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작가
구상나무 이야기
구상나무 이야기
나무 친구들은 언덕 위에 살아요. 구상나무도 그 중 하나랍니다.
구상나무는 언덕 위에 찾아오는 마을 사람들을 참 좋아해요. 사람들을 맞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두 팔을 쭉 벌린 채 열심히 햇빛을 쐬고, 열심히 물을 마셨어요.
드디어 봄이 왔어요. 사람들이 언덕 위에 찾아왔어요.
˝만나서 반가워요. 저와 함께 놀아요.˝
구상나무가 말했지만 사람들은 곁으로 오지 않았어요. 사람들은 벚나무 아래로 모여 있었어요. 분홍빛 벚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니 사람들은 행복하게 웃었어요. 구상나무는 외로웠어요.
´내가 아직 튼튼하지 않아서 그런 걸까?´
구상나무는 더 열심히 햇빛을 쐬고 물을 먹었어요.
여름이 오자 사람들은 언덕위로 모였어요.
˝어서 오세요. 제 튼튼한 줄기 좀 보세요.˝
구상나무가 말했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곁으로 오지 않았어요. 사람들은 커다란 그늘이 있는 느티나무 아래에 모였어요. 그 아래에서 낮잠을 자고 점심을 먹었어요.
˝나도 함께 쉬고 싶어요.˝
구상나무의 말은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았어요.
가을이 찾아왔어요. 사람들은 또 언덕 위에 올랐어요.
˝제 열매를 보러 오신 건가요? 제 솔방울 예쁘죠?˝
구상나무가 말했지만 사람들은 다른 곳에 있었어요. 빨간 단풍나무 아래에서 사람들은 기분이 좋아 보였어요. 어떤 사람은 낙엽을 주워 책 사이에 넣었어요.
구상나무는 친구들이 부러웠어요. 계절마다 새로운 옷을 입는 친구들과 달리 구상나무는 항상 초록색라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어요. 구상나무는 쓸쓸했어요.
추운 겨울이 왔어요. 나무 친구들은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잠이 들었고, 사람들은 더이상 언덕 위에 올라오지 않았어요. 구상나무는 여전히 초록색이었어요. 그저 찬바람을 맞으면서도 두 팔을 벌려 열심히 햇빛을 쐴 뿐이었어요.
12월, 언덕이 눈으로 뒤덮인 어느 겨울날 구상나무는 따뜻한 온기에 깜짝 놀랐어요. 눈을 떠 보니 사람들이 자신을 어루만지고 있었어요.
˝이렇게 추운데도 초록잎을 가지고 있다니 놀라워. 튼튼하고 곧은 줄기가 참 멋지군. 내가 찾던 그 나무야!˝
사람들은 구상나무를 마을로 데리고 갔어요. 그리고 구상나무를 치장해 주었어요. 구상나무는 색색의 방울과 전구, 눈송이에 둘러싸였어요. 그리고 꼭대기에는 커다란 별이 달렸어요. 구상나무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되었어요.
마을 사람들은 계속 구상나무 아래로 모였어요. 아이들은 구상나무 아래에서 선물 열어 보며 함박웃음을 지었어요. 어른들은 온화한 표정으로 구상나무를 오랫동안 바라보았어요.
˝내가 멋진 크리스마스 트리가 되다니, 정말 행복해! 여러분 메리 크리스마스!˝
구상나무는 여전히 초록색이었어요. 그리고 더이상 외롭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