밟혀서 발도 아프고, 산만하지”라며 먼저 장난감을 치우며 모범을 보여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엄마의 시선으로 아이를 보기보다 아이의 시선에서 아이의 마음과 생각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아이가 무작정 엄마 말을 듣지 않는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어떠한 것을 지시할 때 아이의 상황을 살펴보면서 이야기해야 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DVD에 빠져 있거나 토마스 기차를 갖고 노는 등 뭔가에 열중해 있을 때 엄마가 뭔가 시킨다면, 당연히 짜증이 난다. 당장 시급한 일이 아니라면 아이의 상황을 살펴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 동생이 생겼다든지, 어린이집을 옮겼다든지,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먼 곳으로 이사 갔다는 등의 상황은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심리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부분도 세심하게 배려한다.

*도움을 주신 분들
김태훈(사랑샘터 소아신경정신과 원장)
소아신경정신과 전문의로 주의력결핍 과잉 행동장애, 소아 우울증, 틱 장애 등 아동심리와 발달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한춘근(한국아동발달센터 대표) 아동심리와 발달에 대한 엄마들의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아동발달전문가. 엄마가 아이에게 화를 내는 이유에 대해 알려주었다.
신재호(목동아동발달센터 소장) 언어치료와 특수체육분야의 전문가.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조절하고, 화를 적게 내는 상황을 만드는 솔루션을 명쾌하게 들려주었다.
이민광(맑은누리아동발달센터 원장) 아동발달전문가. 엄마의 화가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져 줘야 하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2011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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