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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학교: 훈육의 기술 1] 훈육은 견고한 애착 위에서 싹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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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학교: 훈육의 기술] 핑크빛 훈육, 달콤한 육아

작고 가냘퍼서 만지면 부러질 것만 같은 아이도 걷고 뛰기 시작하면서 무법자가 된다. 아무거나 만지고 손에 잡히는 건 던지고 보는 아이를 쫓아다니면서 말리다 보면 울고 불고 떼쓰는 통에 난감해지곤 한다. 하지 말라는 행동을 반복하거나 사소한 행동으로 아이가 위험에 처하면 엄마는 자신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남들에게 민폐끼치지 않고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바른 습관을 들이고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바로잡는 훈육이 필요하다. 훈육은 거친 땅 위에 튼 새싹을 곧고 튼튼한 나무로 자라게 한다. 메마른 가지에 물을 적셔주고 나뭇잎을 갉아먹는 벌레는 잡아주는 훈육 과정은 어렵고 힘들지만, 그 과정을 견뎌내야 아이는 바르고 크게 자라 알찬 열매를 맺는다.



PART 1 훈육은 견고한 애착 위에서 싹튼다
훈육은 아이 마음에 작은 씨앗을 품어주는 것과 같다. 그 씨앗이 싹을 틔우면 사회가 정한 질서를 지키고 바른 생활습관을 가져야 한다는 걸 알게 된다. 싹을 틔우려면 흙을 잘 덮어주고 성실하게 물을 주며 아낌없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인내와 기다림이 필요하기에 훈육은 어렵다.

엄마는 훈육이 어렵다
아이는 자유를 원한다. 궁금하면 만지고 맛보고 놀아봐야 직성이 풀린다. 아이가 추구하는 자유는 때때로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그럴 때 부모는 “안 돼” “하지 마”라는 말로 아이의 자유를 억압하려 든다.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어 하는 아이와 아이를 바로잡으려는 엄마 사이에 갈등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아이는 잘 몰라서 실수하기도 하고, 잘못이라는 건 알지만 하고 싶고 갖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잘못을 저지르기도 한다. 그럴 때 엄마는 버럭 화를 내거나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기 위해 ‘훈육’이라는 카드를 꺼내 든다. <맘&앙팡> 독자 206명에게 아이를 훈육하게 되는 상황이 언제인지 물었다.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7.8%가 “하지 말라는 행동을 반복할 때”라고 답했다. “아이가 자기 고집을 부릴 때” “아이 안전에 위협을 받을 때”라는 응답이 각각 16.6%와 15.1%로 뒤를 이었다. ‘주로 어떤 훈육법을 쓰는가’ 라는 질문에는 “큰소리로 야단친다”는 응답이 39%로 가장 많았다. 부모가 훈육을 가르침이 아닌 겁주기와 처벌의 의미로 잘못 쓰고 있는 건 아닌지, 또 올바른 훈육법을 사용하고 있는지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엄마들은 한결같이 훈육이 어렵다고 말한다. 지난 8월 1~15일 여성 포털사이트 이지데이를 통해 설문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198명 중 55%가 훈육을 육아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일로 꼽았다. 어렵게 생각하는 이유로는 일관성 있는 훈육 태도를 유지하기 어렵고, 훈육 때문에 아이의 자존감이 낮아질까 봐 걱정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다. 훈육을 해도 그때뿐이고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기 때문에 지친다는 의견도 많았다.

Q 육아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무엇인가요?


Q 자주 훈육하게 되는 상황은 언제인가요?


Q 엄마 또는 아빠의 훈육이 효과적인가요?


Q 훈육이 어렵다면, 이유는 무엇인가요?


Q 주로 어떻게 훈육법하나요?





늘 훈육에 실패하는 엄마, 비정상인가요?
아이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주고, 아이가 하고 싶은 말도 다 들어주며 일관성 있게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건 안다. 하지만 감정이 휘몰아치거나 지칠 때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기 힘들다. 훈육 실패로 고민하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훈육할 때 낮은 목소리로 타이르면 아이도 낮은 목소리로 놀리듯 말해요. 어이가 없어서 순간 말을 잃었어요.” – 주은(만 3세) 엄마 김자영

“형제들끼리 다툼이 생기면 각자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싶은데 잘 안 돼요. 저도 어느 순간 옛날 어른들처럼 귀를 닫고 훈육하더라고요.” – 성현(만 4세) 엄마 오여진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할 때면 책에서 본대로 눈을 마주치고 단호한 어조로 하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목소리 조절도 잘 되고 화도 내지 않을 때는 스스로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그런데 아이가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내말을 흘려 듣는 걸까?’ 하면서 기분이 나빠져요. 어느새 큰소리로 화를 내죠. 아이가 행동을 멈추면 역시 무서워야 훈육 효과가 있나 보다 생각해요. 하지만 아이 마음을 상하게 했으니 상처뿐인 훈육이겠죠? – 현민(만 5세) 엄마 서윤희

“생후 24개월이 지나면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집이고 바깥이고 상관하지 않고 드러눕고 우는 아이. 초기에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그런 행동을 보이면 못 본 척하거나 조용한 곳에 데려가 안 된다고 말했어요. 바닥에서 구르는 행동을 고치는데 한 달 걸렸어요.” – 지훈(생후 26개월) 엄마 김혜원

“열을 셀 동안 손 들고 벌서기로 훈육을 했는데, 놀이로 생각하고 즐거워하더군요.” – 김민재(생후 27개월) 엄마 곽정희

“저는 훈육하다가 지쳐서 제가 먼저 포기해요. 어떻게 훈육하는지도 모르겠고 훈육해도 아이가 딴짓하고 듣지를 않아요.” – 찬슬(생후 32개월) 엄마 원미애

“두 돌도 안 된 아이를 생각의자에 앉혔어요. 아이가 생각의자를 괴물처럼 생각하고 무서워하더라고요. 앉지 않으려는 아이를 억지로 앉혔다가 진정되면 안아주곤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의자를 더욱 공포스러워하더라고요. 너무 어린 아이에게 생각의자는 좋은 훈육법이 아닌 것 같아요.” – 정수(만 4세) 엄마 박윤정

“말로 타이르고 혼내보기도 하고, 회초리와 생각의자까지 모두 써봤어요. 선생님인 저도 내 자식 교육은 힘드네요.” – 하윤(만 3세) 엄마 정은혜

“아이의 손가락 빠는 습관을 고치려고 모든 방법을 써도 통하지 않더라고요. 문어 그림책을 보여주면서 ‘손가락을 자꾸 빨면 문어 손처럼 울퉁불퉁 빨갛게 된대. 나현이 손이 울퉁불퉁해지면 엄마가 많이 슬플 거 같아’ 라며 슬픈 표정을 짓고 말하기를 수십 차례. 어느 날 갑자기 손을 안 빨더라고요. 인내의 훈육이 먹힌 걸까요?” - 나현(생후 28개월) 어유정

“동생을 때리거나 위험한 장난을 할 때 주로 훈육하는데요. 동생을 다치게 하려는 건 아니었지만 위험할 때가 많아서 버럭 소리를 치고 보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마다 아이가 서운해하거나 눈물을 보이면 다른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게 됩니다.” – 이건(만 3세), 이현(생후 21개월) 엄마 하승아

“훈육하는데 아이의 반응이 귀여워서 웃음이 날 때가 있어요. 훈육 실패죠.” – 준우(생후 23개월) 엄마 양서윤

“큰아이가 둘째를 혼낼 때 윽박질러요. 기다려주지 않고 큰소리부터 내는 제 행동을 보고 배운 거죠. 부끄럽고 민망해서 다시 화내게 되네요.” – 휘승(만 4세) 엄마 이아미



부모를 돌아보면 훈육의 길이 열린다
공공장소에서 울고 떼쓰는 아이를 감당하지 못해 쩔쩔매는 엄마가 있다.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통제되지 않는 아이 때문에 주목받는 게 부끄럽기도 하다. 겨우 아이를 진정시키고 집에 돌아간 엄마는 육아서를 뒤지며 훈육법 공부에 열중한다. 아이에게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야 할 것을 엄격하게 알려주며 떼쓰는 아이에게 엄하게 대하라는 육아서의 처방을 믿고 ‘엄격한 엄마’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그런데 아이는 갈수록 심하게 떼를 쓰고 엄마는 더는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만 1~2세는 애착을 형성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만 3세부터는 훈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이가 나와 남을 분리하고 무엇이든 스스로 해보고 싶어 하기 때문에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 규칙을 알려주는 첫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홍순범 교수는 올바른 육아의 핵심 요소로 애착, 훈육, 자립을 꼽으며 “떼쓰는 아이는 훈육이 필요하지만, 부모와 애착이 잘 형성되지 않은 아이에게 차가운 훈육만 하면 오히려 부모와 아이의 관계가 더 악화될 수 있다. 아이가 떼를 써도 부모와 아이가 처한 상황에 따라 대처 방법은 다를 수 있다”고 조언한다.

남들이 보면 훈육이 필요한데, 내버려두는 부모도 있다.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데 아이의 부모만 아이니까 그 정도 행동은 자연스럽다고 말해 공분을 산다. 홍 교수는 “부모의 이런 행동을 한 가지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어릴 적 상처가 있는 부모가 이런 행동을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나치게 억압적이었던 자기 부모를 떠올리며 ‘내가 부모가 되면 안 그래야지’라고 다짐하고 자신의 아이에게는 지나치게 허용적인 양육을 한다는 것이다. 양육 태도를 보면 부모의 양육 방식을 답습하는 경우가 많다. 윽박지르는 부모 밑에서 비참한 기분을 간직하고 자라면 자신이 부모가 되어서도 똑같이 윽박지른다.”

어린 시절 잘못을 하면 꿀밤을 맞거나 크게 혼난 기억은 있어도 제대로 훈육 받아본 경험이 부족한 부모의 머릿속에는 훈육을 교육이 아닌 처벌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아이를 어떻게 훈육해야할 지도 어려워한다. 최소한 자신이 부모의 양육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면 바른 훈육을 위한 변화의 실마리를 찾은 셈이다.

<좋은 부모의 용기 있는 한마디, 안 돼>의 저자 로베르 랑지는 부모가 아이에게 ‘안 돼’라고 말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아이에게 ‘안 돼’라고 말하기 어려워하면서 지나치게 너그러운 태도를 보이는 데는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은 강렬한 열망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안 돼”라고 말할 줄 알면 아이에게 큰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 부모로부터 “안 돼”라는 말을 들은 아이는 모든 것은 거저 얻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부모가 언제나 ‘그래’라고 말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한미영·김경민·윤세은 기자  사진 송상섭 도움말 정지영(광주아우름아동발달센터 원장) 참고도서 <내 아이 마음사전>(위닝북스),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코리아닷컴), <부모가 되는 시간>(문학 동네), <마음으로 훈육하라>(길벗), <만능양육>(예담) 소품협조 짐블랑 

2016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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