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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이의 가장 좋은 친구는 아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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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빛과 물로 성장하듯 아이는 부모의 사랑과 관심으로 자란다고, 아빠는 믿는다. 여전히 육아가 어려운 아빠들에게 김요환 씨는 단 1시간이라도 아이와 함께하는 것에서 시작해보라고 조언한다.



동네 맛집으로 자리 잡은 국수가게를 운영하는 아빠 김요환 대표의 국숫집은 수익금 전액을 기부금으로 환원하는 ‘착한’ 가게로도 유명하다. 작년부터는 세미나, 파티 등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키즈 카페 ‘도트카페 필립앤노아’를 운영하고 있다. 미술을 전공한 아내가 아트클래스를, 국수가게 사장인 아빠가 쿠킹 클래스를 진행하며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아빠와의 추억이 아이를 자라게 한다
엄마의 아트클래스는 미술을 가르치는 시간이 아니다. 아이만의 시각으로 그리고, 만들며 미술을 즐기는 놀이터다. 아빠의 쿠킹 클래스도 마찬가지다. 요리하는 법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요리라는 새로운 경험을 아이들과 공유하고 싶어 시작했다. “어느 날 아내가 심각하게 얘기하는 거예요. 책에 그려진 무랑 대파를 30번 넘게 보여줘도 아이가 모른다며,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는 거죠. 터닝메카드나 헬로 카봇 등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는 이름을 다 외우거든요. 무랑 대파는 자기와 연결고리가 전혀 없으니 모르는 거죠.” 아빠는 아이가 머리로만 기억하는 지식을 오감으로 느끼고 경험할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쿠킹 클래스는 멸치 ‘똥’을 빼는 작업에서 시작한다. 처음엔 멸치를 만지기조차 무섭다던 아이도 쿠킹 클래스 한 번이면 세상 모든 멸치 ‘똥’을 뺄 듯 적극적으로 변한다. “밴댕이의 등이 푸른색이라 ‘뒤가 퍼렇다’는 뜻에서 ‘디포리’라고 부른다는 걸 멸치 육수를 만들면서 배워요. 생강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냄새가 나는지도 알 수 있죠.” 하지만 아빠가 쿠킹 클래스를 시작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아이와의 추억을 만들고 싶어서다. 쿠킹 클래스는 원래 아이와 아빠가 함께하는 콘셉트였다.

“아이에게는 아빠랑 함께한 추억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추억은 서로를 친밀하게 만들거든요. 추억 없이 사춘기를 맞고, 어른이 되면 아이는 아빠와 할 얘기가 없어요. 가족인데 서먹하죠. 제가 그랬거든요. 40년 동안 아버지와 대화한 것보다 일곱 살 아들과 대화한 게 더 많아요. 아버지와는 사업 이야기 아니면 딱히 할 말이 없어요. 공감대도 없고, 한 공간에 있는 것 자체가 불편해요.” 늘 바빴던 자신의 아버지처럼 김요환 씨도 한때 얼굴 보기 힘든 아빠였다. 아침 8시에 출근해 밤 10시에나 퇴근하던 시절이었다. TV를 보다 당시 세 살이던 아들과 눈이 마주쳤는데 아빠를 힐끔 보더니 다시 TV만 보고, ‘엄마’라는 말은 하면서 ‘아빠’는 못하는 아이를 보며 뭔가 잘못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국수가게가 한가한 오후 시간에 집을 다녔어요. 왕복 1시간 거리라 2시간 정도 아이와 함께할 수 있었죠. 짧은 시간이지만 매일 집과 국수 가게를 오가다 보니 언제부턴가 문 여는 소리만 나면 아이가 ‘아빠’라고 외치며 달려 나오더라고요.”

소소한 놀이로 친구가 될 수 있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사랑하는 아들이지만 처음 태어났을 땐 분명 어색하기도 했다. 아이를 뱃속에 품었던 엄마와는 시작점이 다르다. 아빠가 양육에 있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엄마랑 아이가 뱃속에서 교감하던 시간만큼 아빠가 아이와 교감할 수 있을까요? 부성애는 아이를 키우면서 만들어져요. 지름길은 없습니다. 아이와 친해지고 싶다면 함께하는 시간만이 답이에요. 엄마가 시키니까, 그제야 건성으로 놀아주죠. 이런 아빠한테는 아이도 흥미를 못 느껴요. 그러면서 아이가 아빠를 싫어한다고 하죠. 그건 변명이에요. 아이는 터닝메카드보다 아빠를 더 좋아하거든요.” 아빠에게 익숙한 일상도 아이에게는 첫 경험이고, 새로움이다. 아이와 놀아주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겠다는 아빠들에게 잘하는 것부터 함께하라고 조언한다. “집에서 쿠킹 클래스를 해보세요. 라면을 끓여도 좋아요. 필립이랑 노아는 정수기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해요. 애들이 이런 걸 좋아할까, 고민할 필요 없어요. 처음이 어색하지, 하다 보면 금방 친해져요.” 키즈카페나 테마파크에 가면 아이는 좋아하겠지만, 그 시간이 아빠와의 추억이 아니라 놀이기구와의 추억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놀이든 아빠와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충분히 행복하다. “아이가 닮고 싶은 아빠가 되고 싶어요. 무슨 일이 있으면 의논할 수 있는 인생 파트너이고 싶고요. 서로 친해지는 과정이 쉽진 않겠지만, 나중엔 아이들이 아빠의 든든한 힘이 될 테니까요.”


사진 이지아, 신국범 | 윤세은(자유기고가)

2017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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