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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 약 한번 잡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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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 중인 소다 남매가 ‘용기가 생기는 약’을 먹고 치과 진료를 잘 받았다. 서언·서준 쌍둥이는 ‘용감 망토’를 입고 마을의 평화를 지키러 떠났다. 아이들의 두려움과 불안감을 없애주는 신비의 명약이 나타났다.




“예주가 넘어져서 다리가 아프구나. 이 약 한번 먹어볼까? 얼마 전에 엄마가 머리가 많이 아팠는데, 이 약을 먹었더니 금방 나았거든. 우리 예주도 이 약을 먹으면 틀림없이 다리 아픈 게 나을 거야.”

엄마가 아이에게 건넨 건 사탕이었지만 아이는 그 약을 먹고 눈물을 뚝 그쳤다. 실제 효과가 없는 가짜 약이나 꾸며낸 치료법을 제안하고 긍정적인 믿음으로 병세가 호전되는 위약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나혜정 한국아동발달 마곡센터장은 “위약 효과는 만 3~4세 아이가 새롭거나 두려운 상황을 맞이할 때 완충제로 쓰면 도움이 된다.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호기심도 왕성하게 늘지만 두려움이나 불안감을 이겨내지 못하는 아이에게 효과적이다”라고 말한다.

놀이터에 나가보면 미끄럼틀을 두려워하는 아이에게 “넌 할 수 있어” “힘을 내”라고 무한 응원을 보내는 엄마를 종종 목격한다. 아이는 불안에 떨고 있는데, 엄마의 이런 응원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 차라리 가짜 약이나 엉터리 치료법이라도 부모가 제시하는 어떠한 조치가 아이에게 안도감을 준다. 여기에 ‘용기가 솟아나는 약’을 먹으면 용기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하고 그에 걸맞게 행동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피그말리온 효과가 더해지면 아이는 불안감이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위약 효과는 최면에 걸린 것처럼 자신도 모르게 덜 아프다고 느끼거나 갑자기 용감해지게 하는 심리적 조치인 셈이다. 나혜정 센터장은 “가짜 약을 먹이거나 꾸며낸 치료법을 제시하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음을 주면 위약 효과의 힘이 발휘된다. 평상시 겁이 많거나 불안해하는 아이에게는 특히 도움이 된다. 약을 주는 부모에 대한 절대적인 사랑과 신뢰가 클수록 영향력은 크다”고 말했다.



✎ 부모가 알아야 할 위약 사용 설명서

1 위약을 자주 쓰면 자칫 부모 도움 없이 스스로 해내기 힘들어하는 아이로 자랄 수 있다. 공포나 극도의 불안이 있을 때 1년에 3~4회 쓴다.

2 만 5세 이상 아이는 현실적인 판단과 이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기대한 만큼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거짓으로 신뢰를 깨느니 따뜻한 말이나 격려,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이나 장난감, 활동 등을 약속해서 아이가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3 진짜 치료약은 사탕이나 장난감이 아니라 부모의 따뜻한 격려다. “연후가 치료 받을 동안 엄마가 손 잡아줄게. 치료 받고 나면 훨씬 용감해질 거야” 식으로 아이에게 힘든 상황을 이겨낼 수 있으며 엄마가 도와주겠다고 표현해 아이가 상황을 극복하게끔 해준다.

4 부모가 준 약이나 치료법이 가짜라는 걸 아이가 알아차리더라도 위약 효과는 유지된다. 아이는 엄마 아빠가 자신에게 좋은 걸 준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부모가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사람이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부모를 거짓말하는 사람으로 전락시키기 싫은 것이다.

5 용기가 나는 약, 괴물을 물리치는 약 등을 보관할 수 있는 알약 모양 물병 ‘퍼블릭캡슐’. 아이들은 시각 자극에 예민해서 알약 모양 물병에서 꺼낸 약은 효능을 더 믿게 된다. 에코준컴퍼니.



도움말 나혜정(한국아동발달 마곡센터 센터장) | 소품협조 에코준컴퍼니 | 사진 이지아 | 한미영 기자

2016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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