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알을 품은 아이
햇볕은 쨍쨍, 바람은 조용조용. 콧등 위로 땀방울이 또르르.
오늘도 몹시 무더운 여름날이에요.
뜨거운 볕이 내리쬐는 한낮, 놀이터에 나가지 못한 태훈이는 온몸이 간질간질, 지루한 하품만 합니다.
“하~암! 심심해.”
그때 마침, 주방에서 태훈이를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태훈아, 잠깐 이리 와 볼래?”
무슨 재미있는 일인가 싶어 쪼르르 달려가보니 엄마가 무언가를 손에 올려주었어요.
태훈이는 조심스레 손을 대 봐요.
차갑지만 부드럽고 작지만 단단한, 동글동글 귀여운 두 개의 얼음알이네요.
“와, 정말 예쁘다. 이 알 속에는 누가 살아요?”
“글쎄, 누가 살고 있을까? 우리 한 번 기다려볼까?”
“네, 좋아요!”
태훈이는 따뜻하게 알들을 안아주었어요. 엄마 닭이 달걀을 꼬옥 품고 있는 걸 동화책에서 보았거든요.
그런데 알들이 미끌미끌 자꾸 도망가요. 찌릿찌릿 손가락도 시리고요.
후다닥 방으로 달려가 옷장에서 손수건을 꺼내 왔어요. 그리고는 그 위에 알들을 살포시 올려 베란다로 나가요.
“알아, 해님이 더 따뜻하게 해줄 거야.”
태훈이 이마에 어느새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혔어요. 알들도 더운지 땀을 뚝뚝 흘리네요.
앗, 그런데 알들이 점점 작아지고 있어요. 너무 더웠던 걸까요.
태훈이는 재빨리 알을 안고 엄마에게로 달려가요.
“엄마, 알들이 이상해요. 어떡하죠?”
“얼음알을 깨고 새끼가 나오려나 봐.”
그리고 잠시 뒤, 얼음알에서 정말 새끼의 모습이 보였어요.
연두색깔의 작고 동그란 모습의 새끼에요. 빨간색의 세모 모양의 것도 있네요.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음알 속 새끼들의 모습이 태훈이는 마냥 신기해요.
아, 자세히 보니 태훈이가 좋아하는 새콤달콤 청포도 알과 아삭아삭 시원한 수박 조각이네요.
“우와 엄마, 얼음알에서 청포도랑 수박이 나왔어요!
사실 얼음알은 엄마가 태훈이 주스에 넣어주려고 미리 냉장고에 얼려둔 것이었어요.
엄마가 새로운 얼음알 세 개를 꺼내 주스에 퐁당 넣어주었어요.
귀여운 알들이 동동, 주스가 더욱 맛있어졌어요.
주스 한 잔을 꿀꺽 다 마신 태훈이가 엄지를 치켜세우며 말해요.
“엄마, 맛있어요. 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