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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작가

gracefulsky 2016.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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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호 엄마작가 도전) 둥근 보름달 우산

달빛이 비처럼 쏟아지는 어느 여름 밤, 달그락 달그락 밤의 고요를 깨는 소리가 들립니다.
“와, 둥근 달님이야.”
길쭉한 우산꽂이 통안에 얼룩덜룩 낡은 노란 우산이 둥글둥글 보름달을 보며 소리칩니다.
그때 옆에 있던 파란 우산이 못마땅하다는 듯 말합니다. “야, 조용히 좀 해! 하루종일 비 맞느라 피곤하다 말이야.”
노란 우산은 그제야 숨죽여 깜깜한 밤하늘을 물들인 달님을 조용히, 조용히 한참을 바라보다 잠이 듭니다.

슈우웅 슈우웅 툭툭툭
아침을 깨우는 빗소리가 요란스럽게 춤추듯 쏟아져 내립니다.

“윤빈아, 오늘도 새로 산 파란 우산을 쓰고 유치원에 가자. 이제 노란 우산은 오래되고 낡았으니까 버리고. 알겠지?”
윤빈인 엄마의 말에 두 눈에서 장맛비 같은 눈물을 흘리며 울먹울먹 겨우 입을 엽니다.
“싫어요! 난 노오란 우산이 좋아요.”
엄마는 바쁜 아침 하는 수 없이 낡은 노란 우산을 쓰고 윤빈이와 나갑니다.

“윤빈아, 노란 우산이 왜 좋아?” 엄마는 넌지시 윤빈이의 불퉁한 얼굴을 보며 묻습니다.
“둥근 보름달 같아.” 삐죽삐죽한 입으로 윤빈인 대답합니다.

비오는 아침 풍경 속 거리의 많은 우산들 중 윤빈이의 낡은 노오란 우산이 참말로 둥근 보름달 같았습니다.

노란 우산은 오늘 하루 최고의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윤빈이 엄마가 새로 사오신 파란 우산은 정말로 멋졌습니다.
하지만 오늘 윤빈인 낡은 노란 우산인 나를 선택해 주었습니다.

윤빈이가 아장아장 첫 걸음마를 떼던 그때 윤빈이와 처음 단짝 친구가 되었습니다.
비오는 날이면 윤빈이의 우산친구였고, 햇살 좋은 날엔 까꿍놀이 친구였습니다.

윤빈이가 장마철 오이처럼 무럭무럭 커갈수록 나는 점점 빛이 바래지고 작아져만 갔습니다.

노란 우산은 어스름한 밤하늘을 보며 속삭입니다.
“밝게 밝게 윤빈이를 비추어 주는 보름달이 되게 해주세요.”
온종일 비를 맞은 노란 우산을 타고 밤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윤빈인 노오란 우산을 가지고 마당으로 나왔습니다.

모처럼 만에 장맛비가 그친 날, 노란 우산을 마당 한가운데에 활짝 펼쳐 놓았습니다.

점점 해는 하늘 뒤로 꼭꼭 숨고, 어느덧 깜깜한 밤이 되었습니다.

회색 먹구름 숲이 걷히자 깜깜한 밤하늘 위로 어스름한 빛이 보였습니다.

갑자기 세찬 강풍이 몰아치더니 펼쳐 놓았던 노란우산을 휘감았습니다.

“노란 우산아, 나랑 달님에게 가자구나.”
휘리릭 노란 우산은 눈 깜짝할 사이에 밤하늘 저 멀리 멀리 노오란 별빛처럼 빛나며 날아갔습니다.

어느새 밤하늘은 노오란 수정을 수놓은 듯 밝게 밝게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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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먹이 아기때부터 현재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첫째를 보며, 세월이 참 빠름을 느낍니다. 노란우산처럼 우리 아이들의 커가는 성장과정 속에 함께 했던, 이제는 낡고 작아진 장난감이나 옷들처럼, 시간속에 잊혀져 가는 소중한 추억 꾸러미가 참으로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이런 세월의 흐름이 꼭 부모인 저의 마음과 닮아 있었습니다.
마지막 노란 우산이 보름달이 되어 적당한 거리에서 윤빈이의 길을 밝혀주듯
저 또한 우리 아이들의 성장 눈높이에 맞추어 함께 성장해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