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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빠가 가구를 만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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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의 아빠가 있다. 아이를 키우고, 나무로 가구를 만든다. 아이에게 필요하거나 재미를 주는 가구다. 시작은 아이 선물이었는데, 나무에 손때가 묻어 짙어지는 사이, 정작 자란 건 아빠들이었다.



✎ 린아‧로아가 좋아하는 레고 테이블



김용기 대표의 아버지는 건축과 목공일을 하셨다. 그 손재주를 닮은 덕분에 김 대표 역시 같은 길을 걸었다. “첫째 린아에게 침대가 필요해 아버지와 함께 만들었는데, 나무 만지는 게 좋더라고요. 그래서 아이 가구를 만들기로 했어요.” 딸 린아와 아들 로아의 이름을 딴 ‘로린파파의 나무홀릭’은 그렇게 시작됐다. 대표 제품은 ‘레고 테이블’이다. 린아가 불편한 자세로 레고를 가지고 노는 모습이 안쓰러워 테이블을 떠올렸다. 모든 면은 손으로 꼼꼼하게 사포질하고, 레고 브릭을 쉽게 찾고 보관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밖에서도 레고를 찾는 아이들을 위해 배달용 철가방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레고 휴대용 케이스’도 만들었다. 레고를 좋아하는 아빠와 두 아이를 잇는 소중한 가구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만들어준 침대와 의자를 지금도 기억해요. 그 따뜻함을 아이들에게도 전하고 싶어요.”

레고 테이블 + 휴대용 케이스



‘레고 테이블’은 1~2인용, 미술 놀이 겸용 등 종류가 다양하다. 언제 어디서든 레고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제작한 ‘휴대용 케이스’는 가볍고 편해 아이들이 좋아한다. 레고 테이블 10만9천원부터, 휴대용 케이스 8만6천원부터. blog.naver.com/dragongi1


✎ 재인ᆞ휘인이 꿈꾸는 2층 침대



한정환 대표는 딸아이에게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멋진 가구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첫째 재인이 이름을 딴 재인베이비베드Jane Baby Bed는 ‘우드래빗’의 첫 번째 가구다. “둘째 휘인이가 태어나고, 아이들 방이 작아 2층 침대가 필요했어요. 자매이자 친구로 자랄 두 아이에게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아직 엄마 아빠와 함께 자는 탓에 침대보다는 놀이터 역할이 크지만, 아이들은 2층 침대를 오르락내리락하며 운동을 하고 놀이를 즐긴다. 손님이 오면 “아빠가 만들어준 가구”라며 자랑도 한다. 그래서 한 대표는 수종부터 마감재까지 친환경 소재만 고집한다. 아빠이기에 허투루 쓸 수 없다. 어린 시절, 집에 2층 침대가 있는 친구가 부러웠던 아빠는 아이 시선으로 다음 가구를 만든다. 오늘도 아빠에게 영감을 주는 건 두 딸의 즐거운 하루다.

마이토 벙크 베드



2층 침대인 ‘마이토 벙크 베드’는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어 인기다. 1인용 2층 침대 ‘마이토 로프트 베드’ 역시 침대 아래에 장난감 정리함이나 책장 등을 수납할 수 있어 공간 활용도가 높다. 마이토 벙크 베드 185만원, 마이토 로프트 베드 130만원. www.woodrabbit.co.kr


✎ 다인‧동하의 재미있는 미끄럼틀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선물은 다 나무로 만들어요. 제가 나무 만지는 일을 하니까요.” ‘스튜디오 루’의 안문수 대표가 만든 나무 장난감은 다양하다. 둘째를 위해 자동차와 킥보드를 만들고, 첫째가 좋아하는 북극곰 모양으로 미끄럼틀도 제작했다. 4년 전 만들었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미끄럼틀을 좋아한다. 함께 미끄럼을 타고, 계단에 올라 책도 읽는다. 아빠가 주는 선물인 데다, 세상에 둘도 없는 장난감이다. “어릴 때 부모님이 바쁘셨어요. 용돈은 많이 받았지만 빈자리가 컸죠. 그땐 돈 주고 산 로봇보다 친구 아빠가 만든 나무 팽이가 그렇게 탐나더라고요.” 다인이가 태어나고 처음 손에 쥐여준 것도 직접 만든 나무 팽이였다. 아빠는 아이가 원하는 ‘아빠의 선물’이 무엇인지 안다. “우리 아빠는 뭐든 뚝딱뚝딱 만들 수 있어”라는 다인이의 한마디는 아빠가 나무를 만지는 이유, 그 전부다.

북극곰 미끄럼틀



2년에 걸쳐 완성한 ‘북극곰 미끄럼틀’은 하얀 북극곰이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는 듯한 모습으로 디자인해 친근감을 살리고, 미끄럼판은 곡선으로 만들어 스릴감까지 더했다. 55만원부터. blog.naver.com/anmoonsu


✎ 영휘‧이현이 상상하는 미술 책상



서초동에 자리한 ‘SMLD’ 쇼룸을 찾은 아이들이 약속이나 한 듯 다가가는 가구가 있다. 뭐든 바퀴 달린 걸 좋아하는 첫째 영휘에게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롤롤’이다. 수레처럼 밀 수 있고, 롤페이퍼 디스펜서를 장착해 그림 그리기, 스탬프 찍기 등 다양한 미술 놀이도 즐길 수 있다. 권태현 대표의 두 아이도 롤롤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 “롤페이퍼를 바닥까지 쭉 늘어놓고 그림 그리는 놀이를 좋아해요. 밥 먹을 땐 거실로 끌고 와 식탁처럼 쓰기도 하고요.” 아이들에게 롤롤은 자기만의 놀이라면 무엇이든 가능하게 해주는 가구다. 권 대표는 언제 어디서든 아이들이 어떤 놀이에 재미를 느끼고, 가구에는 어떤 기능이 필요한지 습관처럼 눈여겨본다. 이런 아빠로서의 시선과 노력이 아이 가구를 만드는 노하우다. “아이들에게 무엇이든 척척 만들어주는 아빠가 제 로망이에요.”

롤롤




색연필 등을 보관하는 트레이와 종이를 고정하는 자석 스틱 등을 장착한, 바퀴 달린 미술 책상이다. 더 단순하고 안정적인 기능과 디자인으로 업그레이드한 두 번째 버전을 출시할 예정이다. 40만원대. www.smldesign.co.kr


사진 이지아 윤세은(자유기고가)

2017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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