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바로 중환자실에 3일 머물렀던 아기가 이젠 누구보다 건강하고 예쁜 25개월 아기로 자랐습니다.
2013년 3월 31일 새벽 5시 8분, 스탠리는 약 48시간의 진통 끝에 태어났습니다.
그날은 부활절 일요일이었고 스탠리는 부활절 일요일에 태어난 첫 아기였습니다. 뉴스에서 인터뷰를 요청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첫 아기를 품에 안은 기쁨도 잠시 난산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고 그로 인해 우울증까지 찾아왔습니다. 아기도 힘들었던지 엎친데 덮친 격으로 다음 날 오전 아기가 경기를 일으켜서 중환자실로 옮겨졌는데 제대로 걸을 수도 없었던 저는 아기를 찾아가 보는 것 조차도 힘들었습니다.
특히나 호주의 병원 시스템은 한국과 달라 보호자가 밤에 함께 있어줄 수 없어서 저는 혼자서는 움직이기도 힘든 몸으로 온전히 아기와 둘이서 첫날 밤을 보냈습니다. 아기가 중환자실로 간 후에도 모유수유는 해야 했기에 밤낮으로 아기가 깰 때마다 중환자실에서 모유 수유를 위해 내려오라는 전화를 받았는데 혼자 걸을 수 없어서 휠체어를 부탁하고는 도와줄 사람이 오길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러나 병원이 너무 바빠서 일손이 부족하면 시간이 많이 늦어졌고, 중환자에 도착했을 땐 아기는 이미 울다가 지쳐서 잠든 상태이곤 했습니다.
저는 너무 속상해서 매일매일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울고 또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중환자실에 있었던 약 3일 동안 아기는 손등에 주사기를 꽂고 코엔 튜브를 꽂고 몸엔 심장박동 등을 체크하는 도구들을 붙이곤 몸에 이상이 없는지 혈액검사며 이런 저런 검사들을 받았습니다. 이제 갓 태어난 아기에게 얼마나 큰 스트레스였을지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불행중 다행이라고 모든 검사 결과는 정상으로 나왔고 퇴원 하기 하루 전날 엄마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아기의 안전 때문에 산모는 아기와 함께 침대에서 잘 수 없다는 호주 병원의 방침에, 침대에 누웠다가 일어나는 것마저 혼자 할 수 없었던 저는 아기와 함께 한 병원에서의 마지막 밤을 침대에서 누워보지도 못하고 의자에 앉아 아기를 안고 밤을 지샜습니다.
다리는 다 퉁퉁 붓고 그와중에 젖몸살까지 왔습니다.
아기가 처음 태어났을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아프지만, 지금은 어느 누구보다도 건강하고 잘 자라주고 있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호주에 있을 때 기차박물관에서 ´토마스와 친구들´ 특집을 한 적이 있어서 차와 기차를 좋아하는 스탠리를 데리고 갔었습니다. 여러가지 볼거리, 체험거리가 많았는데 그 중에서 스탠리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직접 탈 수 있는 토마스 기차였습니다. 박물관 앞마당을 약 10분 정도 왔다갔다 하는 미니기차였습니다. 스탠리가 타보고 싶다고 하여 입장료를 내고 태워주는데 어른은 탈 수 없다고 하여 아기가 너무 어린 것 아닌가 싶어 고민하다가 혼자 태워서 보냈는데 너무도 얌전히 잘 타는 것을 보고 갑자기 마음이 뭉클해지는 거였습니다. 이젠 엄마 없이도 혼자서도 잘 하는 아기로 이렇게 자랐구나 생각하니 갑자기 눈물까지 나더라구요.
지금은 건강하고 밝은 25개월 아기가 된 우리 스탠리,
앞으로도 지금만 같이 예쁘게 건강하게 자라주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