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작가
책 속의 잠자는 친구들
솔이는 놀이터 대장이에요. 놀이터에서 노는 게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집에 갈 시간이 되자 엄마가 솔이 손을 이끌어요.
“솔아, 도서관에 들렀다 갈까? 재미있는 옛날 얘기책 읽어줄게.”
“싫어. 놀이터에서 더 놀래.”
오늘은 비가 와요. 창밖으로 보이는 놀이터엔 친구가 한 명도 없어요.
“아 심심해... 할 일이 없잖아!”
짜증을 내며 책꽂이를 발길질하던 솔이는, 저도 모르게 낮잠에 빠져들고 말았어요.
“크응..푸르릉.. 카칵!”
솔이는 이상한 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떴어요.
“무슨 소리지?”
“크응..푸르릉.. 카칵!”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책꽂이에 꽂힌 연두색 책에서 초록색 꼬리 같은 것이 삐져나와 있었어요.
“이상하다...”
솔이는 조심스레 책꽂이에서 책을 뺐어요. 살그머니 책장을 넘겼어요.
“와앗!”
책 속에서는, 미끌미끌 투명한 몸의 초록색 괴물이 나무에 거꾸로 매달린 채로 잠을 자고 있다가 우당탕 떨어졌어요. 이상한 소리는 바로, 괴물이 코를 고는 소리였어요.
눈을 비비며 눈을 뜬 괴물이, 갑자기 눈을 휘둥그레 뜨며 책 밖으로 펄쩍 뛰어 나왔어요.
“끼용~! 이게 얼마만이야, 바깥세상 구경하는 게? 솔아, 네가 왠일로 책을 다 펼쳤어?“
“응? 그게...”
“네가 하도 책을 안 봐서, 이 책들 속엔 무지무지 많은 친구들이 잠만 자고 있다구. 끼용~! 나, 너무너무 신나~!”
초록 괴물은 집안을 여기 저기 뛰어다니며 물구나무서기도 하고, 재주넘기도 했어요.
“정말? 이 책 속에 전부?”
솔이는 책꽂이에 꽂힌 책들을 하나하나 펼쳤어요. 방망이를 든 도깨비, 장화를 신은 고양이, 분홍색 드레스 자락을 펼친 공주가 사뿐사뿐 걸어 나왔어요.
“야호!” “반가워!” “솔아, 내 얘기 좀 들어볼래?” “아냐, 내 얘기 먼저...”
솔이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새로운 친구들의 이야기는, 놀이터에서 노는 것보다 훨씬 재밌었어요. 재미있게 노는데, 도깨비가 갑자기 이렇게 말했어요.
“솔아, 이제 그만 헤어질 시간이야. 내일도 또 우릴 깨워줘. 꼭!”
“얘들아, 잠깐만!”
“솔아, 솔아.”
솔이는 엄마가 몸을 흔드는 바람에 깜짝 놀라 잠이 깼어요.
“솔아, 여기서 이렇게 자고 있었어? 책을 이렇게 잔뜩 끌어안고.”
놀란 솔이는 품에 안긴 책들을 바라보았어요. 초록 괴물, 도깨비, 고양이, 공주가 책 속에서 눈을 찡긋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