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작가
좋은 그림책이란 뭘까 - 괴물들이 사는 나라
괴물들이 사는 나라
좋은 그림책이란 무엇일까
어른들은 오늘도 좋은 그림책을 찾아 다닙니다. 도서관에서 추천하는 그림책을 찍어두고 빌려서 아이들에게 읽어주기도 하고, 그림책 특강에 참석해 유명한 작가에게 직접 묻기도 합니다. 좋은 그림책은 무엇일까요. 아이들이 열광하는 책이 좋은 책일 수 있겠죠. 그런데 그렇다고 공룡이나 메카니멀 이야기만 잔뜩 그려진 책을 사줘야 하나요. 아니면 어른들의 시선에서 교육적인 의미가 담긴 책을 골라야 할까요. 물론 좋은 것은 둘 다 갖추면 좋겠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림책은 아이들이 읽는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가장 기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모르는, 아니 어쩌면 우리가 잊어버린 아이들의 세계를 알아야 합니다. 속내를 드러내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일 필요도 있겠고요, 그림이나 평소의 행동 등을 통해 말로 하지 않는 아이들의 표현을 살펴볼 필요도 있겠네요. 아, 그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과 허물없이 이야기하고 어울릴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겠네요.
아이들은 살아가며 수도 없이 탈출과 복귀를 반복합니다. 어쩌면 이 얇은 장벽은 아이들이 가진 존재의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마, 아빠로부터 혼날 때마다, 정해진 규율에 자신을 구겨넣어야 할 때마다, 마음속으로 무수한 탈출을 감행하는 것이 아이들의 심리입니다 그러나 막상 탈출하면 두렵고 외롭습니다. 건강한 아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볼에 남은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아이들은 일상으로 복귀합니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서 맥스는 그야말로 온 정성을 다해서 놀아보려고 합니다. 늑대옷까지 입고 집도 괴물들이 사는 곳인양 단장하여 단디 준비를 한거죠. 그런 맥스를 엄마는 그저 혼만 낼 뿐입니다. 괴물놀이한다고 털옷까지 입고 먼지를 일으키는 아들을 지켜보는 엄마의 심정은 저도 알 것 같네요. 그러나 맥스는 괴물에 단단히 빠진 모양입니다. 집안에는 맥스가 그린 괴물 그림도 전시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엄마에게 ˝괴물딱지 같은 녀석˝이라는 말을 듣고 자신의 방으로 쫓겨난 맥스는 가만히 눈을 감습니다. 그러자 방에서 나무와 풀이 자라더니 결국 홀로 괴물을 만나러 갑니다. 엄마가 그렇게도 싫어했던 괴물들이 나를 왕으로 떠받들고 환영하는 모습을 보니 얼마나 신나겠어요. 여기부터 어른들의 질서가 아닌 아이들 스스로 그려내는 판타지 세계가 열립니다. 집안에서 그렇게 하고 싶었던 괴물소동도 맘껏 벌일 수 있는 공간입니다. 나름 아이들을 둘러싼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 잠시 쉬어가는 거죠. 그렇게 놀면서 마음을 풀고 아이는 ˝자기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옵니다.
방에 돌아오니 저녁밥이 맥스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지막 장에선 아직도 따뜻한 저녁밥이 놓여있다고 하는데 그림은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책을 읽는 아이들이 무궁무진한 마음으로 그 여백을 채울 것입니다. 따뜻한 저녁밥을 지켜보며 느끼는 충만함은 아이들마다 모두 다르겠죠. 아이들은 탈출과 복귀를 감행해도 언제나 따뜻하게 자신을 맞이하는 안식처가 있다는 걸 느끼지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