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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각의자의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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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의 신’이 사용한 비법이라고 전수받았는데 우리 아이에게는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잘못된 정보였을까? 우리 아이가 돌연변이일까?



스몰체어 커다란 토끼 귀와 빵빵하고 귀여운 꼬리가 달린 라비또 체어는 공기를 채우고 뺄 수 있는 에어 체어다. 몸을 기대어도 뒤로 넘어지지 않고, 팔걸이가 있어 몸을 푹 감싼다. 핸드메이드 커버를 탈착할 수 있다. 의자 5만6천원, 빈티지 그레이 스트라이프 커버 5만9천원, 라비또.
서너 살쯤이었을까. 딸아이가 한창 말썽을 부리던 무렵, 말을 듣지 않으면 한 번씩 ‘생각의자’에 앉히곤 했다. 아이가 잘못했을 때, 강압적으로 소리치고 혼내는 대신 아이 스스로 반성하며 잘못을 깨닫도록 기회를 주는 현명한 엄마가 되리라는 속셈에서였다. 실제 TV 육아 프로그램에서 본 ‘생각의자’는 엄마가 소리치고 화를 내지 않으면서도 망아지같은 아이 행동을 변화시키는 마법을 발휘하곤 했다. 그런데 웬걸, TV에서 본 대로 아이를 의자에 앉히고 “지금부터 여기 앉아서 뭘 잘못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봐”라고 말한 뒤 화장실에 다녀왔더니 아이는 의자에 눕듯이 기대 앉아 발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 모습에 현명하고 다정한 엄마가 되리라는 생각을 까맣게 잊고, “너 지금 뭐 하는 거야?”라며 잔소리를 퍼부었다. ‘혹시 방법이 잘못됐나’ 싶어 주변 엄마들에게 물었더니 “앉아서 노래 부르고 있더라” “안 앉겠다고 발버둥 치는 바람에 더 고함을 치고 진을 뺐다”는 등 실패 사례만 줄줄이 이어졌다. 결국 ‘생각의자’는 TV에서만 효과를 본, 혹은 낯선 육아 전문가의 말이라 말썽꾸러기도 어쩔 수 없이 따르는 것으로 치부하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 안 하니만 못 한 훈육, 생각의자
한 아동심리학자와의 인터뷰 중에 많은 엄마들이 실패하는 이유를 명확히 알게 됐다. “육아는 어떤 방법을 아는 것보다 그 방법을 제대로 적용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많은 엄마들이 ‘신상’에 빠지듯이 늘 새롭고 획기적인 정보에 솔깃해 이것저것 시도하기만 할 뿐 하나의 육아, 훈육법의 내용과 방법을 꿰뚫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훈육법의 기본 의도를 파악해야 효과를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연령에 맞는 훈육이 가능한데, TV에서 짧은 시간 동안 본 방법에 폭 빠져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기본 정보만을 가지고 따라 하려니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자녀 양육이 첨단 과학이론이나 기술처럼 획기적으로 발명돼 모든 상황에 걸맞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아동발달 마곡센터의 나혜정 소장은 “TV나 책에서 제시하는 양육 가이드는 시간등 한정적인 상황에서 이뤄질 때가 많고 보편적인 아이들의 특징과 기질에 따라 적용된다. 즉, 이런 정보는 우리 아이의 개인적 특성이나 기질 등에 맞춰 알려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거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아이마다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법이라고 알려진 훈육법이라도 아이 반응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아이에게 칭찬 노하우든 훈육법이든 양육 가이드를 적용할 때는 의도와 준비과정을 철저히 살펴야 한다.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아이에게 어떻게 조절하고 맞출지 적절한 방법을 찾아 고민하고, 몇 번 해보고는 안 된다며 새로운 방법을 찾아 헤매기보다는 조금 변화시켜 적용해내는 시간이 필요하다.


1 A-체어 오크나무로 만든 블랙 나무 의자. 장난감 등 아이 물건을 수납할 수 있는 서랍 부분에 컬러 배색이 들어가 있다. 가격미정, 루키. 2 샤통 자작나무 원목과 친환경 마감재를 이용해 수작업으로 만든 고양이 의자. 간단한 조립이 필요하지만 아이와 함께 완성할 수 있어 아이가 재미있어 한다. 15만원, 바나나요크.

✎ 생각의자, 실수의 실마리
생각의자는 아이 스스로 잘못된 행동이나 실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고, 이후에 그런 일을 반복하지 않도록 돕는 훈육법이다. 때리거나 물건을 던지거나 심하게 떼를 쓰는 공격행동 등을 수정할 때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각의자는 아이에게 잔소리하거나 매를 들지 않고 아이와 엄마에게 마음을 가라앉히는 시간을 준다는 의미에서 효과적이다. 실제 훈육이라는 미명 아래 화를 내거나 매를 들지 않고 부드러운 방식으로 아이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엄마들의 만족도가 높다. 하지만 활용 빈도에 비해 효과를 봤다는 부모는 드물다.

“세 살 아이를 앉혔더니 뭘 하는지 몰라요”
생각의자는 아이가 스스로의 행동을 돌아보고 생각할 수 있는 시기부터 활용이 가능하다. 인지적으로 ‘내가 잘못해서 엄마가 나에게 생각하라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발달 수준이 돼야 하는데, TV 육아 정보 프로그램이나 책을 통해 ‘생각의자’라는 방법만을 접한 엄마들이 두 돌이 갓 지난 어린아이를 앉히려고 하니 훈육 효과를 전혀 볼 수 없는 것이다. 인지 기능이 성숙하지 못한 어린아이에게 시도할 경우 아이는 생각의자를 이해하지 못하고, 엄마가 나를 미워한다는 감정만 느낀다. ‘왜 못 움직이게 하지?’라는 생각만 들기 때문에 오히려 아이 성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생각의자에 앉아서 노래를 불러요”
생각의자에 앉혀도 앞에 있는 장난감을 발로 건드리거나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이 있다. 생각의자에 앉는 것을 벌로 생각하지 않고 움직이지만 못할 뿐 자유 시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생각의자는 아이가 앉는 것을 부담스러워해야 교육적 의미가 있다. 생각의자를 활용할 때는 아이가 장난치거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상황을 최대한 제거해야 한다. 장난감이 잔뜩 놓인 거실에 앉히거나 차가 씽씽 달리는 창가에 앉혀놓으면 아이는 잘못을 반성하는 대신 딴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생각의자는 차분하게 정리된 공간, 아이가 장난칠 수 있는 요소 없이 개방돼 있으면서 가장 심심한 곳에 두는 것이 좋다. 또 아이를 생각의자에 앉혔을 때는 엄마가 같은 공간에서 아이 감정 변화를 살필 수 있도록 지켜보는 것이 좋다.

“혼자 생각하라고 했더니 무서워해요”
간혹 혼자 조용히 잘못한 점을 돌이켜보라며 아이를 방 안에 두고 나오는 엄마들이 있다. 이 경우 아이는 엄마가 날 버렸다, 가뒀다는 생각을 먼저 하면서 화를 내게 된다. 반성보다 분노 반응이 먼저 나오는 것으로 엄마가 자신을 못살게 군다고 느끼거나 고립된 공간에서 공포심을 느끼고, 사랑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이런일이 반복되면 아이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자존감이 떨어질 수 있다.

“남매가 싸워 앉혀놨더니 더 싸워요”
투닥거리는 남매를 생각의자에 나란히 앉혀놨더니 의자가 뒤로 넘어가도록 싸우는 경우도 있다. 서로 얼굴을 보며 뭘 잘못했는지 반성하라는 의미였는데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서로 밀치거나 주먹이 나가 결국 등짝을 한 대씩 때리기도 한다. 남매나 형제를 함께 훈육할 경우엔 생각의자를 서로 멀찌감치 떨어뜨려야 한다. 같이 앉혀놓으면 감정이 지속되기 때문에 아이들끼리 계속 싸우려 들거나 하던 장난을 멈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리적으로 거리를 둔 상태에서 바라보게 하면 각자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깊은 생각을 유도할 수 있다.

“생각의자에 앉은 아이에게 끊임없이 화를 내요”
생각의자를 활용할 때는 엄마가 감정의 동요 없이 단호한 태도로 얘기해야 한다. 생각의자에 아이를 앉혀놓고 감정을 가라앉히지 못해 잔소리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엄마가 있는데, 아이를 처벌하거나 감정을 쏟아내는 분풀이로 생각의자를 활용하는 것에 불과하다. 부모가 원하는 방향으로 아이를 통제하려는 목적으로 생각 의자를 쓸 경우 오히려 아이 행동 조절이 더 어려워지는 부작용이 생긴다. 또 아이의 화를 부추기거나 떼나 공격행동을 자극할 수 있으므로 엄마가 감정 조절이 되지 않을 때는 생각의자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엄마가 먼저 훈육법의 기본을 인지하고 감정 조절이 가능할 때 선택한다.


3 줄리앙 어린이 의자 플레이 토이로 활용할 수 있는 고양이 모양 어린이 의자. 내구성이 뛰어나 실내외에서 모두 쓸 수 있다. 17만5천원, 마지스 by 짐블랑. 4 톰포스 키즈 철제 체어 비스트로 체어의 미니 버전으로, 밝은 컬러로 무장한 철제 의자다. 안티 UV 코팅되어 있어 실외에서도 쓸 수 있다. 10만원, 페르몹 by 짐블랑. 


✎ 제대로 앉혀야 성공하는 생각의자
생각의자는 아이를 의자에 앉히는 게 목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한다. 아이는 의자에서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엄마는 감정을 조절하고 아이와 대화해야 한다. 생각의자를 성공적으로 활용하는 노하우를 알아본다.

생후 36개월 이후
생각의자에 앉히려면 아이가 생후 36개월은 지나야 한다. 상호적인 이해와 의사소통이 가능할 때 적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 발달이 늦거나 언어나 인지 발달이 조금 늦된 아이라면 조금 더 기다려줄 것을 권한다.

3분이면 충분
생각의자에 앉힐 때는 아이에게 미리 언제까지 앉아 있어야 한다는 제한시간을 정해줘야 한다. 시간을 일러두지 않고 계속 앉아 있으라고 할 경우 아이의 불안감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령별로는 만 3세는 2~3분, 만 4~5세는 5분, 만 6~7세는 6분 정도가 적절하다. 아이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않다. 지나치게 오랜 시간 앉혀놓을 경우 아이는 깊이 반성한다기보다 견디기 힘들다는 생각에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올 수 있다. 지루해서 딴생각할 확률이 높으므로 발달 연령에 맞춰 조절하는 것이 좋다.

말썽 중 딱 두 가지만 제한한다
엄마들이 자주 실수하는 것 중 하나는 아이를 시도 때도 없이 생각의자에 앉힌다는 것이다. 나쁜 행동을 바로잡겠다고 생각의자로 자주 협박하면, 아이에게 생각의자는 잘못을 돌아보는 묵직한 시간 대신 일상이 돼버린다. 엄마 말을 듣지않고, 밥 먹을 때 돌아다니고, 방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양치질할 때마다 도망가고, TV를 보여달라고 떼쓰는 등 수많은 잘못 중에 생각의자에 앉히는 경우는 한 두 가지로 제한한다. 대표적으로 아이가 다른 사람을 때리거나 말대꾸할 때, 장난감을 던지거나 소리치며 떼를 쓰는 등 공격적이거나 충동적인 행동을 바로잡을 때 효과적이다.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 때
생각의자로 훈육할 때 아이가 하루아침에 반성하고, 행동이 바뀔 거라는 기대를 하지 말자. 단기간에 아이를 확 바꿀 수 있는 육아 비법은 세상에 없다. 오랜 시간 축적된 아이 습관이나 행동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엄마의 꾸준한 노력과 최소한 2주에서 1개월 가량 시간이 필요하다. 한번 해보고 안 되면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주변 환경을 바꾸고, 아이 성향을 살펴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한다. 한번 실패했다고, 우리 아이에게 맞지 않는다고 포기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시도해본다.

앉히기 전과 후
말썽을 부리는 아이에게 갑자기 “자, 이제 의자에 앉아서 뭘 잘못했는지 반성해” 라고 말하면 아이는 당황한다. 생각의자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앉히기 전과 후에 대화가 필요하다. 앉히기 전에는 아이가 잘못 행동한 이유를 들어보고, 나쁘다, 잘못했다고는 판단을 내리기보다 ‘물건을 던져서 망가졌다’ ‘언니를 때렸다’ 등 객관적인 사실만 집어준 뒤 앉아서 뭘 해야 하는지, 후에는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게 한다. 가령 언니를 때린 동생을 생각의자에 앉힐 때는 “왜 언니를 때렸어?”라고 물어보고 아이가 “언니가 내 장난감을 마음대로 가져가서 망가뜨렸어. 그래서 화가 났어”라고 대답하면 “그랬구나. 그래도 언니를 때리면 언니가 아프지? 현아야, 동생 장난감 마음대로 가져갔니? 은지는 장난감이 망가져서 속상할 것 같은데. 엄마는 둘이 싸우면 마음이 많이 아파. 둘 다 생각의자에 가서 어떤 점이 속상했는지, 다른 사람이 어떤 면에서 속상했을지 앉아서 생각해보자”고 차분히 할 일을 일러준다. 마지막으로 “여기 모래시계가 있지? 이 모래가 다 내려올 때까지 앉아서 어떻게 화해할지, 앞으로는 어떻게 행동할지 생각해봐”라고 말해 생각의자에서 일어난 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5 에펠 알루미늄 키즈 에펠탑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알루미늄 소재 키즈 스툴. 18만2천원, RS바로셀로나 by 짐블랑. 6 스텝스 체어 아이 성장에 따라 발판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하이체어. 지난 10월 문을 연 스토케 플래그십 스토어 청담에서만 만날 수 있다. 가격미정, 스토케.

도움말 나혜정(한국아동발달 마곡센터장) | 제품협조 라비또, 바나나요크, 루키, 스토케, 짐블랑 사진 이지아, 어시스트 김은지 | 이경선(자유기고가)

2016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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