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매거진

아이는 왜 미안해하지 않는 걸까?

댓글 0 좋아요 0 교육

아이들은 잘못을 저지르고도 어른들 생각만큼 미안해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 모습을 본 엄마는 미안한 마음에 아이를 윽박지르고, 사과할 것을 강요한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것은 실제 상황!
얼마 전 여섯 살 채준이가 사촌동생인 다섯 살 서윤이와 자전거를 타다가 서윤이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내리막길을 앞에 두고, 큰오빠인 아홉 살 서준이가 꼼짝 말고 기다리라 했지만, 채준이는 서윤이에게 “브레이크 잡고 내려가면 돼”라며 부추겼다. 서윤이는 그 말을 듣고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다가 넘어졌고, 팔꿈치가 부러졌다. 병원에 갔는데 부러진 위치가 좋지 않아 팔꿈치를 핀으로 고정하는 수술까지 하게 되었다. 소식을 들은 서준이는 자기 탓이라며 자책하는 반면, 브레이크를 잡고 내려가라고 했던 채준이는 태연했다. 어른들은 채준이가 혹시라도 자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상처받을까 봐 걱정했지만 채준이는 웃고 장난치며 서윤이를 궁금해하지 않았다.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손석한 박사에게 물었습니다
채준이의 속마음
5~6세 아이는 아직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채준이는 ‘그때 나는 브레이크를 잡고 잘 내려갔는데 서윤이는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고가 났어. 그러니까 서윤이 잘못이야’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서윤이가 브레이크를 제대로 조작하지 못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또한 자신의 잘못을 크게 생각해서 죄책감을 느낄 경우 처벌이나 비난에 대한 두려움이 동반될 수 있어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할 수 있다.

엄마의 태도
아이에게 잘못을 강요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가볍게 여기도록 둬서도 안 된다. 상대방 입장을 아이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도록 이야기해주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채준이가 자전거 타고 가다가 넘어져서 다치면 아플까? 안 아플까?”라고 질문한다. “아플 것 같다”고 대답하면, “그럼 서윤이는 아플까 안 아플까” 물어본다. 자신의 일처럼 여겨야 상대방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다음과 같이 올바르고 바람직한 태도를 일러준다. “채준이가 아플 때 친구들이 어떻게 해주면 좋겠어?” “호! 불어주면 좋겠어요” 또는 “아프지 마!라고 얘기해주면 좋겠어요” 등의 대답을 하면, “그래. 그럼 우리 채준이도 서윤이에게 그렇게 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해준다. 또 “만일 친구들이 채준이가 아픈 데도 자기 혼자 웃으면서 놀면 어떤 마음이 들 것 같아?”라고 물어본다. “속상할 것 같아요”라고 대답하면, 사고 당시 행동을 거론하면서 아이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게끔 하거나 엄마가 아이의 문제점을 지적해준다.

죄책감은 이렇게 생긴다
모든 감정은 본능적으로 갖고 태어난다. 하지만 성장하면서 어떻게 발달하느냐는 후천적 경험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죄책감은 양심과 도덕의 발달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교육 등 환경적 요인과 관련이 크다. 아이 연령에 맞게 조언하고 훈육해야 아이가 올바른 감정을 가지고 자랄 수 있다.



친구를 밀쳐서 다치게 했다! 아이의 연령별 반응과 엄마의 올바른 대처법은?


· 1~2세 
친구를 밀쳐서 친구가 다쳐도 별다른 감정을 갖지 않는다.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그렇게 되었다는 인과관계조차 잘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죄책감이 들 리 없다. 오히려 친구가 울거나 아파하는 모습에 아이도 놀라서 함께 울 수 있다.
엄마의 대처 아이를 야단칠 것이 아니라 잘못된 상황이 벌어졌음을 일러주면서 부모가 대신 사과한다. 예컨대 “민지야, 친구가 넘어져서 다쳤어”라며 아이 친구 부모에게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 2~3세 
자신의 잘못을 어렴풋이 인식하지만 대개 주변 사람들의 반응 때문이다. 역시 죄책감을 느끼기보다는 ‘자신이 무엇인가 잘못했구나’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수치심을 더 많이 느낀다.
엄마의 대처 인과관계를 알 수 있게끔 대응해 준다. 즉 “민지야, 네가 밀치니까 친구가 넘어져서 다쳤잖아”라고 말해준다. 아이가 어느 정도 인지하는 경우 사과도 하게끔 시킨다. “미안하다고 말해주고 친구 안아줄까?”라고 올바른 대처법을 가르칠 수 있다.



· 3~4세 
이 시기부터 죄책감을 느끼면서 친구의 아픔에 공감한다. 친구에게 다가가서 얼마나 다쳤는지 살펴보고, 친구를 위로해주기도 한다. 일부 아이들은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혼날까 봐 도망치기도 한다.
엄마의 대처 죄책감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즉, “너도 친구에게 미안하겠구나. 하지만 실수로 그랬으니까 다음부터 조심하자.” “네가 일부러 그랬으면 큰 잘못이야. 친구에게 많이 미안해야 해”라고 말해준다. 

· 4~5세 
죄책감을 느끼는 동시에 친구가 얼마나 다쳤는지에 대한 상황 파악, 친구가 미워서 밀었거나 혹은 실수로 밀었다는 의도성 여부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 친구가 많이 다쳤으면 크게 놀라서 부모에게 달려가 상황을 알리고, 자신이 일부러 그랬다면 가만있거나 도망을 치기도 한다. 실수로 그랬으면 친구를 일으켜 세워주면서 “미안해. 모르고 그랬어”라고 말할 것이다.
엄마의 대처 아이의 대응을 지켜본 다음 부족한 부분을 지적해준다. 즉, 사과를 시키거나, 친구에게 다가서게끔 하거나, 잘못을 인정하게끔 한다.



 죄책감은 자연스러운 감정, 강요해서는 안 된다!
죄책감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면서 꼭 필요한 감정이지만, 지나친 경우 개인의 정신건강, 특히 아이에게 있어서는 정서적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죄책감을 유발하거나 강요하는 것은 피한다. 그럴 경우 아이는 ‘나는 못난 아이야’ 또는 ‘우리 엄마는 나를 사랑하지 않아’ 등의 자기 비하적인 부정적 사고방식을 갖게 되어 매사 자신감이 떨어지고 위축된 모습을 보이기 쉽다. 


김승하(자유기고가) 일러스트 박새미 도움말 손석한(연세신경정신과의원 원장) 

2016년 8월호
  • 페이스북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