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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작가

kangkl 201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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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공의 변신

나는 공이에요.
나는 혁이의 동그란 공이에요. 노랗고 부드러운 동그란 공.
나는 혁이가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어요. 예전에는 다른 공들도 아주 많았어요.
혁이는 공을 가득 채운 볼풀에서 신나게 노는 것을 좋아했어요.
엄마는 나를 혁이와 함께 던지기도 하고 굴리기도 하며 놀아줬지요.

어느 날, 볼풀은 치워지고 다른 공들은 모두 떠나갔어요.
엄마는 혁이가 찾을지 모른다며 나는 남겨두었지요. 하지만 혁이는 새 로봇 장난감과 우주선 장난감을 갖고 노느라 날 찾지 않았어요.
나는 깜깜한 서랍에서 오래오래 기다렸어요. 혁이가 나와 함께 놀아주기를요.

드디어 오늘! 엄마가 절 서랍에서 꺼냈어요.
“이제 공을 가지고 놀지 않는데, 버릴까.”
으앗! 뭐라고요? 안 돼요, 안 돼!! 날 버리지 말아요!
“아! 좋은 생각이 났어.”
휴우, 엄마는 날 버리진 않으려나 봐요. 대신에 나를 빨간 색으로 칠하고 반짝반짝 금색으로 줄도 그어줬어요.
뾰족한 송곳으로 구멍을 뚫어 끈도 달아줬어요.
이렇게 꾸미면 혁이가 나와 다시 놀아줄까요?

“자, 이제 완성이야. 여기에 걸면 너무 좋겠다.”
어? 저건 트리에요. 반짝이는 불빛이 예쁜 크리스마스트리요.
엄마는 나를 트리에 걸어주었어요. 혁이도 와서 나를 봐요.
“와, 엄마 너무 예뻐요.”
“그래? 네가 예전에 가지고 놀던 공이야. 이렇게 꾸며서 트리에 걸어주니 아주 잘 어울리네.”

이제 나는 깜깜한 서랍 대신에 거실에서 혁이 노는 것을 봐요.
혁이는 이따금 와서 가만히 쳐다보기도 하고 나를 빙글빙글 돌려보기도 해요.
예전처럼 혁이와 함께 있으니 정말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