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작가



동물원, 우리.
동물원, 우리.
작은 동물원의 한 귀퉁이에는 닭과 기니피그, 토끼 우리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어요. 코를 찡긋찡긋 씰룩이며 깡총깡총 뛰어다니는 토끼는 인기 만점 동물이에요. 모두들 토끼에게 당근이며 풀을 주고 싶어 해서 토끼 우리 앞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답니다. 하지만 닭과 기니피그에게는 눈길을 주는 사람이 별로 없었죠.
“꼬끼오! 꼭꼭꼬꼭 꼬꼬댁!”
갑자기 비명을 지르듯 내뱉는 닭울음소리에 사람들이 몰려들었어요.
“왜 그래? 무슨 일이야?”
기웃기웃 닭장을 들여 다 보는데,
“앗, 저기다! 참새 때문인가 봐요.”
민이가 소리쳤어요. 닭장 귀퉁이에 놓인 닭 모이그릇 위에, 참새가 한 마리 앉아 있었거든요. 참새는 작은 부리로 닭 모이를 콕콕콕콕 쪼아 먹었어요. 목을 길게 빼고 울던 닭은, 이내 참새에게 돌진했답니다. 참새는 재빨리 포르르 날아올랐어요. 닭에게 쫓겨난 참새는 울타리를 넘어 기니피그의 모이그릇으로 날아가 앉았어요. 모이그릇을 콕콕 쪼고 있는 참새의 곁으로 기니피그들이 몰려들었어요.
“정말 못 말리는 욕심쟁이로군.”
“저러다 엄청 뚱뚱한 돼지 참새 되겠어.”
사람들이 참새를 나무랐어요. 자기를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을 아는지 모르는지, 참새는 몇 번이고 닭 모이 그릇과 기니피그 모이그릇을 오가며 바쁘게 날개를 움직였답니다.
“날아다닐 수 있는 참새만 신이 났구만.”
“봤지? 저렇게 혼자 욕심 부리면 안 되는 거야.”
그 광경을 바라보던 사람들이 한마디씩 하며 다른 동물들을 보러 흩어졌어요. 민이는 닭장 앞에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답니다. 아침에 엄마 아빠에게 혼난 일이 떠올랐거든요. 갓난쟁이 동생이 민이가 제일 아끼는 변신로봇을 손에 쥐고 입에 넣으려는 찰나, 민이가 얼른 빼앗았어요. 동생은 한바탕 울음을 터뜨렸구요. 그 광경을 본 엄마 아빠는 넌 장난감도 많으면서 동생에게 하나쯤 양보하지 않는다며 나무랐죠. 하지만 엄마아빠가 몰라서 그런 거예요. 그 변신로봇은 동생이 가지고 놀기엔 아직 너무 어려워요. 그리고 너무 날카로워서 입에 넣으면 위험할 수도 있다구요. 엄마 아빠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핑 도는 눈물을 삼키며 닭장을 바라보던 민이의 눈이 번뜩 커졌어요. 그리고 뒤돌아 소리쳤어요.
“아니야! 참새는 욕심쟁이가 아니에요!”
민이가 뒤돌아 떠나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어요.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참새 혼자 모이를 다 빼앗아 먹은 게 아니에요. 기니피그 모이그릇이 비어 있어서, 참새가 닭장에서 모이를 옮겨다 준 거라구요.”
그래요. 참새의 고 작은 부리로, 배고픈 기니피그를 위해 모이를 날라다 주고 있었던 거예요. 닭의 매서운 공격을 피해가며 말이죠.
“우리가 참새를 오해했구나.”
“참새의 착한 마음을 몰라봤네.”
참새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준 민이가 고마웠는지 민이의 머리위에서 한참을 맴돌았답니다.
“민아, 뭐 보고 있었어?”
동생 기저귀를 갈아주러 화장실에 다녀왔던 엄마가 민이의 어깨에 손을 올렸어요.
“엄마, 나 집에 가면 변신로봇으로 현우하고 놀아줄 거예요!”
“어머, 정말?”
“네, 하지만 입에 넣는 건 안돼요. 너무 뾰족해서 다칠 수도 있으니깐. 알겠죠?”
“우리 민이는 정말 의젓하고 멋진 형아구나.”
엄마 품에 안겨 있는 현우가 민이를 바라보며 까르륵 웃음을 터뜨렸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