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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성분표, 자세히봐야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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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놀란 소비자는 치약 리콜 사태로 다시 한 번 가슴을 쓸어내렸다. 먹을거리부터 화장품, 세제, 물티슈에 이르기까지 일상에서 자주 쓰는 생활용품에 못 미더운 화학물질이 들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화학 성분이라면 효능에 상관없이 반감부터 갖는 실정이다.




Q 화학물질 노출 위험에 대한 두려움의 원인은 무엇인가? (복수응답)

화학물질 및 제품이 태아에 기형을 유발할 것 같아서 87.4%
화학물질 및 제품이 본인의 건강을 해칠 것 같아서 41.7%
미디어를 통해 화학물질의 위험성에 대해 자주 소개돼서 33.9%


Q 노출에 대해 걱정하는 화학물질과 제품은 무엇인가? (복수응답)

PC나 PVC 재질의 플라스틱 용기 성분(비스페놀 A) 74.8% 
가습기 살균제 성분(CMIT/MIT) 68.9% 
가구 내장재에 있는 휘발성 유기화합물 47.9% 
몸집이 큰 생선에 함유된 수은 37%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김영주 교수가 병원을 찾은 임신부 128명을 대상으로 ‘유해 화학물질 제품 노출 및 관리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 10명 중 9명이 생활 속 화학물질 제품 노출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응답했다. 출처 이대목동병원


✎ 치약에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지난 9월 26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모레퍼시픽의 치약 11종에 대해 회수 명령을 내렸다. 대표적인 계면활성제인 소듐라우릴설페이트(SLS) 내에 CMIT/MIT 성분이 미량 포함된 것을 확인한 아모레퍼시픽이 식약처에 자진 신고하면서 내려진 조치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사용하는 성분이니 걱정할 필요 없다면서도 제품 회수 조치를 내려 소비자를 혼란에 빠뜨린 식약처의 어설픈 조치는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만 확산시켰다.

국내에서는 보존제용으로 화장품이나 물에 씻어내는 제품에 한해 CMIT/MIT를 최대 15ppm으로 희석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구강에 사용하는 제품을 제외한 씻어내는 제품에 0.1% 희석하여 쓸 수 있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화장품은 물론 치약에도 CMIT/MIT를 사용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CMIT/MIT 사용과 관련한 규정에 있다. 치약에 쓸 수 있는 보존제는 벤조산나트륨, 파라옥시벤조산메틸 및 파라옥시벤조산프로필 3종뿐이다. 이에 해당하지 않는 보존제가 들어 있으니 큰 문제라는 식의 여론이 확산됐다. CMIT/MIT는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CMIT)와 메칠이소티아졸리논(MIT) 혼합물로 물기가 들어 있는 제품이 유통될 때 곰팡이나 세균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한 살균보존제다. 가습기 살균제에서 문제가 되었던 건 씻어내는 게 아니라 물에 희석해서 흡입할 수 있는 형태였기 때문이다.

치과전문의 박창진 원장은 청년의사에서 발행하는 팟캐스트 <나는 의사다 시즌 3>를 통해 “계면활성제 유통 과정에서 곰팡이나 세균이 생기지 않게 하려고 넣은 보존제다. 리콜 조치된 치약에 함유된 양은 워낙 적어서 3만 개 이상 한 번에 섭취하면 모를까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치약에 넣는 것이 허용된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보다 많은 양의 보존제를 먹고 있다. 화학물질에 거부감이 심하다면 보존제가 없는 것을 고르는 것보다 계면활성제 성분이 들어 있는 걸 피하는 게 그나마 낫다”고 밝혔다.


✎ 물티슈, 보존제냐 세균이냐 그것이 문제
아이가 음식을 흘리면 얼른 물티슈를 뽑아서 입과 손을 닦아주고, 기저귀를 갈아주면서 엉덩이도 쓱쓱 닦아준다. 아이가 있는 집은 흘리고 닦는 게 일상이다 보니 한 봉에 수십 장 들어 있는 물티슈도 하루 이틀이면 다 쓸 정도다. 쏙쏙 뽑아 쓰고 버리면 되다 보니, 수건을 물에 적시고, 빨아서 말리는 과정을 생략해주는 물티슈만큼 고마운 생활용품이 없다. 그런 물티슈의 안전에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 9월, 한국소비자원은 손이나 몸의 위생과 청결을 위해 사용하는 인체 청결용 물티슈 27개 제품을 대상으로 살균보존제, 미생물, 표시 실태를 조사했다. 지난 2013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에 물티슈 관련 위해 사례가 지속적으로 접수됐기 때문이다.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영유아 물티슈에 대한 살균 보존제 실험 결과, 1개 제품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CMIT, MIT이 검출됐다. 1개 제품에서는 일반세균이 기준치 100CFU/g를 400배 초과하는 세균이 나왔다. 성분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제품도 1개 있었다.

물티슈는 태생적으로 보존제가 필요하다. 보존제 없이 유통된다면 물티슈에 함유된 수분 때문에 며칠 지나지 않아 세균과 곰팡이가 뒤덮일 것이다. 보존제를 넣지 않은 제품을 유통했다가 보존제를 넣을 때보다 더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식약처의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 해설서에는 “화장품은 물과 기름이 주성분이고 다른 영향 성분들을 포함할 수 있기 때문에 오염된 미생물이 제조, 유통 과정 중에 증식할 수 있어 제조업자 및 제조판매업자는 안전 및 위생관리를 통해 미생물 오염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제조와 유통 과정에 심각하게 부패하거나 변질되지 않게 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뜻이다.

곰팡이를 잡겠다고 방부제를 몽땅 넣는 것도 안 될 말이다. 몇 개월 전 일어난 물티슈 논란의 주범 역시 보존제였다. 가습기 살균제에서 문제가 되었던 CMIT, MIT 성분이 물티슈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처럼 공기 중에 분사해 흡입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위협적이지만, 허용된 수치보다 많은 용량이 들어간 제품은 가려 사용해야 한다. 물티슈는 지난해 7월부터 공산품에서 화장품으로 다시 분류되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관리를 받는다.

CMIT와 MIT외에 물티슈 논란을 일으켰던 성분이 하나 더 있는데, 세트리모늄브로마이드(브로민화 세트리모늄)이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임상혁 소장은 “세트리모늄브로마이드는 호흡기로는 거의 흡수되지 않으며, 소화기를 통해서는 매우 적게 흡수된다. 외국에서는 항균제, 보존제 용도로 거의 모든 화장품에 널리 쓰이고, 피부에 접촉 후 바로 씻어내는 화장품의 경우 흡수가 적다”고 성명을 냈다. 세 물질 모두 피부에 바르거나 피부에 사용한 뒤 닦아내는 방식으로 쓸 경우 심각한 유해물질은 아니다. 그렇다고 뜨뜻한 방바닥에서 한 달쯤 지냈는데 멀쩡한 제품은 쓰지 않는 게 좋다.


✓ 생활 안전을 위해 알아두면 좋아요!
식품안전정보 포털 www.foodsafetykorea.go.kr
사려는 식품이 안전한지,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알고 싶다면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정보 포털을 확인해본다. 식품 안전 관련 뉴스와 이슈를 알아볼 수 있다. 국내에 이미 유통된 식품 중 기준, 규격에 부적합해 회수하고 판매 중지된 제품도 공개한다.

위해우려제품 안전정보 포털 ecolife.me.go.kr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는 국민건강보호 및 안전한 생활화학제품의 생산·유통·판매를 위하여 제품 출시 전에 사업자가 제품에 함유되어 국민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해화학물질의 안전성을 확인,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헤 제품에 성분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위해우려제품은 세정제, 합성세제, 표백제, 섬유유연제, 코팅제, 접착제, 방향제, 탈취제, 방청제, 김서림방지제, 문신용 염료, 소독제, 방충제, 방부제, 물체 탈 염색제 등15종으로 지정하고, 엄격한 함량 기준을 정해서 관리한다.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한 위해우려제품의 안전기준에 적합한 제품으로 ‘자가검사번호’가 있어야한다. 위해우려제품 안전 정보 포털에서 자가검사번호를 검색할 수 있으며, 유해제품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불법불량제품을 발견했다면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내 생활화학제품 안전센터(1800-0490)에 신고한다.



✎ 파라벤, 트리클로산은 안돼
아이 피부를 부드럽고 촉촉하게 지켜줄 화장품을 고를 때면 ‘3無’ ‘파라벤 프리’ 등의 문구를 쉽게 볼 수 있다. ‘독일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피부과학연구소의 피부 테스트 무자극 인증’ 같은 것도 함께 말이다. 파라벤은 화장품이나 의약품 등의 방부제로 사용하는데, 피부 알레르기를 유발하고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여성들의 유방암 발생 원인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 9월 ‘화장품 사용 시의 주의사항 표시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을 고시하고, 6개월 후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부틸파라벤, 프로파라벤, 이소부틸파라벤, 이소프로필파라벤 4종의 파라벤 성분을 사용한 영유아용 제품류와 기초 화장품 중 사용 후 씻어내지 않는 것은 만 3세 이하 아이의 기저귀가 닿는 부위에 쓰지 말라”는 문구를 표시하도록 했다. 2015년 1월 말부터는 페닐파라벤과 클로로아세타마이드 등 2개의 살균·보존제 성분을 사용해 화장품을 만들지 못하게 하거나 이들 성분의 화장품을 수입하지 못하게 했다.

당시 식약처는 EU가 5가지 종류의 파라벤 이소프로필파라벤, 이소부틸파라벤, 페닐파라벤, 벤질파라벤, 펜틸파라벤 등을 함유한 화장품을 수입하지 못하게 한 조치를 반영해 이같이 결정했다. 항균 비누와 치약, 화장품에 쓰이던 트리클로산은 갑상선 호르몬을 방해하는 내분비계 교란물질로 알려졌다. 지난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항균 비누와 핸드·보디워시에 주로 쓰이는 화학 성분인 트리클로산과 트리클로카반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구강용품 등 의약외품 제조에 쓰일 경우 0.3%까지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으나, 다양한 생활용품에 들어 있는 트리클로산과의 누적 노출 및 유해성을 고려해 2016년 6월부터 트리클로산 사용을 제한하기로 했다.



✓ 신경 써서 골라야 할 생활 화학 제품들

세탁세제
피부에 직접 바르는 화장품은 아니지만 아이가 종일 입는 옷에 세제 찌꺼기가 남으면 민감한 피부를 자극할 수 있다. 어떤 제품은 특정 식물성 성분을 내세워 마치 전성분인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물론 호주, 뉴질랜드 등 여러 나라에서 세제류에 대한 전성분 공개 의무가 없기 때문에 마케팅을 위해 특정 성분만 부각하는 경우가 많다. 될 수 있으면 전성분을 공개한 제품을 고른다.

젖병세정제
세척제의 일종이다. 사람이 그대로 먹을 수 있는 야채나 과실을 씻는 데 1종 세척제, 음식기·조리기구 등 식품용 기구를 씻는 데 쓰는 2종 세척제, 식품 제조장치, 가공장치 등 제조 가공용 기구 등을 씻는 3종 세척제가 있다. 아이가 쓰는 젖병이나 식기는 야채와 과일까지 씻을 수 있는 1종 세제를 고르면 상대적으로 안심할 수 있다.

식품첨가물
식품의 산도를 높이거나 신맛을 주는 산미료, 식품에 색깔을 부여하거나 본래 색깔을 복원하는 착색료, 식품의 맛과 향을 강화하는 데 쓰는 향미증진제, 산도조절제, 소포제 등이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햄이나 소시지 등 육류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아질산나트륨 역시 먹음직스러운 색깔을 내는 발색제다. 식품공학자들은 식약처에서 사용을 허가 받은 식품첨가물은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지만, 일부 민감한 사람에게는 과민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가공식품을 살 때는 식품 성분표를 확인하고, 발음하기도 어렵고 무엇인지도 알 수 없는 식품첨가물이 적게 들어 있는 걸 고른다. 산화방지제, 향미증진제, 색소, 감미료 등 식품첨가물은 물에 담그거나 끓는 물에 데치면 대부분 빠져나오므로 데쳐서 요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 화학물질은 나쁘기만 한가요?
환경부는 익숙하지만 낯선 생활 속 화학물질의 양면성을 이해하고, 어떻게 화학물질을 관리하고 확인해야하는지 알리는 동영상을 제작, 배포하고 있다. ‘생활 속 화학물질 이렇게 사용해요’라는 동영상은 중세 약학자 파라켈수스의 말을 빌려 “모든 물질은 독성이 있으며 치료제와 독약을 구분하는 것은 용량”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모든 화학물질은 독성을 가지고 있지만 위해성은 노출량과 관련이 있다는 것. 낮은 독성을 가진 화학물질이라도 많이 노출되면 위험할 수 있고, 강한 독성을 가진 화학물질은 적게 노출되면 위험하지 않을 수 있다. 몸에 들어오는 경로에 따라 위해성이 달라지는데, 같은 양이라도 분사되어 호흡으로 우리 몸에 들어오면 체내흡수율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는 국가미래연구원 칼럼을 통해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가 빠르게 증폭되면서 맹목적으로 화학물질을 거부하는 사회가 되었다. 진짜 살균력이 있는 제품은 약사법으로 관리하는 ‘의약외품’과 농약관리법으로 관리하는 ‘농약’뿐이다. 공산품은 살균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살균력을 자랑하는 공산품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안에 떨기만 할 게 아니라 피해야 할 것은 무엇이고,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 생활 화학제품 안전하게 써요
모든 생활용품에는 성분을 표시하는 성분표가 있는데, 글씨도 작고 어려운 용어도 많지만 많은 정보가 들어 있다. 제품유형, 성분, 용량을 비롯해 일정 농도 이상의 유해화학물질이 있을 때는 ‘독성 있음’ 문구와 그림문자 등을 표시한다.

기능
세정제, 탈취제, 화장품 등 어떤 기능을 하는 제품인지 표기한다.

성분명
정제수, 글리세린, 소듐벤조에이트 등 성분명을 적는 다. 화장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화장품법을 적용 받아 전 성분을 의무적으로 표기해야 한다. 치약 같은 의약외품이나 주방세제, 세탁세제, 섬유유연제 같은 공산품은 전성분을 표 기하지 않고 주요 성분만 표기하면 된다. 전성분을 표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될 수 있으면 전성분을 표시한 제품을 고른 다. 물티슈는 지난해 7월부터 공산품에서 화장품으로 분류 되어 의무적으로 제품 겉면에 전성분을 표기해야 한다.

자가검사번호
제품에 유해 화학물질이 0.1% 이상이고, 공장 에서 연간 1톤 이상이면 정부에 신고하게 되어 있다. 정부는 신고된 내용을 참고로 위해성 평가를 하는데, 안전 기준을 통과한 제품만 자가검사번호를 쓸 수 있다.

함유량과 ‘독성 있음’ 문구
유해 화학물질을 함유한 경우 해 당 성분 함유량과 ‘독성 있음’ 문구 또는 그림문자를 표기해야 한다.

주의사항
화학 성분은 사용, 노출량에 따라 위해성이 다르 므로 권장 사용량을 지킨다. 주의사항도 반드시 확인한다.


사진 이지아, 어시스트 김은지 | 한미영 기자

2016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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