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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작가

lastingn***@hanmail.net 2016.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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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 요정

호두 요정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아침에 일어나니 할아버지 방에서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납니다.
방문을 빼꼼이 열고 들어가 봅니다.
“할아버지, 뭐해?”
할아버지는 평소처럼 돋보기안경을 코끝에 걸치고 바닥에 펼친 신문을 읽고 계십니다. 그런데도 계속 들리는 달그락 달그락 소리.
송이가 가만히 들여다보니 할아버지 한 쪽 손이 조물락조물락 움직이고 있습니다. 보일 듯 말 듯 손가락 사이로 마른 나뭇잎 색깔의 뭔가가 같이 움직입니다.
“할아버지, 그게 뭐에요?”
“이거? 이게 뭘까?”
할아버지가 손을 펼쳐 보여주신 것은 동글동글 울퉁불퉁 재미있게 생긴 구슬 두 개! 송이가 난생 처음 보는 물건입니다. 송이가 할아버지 손에서 꺼내 만지작만지작하다가 바닥에 떼구르르 굴려봅니다. 할아버지처럼 한 손에 두 개를 잡아보려고 했지만 송이의 손으로는 잡을 수가 없습니다.
“할아버지, 다시 해봐!”
할아버지가 다시 손에 두 개의 구슬을 잡고 조물조물 움직이며 소리를 냅니다.
‘달그락 달그락~’
“할아버지, 이거 왜 하는 거에요?”
“송이야, 사실은 말이다. 이 안에는 작은 요정들이 살고 있는데, 이 요정들은 이렇게 소리를 내면 좋아서 춤을 추거든. 할아버지가 요정들에게 음악을 연주해주는거야”
“에이 거짓말!”
송이는 어린이집 친구 정원이가 자주하는 말투을 흉내 내봅니다.
“진짜야, 이렇게 달각달각 소리를 내면 요정들이 발을 막 이렇게 흔들고 팔을 하늘로 찌르면서 춤을 추는 거야. 송이가 한번 해봐”
송이는 갑자기 신이 나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달그락 달그락 소리에 춤을 춥니다.
“이렇게?”
“그렇지, 그렇지. 우리 송이가 더 요정 같네”
‘달그락 달그락’
신이 난 김에 엉덩이도 마구 흔들고 팔을 하늘로 뻗어봅니다.
“요정은 그 안에서 구를 수도 있어?”
“그럼, 그럼. 떼굴떼굴 구르기 선수지”
‘달그락달그락’
송이는 더 신이 납니다.
“그럼 이렇게?”
송이가 바닥에 배를 대고 이리저리로 몸을 굴립니다.
‘달그락 달그락’
“우리 송이 잘하네~”
송이는 구슬이 굴러가는 달그락 소리가 참 좋습니다.

“아버님, 뭐하세요? 대보름인데 부럼이나 깨실래요?”
엄마가 문을 열고 할아버지를 부릅니다. 할아버지를 쫓아 나가보니 마루에 신문지가 깔려있고 그 위에 땅콩이랑 요정이 들어있는 구슬이 펼쳐져있습니다.
“애미야, 망치하나 가져오너라”
엄마가 망치를 가져오자 할아버지가 요정이 들어있는 구슬을 탕 하고 깨버립니다.
‘와그작!’
“으아아아아앙~~~!!”
놀란 송이는 와아앙 울음을 터뜨리고 맙니다. 너무 놀라고 슬퍼 울음이 멈추질 않습니다.
“할아버지 나빠! 안에 요정이 있다고 하구선!”
엄마가 놀라 송이를 달랩니다.
“송이야. 할아버지가 장난치신거야~! 이건 맛있는 호두라고 하는거야”
그러자, 할아버지가 손사래를 치십니다.
“아니야, 아니야~ 송이야! 사실 호두 요정은 아주 아주 몸을 작게 만들 수 있어서 이렇게 깨져도 몸을 잘 숨기고 있어. 사실은 이 안이 답답했대. 그래서 할아버지가 방문을 열어준 거야”
그제서야 송이도 눈물을 멈추고 깨진 호두를 쳐다봅니다. 속에도 울퉁불퉁 구불구불하게 이상하게도 생겼습니다.
“송이야 호두요정이 할아버지 몸속으로 여행을 간다고 하네~! 슝!”
할아버지가 호두 속안에 알맹이를 집어 아그작 먹어버립니다. 엄마도 옆에서 거듭니다.
“호호호, 그래 송이야! 그리고 이 호두요정이 몸 속에 들어가면 이번 여름에 덥지 않게 해준대. 내 더위가 가져가라 슝!”
엄마도 호두 알갱이를 입안에 쏙 넣고 먹어버립니다. 송이도 용기를 내어 알갱이를 입에 넣고 깨물어봅니다. 아그작 아그작..생각보다 고소하고 맛있습니다.

그날 밤 꿈에 송이는 호두 요정과 춤을 춥니다. 엉덩이도 흔들고 박수도 치고 바닥도 데굴데굴 구릅니다. 호두 요정은 친구 정원이 같기도 하고, 엄마 같기도 합니다. 할아버지는 옆에서 신나게 소리를 냅니다.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