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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작가

josh81 2015.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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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한 자루

저에게는 한 가지 소원이 있어요. 저는 아주 작은 몽당연필이지만, 더 작아지기 전에 아주 멋진 글을 꼭 써보고 싶어요.
그동안 나연이가 책을 보거나, 엄마와 함께 한글 공부를 할 때면 저는 졸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같이 공부했어요. 물론 가끔은 글자가 너무 어려워서 공부하기 싫은 날도 있었어요. 친구들과 함께 필통 속에서 놀다가 나연이가 깨우기 전까지 잠만 잤던 날도 많았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나연이와 함께 책을 읽고, 나연이가 쓰는 글자들을 보면서 하나 둘 배워나가는 시간이 제일 좋아요. 책 안에도 정말 많은 친구들이 살고 있었어요. 가끔은 무서운 도깨비와도 친구가 되고, 어제는 예쁜 꽃과도 친구가 되었어요.
“오늘은 엄마 생일이야. 엄마한테 편지를 쓸 거야.”
나연이가 필통을 열며 말했어요. 나연이는 오늘도 필통 안에서 저를 꺼냈어요. 나연이가 작고 예쁜 손으로 저를 꼭 잡아줄 때면, 참 행복해요.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된 기분이 들거든요.
“준비 됐지? 그럼 한 번 써보자!”
나연이가 저를 보며 말했어요. 나연이의 말에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어요. 늘 나연이는 저를 꼭 잡고 알 수 없는 그림들만 그렸거든요. 덕분에 저는 하얀 종이 위를 마음껏 미끄러지며 신나게 놀 수 있었어요.
“엄마!”
나연이의 말에 엄마라는 글자가 제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했어요. 저는 하얀 종이 위를 아주 조심스럽게 천천히 걷기 시작했어요.
“잘했어! 이번에는 사랑해요!”
나연이의 말에 저는 이번에도 조심스럽게, 천천히 종이 위를 걸었어요. 제가 걸을 때마다 귓가에 들리는 사각사각 소리가 참 듣기 좋았어요.
“우와! 잘했어! 정말 멋진 편지다!”
나연이가 완성된 글자를 보고 손뼉을 마주치며 좋아했어요. 저도 정말 기뻤어요. 태어나서 처음 써 본 글자, 엄마, 사랑해요. 왠지 내일은 더 멋진 글을 쓸 수 있을 것만 같아요. 내일은 또 어떤 글자를 써볼까요? 저도 모르게 자꾸 웃음이 나왔어요. 글을 쓰는 건 정말 멋진 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