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슨 일이 있으면 그것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듣고 이해해야 풀리는데, 남편은 무조건 피하기만 해요. 나를 귀찮아하는 건지, 무성의한 건지, 그럴 때마다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어요.” “아내는 화가 나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언제나 극한까지 가서 끝내자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살아요. 가끔은 미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리를 지를 때가 있어요.”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말하지만 그 칼에 부부들은 전치 8주 상해도 입고,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선명한 칼자국을 남기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상처 입지 않고 부부싸움을 할 수 있을까. 백상정신과의원 부부가족치료클리닉 박수룡 원장은 부부가 서로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상처를 입히게 된다고 말한다. 사람은 감정 표현의 방법에 따라 폭발형과 확인형, 회피형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상대방과 자신의 성향을 이해하면 상처 없는 부부싸움이 가능하다.
Part 1. ‘욱’했다 풀어지는 폭발형
이혼한다 했다가 잉꼬 부부로 변신_폭발형은 말 그대로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성격이 급해 걸핏하면 ‘버럭’ 흥분하는 사람들이다. 싸울 때도 얼굴이 벌개질 정도로 흥분하며 목소리를 있는 대로 높이고 한번 싸움이 벌어지면 다시는 보지 않을 것처럼 심하게 퍼부어댄다. 하지만 뒤끝 없는 사람들이 바로 이런 유형으로 기분이 풀어지면 금세 헤헤거리며 사이 좋은 관계로 돌변한다. 긍정적인 감정의 표현도 풍부해 ‘사랑한다’든가, ‘당신밖에 없다’는 등의 말도 곧잘 한다. 부부가 둘 다폭발형이라면 밤새 아파트가 떠나가라 싸움을 하더라도 다음 날이면 잉꼬부부가 되는 변덕을 발휘한다. 흥분해 서로 상처를 줬다고 해도 그 순간일 뿐 쉽사리 잊어버리는 성격으로 자신이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감정이 격해져 “이혼하자, 이혼해”라는 말을 쉽게 내뱉고도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둘 다 안다. 하지만 때때로 감정이 극에 달해 실제로 이혼하는 등 비합리적인 결단을 내리고 후회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니 주의해야 한다.
자신의 감정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_폭발형인 사람은 무엇보다 자기 스스로 감정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그마한 사건도 크게 받아들이거나 몇 번씩 되짚다 보면 억울하다든가, 화가 나는 등 감정이 격해질 수 있으니 평소 마인드 컨트롤을 하자. 예를 들어 자신이 과거에 벌였던 과격한 상황을 떠올리고,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하거나 글로 써보는 시간을 마련한다. 또한 화가 나기 시작하면, 바로 배우자에게 말하기 전에 혼자 이야기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좋다.
눈치 보는 아이_감정의 기복이 심한 폭발형은 자녀의 정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분이 좋을 때는 잘 놀아주다가 기분이 상하면 아이의 감정을 무시하는 등 일관성 없는 태도를 보일 경우 아이들은 부모의 눈치를 보게 되고, 주눅 들기 마련이다. 반대로 엄마나 아빠의 행동을 보면서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는 것을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기분보다는 자신의 감정만 중시하는 폭발형으로 자라게 되는 것. 그러므로 아이 앞에서는 특히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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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따박따박 따지고 드는 확인형
상대방의 자존심에 상처_확인형 부부는 대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유형의 사람들로 대개 교육 수준이 높은 이들이다. 차분하지만 한편 고집이 세고 완강하며 감정적으로는 예민해 쉽게 상처를 받는다. 확인형 배우자는 감정보다 부부가 처한 상황과 문제, 그리고 자신의 주장을 상대가 이해하는 것을 중시해 배우자가 의견에 따르지 않을 경우, 고개를 끄덕일 때까지 사건의 발단에서부터 과정, 결과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끄집어낸다. 작은 일에도 집착하기 때문에 피곤한 스타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이들은 폭발형처럼 동네방네 부부싸움을 한다고 광고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목조목 따지고 들어가 상대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내는 잔인무도한(?) 이들이 바로 확인형이다. 서로 자신의 의견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장을 굽히지 않고, 상대방의 자존심을 짓밟기도 한다. 본인도 그러면서, 정작 남편이나 아내가 꼬치꼬치 따지고 들면 ‘저런 식으로 말하다니 용서할 수 없어’라는 식으로 속에 담아두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처를 주고받는다. 또 이러한 상처를 차곡차곡 쌓아두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이혼하겠다라고 통보하는 이들이 바로 확인형이다.
자신의 생각만이 옳지는 않다_확인형 사람들은 상대를 설득해 자신의 생각을 주입시키려 하기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털어놓도록 노력해야 한다. 상대가 힘들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머리로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구나’ 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스스로 냉철하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더라도 자신도 모를 때가 있고, 틀릴 때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애늙은이가 되는 아이들_이렇게 꼬치꼬치 따지고 드는 성격을 지닌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아이들 특유의 자연스러움을 억압당할 수 있다. ‘하고 싶은 대로 해봐’가 아니라 ‘이렇게 하는 게 좋겠지’라는, 결국 엄마 말을 따라야 하는 상황에서 자라다 보면 아이는 부모에게 의존하게 되고,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를 수 있다. 어려서부터 어른스럽고 이성적인 행동을 따라 하도록 훈련을 받으면, 감정의 표현이 부족한 애늙은이가 돼 대인관계에서도 문제를 겪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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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이래도 ‘흥’ 저래도 ‘흥’ 하는 회피형
갈등을 싫어하는 방관자_회피형은 말 그대로 어떠한 상황을 피하는 사람들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더라도 드러내놓고 불만을 제기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갈등 자체를 불편하게 생각해 슬쩍 넘어가는 것. 사건의 당사자가 되더라도 무관심한 것처럼 행동하며 아내나 남편이 문제를 제기해도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때문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기도 어렵고, 방관자처럼 행동해 배우자와 가정에 무심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감정에 상처를 입을까봐 두려워하는 것으로 자신을 보호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말에 상대가 상처입지 않도록 하려는 한 방편으로 볼 수 있다.
하루 일과부터 이야기_부부가 모두 회피형인 경우 크게 싸울 일이 없다. 하지만 이는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일 뿐 부부 사이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이도 있겠지만 실망을 지닌 채 포기하고 사는 이들 사이에 이런 회피형 사람들이 많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관계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는 노력이다. 자신의 기분이나 현재 처한 상황에 대해 털어놓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상대가 의견을 물어오는 것도 자신을 탐색하거나 캐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처음부터 감정을 표현하기가 쑥스러울 경우, 회사 동료들과 점심으로 자장면을 먹었다든가, 친구를 만나서 전시회에 다녀왔다는 식으로 하루 일과를 이야기해보자.
감정 표현이 부족한 아이들_회피형 부모처럼 표현이 부족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자신의 감정과 상황을 적절히 표현하는 방법을 배울 기회가 적다.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해야 정서적으로도 안정되고 건강한 감정 상태를 갖게 되는데, 감정 표현이 서툴 경우,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는 데도 문제가 생기므로 아이와 대화할 때 마음을 표현하는 연습을 해보자. 이러한 시간은 아이뿐 아니라 부모에게도 도움이 된다. 아이들 특유의 자연스러운 감정 표현을 보는 것만으로도 또 아이가 넘어져서 울면 “○○이가 아파서 우는구나” 하고 감정을 대신 표현해주면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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