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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채소와 친해지는 시간, 단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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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뜨자마자 초콜릿을 찾는 아이, 채소가 보이면 입을 꾹 다물어버리는 아이, 밥 먹기 싫다고 울고불고 떼쓰는 아이…. 집집마다 식탁 앞에서 전쟁을 치르는 사연은 가지각색이다. 편식과 나쁜 식습관으로 눈물 마를 날 없는 식탁 풍경을 건강하고 유쾌하게 바꾸는 데 필요한 시간, 딱 21일이다.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
편식에는 나이가 없다. 김밥 속에서 오이만 빼내거나 가지나물은 단 한 번도 젓가락을 대지 않는 어른도 허다하다. 탄산음료를 입에서 떼지 않거나 식사를 하고 꼭 사탕이나 초콜릿을 먹는 습관을 가진 사람도 많다. 편식하는 사람은 특정 음식을 기피하거나 특정한 맛을 탐닉하는 모습을 보인다. 탄산음료, 인스턴트 식품 등 탐닉하는 음식은 빨리 맛보고 삼켜서 위와 뇌를 만족시키기 쉬운 공통점이 있다. 이런 음식에 중독되면 갈수록 더 많은 양의 음식을 섭취하게 되어 비만으로 이어지기 쉽다. 특히 소아비만은 성인 시기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성장 발달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소아비만 증가는 당뇨병 등 아이와는 어울리지 않는 합병증 등을 유발할 위험도 있다. 반면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채소나 과일은 오래 씹어야 하는 섬유질이 많아 빨리 먹지 못한다. 건전한 맛이 주는 밋밋함은 맛의 만족감도 채워주지 못한다. 어른 아이를 막론하고 채소를 가장 많이 거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채소를 거부하는 데는 ‘네오포비아’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뿌리가 깊다. 네오포비아는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공포감을 느끼는 상태를 말하는데, 생후 12~24개월이면 네오포비아 증상을 잠재적으로 갖는다. 이는 낯선 음식에도 적용되며, 채소는 아이들에게 네오포비아 지수가 가장 높게 나타나는 음식이다. 즉, 네오포비아가 편식의 원인인 것이다. 소아비만 전문의 박민수 원장은 “자아의식이 발달하여 좋고 싫은 감정을 확실하게 표현하는 3세 전후에 식습관을 올바르게 교정하지 못하면 평생 왜곡된 식습관을 가지고 살게 된다”며 식습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1일, 습관을 들이는 시간
아이들은 쓴맛이 나거나 질긴 식감의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를 좋아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달콤한 아이스크림이나 탄산음료는 아이의 입맛을 쉽게 사로잡는다. 한번 그 맛을 보면 입에서 당기는 간식을 더 먹고 싶어 한다. 나쁜 식습관은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탄산음료를 입에서 떼지 않는 아빠, 커피와 함께 빵을 즐기는 엄마 모두 건강을 위해서는 식습관 교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가족 건강을 위해 식단을 바꾸려고 해도 외식과 인스턴트 식품에 길든 입맛에 따라 식사를 하고 후회하는 일이 다반사다.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무얼 먹을까 고민하다가 결국 햄버거, 치킨, 피자 같은 패스트푸드를 선택하기도 한다. 휴롬과 농림축산식품부가 어린이 식습관 개선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의 가족 건강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지난 6월부터 건강한 식습관 만들기를 목표로 ‘대한민국 가족 건강 프로젝트-21일 식습관의 법칙’ 공익 캠페인을 펼친 것이다. 21일간 과일·채소 주스를 마시고, 아이가 채소와 친숙하게 하는 푸드브리지와 아동심리 예술치료 등 다양한 건강 개선 프로그램을 운용했다. 프로젝트에는 과체중, 비만한 아이의 체중 감량과 체질 개선을 바라는 가족, 탄산음료와 인스턴트 식품을 유별나게 좋아하는 가족, 채소는 절대 먹지 않는 아이 등 평소 편식이나 식습관 문제로 고민하던 21가족이 참여했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대한민국 가족 건강 프로젝트 ‘21일 식습관의 법칙’은 21일간 과일 채소주스를 꾸준히 섭취해 불균형한 식단을 보완하고 섭취 전후 건강 변화를 점검했다. 성인 1명과 아이 1명이 짝을 이뤄 참가했는데, 휴롬 관계자는 “자녀의 식습관 형성에 부모가 미치는 영향이 큰 점을 고려해 부모와 자녀가 함께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가족 단위로 참가자를 설정했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체험을 마친 후 특히 아이의 식습관이 눈에 띄게 변한 것에 만족을 표했다.


 딸아이가 과체중으로 영유아 검진 95%를 달리고 있어 걱정됐어요. 채소는 먹지 않으려고 하고, 탄산이나 아이스크림과 같은 군것질을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아침에 주스를 마시고 등원하고부터는 기분도 훨씬 좋아지고, 집중력이나 참을성이 생긴 것 같아요. 생채소를 전혀 먹지 않던 아이가 채소 주스는 물론이고 채소 반찬까지 먹더라고요.
유진(만 4세) 엄마 김정



 밀가루 음식, 빵, 탄산음료, 피자 등을 좋아하는 우리 가족의 식습관을 고치고 싶었어요. 과일 채소 주스를 마신 뒤로 아침이 달라졌어요. 늘 피곤하고 아침 잠이 많은 편이었는데 가뿐히 일어나요. 물도 더 자주 마시고 탄산음료보다 건강한 음료를 찾게 되더라고요. 가장 큰 변화는 저도 아이도 군것질이 현저하게 줄었다는 점이에요.
정원(만 5세) 엄마 태지원





아이가 채소 향에 민감하게 반응했었는데, 이제는 거부 반응이 많이 줄었어요. 매일 과일 채소 주스를 마시면서 익숙해졌나 봐요. 채소와 과일을 골고루 먹다 보니 체중도 2kg 늘었네요.
휘석(만 5세) 엄마 김지영




아이가 채소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아이 스스로 채소를 잘 먹고 좋아한다고 생각하더라고요. 엄마와 아이 모두 배변이 원활해진 것도 좋아요.
시온(만 5세) 엄마 오현정




아이가 채소류 반찬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사라졌어요. 다른 반찬들도 골고루 잘 먹고요. 신기한 건 아이가 일찍 자고 푹 잔다는 거예요.
예린(만 4세) 아빠 민영기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면 초콜릿과 과자부터 찾았는데, 그 버릇이 없어졌어요. 군것질도 현저히 줄었어요.
지우(만 4세) 엄마 윤세미



✎  왜 하필 21일 인가요?
무엇이든 21일간 지속하면 습관이 된다. 우리 뇌는 새로운 것을 접하면 거부감을 먼저 나타내는데, 이를 극복하고 익숙해지는 데는 최소 21일이 걸린다. 건강에 좋은 습관이라도 뇌가 익숙해지려면 21일은 의식적으로 반복해야 한다.


채소야, 놀자!
특정 식재료를 거부하거나 편식이 심한 아이의 식습관을 개선하는 방법으로 자주 이용하는 것이 푸드브리지다. 한 가지 음식이나 식재료를 다양한 방법으로 꾸준히 노출해 거부감과 공포감을 줄여 먹을 수 있게끔 도와주는 방법이다.

1단계는 친해지기다. 채소 모양 장난감이나 인형을 가지고 놀게 하거나 채소 그림 보여주기, 그림 그리기 등 채소를 자주 보여줘 거부감을 없애는 단계다. 2단계는 밀싹 키우기, 채소로 얼굴 모양 만들기 등을 하며 식재료에 애착을 가질 수 있게끔 도와준다. 채소를 쓰되 형태를 완전히 없애는 것도 괜찮다. 예를 들어 밀가루에 시금치즙, 파프리카즙 등을 섞은 반죽으로 만들기 놀이를 하는 것이다. 아이는 놀면서 자연스럽게 채소의 향과 색에 익숙해진다. 3단계는 아이가 좋아하는 재료를 조금 섞어서 요리하는 방법이다. 채소의 모양과 색을 조금씩 노출시키고, 비율을 조금씩 늘려간다. 마지막 4단계는 채소 본연의 맛과 향을 즐기는 단계다. 셰이크나 셔벗 등의 형태가 적당하고, 아이가 잘 먹으면 생채소 먹기를 시도해볼 수 있다. 푸드브리지 활동을 하더라도 편식 습관을 바로 개선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열 번, 스무 번 반복해서 노출시켜야 싫어하는 음식을 겨우 받아들인다. 하지만 아이의 평생 식습관을 만들어준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즐겁게 단계를 밟아나가는 게 중요하다. 김미리 바른식습관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식습관 개선을 위해서는 부모와 아이의 인내가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했다. “지난 2009년부터 ‘푸드 코치’ 프로그램으로 편식 아동의 식습관을 개선하고, 중곡보건지소에서 편식개선 사업을 3년째 진행 중이다. 1년의 파일럿 테스트와 편식 개선 사업 연구 결과 아동의 편식 행동이 개선되는 데 3개월 걸렸으며, 개선된 행동이 습관으로 고착되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 자주 보고 경험해야 아이들이 호기심과 용기를 얻을 수 있으므로 부모의 인내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바른식습관연구소가 제안하는 푸드브리지 솔루션
탄산음료나 인스턴트 식품을 자주 섭취한 아이는 식단에서 채소나 과일을 자주 접하지 못한다. 입맛 당기는 맛이나 술술 넘어가는 식감이 아닐뿐더러 자주 보지 못한 식재료이다 보니 두려움이 앞설 수 있다. 푸드브리지는 아이가 거부하는 음식이나 식재료를 다양한 방법으로 노출시켜 공포심을 줄여 먹을 수 있게끔 도와주는 방법이다. 바른식습관연구소에서는 푸드브리지 솔루션 4단계로 편식 행동을 교정하고 바른 식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 김미리 수석연구원은 “아이가 호기심을 가지고 먹어보기 전까지 먹어볼 것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아이와 식재료에 대한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그 음식을 싫어하는 이유를 들어보고 이해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1단계 오감 탐색 식재료를 오감으로 탐색하는 놀이 활동을 한다.
2단계 애착형성 식재료로 미술 작품 만들기나 공작 놀이를 한다. 식재료에 애착을 가질 수 있게끔 돕는다.
3단계 소극적인 맛 노출 좋아하는 음식에 식재료를 아주 조금 넣어 맛볼 수 있는 용기를 준다.
4단계 적극적인 맛 노출 식재료를 이용한 음식을 만들어 맛볼 수 있게 한다.

실전편 1 “난 오이가 싫어요”
1 오이를 강판에 갈아 준비한다. 아이와 엄마 손에 올려 오이 마사지를 한다.
2 오이를 1cm 두께로 동글동글하게 썰고 끈을 준비한다. 끈에 오이를 끼워 목걸이를 만든다.
3 사과주스에 오이즙을 한 방울 넣게 한다. 사과주스에 오이즙이 잘 섞이도록 휘휘 저은 뒤 맛을 보게 한다.
4 오이를 잘게 다져 준비한다. 밥과 오이를 섞어서 주먹밥을 만든다. 주먹밥을 맛보고 어떤 맛이 나는지 이야기해본다.

실전편 2 “버섯은 맛이 없어요”
1 버섯을 결대로 잘게 찢게 한다.
2 버섯을 여러 모양으로 잘라 준비한다. 머리, 몸통으로 분리해도 좋고 결대로 찢어도 좋다. 물감을 묻혀 종이 도장을 찍는다.
3 간식용 튀김 재료를 준비한다. 아이에게 버섯을 찢게 하고 튀김 재료에 넣어 섞는다.
4 버섯볶음 요리를 맛보게 한다.




소 즐기는 건강한 아이로 키우는 21일 주스
아이에게 과일과 채소를 먹이고 싶다면 채소를 조금씩 섞어주는 것도 방법이다. 아이 건강을 생각해 장을 보고 주스를 만들었는데, 아이가 입에 대지도 않는다면 속상하므로 주스도 전략적으로 만들어주자.





도움말 김미리(바른식습관연구소 수석연구원), 박민수(서울ND의원 원장) | 취재협조 휴롬 | 의상협조 우프코리아, 빅토리아슈즈 소품협조 다노앤친, 미욤, 어니스트미세스김 | 모델 김노아와델(생후 24개월) | 사진 이지아 | 한미영 기자

2016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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