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작가
< 동생이 싫어요! >
여섯 살난 지원이는 네살 동생 지수가 있습니다.
지수는 지원이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은 모두 가지고 놀고 싶어하고. 지원이가 하는 놀이는 모두 하고 싶어합니다. 지원이는 그런 지수가 귀찮습니다. 항상 자신을 따라하는 지수가 귀찮고 싫어서 지수에게 하지 말라고 소리쳤습니다.
그럴 때면 지수는 울어버렸고 엄마는 지수 편만 듭니다.
‘엄마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쳇..’
지원이는 엄마가 지수만 이뻐하는 것 같아서 속상합니다.
어느 날 밤 지원이는 엄마에게 망태기 할아버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말 안듣고 투정부리는 아이를 잡아간다는 무서운 할아버지..
망태기 할아버지 이야기를 들을 때 지원이와 지수는 엄마에게 꼭 붙어 있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눈을 떠보니 엄마가 아침이라고 깨웁니다. 지수도 일어나서 밥을 같이 먹고 어린이집에 갔습니다. 집에 와서 신나게 놀고 있는데 또 지수가 와서 지원이 장난감을 만집니다. 화가 난 지원이는 지수에게 “ 저리가 내꺼 만지지마” 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지원이의 소리에 달려오신 엄마는 지원이만 혼냅니다. 지수에겐 달래주기만 합니다. 그런 지원이는 오늘도 지수 때문에 속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어제 엄마에게 들은 망태기 할아버지가 지수를 잡아갔으면 좋겠다고... 지수가 우리집에서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고...
“지원아 밥먹어”
지원이는 엄마의 목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깜박 잠이 들었었나 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집이 조용합니다. 재잘거리던 지수 목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거실로 나와서 식탁에 앉았습니다.
“ 엄마 지수 어디갔어요?”
“지수? 지수가 누구니? 우리집엔 지원이, 엄마, 아빠 이렇게 세식구 잖아.”
“네?”
지원이는 엄마 말에 깜짝 놀랐습니다. 지수가 없다니요.. 우리집엔 세식구 뿐이라니요..
지원이는 밥을 먹고 집안 구석구석 지수를 찾으러 돌아다녔습니다.
정말 없습니다. 내 동생 지수가 없어졌습니다!
‘ 내가 아까 생각한게 이루어진거야? 그럼.. 지수가 없어진거야?’
처음에는 걱정이 되었지만 이내 생각했습니다.
‘아싸 그럼 이제 나 귀찮게 하는 동생이 없는 거네. 엄마도 나만 예뻐해주시겠지?
장난감도 다 내꺼고 으하하하 신난다.´
지원이는 싱글벙글 웃으며 콧노래를 불렀습니다.
엄마는 그런 지원이를 보며 싱긋 웃었습니다.
모든 것이 좋았습니다. 장난감 만지는 사람도 없고, 지원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흉내내는 사람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엄마에게 억울하게 혼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마냥 행복한 지원이었습니다. 엄마랑 같이 오랜만에 놀이도 하고 엄마와 단둘이 시간을 보냈습니다.
밤이 되자 지원이는 엄마와 함께 누워서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지원이는 엄마의 깨우는 소리를 듣고 일어납니다.
“엄마 지수는요?”
“ 얘는.. 어제부터 지수를 찾아.. 지수가 누구니? 어린이집에서 좋아하는 여자친구 생겼어?”
엄마가 호호 웃습니다.
지수가 없습니다. 오늘도 내 동생 지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마음이 허전합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좋았는데.. 지수가 없어서 너무 행복했는데.. 아침을 먹고 어린이집에 갑니다. 매일 아침 지수하고 달리기 시합을 하며 가던 그 곳을 오늘은 지원이 혼자 엄마와 갔습니다.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원이는 하원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지수야 이거봐라. 오빠가 어린이집에서 그림 그렸어”
“맞다. 지수 없지.. 우리집에 지수 없지..”
갑자기 슬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원이가 그림 그리면 옆에서 ‘우와’ 하고 박수 쳐주던 지수가 없습니다. 방에 들어와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습니다. 붕붕 자동차를 가지고 놀았습니다. 항상 옆에 있던 지수가 없으니 심심합니다. 내 장난감을 빼앗던 지수, 내 장난감을 만지던 지수가 너무 싫었는데.. 그런 지수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렇게 지수가 보고싶을까요.. 지원이는 갑자기 지수하고 놀았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걱정이 되었습니다.
‘내가 망태기 할아버지가 잡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잡아간걸까.. 진짜 잡아갔으면 어떡하지.. 지수 무섭겠다..‘
지원이는 울상이 되었습니다. 지수가 보고 싶습니다. 지수가 다시 오면 내 장난감 다 주겠다고 생각합니다. 소리도 지르지 않고 때리지도 않겠다고 생각합니다. 옆에서 재잘거리며 ‘오빠오빠’ 부르던 지수가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지수야..지수야..미안해.. 오빠가 미안해..빨리 오빠한테 다시 와.’
‘으앙’
지원이는 눈물을 터트렸습니다. 엉엉 울었습니다.
모든 것이 다 자신의 잘못인거 같아서 무서웠습니다.
망태기 할아버지가 내 동생 지수를 정말로 잡아갔을까봐 무서웠습니다.
‘지수야.. 지수야.. 내 동생 지수야..’
흐느끼던 지원이는 잠이 들었습니다.
“지원아 일어나, 얘는 무슨 낮잠을 이렇게 많이 자”
엄마의 목소리에 지원이는 부스스 눈을 떴습니다.
지원이는 엄마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옆에 지수를 바라봅니다.
지수! 지수가 있습니다. 내 동생 지수가 우리집에 있습니다!
“ 지수야!”
지원이는 지수를 꼭 껴안습니다.
“오빠 답답해! 저리가.”
“지수야 오빠가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지수는 그런 오빠를 멀뚱멀뚱 쳐다봅니다.
옆에서 엄마도 지원이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보십니다.
지원이는 방으로 달려가 그동안 지수가 가지고 싶어하던 장난감을 가지고 와서 지수에게 줍니다. 지수는 좋아서 입이 헤 벌어집니다. 지원이도 덩달아 입이 헤 벌어집니다. 그런 지수와 지원이를 보시던 엄마는 흐뭇하게 웃으십니다.
행복한 저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