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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작가

15evil 2015.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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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동화] 달님이랑 밥 먹으러 가요!

“밥 먹기 싫어, 안 먹을거야!”

철호는 오늘도 밥투정을 합니다.

“배 안 고파?”
“밥 말고, 아이스크림이랑 빵이랑 과자랑 사탕, 초콜릿 먹고 싶어요.”
“휴...”

엄마가 작게 한숨을 쉽니다. 철호가 먹고 싶다고 하는건 온통 단것 뿐이었거든요.

“군것질 많이 하면 배 아프고, 이도 썩고, 키 안 크는데...건강하게 쑥쑥 크려면 밥이랑 반찬을 골고루 먹어야지.“
“치, 싫어, 맛이 없어, 안 먹을거야!”

식탁위엔 엄마가 정성껏 차린 음식들이 식어가고 있었어요.
고슬고슬 잡곡밥, 시원한 북어국, 포슬포슬 감자조림, 탱글탱글 오징어볶음, 오독오독 오이나물, 고소한 멸치 견과류 볶음, 알록달록 부드러운 달걀찜, 달큰한 애호박나물, 아삭아삭 콩나물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철호 때문에 오늘도 엄마는 애가 탑니다.
뭐든 골고루 잘 먹어서 어른들께 늘 예쁨 받던 철호가 요즘 들어 부쩍 군것질거리만 찾습니다.
엄마는 살살 타이르기도 하고, 무섭게 야단치기도 하고, 그냥 모른척 굶기기도 했지만, 철호는 막무가내 고집쟁이입니다.
철호는 기어이 엄마를 끌고 빵집으로 갑니다.

어둠이 내려앉은 나무 옆을 지날 때 매미가 맴맴 시끄럽게 웁니다.

“엄마, 매미가 너무 시끄러워요.”
“응, 그건 매미가 잃어버린 짝꿍을 찾으려고 큰소리로 노래하는거야.”

엄마의 말에 철호가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유치원 친구들도 짝꿍을 찾을때 큰소리로 이름을 부르거든요.

빵집에 도착한 엄마는 철호가 좋아하는 예쁜 케이크랑 달콤한 빵이 진열된 곳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식빵 한 봉지만 집어듭니다.
부드러운 크림도, 달콤한 팥도 안 들어서 맛이 없는데 엄마는 항상 식빵만 사줍니다.
계산을 하고 나왔는데, 철호는 아쉬운 듯 빵집을 자꾸 돌아봅니다.

“벌써 달이 떴네.”
“어디,어디?”

철호는 목을 길게 빼고, 엄마 손이 가리키는 쪽을 바라봅니다.
그런데 그곳엔 동그랗고 예쁜 달 대신 철호 눈썹처럼 길쭉한 달이 있었어요.

“어? 달님 모양이 이상해요. 예쁜 동그라미가 아니야.”
“글쎄, 왜 그럴까?”

엄마는 어떻게 설명할까 고민하다가 그만둡니다.
다섯 살 철호에겐 달의 공전이니, 자전이니 하는 말은 너무 어려웠거든요.
대신 철호에게 달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저 달도 철호랑 같은 다섯 살 친구야. 달은 원래 밥도 잘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해서 동그랗고 건강한 친구였어.
그런데 철호처럼 밥도 안 먹고, 계속 군것질만 하더니 살이 쭉쭉 빠져서 못난이 얼굴이 되어버렸데.
저렇게 자꾸 밥 안 먹으면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할텐데....”
“그럼 달님이 병원가서 주사 맞아요?”
“그렇지, 아프면 약도 먹고, 주사도 맞아야지.”

약과 주사란 말에 철호의 얼굴이 저절로 찡그려집니다.
밤하늘에 떠있는 달을 보니 철호는 슬그머니 걱정이 되었어요.
계속 밥을 안 먹으면 달님이 어떻게 될까? 생각하니 덜컥 겁이 났어요.

“우리 철호도 달님처럼 될까봐 엄마가 많이 걱정 돼.”

철호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엄마가 말합니다.

“엄마, 밥 잘 먹으면 다시 튼튼해져요?”
“그럼, 동글동글 보름달처럼 예쁘고 튼튼해지지.”
“엄마, 나 집에 가서 밥 먹을래요. 빨리 가요, 빨리,빨리!”

철호는 벌써 저만큼 앞서 콩콩 뛰어가며 엄마를 재촉합니다.

“엄마, 저기 보세요! 달님도 지금 밥 먹으러 가려고 날 따라와요!”

철호 머리 위로 달님도 열심히 따라옵니다.
서둘러 철호 뒤를 쫓는 엄마의 얼굴엔 오랫만에 보름달처럼 환한 미소가 번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