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작가
신발 배우기
미나는 신발이 네 켤레 있어요.
발가락이 꼼지락꼼지락 시원한 샌들,
구멍이 송송 난 욕실 슬리퍼,
그리고 운동화 두 켤레. 분홍색과 빨강색이에요.
“미나야, 세수하렴.”
미나는 욕실로 가 구멍 송송 슬리퍼를 신어요.
“거꾸로 신었구나.” 엄마가 말씀하세요.
미나는 슬리퍼를 내려다 봐요. 잠시 망설이다가 슬리퍼를 바꿔 신어요.
오른쪽을 벗어서 왼쪽에, 왼쪽을 벗어서 오른쪽에.
엄마가 끄덕끄덕 옳지 옳지.
“미나야, 물놀이 가자.”
지난번 물놀이 갈 때 신었던 하얀 샌들을 신어요.
“샌들을 거꾸로 신었구나.”
미나 얼굴이 물음표가 되어요. 잘 모르겠어요.
오른쪽을 벗어서 왼쪽에, 왼쪽을 벗어서 오른쪽에 바꿔 신어요.
엄마가 끄덕끄덕 옳지 옳지.
“미나야, 어린이집 가자.”
빨간 치마에 어울리는 빨간 운동화를 신고 싶어요.
하지만 미나는 지퍼 달린 빨간 운동화를 바라만 봐요.
“어떻게... 신어요?”
엄마는 미나를 작은 의자에 앉히고 빨간 운동화 신는 걸 도와주세요.
지퍼를 가리키며 말씀하세요.
“지퍼가 안쪽으로 가게 신으면 된단다.”
미나는 신발이 어려워서 조금 시무룩해졌어요.
“미나야, 놀이터 가자.”
분홍색 운동화는 찍찍이가 달려있어요.
오늘은 찍찍찍 생쥐 흉내를 내며 장난하지 않아요.
´어느 쪽에 신어야 할까?´ 생각해요.
조심스럽게 오른발을 들어 운동화를 신었어요.
갸웃갸웃 다시 벗어요.
왼발을 들어 벗어둔 운동화에 넣어보아요. 갸웃갸웃.
이쪽 저쪽 신고 벗고. 요리조리 살펴보고.
미나 얼굴이 빨개져요. 처음에는 볼만 빨갰는데 이마, 코, 턱까지 점점 빨개져요.
“몰라! 몰라!”
미나는 한 짝을 벗어 던져버려요.
자꾸 화가 나요. 다른 쪽도 벗어서 세게 던져버려요.
그 때 미나 눈에 하트가 쏙 들어왔어요.
예전에는 없었던 조그만 하트에요.
‘어?’
가만 보니 왼쪽 운동화에 반쪽. 오른쪽 운동화에 반쪽.
운동화를 나란히 놓으니 반쪽 하트가 서로 만나 예쁜 하트가 되어요.
하트 모습 그대로 놓고 운동화를 신으니 왼발, 오른발이 딱 맞아요.
미나의 발이 편안해요.
편안해서 웃음이 나요.
처음에는 배시시 입이 웃고 그 다음엔 눈이 찡끗, 그리고 코도 벌름벌름 웃어요.
신이 난 미나는 성큼 성큼 씩씩하게 걸어도 보고.
폴짝 폴짝 토끼처럼 뛰어도 봐요.
그리고 발끝을 모아 하트를 딱 맞춰 봐요.
"엄마, 미나 혼자 신발 신었어요. 놀이터 가요!"
미나는 다리를 쭉 뻗어 힘차게 그네를 저어요.
분홍색 운동화에 그려진 하트가
미나를 하늘까지 높이 높이 올려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