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작가
[엄마동화] 아유~ 부끄러워 (주제 가을)
아유~ 부끄러워. (주제 가을)
“아유~ 부끄러워.” 미소가 요즘 가장 자주 하는 말이에요.
뭐가 그리 부끄러운지, 옆집 할머니가 “미소 나왔네? 어린이집 가니?” 하셔도 “아유~ 부끄러워.”
세탁소 아저씨가 “미소 오늘도 참 예쁘네.” 하셔도 “아유~ 부끄러워.”
어린이집 선생님이 “미소야, 사랑해.” 하셔도 “아유~ 부끄러워.”
엄마 엉덩이 뒤로 쏙 숨어버려요.
며칠 전에는 어땠는지 아세요?
마트에 있는 동물들에게 인사하러 달려가선 토끼가 반갑다고 코를 찡긋 하며 쪼로로 달려오자 “아유~ 부끄러워.” 하며 미소가 후다닥 달려와 엄마 엉덩이 뒤로 쏙 숨어버렸어요.
그런 미소를 보고 거기 있던 햄스터는 엉덩이를 씰룩씰룩 하며 웃어요.
거북이는 머리를 쏙 넣었다가 쑥 빼며 웃고요.
물고기는 이쪽으로 휙, 저쪽으로 휙 돌아다니며 웃고요.
강아지는 꼬리를 살랑 살랑 흔들며 웃어요.
미소도 따라 웃었어요.
어제 미소가 엄마에게 말했어요.
“엄마, 미소는 왜 이렇게 자주 부끄러워요?”
엄마가 호호호 하고 웃으며 “가을이 와서 그렇지.” 하셨어요.
미소는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어 고개만 갸우뚱.
그 때, 윗집 삼촌이 “어, 부끄럼쟁이 미소네?” 하시는데
미소는 또다시 “아유~ 부끄러워.” 하며 엄마 뒤로 숨다가 미용실 유리창에 비친 자기 얼굴을 봤어요.
미소의 얼굴은 당근처럼 빨간색과 주황색이 섞여있었어요.
엄마와 놀이터에 간 미소는 나무를 보았어요.
어? 나뭇잎들이 전부 부끄러워해요.
어떻게 알았냐고요? 잎들이 전부 빨간색과 주황색이 섞인 예쁜 색깔이었거든요.
“엄마, 가을이 와서 나뭇잎들도 부끄러운 거예요?”
엄마는 호호호 하고 웃으며 “응, 가을이 왔네.” 하셨어요.
미소는 이제야 왜 이렇게 자주 부끄러운지 알았답니다.
미소는 가을이 마음에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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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부쩍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우리 딸은
"아유 부끄러워"
"쑥스럽단 말이야"
하며 제 뒤에 숨기를 자주 한답니다.
그런 딸을 보며 이번 가을 겨울이 지나고 나면 저런 모습도 못보겠지,
지금 열심히 이뻐하며 봐야겠다. 하고 결심하는데,
단풍이 눈에 들어왔네요. (4계절 단풍)
왠지 붉은 색깔이 저희 딸처럼 부끄러워 하는 것 같아
이 글을 써 보았습니다.
+첨부된 이미지는 제가 직접 수채화로 그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