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작가



까만 밤 못난이 토끼


산들 바람 스며든 초록 들판에 한그루 늙은 삼나무에
못난이 토끼 한마리가 기대어 졸고 있어요.
높이 높이 나르는 독수리가 메섭고 음흉한 눈으로 힐끔 힐끔 보고 있어도
큰 바위뒤에 숨어 숨을 헐떡이는 여우가 혀을 내밀고 있어도
땅속 두더지가 구멍을 파느랴 쿵쾅쿵쾅 땅이 흔들려도
햇님이 이제 이별하려고 토끼에게 깜박 윙크해도
나무 가지들이 바람에 흔들려 토끼 코수염을 간지렵혀도
초롱 초롱 새들이 다정히 노래를 불러도
높은 하늘의 뭉게 구름이 함께 즐겁게 춤추자고 넘실되어도
토끼는 꾸벅 꾸벅 졸고 있어요
토끼는 계속 졸고 있네요
삼나무 아래로 들쥐 한마리
통통한 토끼 꼬리를 살짝 건들여도 여전히 졸고 있어요
들쥐 조그만 귀로 윙윙 파리한마리 날아 와 앉으니
화들짝 놀라 찍찍찍 들쥐가 소리내니
졸고 있는 못난이 토끼 동그란 눈을 느릿느릿 깜박이며 기지개를 핍니다.
"안녕? 못난이 토끼야? 넌 항상 이 언덕에서 졸고 있구나!
넌 걱정도 없어?
이 언덕 숲에는 무서운 동물들이 살고 있는데 무섭지 않아?"
"아니 아니 난 무섭지 않아?
모두 모두 내 친구들이니까?" 라고 토끼가 하품을 하며 빙그레 웃고 있네요.
그럼 네가 못난이라고 비웃어도 속상하지 않아?
아니 아니 난 괜찮아!
들쥐는 못난이 토끼가 답답했지요
그래서 못난이 토끼에게 뭔가를 귀속말을 합니다
그때 못난이 토끼는 큰 소리로 놀라며 삼나무 뒤에 숨었지요.
들쥐가 뭐라 했을까요?
하하 들쥐는 토끼에게 이렇게 말했답니다.
“이제 곧 햇님이 사라질거야!”
그럼 모든 세상이 까맣게 변한단다.
네가 친구라고 생각하는 동물들도 마음이 새까맣게 변하지.
그럼 무슨일이 일어날지 몰라!
그리고 네가 기대어 있는 이 삼나무도 까맣게 변한단다.
어쩜 네 마음도 두려움으로 까맣게 변할지 몰라!
그럼 엄마, 아빠 토끼도 까맣게 변해 볼수 없을지도 몰라!
삼나무 뒤에서 무서워 벌벌 떨면서 까맣게 변한 못난이 토끼의 얼굴이
갑자기 반짝이기 시작했답니다.
“아하! 그럼 내 못난이 얼굴도 잘 보이지 않겠네?
그럼 이제 내가 못난이라고 아무도 놀리지 않을거야!”
하늘을 날던 어두운 날개와 바위뒤 검은 그림자가 언제 가버렸는지
이제 조용합니다 .
그때 언덕이 붉게 물들고 햇살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있네요
못난이 토끼는 손바닥을 치며 좋아라 합니다.
들쥐는 놀라 못난이 토끼를 멀뚱 멀뚱 바라 보면서 혼자 중얼거립니다.
“아마도 못난이 토끼가 바보임에 틀림없어!”.
마침 그 순간 서서히 그 언덕으로 하얀 달님이 찾아 왔네요.
못난이 토끼는 반가운 하얀 미소로 달님에게 손 흔들고 있네요
못난이 토끼는 흥얼 흥얼 노래하며
들쥐에게 새로운 친구 하얀 달님을 소개하지요
그 언덕에서 달님은 못난이 토끼와 들쥐가 서로 까맣게 변해 있는 모습을 보고
킥킥 소리 내어 웃고 있네요
금방 햇살에 반사된 달님처럼 못난이 토끼와 들쥐도 반짝이는 친구가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