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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작가

sky1***@hanmail.net 2016.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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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쟁이 사과나무와 애벌레

심술쟁이 사과나무와 애벌레


숲 속에 한 심술쟁이 사과나무가 있었어요. 이 사과나무는 너무 심술궂어서 주위에 친구가 없었어요. 숲 속 동물 친구들이 사과나무 그늘에서 쉬려고 올 때면 사과나무는 동물들에게 소리를 질렀어요.
“저리가! 난 누가 내 옆에 있는 게 정말 귀찮아!”
새들이 사과나무 가지에 앉아 쉬려고 하면 사과나무는 가지를 흔들어 대며 새들에게 소리를 질렀어요.
“저리가! 난 누가 내 가지에 앉아있는 게 싫어!”
사과나무가 이렇게 심술쟁이라는 소문이 숲 속에 모두 퍼져서 숲 속 친구들은 더 이상 사과나무 가까이에 가지 않게 되었어요. 사과나무는 늘 혼자였지요.
“흥! 나는 혼자인 게 더 좋아!”

그러던 어느 날, 사과나무 가지에 작은 애벌레가 한 마리 나타났어요. 애벌레는 사과나무 가지 위를 꿈틀꿈틀 기어 다니고 사과나무 잎을 사각사각 갉아먹고 있었어요. 잠에서 깬 사과나무는 몸이 간질간질 이상해서 가지들을 살펴보다가 작은 애벌레를 발견하고는 버럭 소리를 질렀어요.
“너는 누군데 내 가지를 기어 다니고 있는 거야! 당장 내려가지 못해! 몸이 간질간질 정말 귀찮다고!”
애벌레가 자신의 나뭇잎을 갉아먹은 것을 발견하고 사과나무는 더 화가 나서 말했어요.
“이봐! 남의 나뭇잎을 갉아먹으면 어떡해! 내 예쁜 나뭇잎에 구멍이 숭숭 뚫렸잖아!”
사과나무가 이렇게 소리를 지르는 대도 애벌레는 열심히 나뭇잎만 갉아먹고 있었어요.
화가 난 사과나무는 나뭇가지를 힘껏 흔들었어요.
“어서 떨어져!!”
사과나무가 가지를 힘껏 흔들었지만 애벌레는 꼼짝도 하지 않았어요.
지친 사과나무가 가지 흔드는 것을 멈추자 애벌레는 또 열심히 나뭇잎을 먹었어요.
“이봐, 이봐!”
사과나무는 소리도 질러보고 가지도 더 흔들어보았지만 애벌레는 그저 나뭇잎만 열심히 갉아먹을 뿐이었어요.
그렇게 한참을 먹기에만 열중하던 애벌레가 마침내 먹기를 멈추고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들었어요.
“아~ 잘 먹었다.”
사과나무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걸었어요.
“이봐! 넌 도대체 누군데 내 가지에 마음대로 나타나 내 나뭇잎을 갉아먹는 거야?”
애벌레는 깜짝 놀라 사과나무를 보았어요.
“안녕. 나는 애벌레라고 해. 너무 배가 고파서 그만. 허락도 없이 나뭇잎을 먹어서 미안해.”
“너 때문에 구멍이 숭숭 뚫린 내 나뭇잎 좀 보라고. 당장 내 가지에서 내려가 줘!”
애벌레는 애원하는 눈빛으로 사과나무를 바라보며 말했어요.
“사과나무야, 부탁이야. 네 가지에서 네 나뭇잎을 먹게 해주면 안 될까? 나는 나비애벌레야. 열심히 많이 먹어야 예쁜 나비가 될 수 있어.”
애벌레의 말을 듣고 사과나무는 콧방귀를 뀌었어요.
“흥. 네가 나비가 된다고? 너는 조그맣고 꿈틀거리는 애벌레인데 네가 내 나뭇잎을 먹는다고 어떻게 나비가 돼?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고 썩 내게서 떨어져! 나는 누가 내 옆에 있는 게 귀찮다고!”
애벌레는 한 번 더 간절히 말했어요.
“정말이야. 내가 지금은 볼품없이 꿈틀거리는 애벌레지만 열심히 먹고 기다리면 예쁜 날개를 가진 나비가 되어서 훨훨 날아갈 수 있어!”
이 말을 들은 사과나무는 생각했어요.
정말 이 애벌레가 예쁜 날개를 가진 나비가 된다면 그건 정말 신기하고 멋진 일일 거라고요 한 번 쯤 꼭 보고 싶은 일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사과나무는 애벌레에게 물었어요.
“얼마나 있어야 나비가 되는 거야?”
“그건 나도 잘 몰라. 그냥 맛있는 걸 많이많이 먹고 기다려야 한다는 거 밖에는.” 애벌레가 대답했어요.
“흠. 나비가 되면 나한테서 떨어질 거지?”
“그래, 약속해. 내가 네 맛있는 나뭇잎을 먹고 나비가 되면 언덕 넘어 꽃밭으로 날아가야 하니 걱정하지 마.”
사과나무는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것이 보고 싶어서 애벌레에게 자신의 가지에서 나뭇잎을 먹도록 허락해 주었어요.
애벌레는 그날부터 사과나무의 이리저리를 돌아다니며 열심히 나뭇잎을 먹기 시작했어요.
애벌레가 꿈틀꿈틀 가지를 기어 다니는 것이 간질간질 귀찮았지만, 사과나무는 꾹 참았답니다. 애벌레가 사각사각 나뭇잎을 갉아먹고 나뭇잎에 구멍이 나서 보기 싫었지만 사과나무는 그것도 꾹 참았어요. 예전 같았으면 이런 것들이 화가 났겠지만 지금은 애벌레가 예쁜 나비가 되는 것 볼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졌어요.

사과나무에 애벌레가 산다는 소문이 숲 속에 퍼지기 시작했어요.
“들었어? 사과나무에 애벌레가 산대. 가지에 기어 다니며 나뭇잎을 갉아먹는데.”
“그럴 리가.”
“정말이야. 지나가던 참새가 봤대. 한번 가보자.”
숲 속 동물들은 애벌레를 보기 위해 사과나무로 모여들기 시작했어요. 모두들 사과나무가 무서워서 가까이 가지 못하고 있는데 아기 토끼가 사과나무에게 말을 걸었어요.
“사과나무 아저씨. 아저씨 가지에 애벌레가 사는 게 맞아요?”
사과나무는 아기토끼에게 대답했어요. 사실 사과나무는 다른 동물들에게도 애벌레를 보여주며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어요.
“그래 맞아. 나비애벌레야. 내 나뭇잎을 먹고 나비가 될 거란다.”
“와. 한번 구경해도 되요?”
아기토끼가 눈을 반짝이며 묻자, 사과나무가 대답했어요.
“그래. 가까이 와서 보렴.”
아기토끼는 사과나무에 가까이 다가가 애벌레를 올려다보았어요. 작은 애벌레가 열심히 나뭇잎을 먹고 있었어요. 다른 숲 속 친구들도 사과나무 가까이 다가왔어요.
“와. 정말이네? 그런데 진짜 이 애벌레가 나비가 된다고?”
“예쁜 나비가 될 거야.” 사과나무가 자랑스럽게 대답했어요.
그 날부터 숲 속 친구들은 사과나무에게 찾아와 애벌레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 인사를 하기도 했어요. 사과나무와 함께 모두들 애벌레를 응원하게 되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애벌레가 갑자기 이상해졌어요. 가지에 거꾸로 매달려 딱딱해지더니 꼼짝을 하지 않았어요. 사과나무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어요. 숲 속 친구들도 모두 걱정이 되어 매일 애벌레에게 찾아왔어요.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애벌레가 다칠까봐 다람쥐들이 나뭇잎으로 애벌레를 덮어주었어요.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새들이 날아와 날개로 애벌레를 감싸주었어요.
하루 밤, 이틀 밤. 사과나무와 숲 속 친구들은 정성스럽게 애벌레를 지켜주었어요.
그리고 얼마가 지났을까. 딱딱했던 애벌레가 꿈틀거리더니 작음 틈이 벌어지고 꼼지락꼼지락 애벌레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이것을 본 사과나무는 숲 속 친구들을 불렀어요.
“얘들아. 어서 와봐. 애벌레가 나오려나봐!”
이 소식을 들은 숲 속 친구들이 모여들었어요.
애벌레는 계속 꼼지락거리며 딱딱한 곳에서 나오려고 열심히 움직였어요.
사과나무와 숲 속 친구들은 애벌레를 응원했어요.
“애벌레야, 힘 내!”
얼마가 지났을까. 애벌레 날개가 모습을 드러냈어요. 애벌레는 날개를 쫙 펼치고 햇빛에 날개를 말리기 시작했어요.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날개는 너무나 예뻤어요.
“와. 어쩜 이렇게 예쁠 수가.”
사과나무와 숲 속 친구들은 모두 감탄했어요.
나비가 된 애벌레는 날개를 말린 후, 천천히 날개를 움직이더니 드디어 팔랑팔랑 하늘로 날아올랐어요.
“사과나무야, 고마워. 네 덕분에 이렇게 멋진 나비가 되었어. 이제 약속대로 나는 떠날게.”
애벌레가 떠난다고 하니 사과나무는 문득 쓸쓸한 생각이 들었어요.
“아니야. 나비야. 언제든지 다시 놀러와.”
“그래, 그럴게. 안녕.”
나비는 웃으며 인사하고는 팔랑팔랑 날아갔어요.
사과나무는 지난날을 생각해 보았어요.
친구들이 가까이 오는 것이 귀찮아서 심술 맞게 굴었던 때보다, 귀찮지만 조금 참고 애벌레와 숲 속 친구들과 함께 했던 시간이 훨씬 행복했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사과나무는 주위를 둘러보았어요.
이제 애벌레는 없지만, 사과나무 옆에는 친구들이 많이 생기게 되었답니다.
“애벌레야,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