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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엄마, 오늘도 마당으로 소풍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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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이며 꽃이며 아이들까지, 마당에는 쑥쑥 돋아나고 확확 피어나는 것들 천지다. 하진ᆞ하주 자매는 매일 마당에서 뛰고 구르며 웃는다. 작다란 마당은 자매의 놀이터이자 웃음 제조기. 엄마 잔소리를 줄이고, 아빠 놀이를 업그레이드하는 신기방기 재주까지 갖췄다.





“마당 있는 집은 관리하기 힘들지 않아?” 마당 있는 집에 살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아이들과 살 집으로 마당이 있는 집을 찾은 임나리 씨의 대답은 심플하다. 바로 “조금 덜 부지런하면 된다”는 것. 가을에 낙엽이 떨어지면 서둘러 비질하지 않고 그 모습을 구경하고, 낙엽이 쌓이면 아이들과 낙엽 놀이를 한다. 나만의 방식으로 즐기자고 마음먹으면 마당이 일터가 되어 괴롭히지 않는다.





✎ 마당에 돗자리 깔고 김밥만 먹어도 소풍
“가족의 일상이 달라졌어요. 마당을 가장 잘 활용하고, 마당 때문에 가장 많이 변한 주인공은 아이들이죠. 매일 맨발로 마당을 뛰어다니고 흙을 파고 놀아요. 블록이며 인형이며 장난감을 가지고 와서 마당에서 놀기도 하고, 친구들을 초대하는 일도 잦아졌어요. 돗자리를 깔아주고 김밥 한 줄을 더하면 그 자체로 소풍이 되니 저도 즐거워요.” 땅과 붙어 있는 집이 주는 안정감에 마음이 치우쳐서, 직선으로 솟구쳐 오른 너른 공간보다 곡선으로 휘어져 납작하게 앉은 공간이 어쩐지 다정해서 마당 있는 집을 선택한 임나리 실장 부부. 3년 살아보니 마당은 ‘아이를 아이답게 만드는 공간’이다. 집 안에서는 무르고 연한 아이들이 마당에서는 차돌처럼 단단해져 종일 구르고 내달린다. 퇴근하면 실내에서 아이들과 장난감 놀이를 하던 아빠도 이제는 마당에서 뛰어내리기 놀이를 하며 몸으로 논다. 가벼운 소풍을 즐기던 가족은 주말이면 직접 커피를 내리고 빵을 챙겨 마당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온 가족이 햇볕 아래서 빵을 뜯어 먹는 풍경은 상상만 해도 폭신하다.





✎ 마당은 아이로 하여금 질문하게 한다
집에서는 햇볕 냄새 나는 빨래를 좋아하는 주부이지만, 집 밖에서는 서울 이야기를 담은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포스트서울’(www.postseoul.com)의 공동 기획자이자 운영자다. 두 세계를 오가다 휴식이 필요해지는 순간 임나리 실장은 “눈으로만 감상하는 풍경이 아니라 직접 들어가서 만지고 감각할 수 있는” 마당으로 투벅투벅 걸어 들어간다. 나무 두 그루가 오도카니 선 마당은 마치 아이처럼 매일 다른 풍경을 펼쳐낸다. 해마다 라일락 나무는 꽃을 피워 봄을 전하고, 감나무가 풍성해지면 가을이 한창이라는 신호다. “하진이가 여섯 살, 하주가 세 살이에요. 질문이 많은 시기인데 마당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아이들이 식물, 날씨, 곤충에 관해 자주 물어요. 겨울에 눈이 와서 함께 눈사람을 만들고 ‘마농’이라고 이름 붙여주었는데 다음 날 녹아서 없어졌어요. 딸들이 눈이 동그래져서 ‘마농은 왜 없어?’ 하고 묻기에 ‘따뜻해져서 녹았어’라고 대답해주었어요. 아이들은 어른 생각보다 자연의 변화에 민감하고, 깊이 고민해요. 철학적인 질문으로 놀라게 할 때도 많고요.” 세상이 변했다지만 주택이 모여 있는 동네는 여전히 골목의 정서가 흐른다. 부탁하지 않아도 이웃 어른들은 하진이와 하주를 살피고, 안부를 묻고 아낀다. 아이들도 이웃 어른을 좋아하고 따르며 자라고 있으니 이보다 좋은 인성교육이 있을까. 꽝꽝 흙을 밟고 골목을 뛰어다니며 하진이와 하주는 아이답게 자라는 중이다.





✓ 마당에서 가족 놀이

1 ○ 물놀이 끝판왕 마당 수영장
마당에 간이 수영장을 만들어주면 아이들은 여름 내내 잘 논다. 마당 수도꼭지에 호스를 연결해주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특급 물총으로 변신한다.

2 ○ 찰칵찰칵 빨랫줄 스튜디오
볕이 좋은 날 빨랫줄에 커다란 흰색 광목천을 걸어두고 그 앞에서 가족사진을 촬영하곤 한다. 자연광에서 가족의 자연스러운 표정을 담을 수 있어서 좋다. 올여름에는 흰 광목천을 스크린 삼아 심야 영화를 볼 계획이다.

2017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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