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매거진

용기 있는 부모가 되어라, 얍!

댓글 0 좋아요 1

처음 문턱을 넘고 미끄럼틀을 탄 아이는 두려움과 떨림을 마주하지만, 이내 두려움을 뛰어넘어 세상 밖으로 향한다. 아이는 용기 있게 세상과 마주하는데 오히려 부모가 아이 주위를 빙빙 돌면서 불안해한다. ‘국민의사’ 이시형 박사는 애착육아라는 명목 아래 아이로부터 독립하지 못한 부모에게 “지나친 애착 중심의 양육이 아이와 엄마 누구도 행복하게 하지 못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도전하고 실패하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이겨내는 힘을 기르지 못해 오히려 아이 성장을 방해하는 꼴이라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로부터 독립하여 기다려주면 힘 있는 아이로 자랄 것이다. 무엇이든 다 해주는 것이 사랑이라 착각하지 않으려면 부모도 용기가 필요하다.




이승욱 정신분석가가 알려주는 용기의 주문
“잘 안 될 수도 있어, 그래도 사랑해”

교육열 후끈하기로 유명한 서울의 지역 심리상담센터 주 고객이 10대 청소년이라는 사실을 아는가. 사실 10년도 더 된 이야기다. 기다려주지 못하는 부모의 간섭과 통제를 견디다 못한 아이들이 무기력으로 대응하다가 부모 손에 이끌려 상담을 요청하는 사례가 일상다반사다. 과연 남의 이야기일까?



통제와 간섭이 무기력한 아이로 키운다
육아가 정신적·육체적으로 힘든 일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엄마들이 과도하게 힘들어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지나치게 애쓰기 때문이다.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하고 간섭하는 부모는 결국 아이를 무기력하게 만든다. “10여 년 전부터 상담센터를 찾는 청소년들의 가장 큰 고민이 무기력입니다. 빠르면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생 때 나타나요. 호기심과 활력이 넘쳐 나는 10대 아이들이 “아 몰라” “귀찮아, 졸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겨우 10년, 15년 산 아이들이 대관절 무슨 큰일을 겪었다고 이럴까요?” 정신분석가 이승욱이 상담실에서 만난 아이에게 이유를 물었다. 아이는 “나에 대한 엄마의 끝도 없는 간섭을 포기하게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어책이 무기력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아이들이 자신을 지키는 선택이자 강력한 거부의 표현으로서 무기력을 선택하는 겁니다. 무기력은 자기 통제를 잃어버리는 데서 시작돼요.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이 무언가를 변화시킬 수 없고 어느 것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없다고 느끼면 누구나 무기력해지죠.”

아이를 관찰하기 전에 부모인 나를 직시하라
젊은 부모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주로 얘기하는 대화 주제는 영어, 학원, 아이 발달이다. 이승욱 정신분석가는 이 대화가 “어떻게 하면 아이에게 더 개입하고, 아이를 더 통제할 것인가”에 가깝다고 말한다. 부모가 느긋하게 아이를 기다려주지 못하고 통제하는 이유는 불안감 때문이다. 아이의 사회성에 불안을 느낀다면 엄마 자신이 사회성에 불안감을 느껴서인 경우가 많다. 엄마가 원하는 사회성의 이상향이 있는데 스스로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이 불안하니까 아이도 불안하게 보는 것이다. “아이에 대한 불안을 없애려면 부모가 먼저 버리는 용기를 가져야 해요. 아이를 통해 보상받으려는 욕구,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 즉 나의 행복을 타인에게서 수혈 받아 채우려는 욕구를 비워내야 합니다.”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가꾸기 위해 쓸데없는 삶을 포기하는 ‘버리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생은 틀렸어라는 한탄, 내 인생은 이미 실패했으니 아이를 어떻게 키워보 겠다고 모든 시간과 열정을 아이에게 쏟지 마세요. 무기력한 아이에게 ‘넌 꿈도 없니?’라고 나무라지 말고 엄마 자신의 꿈을 찾아야죠. 아이를 통해 자신의 꿈을 보상받으려 하면 가족 모두가 불행해집니다. 직업이 아니어도 좋아요. 아이만 관찰하지 말고 독서든 취미 활동이든 자신을 가꿀 수 있는 일을 먼저 찾아보세요.”

아이를 진심으로 신뢰해본 적 있나요?
부모와 아이의 긴밀한 정서적 유대감 속에서 아이의 성장을 지지해주는 ‘애착육아’의 핵심은 신뢰다. 아이가 울고 떼쓰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부모가 모든 것을 해주는 게 아니라, 아이의 실패를 인정하고 스스로 방법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를 믿지 못하는데, 아이의 실패를 인정하고 스스 로 방법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을까요? 아이를 기다려 주려면 부모가 힘을 가져야 해요. 힘이란 아이에 대한 신뢰죠. ‘내 아이는 잘 해낼 거야’ ‘잘할 수 있어!’라고 응원하는 것이 신뢰가 아니에요. ‘내가 아이를 기다려주어도 잘 안 될 수도 있어. 그래도 우리 사이는 달라지지 않을 거고, 나는 여전히 너를 사랑해’라고 인정하는 것이 신뢰예요.” 부모들은 대부분 아이에게 이러한 신뢰를 보여주지 못한다. 당연히 아이를 기다려주지도 못한다. “요즘 문제시되는 결정장애도 실패하지 않으려고 결정을 미루는 거예요. 미루는 것 자체가 실패의 과정입니다. 용기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아이가 용기가 없어도 된다’고 생각하세요. 용기가 없으면 어때요? 너그러운 성품을 갖췄으면 되고, 또 다른 재능이 있으면 되죠.”





이승욱 정신분석가는 뉴질랜드에서 정신분석을 전공하고, 오클랜드의 정신병전문치료센터에서 정신분석가로 일했다. 지금은 서울 서촌에서 ‘닛부타의 숲 정신분석클리닉’을 운영하며 팟캐스트 ‘이승욱의 공공상담소’에서 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춘근 아동발달전문가가 알려주는 용기의 주문
“천천히 해봐, 엄마가 기다릴게”

다칠 게 뻔한 상황, 느린 속도를 견디지 못하고 ‘안 돼’ ‘하지 마’라는 말로 아이를 막아선다. 때로는 부모 마음 편하자고 ‘아직 어리니까 엄마가 도와줘도 돼’라며 간섭한다. 한춘근 아동발달 전문가는 “아이가 다양한 경험과 실패 속에서 스스로 해결해나가는 힘을 기르려면 부모가 참고 기다려줘야 한다”고 말한다.

네 살 아이와 한춘근 소장이 장난감 블록을 쌓고 있다. 한 사람씩 번갈아가면서 블록을 쌓아 얼마나 높이까지 쌓을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게 놀이의 목표다. 차곡 차곡 쌓은 블록이 아이 키 높이 정도 되자 아이는 더 높은 곳까지 블록을 쌓기위해 애쓴다. 이때 한 소장은 의자를 준비해준다. 아이가 높이 쌓인 블록 위에 또 다른 블록을 올려놓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 과정을 가만히 지켜보던 엄마가 결국 참견을 하고 만다. “선생님, 아이가 의자 위로 올라가지 못하게 해주세요. 의자 위에 올라갔다가 떨어지면 다칠 수도 있잖아요.”



아이의 호기심을 인정해주세요
아이의 성장 발달이 느린 것을 걱정하거나 아이가 문제행동을 한다며 상담을 요청하는 부모에게 한 소장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아이는 괜찮아요. 조급해하지말고 조금 더 지켜봐주세요”다. “부모님이 왜 불안해하고 아이를 지켜보지 못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아이는 세상 모든 일이 궁금하고 해보고 싶거든요. 왕성한 호기심을 가지고 직접 경험해보고 여러 번 반복하고 나서야 알게 되죠. 반면 부모는 어릴 때 이미 경험해봤어요. 그런 행동을 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다 알기 때문에 결과를 예측하고 아이의 행동을 제지하는 겁니다.” 아이가 침대 위로 기어 올라가는 현장을 목격한 부모는 “떨어지니까 올라가지마”라고 말한다. 스스로 내려올 능력이 없는 아이가 높은 침대에 올라가면 떨어져 다칠 수 있다는 것을 예측한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침대에서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떨어져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떨어지는 지 모르고, 떨어지면 아프다는 부모의 말도 이해하지 못한다.

침대에 올라가고 싶은 마음은 앞서고, 왜 해서는 안 되는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모가 해보고 싶은 것을 무조건 막는다고 여긴다. 아이와 부모 사이에 충돌이 일어난다. “아이는 호기심이 왕성한데 부모는 항상 제지하거든요. 표현력이 발달하지 못한 아이로서는 울고 불고 떼쓰는 방법밖에 없죠. 미운 네 살 때 나타나는 행동이에요. 일곱 살쯤이면 말귀를 알아듣는 아이가 하지 말라는 행동을 반복한다며 훈육을 하죠. “지오야, 기윤이네 놀러 갈까?”라고 물었을 때 “싫어, 안 가”라고 즉답하던 아이가 “그럼 가지 말자”는 부모를 붙잡고 “기윤이네 가고 싶어요”라고 매달리면 그 순간 부모는 아이가 놀리거나 장난친다고 여기거든요. 하지만 아이는 전후 관계를 연결해서 생각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결과를 완벽하게 예측하지 못해서 그러는 거예요. 몸은 행동해놓고 생각이 뒤늦게 따르는 거죠.”

만지고 뒹굴게 해주세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뽀로로와 친구들은 매일 눈싸움을 하고, 얼음을 지치며 눈밭을 뒹굴고 논다. 산에서 굴러 내려와 눈만 끔뻑거리는 모습을 허다하게 본 아이들은 눈을 보면 자신도 뒹굴고 싶어진다. 하지만 실제로 눈밭을 뒹굴고 얼음을 깨고 노는 경험은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겨울에 길을 가다가 눈이 수북이 쌓인 걸 발견했다고 가정해봅시다. 눈밭을 뒹굴고 얼음을 깨보고 싶어하는 아이를 허용하고 기다려주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요? 부모는 이미 좋지못한 결과를 예측하기 때문에 직접 해볼 기회를 주지 않는 건 물론이고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지 않아요. 인내심 없는 부모가 아이가 경험할 기회를 빼앗는 거죠.” 그림책이나 TV 등 미디어를 통해 경험한 것과 현실 사이에서 아이들은 혼란이 생긴다. 부모 기준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아이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제한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인내심이 없어서 장애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한창 언어능력이 발달하는 만 2~6세 아이는 누구나 말을 더듬어요. ‘정상적 말더듬이’라고 표현하는데, 아이가 말을 더듬어도 부모가 듣고 지나쳐주면 자연스럽게 말을 더듬는 횟수가 줄면서 점차 완벽하게 말하죠. 아이가 말을 더듬는 것을 발견하고 불안해진 엄마가 ‘말 더듬지 마’ ‘천천히 말해봐’ ‘엄마 따라서 해봐’ ‘생각하고 말해’라고 지적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요? 아이는 말을 더듬으면 안 된다고 강박을 느껴 진짜 말을 더듬을 수 있어요. 인내심이 부족한 부모가 오히려 아이를 힘들게 하는 경우죠.”

기준이 있으면 기다리는 게 어렵지 않아요
부모는 아이 혼자 하게 내버려 두면 사랑을 못 받는 아이처럼 여겨질까 봐 두렵고, 너무 챙겨주면 아이 스스로 하지 못할까봐 걱정이다. 모든 걸 다 해주는 부모와 아이 스스로 하게 내버려 두는 부모 사이에서 갈등하는 건 부모 자신이 기준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소장은 “아이는 뭐든 해줘도 안 되고, 그냥 둬도 안 돼요. 어느 선에서 개입할지 명확한 기준을 세우면 조급증을 떨쳐내고 인내할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우선 아이가 호기심을 갖고 하려는 행동이 위험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되도록 아이 생각을 들어보고 아이가 경험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때 허용 기준을 명확히 정하는 게 중요하다. 어떤 상황이 위험한 상황인지를 정한다. 도로로 뛰쳐나가는 것, 높은 곳에 매달리는 것, 칼을 잡는 것,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신체를 학대하는 것 등은 위험하다. 그다음에는 부모와 함께 있을 때 허용되는 것과 혼자 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세분화한다.

“아이들은 대부분 칼을 잡고 싶어하거든요. 칼을 잡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지만 엄마와 함께 있을 때 오이나 토마토를 썰어보는 거예요. 엄마는 엄마 칼로, 아이는 아이 칼로요. 다섯 살이면 엄마 칼을 잡고 싶어해요. 아이는 자기 칼로 채소를 썰어보면서 칼이 위험하다는 걸 학습했지만 엄마 칼이 크고 좋아 보이니까 호기심이 생기거든요. 그럴 때는 엄마 칼로 몇 번 잘라보게 하는 거예요. 대신 엄마 없이 혼자서는 절대로 엄마 칼을 잡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으면 돼요. 극구 막으면 오히려 몰래 해보다 사고를 내죠.” 엄마와 함께 있을 때 아이 호기심을 해소해주면 엄마 몰래 위험한 행동을 함으로써 발생하는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언젠가 엄마 칼로 요리하고 싶어지면 엄마에게 말하고 함께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호기심을 해소할 방법이나 대안을 제시해줌으로써 아이 호기심이나 욕구를 지연시키는 것이다. “컵에 물을 따르라고 하면 아이들은 끝까지 채우려고 해요. 조심스럽게 들고 간다고 해도 물을 흘리거나 쏟고 말죠. 그럴 때는 물을 가득 따르지 말라고 막지 말고 컵에 금을 그어주고 거기까지 따르는 놀이를 하는 거예요. 물을 가득 따라서 흘리거나 쏟는 것도 막고, 부모가 소리 지를 일도 사라지죠.”

부모는 아이 성장을 돕는 조력자다. 아이 능력에 맞게 단계별로 경험해서 습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된다. 바지를 혼자 입지 못하는 아이에게 “혼자 입어봐” 라고 말하는 것은 방임이다. 혼자 입을 수 있는 아이에게 굳이 옷을 입혀주는 건 스스로 할 기회를 빼앗는 과잉 육아다. “처음에는 바지를 골반까지 입히고 골반부터 아이 스스로 올리게 도와주고, 익숙해지면 무릎부터 아이 혼자 올리도록 반만 도와줍니다. 그다음에는 발목까지만 끼워주죠. 이 모든 동작이 익숙해지면 혼자 입어볼 기회를 주는 거예요.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단계별로 세분화해서 기회를 주면 금방 익숙해져요. 부모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조급하게 아이를 막거나 다그치는 경우가 많아요. 아침에 등원하는 아이에게 빨리 밥 먹으라는 말을 7번까지 하는 사례를 봤어요. 다급한 부모는 아이도 다급하게 만듭니다. 때로는 부모의 목적만 좇지 말고, 아이가 되어 생각해봐야 합니다.”


 ✪ 아이 스스로 침착해지게 도와주세요  

길을 함께 걸어가도 부모와 아이는 추구하는 목적이 다르다. 부모는 정확한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하는 게 목표지만, 아이는 길을 걸으며 노는 게 목표일 수 있다. 아무리 급하더라도 왜 안 되는지 아이에게 보여주고 상황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집에 가서 봐”라는 말은 의미가 없다. 부모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아이를 이끌었다면 다음에는 아이의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준다. 결혼식장 앞에서 풍선을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에게 “밥 먹고 이따가 하자”고 약속했다면, 밥을 먹은 뒤에 풍선을 사준다. 아이는 참고 기다린 뒤에 원하는 것을 얻는 경험을 통해 참을성을 기를 수 있고, 부모는 아이와의 약속을 지키는 부모가 된다.


 ✪ 기다림과 늦음의 경계에 대하여 

아이의 성장 발달은 느긋하게 지켜보는 게 우선이지만, 종종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한 소장은 습관이 형성되면 교정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므로 시기별로 적절히 발달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적당히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역별로 6개월 이상 변화가 나타나지 않으면 부모가 개입해야 할 타이밍이다.

언어
생후 18~36개월은 언어가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시기다. 이 시기에 언어 표현력에 분명한 변화가 나타나야 한다.

사회성
생후 36~48개월. 부모, 할머니 할아버지 등 가족과 친척이 만나는 사람의 전부던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거나 또래 친구를 만나면서 발달한다. 자기중심적이던 아이가 친구를 도와주거나 먹을 것을 건네는 행동은 개인적인 사고에서 통합적 사고로 발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운동성
생후 12~36개월에 걷기 상황을 보고 판단한다. 잡고 걷기, 걷기, 균형 잡고 걷기, 계단 오르기 등 걷는 능력이 단계별로 적절하게 발달하고 있는가를 살핀다. 생후 18 ~24개월 아이가 혼자 걷지 못한다면 반드시 병원에 가본다. 걷기는 다른 영역의 발달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정서
생후 24개월 이전 아이에게 애착 형성과 분리불안 등이 나타났다면, 생후 24~36개월에는 자아가 형성되면서 자아중심적인 사고와 자기주도적 성향을 보인다. 지나치게 소극적이거나 적극적이던 아이도 변화하는지를 지켜본다.



한춘근 소장은 한국아동발달센터 대표이자 목동아동발달센터 소장으로, 10여 년간 아이들의 발달 검사와 마음치료, 언어치료, 특수교육, 부모 상담 등을 맡고 있다.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EBS <육아를 부탁해> 등에 출연했으며, <맘&앙팡>의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김향희 생태교육 전문가가 알려주는 용기의 주문
“똑똑똑, 숲에 들어왔어요”

아이에게는 잠자리를 쫓는 것도 놀이가 된다. 놀이를 방해하는 건 다름 아닌 엄마의 지나친 걱정이다. 김향희 생태교육 전문가는 “모르기 때문에 걱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우리 동네에 어떤 나무가 자라고, 어떤 곤충이 사는지를 아는 만큼 아이는 자연과 친구가 되고, 자연을 똑 닮은 어른으로 자랄 수 있다.

“진달래가 한창 피던 때였어요. 길을 걷다 아이에게 진달래꽃에 있는 꿀을 한번 먹어보라고 했어요. 이게 설탕보다 더 달거든요. 그때 한 할머니와 손자가 오더라고요. 그 아이에게 ‘너도 먹어봐’라고 했더니 할머니가 깜짝 놀라면서 더럽다고, 먹으면 안 된다는 거예요.” 할머니의 반응을 마냥 야박하다고 할 수는 없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언제부턴가 잔디밭에 앉는 게 꺼려지고, 꽃을 입에 무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다. 길가에 피어있으니 깨끗하지 않을 거라고, 잘못하면 다칠 수 있으니 위험하다고, 우리는 우리 멋대로 자연을 밀어내고 있다. 성북생태체험관 코디네이터 김향희 생태교육 전문가는 “우리가 지나친 위생 노이로제에 걸려 있다”고 말한다. “집 안에서도 세제로 씻고 닦고 살균까지 해야 안심하잖아요. 아이를 중환자실에서 키우는 것 같아요. 멀쩡한 사람도 중환자실에 오래 있으면 아픈데 말이죠.” 성북생태체험관에는 아이뿐 아니라 어른을 위한 생태교육 프로그램도 있다. 가드닝 수업에 참여한 엄마들은 식물을 접하면서 예전엔 보지 못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자연은 멀리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동네에도 산이 있고 나무가 있고 꽃이 있더라며 놀라워한다. 길가에 핀 꽃이 우리와 함께 사는 존재라는 것을 알면 더 이상 꽃이 더럽지 않다. “가드닝 수업을 받은 엄마는 흙이 더럽다고 하지 않아요. 자기가 늘 만지니까요. 적어도 흙 만지는 아이 손을 탁 치는 엄마는 되지 않을 거예요.”



자연이 아이에게 주는 것
엄마라면 당연히 아이를 걱정하기 마련이다. 아이가 있는 곳이 깨끗하고 안전한 지 확신하지 못하면 더더욱 그렇다. “사람도 동물이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답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사람도 자연의 일부분인데, 그걸 몰라요. 그 거리부터 좁혀야 해요.” 알고 보면 자연과 사람은 꽤 가까운 관계다. 우리가 한 번 숨 쉴 때마다 마시는 공기 중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산소의 양은 21%. 그 21%의 산소가 숲에서 나온다. 사람이 내뱉는 이산화탄소는 이름 모를 식물이 광합성을 할 때 유용하게 쓰인다. 이보다 더 밀접한 기브앤테이크가 또 있을까. 아이가 자연과 친밀해질 수 있도록 키워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숲은 아이에게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줘요. 숲에 가면 오르막길이 있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나뭇가지에 치이기도 하죠. 이런 과정을 겪다 보면 아이는 어떤 문제든 자신의 힘으로 극복하려 합니다. 안전한 장소에 아이를 데려다 놓고, 여기가 아니면 안 된다는 식으로 키우다 보면 아이는 생각하는 힘을 잃고, 의존적으로 변하죠.” 실제 생태 체험을 오래 한 아이들은 의외의 질문을 잘 던지고,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하며 표현하는 법을 안다. 특히 주변을 천천히 보는 여유를 갖게 된다. “학교나 학원에서는 선생님이 정해둔 범위내에서만 가르치잖아요. 생태는 그렇지 않아요. 숲에 가면 불현듯 나타나는 친구가 있어요. 아이들이 이건 뭐냐고 묻는 순간 그날의 수업 주제는 아이 관심사로 바뀌어야 해요. 그러다 보면 아이 생각의 범위도 넓어지죠.” 처음 숲에 온 아이들은 흥분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니지만, 하루 이틀 숲을 경험하다 보면 행동이 점점 느려진다. “주변을 보기 시작하는 거예요. 오늘은 숲에서 뭘 발견할 수 있을지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고요.”


 ✪ 아이와 함께 하면 좋을, 간단 생태 놀이법

도토리
땅에 떨어진 지 오래되지 않은 도토리를 줍는다. 이쑤시개 한쪽을 다듬어 날카로운 부분을 도토리에 꽂으면 도토리팽이가 된다. 팽이처럼 빙글빙글 돌리며 논다. 


솔방울
땅에 원을 여러 개 겹쳐 그린다. 원 크기에 따라 5점, 10점 등으로 점수를 나눈 후 전통 놀이 투호처럼 솔방울을 던져서 들어간 원의 점수를 더한다. 


나뭇가지
나뭇가지 두 개를 주워 양손에 나눠 쥐고, 그 위에 도토리를 올린다. 땅에 떨어뜨리지 않고 누가 더 멀리 운반하는지 시합해본다.


놀이가 아니라 배려가 필요하다
엄마는 다시 고민한다. 아이가 숲과 친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향희 전문가는 생태 체험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고 말한다.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과 달라요. 일단 사전지식이 필요해요. 아무거나 만지면 안 됩니다. 곤충은 대부분 상대가 공격 의사를 보이지 않으면 위험하지 않아요. 벌이 다가온다고 팔로 휘휘 저으면 공격의 신호가 될 수 있어요. 저는 아이들이랑 생태 체험을 시작하기 전에 ‘똑, 똑, 똑, 숲에 들어왔어요’라고 말하며 발을 구르게 해요. 숲에 있는 친구들에게 내가 왔음을 알리는 거죠. 그럼 대부분 알아서 피해요. 숲에서 나를 지키는 하나의 방법이에요.” 동시에 숲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다. 숲이 곤충이 사는 집이라는 걸 인정하고, 그들의 집을 함부로 침범하지 않겠다는 배려의 표시다.

“누가 우리 집에 와서 허락 없이 냉장고 문 열어젖히면 기분 나쁘잖아요. 숲도 마찬가지예요. 배려와 예의가 필요해요. 그래야 어울려 살 수 있죠.” 김향희 전문가에게 생태 체험은 곤충이 되고 식물이 되어보는 거다. 겨울잠에 들기 전 잣을 땅속에 숨기는 청설모처럼 잣을 숨겼다 다시 찾아보고, 잠자리 날개를 잡겠다면 아이 팔을 뒤로 젖히게 해 잠자리가 어떤 느낌인지 체험하게 한 후 잠자리가 다치지 않도록 잡는 방법을 알려준다. “아이가 짓궂은 장난을 해도 일단 놔둬요. 그것도 체험이니까요. 친구도 싸우고 부딪히며 서로를 알아가잖아요. 처음부터 ‘잠자리는 날개 잡으면 안 돼, 꽃을 꺾는 건 나빠’라고 막아버리면 아이는 자연과 교감할 수 없어요.” 


엄마와 함께해야 한다
김향희 전문가는 생태 체험에서 중요한 존재가 엄마라고 말한다. 아이는 엄마와 함께 잠자리를 잡으며 뛰놀던 시간을 잊지 않는다. 그만큼 잠자리도 소중하게 기억한다. 잠자리가 사라지면 내 추억의 일부분이 사라진다는 것. 그러니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잠자리를, 나아가 자연을 소중하게 여기고 지키려는 어른이 된다. 자연이 나와 함께 사는 존재임을 깨닫는 거다. 엄마가 자연에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실제 김향희 전문가의 막내딸이 중학생이 된 지금도 아빠와 도토리팽이를 돌리고, 어린 시절 엄마와 산을 다니던 때가 좋았다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것 또한 부모가 늘 함께했기 때문이다.

공유의 힘은 아이와 부모의 관계도 친밀하게 만든다. “단풍나무 씨앗에 왜 날개가 달렸는지 아세요? 엄마 나무 밑에서는 아이 나무가 못 크거든요. 우리 삶이 알고 보면 자연과 닮았어요. 그래서 생태 체험을 하다 보면 지혜를 얻을 수 있죠.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보여주거든요. 단풍나무를 보며 아이를 품안에서만 키우면 아이가 절대 성장할 수 없다는 걸 깨닫는 것 처럼요.” 단풍나무 엄마는 아이에게 기꺼이 날개를 만들어주었다. 멀리 날아가 새로운 환경을 경험하고, 그만큼 튼튼한 나무가 되라는 바람이다. 자연은 놀이터 그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엄마와 아이가 쑥쑥 자라게 하는 든든한 친구다. “용기는 모르는 걸 인정하고 배우는 거라 생각해요. 숲으로 한 발만 내디뎌보세요. 다른 세계가 펼쳐질 겁니다. 아이와 함께 두려움을 극복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 생태 체험, 어디에서 하면 좋을까?

멀리 갈 필요 없다
아파트 뒷산도 좋고, 동네 숲에만 가도 있을 건 다 있다. 서울이라면 잠자리가 많은 서울숲이나 양재 시민의 숲, 월드컵 공원 등 풀과 나무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좋다. 단풍이나 더 많은 식물을 보고 싶다면 포천에 있는 국립수목원을 추천한다.

체험 프로그램을 신청한다
혼자 시작하기 어렵다면 전문가와 함께하는 생태 체험 프로그램이 도움이 된다. 성북생태체험관(cafe.naver.com/sbgreensharing)에선 부모와 아이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서울의 산과 공원(parks.seoul.go.kr) 홈페이지에 가면 서울 곳곳에서 운영하는 생태 체험 프로그램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김향희 생태교육 전문가는 집 앞에 핀 이름 모를 분홍색 꽃이 궁금해 생태 공부를 시작했고 이것이 세 딸과 함께한 자연 학교로 이어졌다. 현재 성북생태체험관 코디네이터로 일하며 다양한 생태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수업을 진행한다. <재미 있는 숲 이야기> <신나는 도시숲 이야기>의 저자로, 요즘은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생태 동화를 쓰고 있다.




김영숙 ‘크래프트빌리지’ 대표가 알려주는 용기의 주문
“혼자서도 잘 해요”



‘사교육 없이 남매를 아이비리그에 입학시킨 엄마’라는 수식어가 낯설다. 어떻게 하면 아이가 학교를 더 늦게 갈 수 있을지, 행복한 유년기를 더 오래 지속할 수 있을지를 고심한 엄마였기 때문이다. ‘혼자 노는 시간도 있는 그대로 지켜봐주자’ ‘아이에게 기다림을 선물하자’는 김영숙 크래프트빌리지 대표의 육아 원칙은 지금도 변함없다.

더 놀기 위해 초등 입학을 1년 늦추다
김영숙 크래프트빌리지 대표는 남편의 공부를 위해 큰딸 솔이가 다섯 살, 작은 아들 현이가 돌이 지났을 무렵 미국 서부 콜로라도로 유학을 갔다. 아이들은 인근 샤이닝 마운틴 발도르프 학교에 다녔고, 둘째 현이는 일부러 초등학교를 1년 늦게 입학시켰다. 유년기를 더 즐겁게 보내게 하고 싶어서였다. “지금도 같은 학년 친구들보다 겨우 한 살 많은데 사람들로부터 ‘무슨 일이 있었느냐’ ‘왜 1년씩이나 차이가 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고 해요. 그러면 현이는 웃으면서 ‘우리 엄마는 내가 천천히 배워나가기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대답해요.”

이후에도 아이들은 스스로 원해서 한 학기씩 홈스쿨링을 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 행복한 추억을 떠올려보세요. 인생의 긴 여정에서 행복한 유년기가 너무 짧다고 생각되지 않나요? 찰나와 같은 유년기를 아이들이 읽기, 쓰기, 수학 을 공부하는데 쓰고 싶지 않았어요. 유년 시절을 행복하게, 충분히 음미한 아이는 ‘세상은 참 좋구나’ ‘안전하구나’ 하는 신뢰를 갖게 되고 주변을 탐구할 의욕도 생길 거예요. 유년기는 훗날 어렵고 힘든 세상의 아픔에 꺾이지 않고 진정 자기가 원하는 일들을 해나갈 수 있는 힘을 키우는 아주 중요한 시기니까요.”

혼자 놀아본 아이와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본 엄마
김 대표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혼자서 자유롭게 노는 시간이 많았다. 아이가 혼자 놀면 엄마는 관여하지 않고 엄마가 하고 싶은 일을 했다. “혼자 놀면 사회성을 기르지 못한다는 걱정하는 부모가 많은데, 스스로 잘 노는 아이가 주변 친구와도 잘 놀아요. 사회성은 또래 친구들과 모여 있다고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집과 같은 편안하고 따뜻한 환경에서 신뢰할 수 있는 부모, 형제와 건강하게 관계를 맺음으로써 연습하면서 발달한다고 생각해요. 혼자서 잘 노는 아이는 재미있게 노는 방법을 잘 알기 때문에 어디서나 인기 있는 아이로 주목받습니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자유놀이(Unstructured free play)를 충분히 하면서 선택, 몰입, 집중력, 문제해결력을 배운 것 같아요.” 엄마에게도 혼자만의 시간은 중요하다. 육아는 엄마의 체력은 물론 인격에도 도전을 받을 만큼 힘든 과정인데, 엄마가 지치지 않아야 아이들에게 불필요한 짜증이나 화를 내지 않게 된다. 아이들은 예민하고 직관력이 뛰어나 엄마가 가진 내적인 이미지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엄마는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자신을 소중하게 가꿀 필요가 있다. “아이들이 낮잠 잘 때 집안일만 하지 말고 짧게라도 ‘오롯이 나를 소중하게 가꾸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간단한 집안일은 아이들이 깨어 있을 때 함께 하고요.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가꾸어나가는 엄마의 모습을 아이들은 좋아합니다.”

21살까지 기다림을 멈추지 말자
작은 씨앗을 심으면 싹을 틔울 때까지 기다림이 약이다. 싹을 틔우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씨앗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씨앗이 썩지 않는지 지켜보는 것뿐이다. 싹을 틔우고 나서 줄기를 키울 때, 잎이 자랄 때도 스스로 자라는 것을 느긋하게 기다려주어야 한다. 아이도 마찬가지다. 아이마다 자연스러운 발달과정이 있는데, 부모의 희망사항과 다르다고 해서 그 과정을 건너뛸 수는 없다. 그저 부모가 아이를 믿고 느긋하게 기다려주는 것만이 불협화음을 해결하는 길이다. “아이 기질은 7년 주기로 바뀌고 고유한 개성과 잠재력이 온전히 드러나기 위해서는 만 스물한 살(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려주어야 한다고 믿었어요. 멀리 바라보고 느긋하게 기다리면 아이들을 주의 깊게 관찰할 수 있었죠. 아이를 지켜보고 기다려 주세요. 아이는 혼자서도 잘할 수 있어요.”


 ✪ 용기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부모를 위하여

1 ‘헬리콥터맘’이 되지 말자
처음 걸음마를 배울 때 아이는 수백 번 엉덩방아를 찧으면서도 혼자 서고 걸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누구나 자기 스스로 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부모는 아이가 위험하지 않은 환경에서 실수하면서 자기 스스로 터득하게끔 기회를 주는 존재다. 요즈음 미국에서는 헬리콥터처럼 항상 아이 주변을 맴도는 ‘헬리콥터 엄마’에서부터 아이들 앞에 있는 장애물을 다 정리해주는 ‘잔디깎기 엄마’ 때문에 아이들이 대학에 가서도 제 앞가림을 못하는 폐해를 지적하고 있다. 엄마들이 아이들 주변을 맴돌며 앞에 놓인 장애물을 미리 다 없애주면 아이들이 어려운 상황에 닥쳤을 때 필요한 위기대처능력, 문제해결력을 키우는 기회도 함께 사라진다. 아이들은 스스로 부딪쳐보기를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부모는 아이들이 먼저 스스로 자율적으로 해보게끔 기다려주어야 한다.

2 옛이야기로 마음의 힘을 키워주자
아이에게 믿음이 있으면 섣불리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주입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신뢰가 없으니까 불안하고 또 남의 아이와 비교하다 보면 남보다 뒤처질까 봐 두려워 자꾸 강요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옛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자. 아이들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상상력을 키워나간다. 상상력은 길들여지는 상황, 누구나가 가는 길을 강요받으며 자유의지가 억제당할 때, 자기 존재의 의미가 부정당하는 것에 대한 거부이기도 하다.

3 아빠 엄마도 실수와 실패를 즐겨라
아이들은 들은 대로 자라지 않고 본 대로 자란다. 부모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히 모험이나 도전하기를 즐기는 삶을 열어나간다면,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용기 있는 삶을 배워나갈 것이다. 부족함과 결핍은 희망의 다른 이름이라고도 한다. 부족함과 비움이 있어야 아이들이 채워나갈 수 있다. 너무 많은 장난감보다 스스로 또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자유로운 놀이를 통해 건강하게 키우자.




김영숙 대표
는 공동체적인 삶, 행복한 교육에 관심이 많아 초보엄마 시절부터 작은 마을 도서관을 만들어 운영했다. 생활교육 전문가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발도르프 교육, 심리 치유로서의 인형극 등을 배웠다. 엄마의 교육관에 따라 ‘천천히 자란’ 남매는 컬럼비아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과 코넬대학교 호텔경영학과에 입학했다. 현재 한국에서 크래프트 빌리지(CRAFT VILLAGE)를 운영하며 ‘엄마들의 꿈 찾기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최근 <천천히 키워야 크게 자란다>(북하우스)를 펴냈다.



최재정 놀이치료 전문가가 알려주는 용기의 주문
“털털한 듯 여유있게”

엄마는 오랜 시간 공부하고 수많은 아이를 만나온 전문가가 아니다. 엄마라는 역할에도 익숙지 않기에 아이의 모든 것이 걱정스럽다.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가 다치지 않길 바라고, 부족하거나 서툰 부분은 대신해주고 싶다. 엄마니까. 해수소중한아이클리닉의 최재정 놀이치료사는 “아이보다 엄마가 용기를 내야한다”고 말한다. 용기를 내는 만큼 아이는 성장한다.

물이 가득 든 유리컵을 손에 든 아이. 걸음을 뗄 때마다 금방이라도 물이 넘칠 기세다. 엄마는 아이가 물을 쏟을까, 혹시라도 넘어져 다칠까 불안하다. 이럴 땐 어떻게든 유리컵을 내려놓게 해야 할까, 아니면 아이가 원하는 대로 놔둬야 할까? 사실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아이가 물을 쏟든 아니든 이 상황을 해피엔딩으로 이끌 열쇠는 엄마의 용기다. “아이가 어릴수록 안전을 염려해 필요 이상 통제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 정도면 괜찮다 싶은데도 주변에 방해될 만한 건 미리 치우고, 뭐든 만지면 ‘안 돼’ ‘하지마’라며 아이 행동을 막죠. 요즘은 ‘털털하게’ 키우는 엄마가 별로 없어요. 엄마의 불안감이 가장 큰 이유죠.” 조금만 걱정돼도 인터넷 정보를 뒤지고, 그 안에는 수많은 엄마의 경험담과 조언이 넘쳐난다. 커뮤니티도 다양해서 또래와 비교할 일도 잦다. 엄마의 기대치는 높아지고, 아이도 대부분 하나 둘만 낳다 보니 옆집 아이보다 훌륭하게, 안전하게 키우고 싶은 마음이 엄마의 불안감을 부추긴다. 불안한 만큼 용기를 내지 못한다.



엄마만큼 아이도 불안하다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가 있다. 아이는 늘 시작이 어렵다. 새로운 일을 할 때마다 “선생님, 전 못해요”라며 겁내고, 엄마에게 대신해달라고 말한다. 엄마가 허락해야 친구와 놀고, 무슨 일이든 자신감이 없다. “상담해보면 이런 사례가 많아요. 이런 아이들은 대부분 엄마의 불안감이 매우커요. 아이가 다칠 것 같고, 위험해 보이고, 상처 받을까 두려워해요. 아이가 상처를 받으면 아이 상처가 아니라 엄마 상처가 되는 거예요. 아이가 못하면 엄마가 못하는 거고, 심지어 엄마가 잘못 키워서 아이가 못한다는 죄책감까지 느끼죠. 물론 부모와 자녀는 뗄 수 없는 관계예요. 하지만 동일시하는 건 문제입니다. 엄마가 불안하면 아이도 불안해하거든요.”

사람은 불안하면 더 보호하려 하고, 본능적인 공격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엄마도 마찬가지다. 불안하기 때문에 아이를 더 지키려 하고, 아이가 자신을 따르지않으면 화를 낸다. “그래서 아이 행동을 통제해요. 네가 그 행동을 하면 다쳐서 피가 나고 아플 거라고 얘기합니다. 아이는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못하고 간접적으로 상황을 이해해야 해요. 결국 비슷한 상황이 오면 아이는 용기를 내지 못하겠죠.” 아이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지 못하고 자율성도 떨어진다. “안전한 보호막일 순 있어요. 하지만 자신의 욕구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그저 엄마만 따라다니는 아이가 되는 거예요.”

엄마의 공감이 중요하다
낯선 상황에서 용기를 내는 힘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그리고 자신감은 아는 만큼 나온다. 유독 아이 앞에만 서면 불안한 엄마도 마찬가지다. 아이를 알아야 엄마도 용감해진다. “아이가 어떤 기질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해요. 아이를 알아야 아이 행동도 이해하고 느긋하게 바라볼 수 있거든요. 상담하러 오는 엄마와 아이를 보면, 아이는 정상인데 엄마가 아이를 보는 시선이 문제인 경우가 많아요. 엄마가 변해야 아이도 달라집니다.” 엄마는 아이가 그 나이에 응당 보여야 할 태도와 발달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기질상 느린 아이가 있고, 빠른 아이도 있다. 그 차이를 받아들이지 못할 때, 엄마는 아이를 통제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려고 한다. 아이 시선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음에도 말이다.

“누가 봐도 위험한 상황에선 엄마의 통제가 필요해요. 이때 엄마가 아이의 마음을 읽을 줄 알아야 해요. 엄마도 속상하면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싶지, 타박을 받고 싶진 않잖아요. 아이가 물을 엎질렀을 때 ‘너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보다는 ‘너도 놀랐겠다’는 공감이 필요해요. 그 순간 겁부터 나지, 물 엎지른 게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는 없거든요.” 공감이 중요한 이유는 아이에게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이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행동하는 기회를 주지 않고, 엄마의 기준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고 아이를 움직이려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상담소 대기실을 보면 아이를 편안하게 하는 엄마가 있고, 하나부터 열까지 통제하는 엄마가 있어요.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이거 읽고 있어라’ ‘화장실 다녀오면 손 씻어라’라며 아이를 쉴 새 없이 다그쳐요. 아이도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흘려듣죠. 그럼 엄마는 자신의 권위로 더 통제하려 들고, 대개 엄마가 이겨요. 이 아이가 과연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까, 그건 지켜봐야 할 문제입니다.”


 ✪ 엄마의 불안감을 줄이는 연습법

놀이터를 지정하라
집 안에 일정한 놀이 구역을 정한다. 아이에게 위험이 될 수 있는 물건은 치우는 등 최대한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어 이곳에서 놀 때만큼은 아이에게 불필요한 통제를 하지 않는다. 카펫 위도 좋다. 하나의 공간으로 구분될 수 있는 곳을 지정해 아이의 어떤 행동에도 불안해하지 않는 연습을 해본다.

역할 놀이를 한다
실제 상담할 때도 쓰는 방법이다. 불안감을 줄이려면 아이 마음을 알아야 하는데, 이럴 땐 엄마가 아이가 되어보는 롤플레이가 도움이 된다. 남편이나 친구와 함께 아이 역할과 엄마 역할을 번갈아 하다 보면 아이의 속마음이 보인다.


아이 곁에서 달리는 엄마
아이 마음을 읽어주고, 아이 기질에 맞춰 욕심내지 않으려 해도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용기가 없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용기다. “상담소는 문제가 있어야만 오는 곳이 아니에요. 내 아이가 어떤 기질인지 궁금하거나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지, 잘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싶을 때 찾는 곳이기도 해요. 아이 문제가 아니라 엄마 문제일 수도 있거든요.”엄마에게도 위로와 공감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아이가 조금 늦더라도 엄마 탓이 아님을 기억하고, 습관처럼 화를 내거나 통제하는 행동을 조금씩 줄여야 한다. 엄마 감정을 표현하는 법부터 연습해보자. 유리컵을 굳이 자신이 들고 가겠다는 아이에게 “너는 하고 싶겠지만, 엄마는 널 보면서 걱정이 된단다” “엄마는 화내고 싶지 않은데 소리를 질러야 엄마 말을 듣는 것 같아서 속상해”라며 자신의 감정을 아이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도 엄마를 이해할 수 있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화만 내다 보면 아이 역시 엄마처럼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어른이 될지 모른다. 과보호든 아니든 엄마 마음은 아이에게 그대로 옮겨간다. 불안보다는 여유를 가져야 하는 이유다. “엄마가 아이 앞에서 달리는 게 아니라 아이 옆에서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뭐든 보이죠. 앞에서 달리면 뒤에서 오는 아이가 답답할 수밖에 없어요. 용기를 갖고 아이에게 기회를 주세요. 칭찬과 격려도 아끼지 말고요. 그렇지 않으면 아이는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기가 어려워요. 작은 결정을 잘해야 큰 결정도 잘합니다.”


 ✪ 엄마에게 용기를 주는 책






<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창비)
육아에 지친 엄마에게 위로가 되는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의 조언이 담겼다. 짧은 글로 구성되어 있어 매일 한 편씩 읽으며 그때마다 조급함을 내려놓을 수 있다. 무엇보다 따뜻한 조언 덕분에 나도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다고, 용기를 주는 책이다. 또 다른 저서 <서천석의 마음 읽는 시간>(김영사)도 추천한다.








<엄마도 놀이 전문가>(마음상자)
이영애 아동 상담 전문가가 그간 수많은 엄마와 아이를 만나며 터득한 놀이 노하우를 소개한다. ‘아이를 변화시킨 엄마와의 놀이’를 콘셉트로, 불안해하지 않고 아이와 함께 놀이를 즐길 수 있는 스킬이 가득하다.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고민인 엄마에게 도움이 된다.








<미운 4살부터 막무가내 8살까지>(책그릇)
아이 행동을 이해할 수 없을 때, 화내거나 통제하지 않고 아이의 속마음을 알아내는 노하우를 얻을 수 있다. 아이와의 갈등을 해결하는 다양한 전략, 혼내지 않고 현명한 아이로 키우는 법 등을 구체적인 사례와 일러스트를 통해 쉽게 알려준다.





최재정 놀이치료 전문가는 현재 해수소중한아이클리닉의 놀이치료사로, 아이 심리를 읽고 엄마의 마음을 다독이는 일을 하고 있다. 곧 태어날 첫째를 기다리며, 불안해하지 않고 용기 있는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의상협조 난다베베, 모야, 메르시유, 미니부띠끄, 베베드피노, 아메리칸어패럴, 우트, 일루, 젤리멜로, 펜디키즈, H&M키즈 | 소품협조 다락룸 모델 조현상(만 4세), 카레티 유나(만 5세), 카레티 이안(만 3세) | 패션 스타일링 유민희 | 헤어·메이크업 제갈경 | 일러스트 박새미 | 사진 송상섭, 김나윤 한미영·김경민·윤세은 기자

2016년 10월호
  • 페이스북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