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매거진

잘 자라 우리 아가

댓글 3 좋아요 1

잘 자야 잘 큰다. 잘 자야 엄마도 편하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처음에 조금 안쓰러워도 그 과정을 거쳐야 엄마도 아이도 숙면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잠들지 못하고 긴긴 밤을 지새우며 속상해할 필요 없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뿐, 아이는 언젠가는 혼자서도 잘 잔다. 



1. 잘 자는 아이가 잘 자란다
생후 20개월 아이를 둔 엄마 유성희씨는 요즘 종일 피곤하다. 아이를 재울 때마다 한두 시간 잠투정은 기본이고, 밤 11시가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면서도 밤중에 서너 번씩 깨기 때문이다. 밤중 수유를 끊으면 잠을 푹 잔다는 말을 듣고 생후 6개월 무렵, 독하게 마음먹고 밤중 수유를 끊었는데도 자다가 몇 번씩 깬다며 괴로움을 토로한다. 서너 살 아이를 둔 엄마들도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다며 힘들어한다. 아이가 잠든 것 같아 못 다한 집안일을 하려고 일어날라치면 옆자리를 더듬으며 금세 잠에서 깨고, 아이 옆에서 자면 아이가 밤새도록 팔이나 가슴을 더듬어 숙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엄마의 피로도 문제지만 아이가 밤에 깨거나 선잠을 자는 걸 보면 성장 발달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실제 수면은 아이 성장의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잠을 푹 잘 때 성장호르몬이 분비되고, 뇌 활동이 증가해 두뇌 발달을 돕는다.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는 수면 중에 교감신경에서 부교감신경으로의 전환되는데, 신경 활동의 조화는 아이의 면역력 증진의 필수 요소다. 아이가 제대로 자지 못하면 몸이 약하거나 키가 작거나 자주 피곤해하는 등 건강에 지장을 주고, 정서적으로도 불안정해질 수 있다.

안 자는 아이, 엄마 탓은 아니다
여느 엄마들이 토로하듯 아이를 재우려고 갖은 방법을 써도 별로 효과가 없다는 게 문제다. 주변 사람들에게 털어놓으면 “수면 교육을 잘 못해서 그런다” “수면 교육은 생후 4개월 이전에 끝내야 하는데…”라는 걱정 섞인 소리만 듣는다. 나혜정 한국아동발달 마곡센터 소장은 “돌이 지나도 수면 교육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이가 잠드는 시간을 정해서 규칙을 지키고, 잠들기 전에 습관처럼 반복하는 일종의 수면 의식을 정한다면 말이다. 아이가 자다가 눈을 떴을 때도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노력하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 간혹 돌이 지난 아이들은 노는 것을 훨씬 좋아해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뒤로 미루려고 울거나 떼쓰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안쓰러운 마음에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는 함께 재미있게 놀고, 수면 준비 시간이 되면 정해진 규칙을 지키게끔 단호하게 행동하면 습관을 조정할 수 있다.

아이들의 행동이 육아서와 다르거나 다른 사람에게 잔소리를 들으면 엄마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아이의 수면 습관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것은 엄마 탓이 아니므로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애초에 수면 교육을 시도하지 않거나 잘 모르는 경우도 있지만, 수면 문제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기질적으로 예민하거나 불안이 심한 아이는 깊은 수면이 어렵다. 발육상의 신체 문제도 수면에 영향을 미친다. 수면 습관을 들일 때 아이가 엄마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화내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부모가 원하는 대로 아이에게 수면습관을 들이기는 어렵지만, 꾸준히 노력하면 분명 달라진다.



2. 아이 재우는 법을 배워야 한다
2012년 하버드 대학의 인류학과 연구팀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겨울에 태어난 아이가 다른 계절에 태어난 아이보다 체격이 크고 머리도 좋았다. 겨울은 밤이 긴 계절로 숙면을 취하기 좋아 성장호르몬 분비가 왕성하다는 것이 이유 중 하나였다. 잠을 잘 자게 하려면 수면 교육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수면 교육은 엄마가 안아주거나 우유나 젖을 먹이면서 재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잠드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아이를 눕혀서 재우고 아이가 울면 안아서 토닥거린 뒤 졸려 하면 눕히되 아이가 완전히 잠들기 전에 눕히는 것이 수면 교육의 기본이다. 수면 교육을 시작하기 적당한 시기는 생후 6주부터 2개월이다. 늦어도 4개월 전에 수면 교육을 통해 올바른 수면 습관을 잡아줘야 한다. 생후 3개월 무렵이면 아이도 낮과 밤을 구분할 수 있고, 생후 4개월이면 수면 패턴이 어느 정도 완성되고 유지되는 경향이 있어 새로운 습관을 들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야 수면 교육의 완성
1. 각자의 잠자리 아이가 포근히 잘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수면 교육만큼 중요하다. 아이가 백일이 되기 전 에 잠자리를 독립시켜야 한다. 다른 방에서 재우라는 것이 아니라 한방에서도 각자의 침구를 마련해 따로 자야 한다는 것. 숙면하려면 아이도, 엄마도 마음껏 움직일 수 있는 자기만의 공간이 확보돼야 하는데, 같은 침구에서 자면 서로 부딪쳐서 깰 수 있다. 아이가 혼자 자는 것을 힘들어 하면, 아이 잠자리를 엄마 잠자리 옆에 바짝 붙여놓았다가 적응할수록 조금씩 떼 어놓는다. 목놓아 우는 아이가 안타까워 계속 같이 자는 경우가 있는데, 아이의 의존성을 높이고 독립시키 기가 더 어려워진다.

2. 한결같은 원칙
한번 수면 습관을 들이는 데 성공했다고 영원히 평화로울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습관을 들여 한 달 정도 잘 자는 모습을 확인하고 엄마가 안심하는 순간, 원점으로 돌아가는 게 아이다. 밤에 아이가 깨면 토닥인 뒤 눕혀서 재우는 방식을 고수해야 한다. 처음에는 누워 잤는데 피곤한 마음에 밤에 깨서 우는 아이를 안아서 재우면 지금껏 힘들게 들인 습관까지 사라질 수 있다. 생후 6개월 이후에는 아이가 울어도 젖병을 물리지 말아야 한다. 밤중에 아이가 깨면 바로 다가가는 것보다 다시 혼자서 잠들 수 있게끔 천천히 들여다본다. 아빠나 할머니가 재우더라도 엄마가 하는 것과 같은 방법과 순서로 재워야 아이의 수면 습관이 완성된다. 아이가 아프거나 여행을 다녀오는 등 환경이 바뀌면 수면 습관이 흐트러질 수 있으므로 이때도 처음 습관을 들이던 방법과 원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3. 최소 2주는 밀고 나가야 수면 교육은 잘 준비해서 시작하되 엄마부터 단단히 마음먹어야 한다. 아이가 안아달라고 울면 누구나 마음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수면 교육을 시도했다 잘 안 되면 엄마는 더욱 힘들다. 스스로 선택한 방법이 효과가 없어 바로 포기하거나 ‘잘못된 방법인가?’ ‘우리 아기에게는 맞지 않나’ 생각하며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아이는 혼란스럽 고 잠드는 데 더 힘든 과정을 거치게 된다. 몇 번의 실패가 더해지면 엄마는 완전히 포기하게 된다. 결국 안거나 업어서 재우며 수면 교육에 대한 부담은 가중되고, 아이는 울면 안아준다는 인식이 박혀 수면 교육은 물 건너간다. 수면 교육을 하기로 마음먹고 한 가지 방법을 택했다면 최소한 2주는 똑같이 밀고 나가야 한다. 성공하는가 싶다가 다시 제자리일 때도 실망하지 말고 원칙을 고수해야 아이가 익숙해지고, 효과를 볼 수 있다.



수면 교육의 3단계 

1. 몸과 마음의 준비 단계 아이가 자야 할 시간보다 먼저 준비를 시작한다. 조용히 잠들 수 있도록 TV나 음악 소리, 밝은 조명 등 아이의 정신을 산만하게 하는 요소를 없앤다. 아이와 몸 놀이를 하거나 큰 목소리 등으로 흥분시키지 말아야 한다. 책을 읽어주거나 조용히 이야기를 들려주는 등 차분한 놀이는 괜찮다.

2. 수면의식 단계 아이가 잠들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목욕을 시키고 잠옷으로 갈아입힌다. 낮은 조도의 조명을 켜고 마사지를 해주거나 자장가를 불러주는 식으로 나름의 수면 의식, 즉 잠자는 순서와 과정을 만든다. 수면 의식은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행동을 반복해야 아이가 익숙해진다. 수면의식은 아이에게 생체리듬의 자명종처럼 적용되어 아이는 곧 잠자리에 든다는 걸 알게 된다.

3. 스스로 잠드는 단계 아이가 혼자 잠들게 하려면 완전히 잠들 때까지 안아주거나 젖을 물리지 말아야 한다. 졸리지만 깨어 있는 상태에서 잠자리에 눕히고, 아이가 깨어 울면 다시 안아서 토닥였다가 눕히는 것을 반복해야 한다. 처음에는 잠들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아이가 울 때마다 안아준 뒤 다시 눕히기를 반복하다 보면 우는 횟수와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줄어든다. 간혹 안아주면 빨리 잔다는 이유로 안거나 업어서 재우는 경우가 많은데, 처음에는 안아만 줘도 자던 아이가 안고 흔들기, 안고 흔들며 노래 부르기 등 점점 요구사항이 늘어난다. 체중이 늘면서 엄마도 시간적·육체적으로 피로할 수 있다. 처음에 시간이 걸리고 번거롭더라도, 우는 아이가 애처롭더라도 첫걸음을 잘 시작해야 한다.




3. 잠 안 자는 우리 아이 어떡하죠?
Case 1. 생후 30개월 지성 맘 엄마의 팔이나 가슴을 만지면서 자고 옆에 없으면 자꾸 깨요.
분리불안과 낯가림 증상이 생기는 생후 6개월 무렵이면 불안감이 높아지고, 짜증을 내는 경우가 있다. 이런 아이들은 잘 때도 분리불안 증상의 한 형태로 엄마의 몸을 만지거나 붙잡고 잔다. 만 3세 이전에 동생이 생기는 경우에도 애착불안이 생겨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다.

안정될 때까지 함께해줘요
아이가 안정될 때까지 옆에서 잔다. 평소에도 안아달라고 보채거나 불안해할 때는 아이의 행동이나 감정을 제지하려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안아주고 뽀뽀해주는 등 아이의 욕구를 받아줘야 한다. 엄마는 멀리 안 가고 집 안에 있으며 도와줄 수 있다고 얘기해 아이의 불안감을 덜어주어야 한다.

Case 2. 생후 7개월 민서 맘 자다 깨서 젖을 찾아요.
아이가 잠에서 깨어 울면, 엄마들은 아이가 배고픈 것은 아닌지 혹은 빨리 재우고 싶어 젖병을 물리는 경우가 있다. 생후 5개월 정도면 수면 리듬이 안정되므로 매일 규칙적인 시간에 재우고, 6개월 무렵에는 과감하게 밤중 수유를 끊어야 한다. 비교적 같은 시간에 일어나게 하며 낮에도 수유시간, 낮잠, 목욕, 취침 등을 정해 생활에 리듬감을 주어 밤에 깨서 수유하거나 젖을 찾는 횟수가 줄도록 조절한다. 아이가 울면 안아서 토닥인 뒤 다시 제자리에 눕힌다.

애착인형이나 폭신한 이불을 준비해줘요

모유 수유를 하는 아이는 배가 고파서라기보다는 엄마와의 신체적인 접촉을 통해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 울고 젖을 찾는 경우가 많다. 기질적으로 예민한 아이라면 단호하게 끊기보다 자기 전에 부드럽고 폭신한 인형이나 이불 등의 대체물을 만들어주면 도움이 된다.

한 시간 일찍 재워요
어른도 너무 피곤하면 잠을 자다가 중간에 깨는 경우가 있는데, 아이도 마찬가지다. 낮잠을 제대로 못 잤거나 피곤하면 곯아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잠을 자다가 깨서 울 가능성이 높다. 외출 등으로 평소 생활과 다른 변화가 있었다면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재워본다. 일찍 재우면 깨지 않고 더 잘 잔다.

Case 3. 생후 10개월 예지 맘 졸리면서도 밤늦게까지 깨어 있으려고 해요.
생후 9개월 무렵부터는 어른의 생활 리듬에 맞출 수 있게 되면서 부모의 수면 리듬에 영향을 받는다. 돌 전 아이들은 깊은 수면에 들지 않기 때문에 아이가 잠들었다고 생각해 TV를 보는 등 소음이 생기면 다시 깨는 패턴으로 바뀔 수 있다. 아이의 수면 습관이 들 때까지는 불편하더라도 아이와 같이 자는 게 낫다. 부모가 맞벌이인 경우, 아이는 엄마 아빠와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기를 원한다. 엄마 아빠의 사랑을 조금이라도 더 받고자 하는 아이의 본능이다. 아이가 잠잘 때 자장가를 부르면서 토닥여주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마사지해주는 식으로 아이가 사랑을 느끼면서 잠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좋다.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세요
밤에 아이를 자극하거나 흥분시키는 일을 삼가고, 차분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일단 잠자기 전에는 TV나 아이패드 등 자극적인 화면이나 소리에 아이가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낮잠 시간을 조절해줘요
늦게 자는 경우에는 낮잠 시간을 조절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침 식사 후, 너무 늦지 않은 오후에 짧게 낮잠을 재우는 것이 좋다.





CHECK LIST
우리 집 수면 환경, 괜찮을까?
아기가 잠들고 나면 엄마 아빠가 TV를 켠다.
아빠가 재울 때는 안아서 재운다.
손님이 오거나 외출 등의 일로 그때그때 다른 시간에 재운다.
아기를 재우려 할 때 다른 식구들은 거실이나 다른 방에서 불을 켜고 활동한다.
아이가 자다 깨면 바로 달려가 들여다본다.
밤늦게 아빠가 퇴근해 오면 몸놀이를 한다.
아이와 엄마가 한침구에서 잔다.
평소 낮잠, 목욕, 수유 시간이 불규칙하다.
잠자기 전 집 안의 불을 환히 켜고 있는다.
낮잠을 저녁 시간까지 푹 재운다.
* 아이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 아이가 숙면하는 데 방해되는 요인이므로 되도록 피한다.

이경선(자유기고가) 진행 한미영 기자 사진 김기환, 어시스트 정지안 도움말 나혜정(한국아동발달 마곡센터장) 모델 피커링 유나(생후 25개월), 카레나 페르모(생후 9개월) 의상협조 우프코리아, 모이몰른 소품협조 메리봉봉, 아마조나스  

2015년 12월호
  • 페이스북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