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작가
아주 조금만 도와줄래?
˝지율아, 봄맞이 대청소를 할건데 지율이가 어지른건 스스로 청소해 보렴. 이제 한살 더 먹었으니 그정도는 할 수 있겠지?˝
엄마는 내가 이제 다 컸다고 생각하시나봐요. 나는 아직도 손이 작아서 물건들을 집기도 어렵고 청소기를 끌고 다닐만큼 힘도 세지 않은데 엄마는 자꾸 혼자 해보래요.
역시나 혼자 청소하기는 쉽지 않아요. 나는 비밀 친구들에게 아주 조금만 도움을 받기로 했어요.
˝길고 가는 다리가 많은 문어야,아주 조금만 도와줄래? 바닥에 어지러진 장난감들이 너무 많아서 다 주워 담기가 힘들어.˝
문어는 많은 다리를 이용해 장난감을 한꺼번에 주워 정리함에 담아주었어요.
˝길고 굵은 꼬리를 가진 말아, 아주 조금만 도와줄래? 내가 오리고 버린 색종이가 너무 많아서 쓸어 담기가 힘들어.˝
말은 튼튼한 빗자루 꼬리로 쓰레기들을 쓱쓱 쓸어주었어요.
˝달콤한걸 좋아하는 개미들아, 아주 조금만 도와줄래? 내가 흘린 과자조각들이 너무 많은데 어서와서 가져가렴.˝
개미군단은 부스러기들을 모조리 가져가 주었어요.
˝길쭉길쭉 목을 가진 기린아, 아주 조금만 도와줄래? 내가 본 책들을 꽂기에는 저 책장이 너무 높아서 까치발을 해도 힘들어.˝
기린은 긴 목 뒤에 지율이를 태우고 높은 책장 앞까지 올려주었어요.
˝아름다운 수선화야, 아주 조금만 도와줄래? 내가 그린 꽃 그림에서는 향기가 나지 않아 봄 기운을 느끼기가 힘들어. 엄마가 향긋하고 신선한 너를 보면 무척 행복해 하실거야.˝
수선화는 촉촉한 물기를 머금은 채로 창가 화분에 곱게 자리잡았어요.
˝어머 지율이가 혼자서 이렇게나 깨끗하게 청소를 해놨구나! 엄마는 지율이가 너무 기특하구나.˝
엄마는 깨끗해진 내 방을 보고 무척이나 기쁜표정을 지으셨어요.
˝아주 조금만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면 청소는 하나도 어렵지 않아요.˝
나는 멋쩍은듯 싱긋 웃었어요.
(동,식물 이야기 책을 보며..)
˝친구들아, 오늘은 정말 고마웠어. 너희들이 사는곳이 더러워지면 나도 언제든지 달려가서 도와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