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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부모학교: 다름을 인정하는 아이로 키우기 2] '다름'을 생각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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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름’을 생각해봐요
영화를 보다가 괜스레 뜨끔할 때가 있다. 무의식중에 가지고 있던 편견을 들킨 것 같아 웃어버리기도 한다. 편견은 오랜 시간 켜켜이 쌓고 묵어서 생긴다. 무너뜨리고 다시 세우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와 함께 다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면 어떨까? 다름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해보면 좋을 영화와 책을 소개한다.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말아요
영화 <주토피아>



주토피아는 누구나 살고 싶은 도시이며, 모두가 꿈을 펼칠 수 있는 세상이다. 육식동물, 초식동물, 큰 동물, 작은 동물이 모두 섞여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주토피아에는 여전히 편견과 차별이 만연한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 끝에 경찰이 된 토끼 주디는 “가서 당근 농사나 지어!”라는 말을 가장 먼저 듣는다. 실제로 토끼들은 그들만의 마을에서 당근 농사를 짓고 살아가며, 주디 아빠는 떠나는 딸에게 아빠랑 같이 당근 농사를 짓자고 설득한다. 경찰은 육식동물이나 코끼리, 곰처럼 힘세고 덩치 큰 동물들이 자리를 꽉 잡고 있다. 닉 와일드 역시 ‘여우는 교활하다’는 편견 때문에 주토피아의 사각지대를 떠돈다. 편견을 깨는 것을 포기하고 동물들을 속이는 사기꾼으로 살아가는 길을 택한다. 물론 편견에 사로잡혀 겉모습만 보고 판단했다가 뒤통수를 얻어맞는 반전이 벌어진다. 반전 중의 반전은 자동차국에서 만난 나무늘보 플래시다. 자동차 번호를 입력할 때도, 닉이 던진 유머에 반응할 때도 너무 느려서 보는 이를 답답하게 했었는데, 과속운전으로 주디와 닉을 다시 만나니 말이다.


사연 많은 물고기들의 바다 탐험
영화 <니모를 찾아서>와 <도리를 찾아서>



<니모를 찾아서>에는 한쪽 지느러미가 유난히 작아 불균형한 니모와 소심한 성격의 말린이 나온다. 말린은 아내 코랄과 많은 알을 낳았지만 아내와 알들을 포식자에게 잡아먹혀 작고 약한 니모만 남는다. 한 차례 가족을 잃는 슬픔을 겪은 탓에 하나밖에 없는 자식에게는 아무 일도 생기지 않게 하겠다며 과잉보호하다가 호기심 많은 니모의 반항까지 겪는다. 하지만 말린은 니모의 작은 지느러미를 ‘행운의 지느러미’라고 부르며,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별일 아닌 것으로 가르친다. 어려움에 처한 니모는 한쪽 지느러미가 작아서 할 수 없다는 핑계를 대기도 하지만, 모험을 마친 후에는 ‘행운의 지느러미’로 다시 아빠와 소통한다. 13년 만에 후속편으로 돌아온 <도리를 찾아서>에서는 전편에도 등장했던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수다쟁이 도리가 주인공이다. 기억상실증 때문에 과거 기억이 없고 방금 본 것도 깜빡하지만, 눈앞에 있는 것에 집중하고 추진하는 능력이 있다. 이외에도 사고로 다리를 하나 잃었지만 위장술이 뛰어난 문어 행크, 지독한 고도근시에 시달리지만 놀라운 의견을 제시하는 고래상어 데스티니, 음파 탐지 능력을 잃었는데도 기막히게 음파를 탐지해내는 벨루가고래 베일리 등 저마다 핸디캡이 있어도 저마다 역할을 해낸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은 죄
<해리포터> 시리즈



조앤 K. 롤링의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드레이코 말포이는 마법사 순수 혈통 가문임을 자랑스러워한다. 모범생 헤르미온느 그레인저를 마법사가 아닌 인간 ‘머글’ 태생이라고 무시하고, 해리포터를 ‘혼혈’이라고 조롱한다.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같은 학년 학생인 동등한 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이 우위에 있고 상대는 열등하다고 여기며 차별하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마법 능력뿐 아니라 친구와의 유대 관계 등 어느 분야에서도 해리와 친구들을 넘어서지 못한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말포이는 시리즈 거의 내내 해리와 친구들에게 “입 닥쳐, 말포이”라며 면박을 당한다.


그렇게 아버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잘 왔어 우리 딸>(난다)



방금 세상에 나온 아이가 인큐베이터에 실려 숨을 고르고 있고, 아이와 함께 구급차에 타야 했고, 그전에 몇 가지 동의서에 사인했을 때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관계를 묻는 칸에 ‘아버지’라고 쓸까 ‘父’라고 쓸까 고민하다가 아버지가 되어버린 남자가 나온다. 태어나자마자 구급차를 타고 종합병원에 입원하고 수술한 ‘다운증후군’ 딸 은재도 나온다.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 부모가 어떤 마음으로 자식을 길렀을지 이해해나가는 과정 등을 엮었다.


햇빛과 색깔을 모으는 개성 있는 들쥐
<프레드릭> (시공주니어)



추운 겨울을 대비해 들쥐들이 양식을 나르는 동안, 프레드릭은 한구석에 눈을 게슴츠레 뜬 채 엎드려 있다. 왜 일하지 않느냐고 묻는 들쥐에게 프레드릭은 햇빛을 모으고, 색깔을 모으고, 이야기를 모은다고 말한다. 마침내 겨울이 오고, 비축해둔 양식이 똑 떨어졌을 때 들쥐들은 프레드릭이 했던 말을 생각해낸다. 먹을 것 대신 모아두었던 햇빛과 색깔, 이야기 말이다. 커다란 돌 위에 올라가 들쥐들에게 햇살을 보내주고 색깔을 드리워주며, 목소리를 가다듬고 이야기하자 들쥐들은 박수를 치며 감탄한다. 다른 들쥐와 달리 엉뚱한 방식으로 일하는 프레드릭의 진가가 발휘되는 순간이다. 프레드릭과 들쥐는 개성과 다양성을 인정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해준다.


북한에서 온 청소년이 만든 서울 이야기
<우리는 서울에 산다>(6699press)



탈북 청소년은 대부분 탈북 과정에서 교육 기회를 잃는 경우가 많고, 나이나 문화 차이로 일반학교에서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런 아이들을 위한 대안학교 우리들학교에서 지난 2012년 4~10월 ‘서울 워크숍’을 통해 얻는 결과물을 엮은 책이다. 서울에 사는 우리들학교 학생들의 이야기를 드로잉, 사진, 인터뷰의 방식으로 구성했다. 아이들은 서울에 사는 여느 청소년들과 같은 일상을 살아가고 현실을 고민하며 마음속 깊이 이루고 싶은 꿈을 간직하고 있다.


✎ 다름은 행복의 반대말이 아니에요 
엄마는 아들을 만나고 장애가 무엇인지 알았다. 장애라는 다름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은 차가웠지만, 엄마는 언젠가 아들을 향한 시선이 따뜻해지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 장애가 있어도, 피부색이 달라도 누구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 서울발달장애인지원센터 성명진 팀장이 꿈꾸는 내일이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답은 이미 질문에 나와 있다. 장애를 가졌느냐, 아니냐의 차이 그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장애라는 단어에 필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다. 지능이 낮을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다, 누군가 반드시 도와줘야 한다…. 장애를 바라보는 이런 불편한 시선은 예전부터 있었다. 장애를 정의하는 용어부터 명확하지 않았고, 사람들은 장애를 비하하는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쓰기도 했다. 88올림픽 이후 심신장애자복지법이 장애인복지법으로 개정되면서 처음으로 장애 유형이 세분화되고, 그중에서도 발달장애인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는 최근에야 주목받으며 2014년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을 시작으로 지원의 토대가 마련되었다. 낙인 찍힌 듯 봉사, 장님, 앉은뱅이, 바보 등으로 불리던 사람들과 가족들이 오랜 시간 목소리를 내고 투쟁해온 결과다. 이젠 많은 사람이 차이와 차별이 다르다는 걸 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장애를 차별이 아닌 차이로 보고 있을까? 

“요즘 보이는 광고인데, 영유아 건강검진을 통해 자폐성 장애를 조기 발견하여 편하게 살고 있다는 내용이에요. 저는 이 광고가 불편해요. 장애는 변하지 않는 건데 극복을 말하잖아요. 사람들은 글을 모르던 아이가 책을 읽게 되고, 수를 세지 못하던 아이가 셈을 할 줄 알아야 지원이 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요, 지체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물리치료를 받아서 잔존 기능을 회복하면 치료 지원을 계속하고, 그렇지 않으면 중단한다? 그건 아니죠.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 받는 것이 진정한 지원 아닐까요? 장애는 ‘다른 시선’으로 봐야 해요.” 장애는 치료를 받거나 시간이 흐른다고 나아지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 자체로 ‘다른 사람’이다. 상황에 따라 도움이 필요할 수 있지만,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동정하거나 권리를 제한해선 안 된다. “장애를 잘 모르면 시선이 불편할 수밖에 없어요.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장애를 가진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부터 달라졌으면 해요.” 


경험하면서 익숙해지는 방식으로 다름을 인지한다 
성 팀장의 아들 윤재는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다. 중학생인 지금은 특수학교에 다니지만, 초등학생 때는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은 아이와 한 교실에서 공부하는 통합교육을 받았다. 당시에도 가장 불편했던 건 시선이었다. 

“윤재는 수업시간에 ‘우, 우’ 소리를 내요. 이 소리가 아이들에게 방해가 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윤재 짝꿍에게 불편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누구나 적응이 필요하죠’ 라고 하더군요.”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던 윤재 짝꿍은 장애를 가지고 있는 친구를 다르게 보는 시선을 윤재를 통해 배우고 있었다. 아이는 아이답게 솔직하게 답했다. 3월에는 짜증 나고 듣기 싫었는데, 4월이 되니 그러려니 하게 되었고, 5월쯤 되니까 잘 안 들리더니 6월이 되자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단다. 

“그때가 9월이었는데, 방학이 지나고 학교에 오니 윤재가 내는 소리가 다시 조금 신경 쓰였대요. 그래서 윤재가 소리를 내서 불편하면 조용히 하라고 말하기보다 윤재 손을 잡아주는 등 몸짓언어로 반응을 보이라고 알려줬어요. 그래야 윤재도 친구가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존중하는 법을 배울 수 있거든요. 아이들은 경험하면서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방식으로 다름을 인지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당사자성’이 중요한 거예요. 장애를 가진 아이도,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은 아이도요.” 

어린이집에서부터 통합교육을 하고, 초등학교에서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애를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이 달라지면 세상의 인식도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보는 동화책에 이런 장면이 나와요. 휠체어를 탄 친구에게 ‘내가 휠체어를 밀어줄게’라며 뒤에서 막 밀어요. 그런데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휠체어는 신체 일부예요. 다른 사람이 갑자기 내 두 다리를 잡고 억지로 뛰게 하는 거랑 같은 거죠.” 

휠체어를 탄 사람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중요한 건 휠체어는 그에게 두 다리이며, 사람은 두 다리를 자기 의지로 움직일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장애를 이해하고, 누구에게나 권리는 평등하다는 것을 안다면 적어도 다음 세대의 ‘다름’은 진정한 ‘차이’가 될 수 있다. 


마음을 열어야 할 때 
아이는 어른의 태도를 그대로 배운다. 어른이 어떤 방향으로 이끄는지에 따라 아이 시선도 달라진다. 그래서 부모와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성 팀장은 지금 어른들에게 필요한 건 “오픈마인드”라고 말한다. 

“간단해요. 사람이 사람을 향한 마음만 열려 있으면 돼요. 근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죠. 경험이 없으면 더 힘들고요. 척하는 건 쉬워요. 장애를 이해하는 척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 부모도 마찬가지예요. 아이를 키우며 많은 억압과 거절을 받다 보니 마치 자기가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처럼 살아요. 장애는 나아지지 않고, 아이를 돌보는 삶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어 두렵죠.”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보지 않고 이해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오픈마인드를 기억해야 한다. 어느 날 아이가 주변에 장애를 가진 친구가 있다고 호들갑을 떨어도 “새로운 친구가 생겼구나”라고 차분하게 말할 수 있고, 이상한 소리를 내거나 공부를 좀 못해도 아이에게 위험하거나 나쁜 친구가 아니라 다른 친구라고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아이는 다름을 의도적으로 차별하지 않아요. 윤재가 세 돌이 안 됐을 때 이태원에 갔다가 덩치 큰 흑인을 보고 운 적이 있어요. 부모는 아이의 이런 모습에 당황할 수 있어요. 하지만 아이는 자기 행동이 상대에게 상처가 되는지 몰라요. 아이 기질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해요. 다운증후군을 가진 친구를 보고 먼저 다가가서 관심을 보이고 얼굴을 만지며 적극적으로 다름을 느끼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멀리서 바라만 보는 아이도 있거든요. 그래서 부모가 마음을 열고 다름이 나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계속해서 아이에게 얘기해줘야 해요.” 



✓ 아이에게 ‘다름’을 알려주는 법 

★ 아이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기 
아이가 말을 알아듣는 연령대라면 다름을 아이 눈높이에 맞춰 알려주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장애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친구라면 “친구는 우리와 다른 방식으로 말을 해. 우리는 말을 주고받지만 친구는 몸짓으로 이야기할 수 있어”라고 설명한다. 윤재 역시 친구에게 배 모양으로 접은 쪽지를 선물 받은 적이 있다. 친구들 사이에서 쪽지 주고받기가 유행이었는데, 글을 읽지 못하는 윤재에게는 쪽지 대신 가지고 놀 수 있는 배를 만들어준 것. 윤재의 친구는 말이 아니어도 윤재와 소통할 수 있음을 이해하고 있었다. 

★ 장애에 대해 알아보기 
다름을 보는 시선은 아는 만큼 편해진다. 장애의 특성을 모를 땐 장애를 가진 사람의 행동이나 말을 이해할 수 없다. 장애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을 활용하는 것. 유튜브에 ‘장애 인식 개선’이라는 키워드만 검색해도 수백 개의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아이와 함께 1주일에 한두 개씩만 봐도 도움이 된다. 그림책도 좋다. 타인을 존중하는 관점을 알려주는 <위를 봐요!>(은나팔), 다양성을 배울 수 있는 <우리 딸은 어디 있을까?>(논장), 다름을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는 <황금 깃털 앵무새를 찾아서>(고인돌)를 추천한다. 

★ 애착 형성에 집중하기 
영유아기엔 주양육자와의 애착이 중요하다. 안정적인 애착이 형성되었느냐에 따라 아이가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양육자와의 안정적인 관계로 세상을 살 만한 곳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는 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피부색이 다른 친구를 만나도 다름을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 있고, 이는 곧 타인을 존중하는 시작점이 된다. 장애아동이 비장애 아동과 똑같은 권리를 누리도록 배려하되 장애아동만을 위한 혜택을 만들려 하지 말고 모두가 누리는 혜택을 장애아동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누구나 행복한 세상을 꿈꾸다 
겉모습이 다르고, 능력이 조금 떨어진다 해도 다름이란 시선으로 이해할 수 있는 세상. 그곳은 아이들의 인권이 보장받는 세상이다. 아동구호단체가 세상의 시선을 헐벗고 아픈 아이에게 맞추려 할 때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아이는 누구나 먹을 권리가 있고 건강하게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을. “윤재가 초등학생일 때 학교에서 1년에 한 번씩 아이의 장래희망을 쓰게 했는데, 윤재는 글을 못 써서 남편과 제가 대신했어요. 한번은 뭐라고 써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데 남편이 ‘건강하고 행복한 성인 장애인’을 말하더라고요. 윤재가 사회에 기여하는 능력은 부족해도 건강하고 행복할 권리는 있다고요.”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스스로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고 실행할 수 있지만 장애를 가진 사람은 행복을 찾을 때까지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 성 팀장이 서울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서 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발달장애인지원센터는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어떤 지원을, 어디에서, 어떤 방법으로 받을 수 있는지 필요한 정보를 구축하여 개인별 지원 계획을 세우고 연계하는 기관이다. 마땅히 누릴 수 있는 지원을 권리로 보장 받는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 “그런 세상이 오면 우리 아이도 편해지지 않을까요.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 필요한 지원이 제대로 자리 잡아서 윤재가 자유로운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사춘기를 맞은 윤재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아빠와 엄마는 힘센 윤재와 놀아주기 힘들다. 놀이동산에 가면 바이킹을 연달아 5번은 타야 흡족한 아들 덕분에 덩달아 바이킹에 올라야 하는 아빠는 속이 쓰릴 지경이다. “영화 <말아톤>에서 초원이 엄마가 아이보다 하루 더 사는 엄마가 되고 싶다고 하잖아요. 저는 아이를 앞에 두고도 행복하게 죽을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어요. 아이가 자립해서 사는 걸 볼 수 있고, 오늘 하루 내 아이와 행복하게 살 수 있길 바라요.” 사람은 누구나 존중받아야 한다. 장애를 가졌든, 다른 피부색을 가졌든 누구에게나 인권은 있다. 장애가 있어도 불편한 시선을 받지 않는 세상. 그곳이 성인 윤재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세상이다. 


✓ ‘다른 친구’나 가족을 만났을 때 이렇게 대화해보세요 

★ 구체적으로 물어보세요 
대부분 도움 받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장애는 ‘도움’이 아니라 ‘지원’이 필요하다. 누군가 말 없이 내 다리를 잡으면 불편하듯 휠체어를 밀기 전에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묻는다. 장애 특성상 의사소통이 힘들다면 보호자에게 확인한 후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면 좋다. 막연하게 쳐다보거나 대뜸 “도와드릴까요?”라고 묻는 건 불편할 수 있다. 

★ 표현에 주의하세요 
마음을 여는 대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우리 아이가 장애를 가진 친구랑 놀아본 적이 없는데 같이 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먼저 묻는 것도 좋다. 용어를 쓸 때도 조심하자. ‘장애인’보다는 ‘장애를 가진 사람’처럼 장애가 아닌 다름으로 표현하면 좋다.

성명진 팀장은 지적장애 아들을 둔 엄마이자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 일하는 워킹맘이다. 국제아동인권센터와 전국장애인부모연대를 거쳐 현재 서울발달장애인지원센터 팀장으로, 발달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세상, 다름이 차별이 아닌 차이로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


모델 케이브 루비(만 4세), 조현상(만 4세), 김도훈(만 3세) | 패션 스타일링 구름바이에이치, 난다베베, 버디, 베베드피노, 스웨번, 슈하이, 아메리칸어패럴, 우트, 줌, H&M키즈 | 헤어·메이크업 박성미 | 일러스트 최익견 | 사진 송상섭·이지아, 어시스트 김은지 |  한미영·김경민·윤세은 기자

2016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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