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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육아의 맞춤 열쇠를 찾아서 [죽도록 사랑하지 말고 그냥 사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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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듯 아이를 키워내는 모습 또한 다르다. 저마다의 속도와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기 때문에 말 그대로 육아에는 정답이 없다. 전문가나 경험 많은 지인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도움을 받지만 최종 결정은 부모 몫이다. <맘&앙팡>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올바른 육아 가치관을 세울 수 있도록 특집 기획 ‘부모학교’를 연재해왔다. 흔들리지 않는 육아 철학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육아 멘토의 조언을 토대로 부모학교 실전편을 준비했다. 매일 아이와 나란히 걷는 부모들이 내 아이에게 맞는 해답을 찾기 바란다.




아이의 과잉행동만 문제일까. 아이를 키우며 과잉근심, 과잉육아로 힘들어하는 엄마들이 많다. 많이 사랑하고, 잘 키우고 싶을 뿐인데 뭐가 잘못된 것일까? ‘과잉’이나 ‘방치’가 아니라 쿨하면서 따뜻한 엄마가 될 수는 없을까? 한국과 일본에서 ‘육아 멘토’라 불리는 할머니들의 경험담에서 길을 찾아보자. ‘아이를 잘 키운다’는 개념을 새롭게 정립해야 할 시간이다. 


✎ 다시 아이를 키운대도 '올인’하진 않겠다 
아이 키우는 엄마들에게는 두 명의 할머니 ‘육아 멘토’가 있다.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의 저자이자 ‘세 아들을 과외 한 번 안 시키고 서울대 보낸 엄마’로 알려진 박혜란 할머니다. 박 할머니는 30~40대 젊은 엄마들을 만날 때마다 당부하는 것이 있다. “자녀에게 심리적·경제적·시간적으로 올인하지 마라. 육아에 올인하고 살기에는 ‘엄마 이후’의 삶이 무척이나 길다”는 것이다. 어른 말씀 하나 틀린 것이 없다더니, 앞으로 17년 후 우리나라 국민 4명 중 1명은 고령 노인이다. 아직 젊은 엄마들은 젊은 시절을 아이에게 올인하고 노년을 재앙이라 생각하며 세상을 원망한다면 억울할 법하다. 


“책을 놓은 지 15년 만에 다시 공부를 시작했을 때 그 어려움은 예상보다 훨씬 더 컸다. 우선 전업 주부 10년의 경력은 나에게서 한 군데 집중하는 능력을 완전히 빼앗아 갔다. 책을 읽으면 글자들이 눈에까지만 들어올 뿐 뇌에까지는 좀처럼 전해지지 않았다. 어느 날 자정 넘어서까지 거실에 앉아서 공부를 하다가 너무 속이 상해서 혼자 밥상에 엎드려 울고 있었다. ‘어쩌면 이렇게 돌대가리일 수가 있을까. 어쩌면 이렇게……’ 하고 자탄하면서. 그렇게 한참을 엎드려 울고 있는데 조그만 몸이 내 등 뒤에 실려 왔다. 둘째였다. 오줌이 마려워 깼다가 엄마의 그런 모습을 보고 놀랐나 보다. ‘엄마는 우리한테는 꼭 1등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버리라고 해놓고 엄마는 지금 욕심대로 안 되니까 속이 상한 거지? 엄마, 꼭 1등 안 해도 돼. 그냥 열심히 하면 되는 거야.’”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나무를 심는 사람들) 중에서 



✎ 엄마도 어제를 딛고 오늘 성장하고 있다 
일본의 그림책 작가 사노 요코 할머니는 암 앞에서도 당당했지만 사춘기 아들이 사납게 날뛰던 시절에는 스스로를 ‘몹쓸 엄마’라 자책하며 눈물의 나날을 보냈다고 토로한다. 아들의 방황이 아들에게 올인하지 못한 자신 탓인 것만 같고, 자신의 모든 선택이 아들을 그렇게 만든 것 같아서다. 그때 한 지인이 “잘난 척하지 마. 너한테 그런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아들의 영혼을 모독하는 일이야.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한 혼돈기를 거치는 아들을 약한 존재로 여기는 건 아들에게 실례야”라고 따끔하게 조언했다. 사고뭉치 아들이 돌연 착해진 건 반성한 엄마가 정성을 쏟아서가 아니다. 아들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기 때문이다. 멍하니 맥 풀린 감정을 추스르고 과거를 돌아본 사노 요코 할머니는 “아이를 키우는 동안 사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담담하다. “아이는 스스로 자랐고, 나는 다만 아들을 귀여워했을 뿐이다”라고 고백한다. 

“내 아들은 누가 봐도 착한 아이는 아니다. 학교에서 하루에도 다섯 번은 지적을 받고, 선생님이 눈을 지그시 감으며 ‘넌 대체 왜 그러니?’라고 안타깝게 중얼거리면 아들은 그걸 흉내 낸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아들을 째려본다. 검도학원에서 선생님한테 얻어맞고 실신한 적도 있다. 하품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실신한 모습을 재연해 보였다. 뭐든 마음껏 해보렴. 어린 시절을 충분히 아이답게 보낸다면 그걸로 좋다. 슬픈 일도, 기쁜 일도 남을 원망하는 일도 짓궂은 일도 실컷 해보기를. 그리고 어른이 되었을 때 사랑하는 이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궁금해하며 타인의 마음에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자식이 뭐라고>(마음산책) 중에서


✎ 엄마가 크면 아이도 따라 큰다 
두 할머니가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엄마가 아이보다 더 오래 살았다고 아이보다 인생을 더 잘 안다는 건 착각이다”라는 것과 “아이를 억지로 키우려 하지 마라. 아이는 스스로 잘 자란다”는 것이다. ‘방치’와는 다르다. “아이를 우리 집에 잠시 들른 손님처럼 대하라”는 조언에 가깝다. 우리 집에 머무는 동안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다가 때가 되면 홀연히 떠나기를. 이웃 엄마들과 경쟁하고 아이의 또래 친구들과 비교하다 과잉육아로 발을 헛딛지 말고 소중한 엄마 인생부터 관심 갖고 돌보라는 당부가 간곡하다. 하루하루를 ‘버티는’ 엄마들에게 아직 발견하지도 않은 특기를 찾아내라는 말은 부담일 수 있다. 숨겨진 재능을 지금 당장 꺼내라는 말이 아니다. 중요하지 않은 일에 너무 많은 생을 소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그 열정을 자신에게 사용하기를 연습해보라는 선배의 당부다. 주변의 평가가 어떻든 엄마가 흔들림 없이 자신을 믿고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아는 아이는 오히려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자립심과 독립심을 키울 수 있다는, 경험 이야기다. 


✓ 일기쓰기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의 저자 김애리 씨는 하루 5분 글쓰기를, 박혜란 할머니는 일기쓰기를 적극 권한다. 글솜씨와 상관 있을 리 만무하다. 나의 인생은, 내가 살아낸 오늘은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나만의 콘텐츠다. 글을 쓰다 보면 얻는 치유가 분명 있다. ‘나에 게 슬픔을 주는 100가지 목록’을 작성해보는 것도 좋다. 아래 빈칸에 오늘 하루를 돌아보며 짧은 일기를 써보자.


도움말 김이연(정글짐북스 대표), 김민정(자람가족학교 연구팀장), 이다랑(그로잉맘 대표), 최주연(강남연정신과 원장) 참고도서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카시오페아),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나무를심는사람들), <불안해도 괜찮아>(소울메이트), <불평 없이 살아보기>(세종서적), <자식이 뭐라고>(마음산책) | 모델 카얀(만 3세), 비첼(만 3세) | 패션 스타일링 류민희 | 헤어 메이크업 박하 의상협조 미미씨엘, 바바라키즈, 버디, 아오스타, 우트, 클랜씨, H&M키즈 | 사진 송상섭, 어시스트 정혜인 | 글·진행 한미영·김경민·윤세은 기자

2017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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