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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바둑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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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좋아지고, 집중력·인내심을 키우는 등 바둑의 효과는 무궁무진하다. 취학 전 아이가 바둑을 배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은 그러나 편견에 불과하다. 놀이를 통해서라면 유치원생인 우리 아이도 즐겁게 바둑을 둘 수 있다.

 



유치원생도 시작하는 바둑
드라마로 유명해진 만화 <미생>을 보면서 감탄해 마지않았다. ‘인생이 바둑 안에 있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렇게 느낀 사람이 한둘이 아닌지, 주변을 보면 바둑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동네 주민센터의 어린이 바둑반과 유치원 방과 후 프로그램에도 아이들이 몰리고, 바둑 전문학원에도 아이들의 수강문의가 적지 않다고 한다.

 

그동안 바둑은 소수의 똑똑한 아이들 혹은 어른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져왔다. 오랜 시간 앉아 있어야 하고, 깊이 생각해야 바둑을 둘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바둑은 그 어떤 게임보다 규칙이 간단하기 때문에 아이들도 쉽게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수준 높은 바둑을 두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 재능이 필요하지만, 기본 규칙만 알고 있어도 아이들 수준에 맞게 즐길 수 있다는 것. 아동학 박사이자 명지대학교 사회교육원 바둑지도사 과정의 김바로미 교수는 “요즘은 전반적으로 아이들의 지능 발달이 빨라지면서 5세 무렵에는 기초적인 개념을 깨우칠 수 있습니다. 6~7세경에는 바둑에 대한 기본 개념을 잘 이해하고 바둑을 익힐 수 있죠”라고 설명한다.

과거에도 바둑전문 학원을 다니며 바둑을 배우는 아이들이 있었다. 문제는 이런 바둑 교육은 바둑판에 돌을 두고 시작하거나 어려운 문제 풀이를 하는 등 성인들이 배우는 방법과 다를 바 없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바둑을 어려워해 소수의 아이를 제외하고는 재미있게 바둑을 지속하지 못했다.

 

요즘에는 아이들이 흥미롭게 바둑에 발을 들일 수 있는 교수법들이 나오고 있어 엄마들의 관심을 끈다. 최근 바둑TV에서 출간한 <생각의 힘 놀이 바둑>의 경우 기존의 교육과 달리 다양한 놀이를 통해 바둑을 접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바둑돌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이야기 나눠보고, 백돌과 흑돌을 섞어놓은 뒤 갈라보고, 바둑판의 줄의 개수를 세어보며 바둑에 익숙해지는 식이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아이들의 발달 과정에 맞춘 놀이로, 누리 과정상의 신체 운동, 의사소통, 사회관계, 예술경험, 자연탐구를 바탕으로 구성된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만 4~5세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모든 것을 배우고 익힙니다. 바둑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이 바둑을 재미있는 놀이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고, 아이들의 특성을 배려한 접근이 이루어져야 합니다”라며 놀이로 바둑을 접해야 하는 이유를 강조한다. 


바둑이어야 하는 이유
놀이를 통해 바둑과 친해진 뒤, 점차 바둑의 기술 개념을 익히면 어린아이도 지루해하지 않고 바둑의 효과를 만끽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바둑은 놀면서 하는 두뇌 게임으로 지속적으로 접할 경우 두뇌 개발과 사고력 증진은 물론 집중력이 좋아지고 사회성이 키워지는 등 효과가 무궁무진하다”고 말한다.

 

논리력과 사고력을 키운다 바둑을 둘 때는 지속적으로 생각을 하고, 주위를 살피고 계산해야 한다. 상대와 끊임없이 두뇌 싸움을 하는 것으로 상대가 수를 두었을 때 수의 가치를 계산해야 하고, 그 수가 다음 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야 한다. 그 수가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상대가 수를 두었을 때 어떤 대처해야 하는지 등 다양한 방향으로 생각하고 인과관계를 살피다 보면 생각하는 힘이 길러진다.

집중력과 인내심이 강해진다 아이들에게 10분 동안 앉아 있으라고 지시하면 순순히 따를 아이는 드물다. 하지만 “친구 돌 10개를 따볼까?”라고 말하면 소유욕이 강한 아이들은 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움직이지 않고 게임에 몰두하곤 한다. 바둑은 단시간에 끝나는 놀이가 아니고, ‘집을 지어서 내 것’이 되는 것은 게임이 끝나야만 보이는 것으로 게임에 몰두하면서 ‘엉덩이 힘’을 기를 수 있다. 상대의 수에 위협을 느끼거나 지루하게 느껴지는 등 다양한 상황에 닥쳤을 때 미루거나 회피하지 않고 한 판을 두는 습관 속에서 뭐든 끝까지 부딪치고, 실행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

공간지각력이 높아진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바둑을 두는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을 비교했을 때 바둑을 두는 사람은 기억력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활성화되고, 공간지각력도 높다고 한다. 실제 직접 바둑을 두지 않아도 머릿속에서 두고 있다고 상상하고, 다양한 바둑 수의 변화를 떠올리다 보면 제3의 공간에서 생각하고 이행하는 능력이 키워진다.

사회성을 높여준다 바둑은 예의범절을 중시하는 놀이다. 상대와 처음 마주할 때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인사하며 예절을 익히는 등의 행동을 통해 배려와 질서를 배울 수 있다. 무엇보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놀이로 친구와 교류하며 이루어지는 활동 속에서 사회성이 키워진다. 독서나 그림 그리기 등 아이의 정서에 도움이 되는 활동이 많지만 바둑은 반드시 함께 두는 대상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 한 번, 너 한 번’ 식으로 순서를 지키는 과정에서 규칙을 익히고, 자신을 한번 돌아보고, 상대의 입장을 살피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사회적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된다.

마음의 근육을 단련시킨다 승자와 패자가 있는 게임으로 이겼을 때 즐거움을 느끼더라도 상대를 배려해 기쁨을 과하게 드러내지 않거나 못 두었을 때 패배를 받아들이면서 속상함을 표현하지 않는 등 감정을 조절하는 연습이 된다. 유아기 정서 발달에 큰 도움이 되며, 실수하거나 잘하지 못했을 때도 이에 집착해 속상해하거나 포기하기보다 다시 도전하면서 도전정신을 키울 수 있다.

 


엄마와 함께하는 바둑 놀이
바둑을 처음 접할 때 바른 자세나 집중력 등 교육의 효과에 집중하거나 기본 원리를 알려주는 데 치중하면 아이는 이내 지루해한다. 아이에게 교육은 놀이여야 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흥미를 느낀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바둑에서 배워야 할 내용을 아이들의 생활과 연결해 재미있는 이야기로 들려주거나 함께 모여서 할 수 있는 놀이로 접근해보자.


놀이 1. 바둑돌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❶ 바둑판과 바둑돌을 손으로 만져보고, 두드려보고, 냄새를 맡아보는 등 탐색한다.

❷ 바둑판과 바둑돌을 살펴본 뒤 딱딱하다, 동그랗다, 가볍다, 흰색이다 등 특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❸ 아이와 함께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이야기를 나눠본다.

❹ 아이가 어려워하면 바둑판은 ‘1번 나무, 2번 유리, 3번 쿠키, 4번 스펀지’, 백돌은 ‘1번 꽃, 2번 조개, 3번 빵, 4번 구름’, 흑돌은 ‘1번 타이어, 2번 검정돌, 3번 까마귀, 4번 검정콩’ 하는 식으로 힌트를 준다. 각각 재료의 질감, 색깔, 특징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답을 찾아본다.

놀이 2. 소리로 알아보아요
❶ 백돌과 흑돌을 각각 손에 넣고 흔들어본 뒤 어떤 소리가 나는지 이야기해본다.

❷ 아이의 눈을 가리고, 바둑돌 흔드는 소리를 들려준 뒤 몇 개인지 맞히는 놀이를 한다.

 

놀이 3. 나처럼 해봐요
❶ 보기 1 그림을 보여준다.

❷ 아이에게 똑같이 바둑돌을 놓아보게 한다. (바둑판이 없을 때는 그림을 그린 뒤 따라 그리게 한다.)

놀이 4. 몇 줄 바둑판일까요?
❶ 가로 4, 세로 4줄의 바둑판을 그린 뒤 아이에게 몇 줄 바둑판인지 물어본다.

❷ 다음으로 가로 7, 세로 7줄의 바둑판을 그린 뒤 아이에게 물어본다.

❸ 바둑판의 줄 수를 계속 늘려간다.

 

놀이 5. 따라 해봐요
❶ 보기 2 그림을 보여준다.

❷ 바둑판 줄 위에 바둑돌을 따라 놓게 하다.

놀이 6. 교차점에 두어요
❶ 바둑알은 선과 선이 만나는 교차점에만 놓는다는 것을 알려준다.

❷ 보기 3 그림을 보여준 뒤, 교차점에 앉아 있는 곰돌이가 몇 마리인지 찾아보게 한다. 


놀이 7. 어디로 가야 할까?
❶ 보기 4 그림을 보여준다.

❷ 아기가 배가 고픈데, 어디로 가야 음식을 먹을 수 있는지 화살표로 그림을 그려보게 한다.

놀이 8. 숨구멍을 찾아요
❶ 보기 5 그림을 보고 아이에게 숨구멍, 즉 ‘활로’ 에 대해 “바둑돌이 숨을 쉴 수 있는 길로 바둑돌 한 개가 있을 때 교차점 방향 4곳으로 숨을 쉴 수 있다”고 알려준다.

❷ 바둑돌이 놓인 보기 6 그림을 보여준 뒤 숨구멍을 찾아 화살표를 그려보게 한다.


바둑 교육할 때 이것만은!

최소한 6개월은 지속한다 바둑을 시작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들은 “언제 집중력이 키워지나요? 사고력이 발달하는 느낌이 없어요”라며 초조해한다. 하지만 사고력이나 집중력 등은 하루아침에 늘지 않는다.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을 겪어내는 것 자체가 공부로 최소 한 6개월~1년은 지속해야 한다. 효과에만 집착하다 보면 좋은 점을 체득하기 전에 떠나게 되므로 진득하게 지켜본다.

승부에 집착하지 않는다 시합에 지면 아이보다 더 속상해하는 엄마들이 있다. 아이에게 부담을 줄 수 있고, 아이 역시 승패에 매달리느라 진정한 바둑의 효과에서는 멀어진다.

엄마도 관심을 갖는다 엄마가 바둑을 잘 몰라도 함께 놀이를 하면서 기술들의 개념을 이해하고 익히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배운 것을 바둑판 위에서 활용하고 싶을 경우 아이보다 조금 앞서서 바둑을 배우면 도움이 된다.



읽어보세요
<놀면서 배우는 생각의 힘 놀이바둑>(바둑TV)
바둑 TV에서 출간한 책으로 만 4,5세, 누리과정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바둑 전문가는 물론 아동학 박사가 함께 참여했다. 즐겁게 놀 듯 바둑을 접하며 두뇌 개발과 사고력을 증진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도움말 김바로미(명지대학교 교수), 김은화(청담어린이집 원장), 성기창(명지대학교 교수) | 참고도서 <놀면서 배우는 생각의 힘 놀이바둑>(바둑TV)
헬맷 협조 유진커머스 | 모델 박준후(만 5세), 박시후(만 5세) | 사진 김기환 | 글 이경선(자유기고가)

2015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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