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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작가

didi0***@hanmail.net 2015.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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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발바닥의 꿈

나는 아기 발바닥이에요. 세상에 태어난 지 꼭 12달이 되어가지요.
윤이가 몇 달 전부터 서 있을 수 있게 됐고 제법 벽을 잡고 걸으니 내가 할일이 생겨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이제 곧 봄이 와요. 그래서 나는 나들이 갈 생각에 얼른 윤이가 걷게 되기를 바라지요.
매일 밤 윤이가 잠이 들면 나는 엄마에게 묻곤 합니다.

"엄마 나 이제 잡고는 제법 잘 걷지? 왠지 내일쯤이면 한 발은 혼자 내딛을 수 있을 것 같아."
"응. 혼자 서 있는 모습이 정말 멋지더구나. 그래 내일이면 한 발 더 내딛을 수 있겠다고?"
"응! 오늘 한 번 해봤는데 거의 할 뻔 했어!"
"잘 됐구나. 그럼 내일은 엄마랑 같이 한 번 해보자."

그 날 밤에, 나는 설레는 마음에 잠도 제대로 못 잤어요. 그리고 다음 날 드디어 윤이가 일어섰어요.
나는 이 때다 하고 바닥을 힘껏 밀어냈죠. 아이쿠. 그런데 아직은 무리였는지 넘어지고 말았어요.
겁을 먹었는지 한동안 일어서지 못하던 윤이가 오후에 다시 한 번 힘을 냈어요.
나는 이번에는 조금 천천히 바닥을 밀어 슬며시 체중을 옮기도록 도와주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도, 쿵. 바닥에 남아있던 물기에 미끄러져 아까보다 더 크게 넘어졌지 모에요.
맨질맨질한 바닥은 아무래도 걷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폭신한 매트위로 올라가 봤어요.(아~부드러워. 기분 좋아)딱딱한 욕실에도 가 보았지요.(으으..너무 차갑잖아.)
울퉁불퉁한 모래밭에 가 보려고 했더니,(´여긴 아직 안돼.´) 엄마가 말리세요. 시커먼 먼지가 있는 소파 밑도,(´여기도. 안돼.´)(엄마)
오늘도 여기저기, 윤이는 엄마를 따라 졸졸 엉금엉금 기어 다녔어요.
나는 가끔씩 윤이가 벽이나 소파를 잡고 일어설 때만 바닥에 닿을 수 있었고요.
그 날 밤 이불속에서 나는 풀이 죽어 엄마에게 말했어요.

"엄마.... 나 오늘은 정말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괜찮아. 성급할 필요 없단다. 오늘도 아주 잘했어"
"그렇지만 나도 어서 모래밭도, 풀밭도, 물가도 가서 느껴보고 싶어요."
"이해한단다. 세상에는 정말 아름다운 곳들이 많지. 엄마도 네가 걷게 되서 더 넓은 곳을 네 힘으로 걸어갈 날을 기다리고 있어.
오늘은 아쉽지만 좋은 꿈에 들거라. 내일 또 다시 해 보자. 엄마처럼, 아빠처럼 너도 언젠가는 걷게 될 거야. 사랑한다."

나는 꿈속에서 봄 소풍을 갈 거예요. 엄마처럼 아빠처럼 걸어 다닐 거예요.
놀이터에서도, 풀밭에서도 여기저기 누비고 다닐 거예요.
천천히 걷다가 점점 빠르게, 그리고 마침내 뛰어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