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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작가

bombgir***@naver.com 2015.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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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친구들과 꼬마 자동차

주환이와 서윤이는 여섯 살 된 동갑내기 친한 친구입니다.
둘은 같은 날, 같은 병원에서 태어났고 같은 동네에서 자랐습니다.
둘은 같은 유치원을 다녔고, 유치원이 끝나면 매일 매일 같이 놀이터에서 뛰놀곤 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주환이에게 아주 멋진 자동차 장난감 선물이 생겼습니다.
까만색에 반짝반짝 빛이 나는 멋들어진 어린이용 자동차였습니다.
서윤이는 주환이의 멋진 자동차가 부러워서 부러워서 어쩔 줄 몰랐습니다.
서윤이는 주환이가 자동차를 운전하는 모습을 한참이나 지켜보다가 동그래진 눈으로 엄마에게 달려가 외쳤습니다.

"엄마! 엄마! 주환이 자동차를 타고 싶어요. 저도 주환이랑 똑같은 자동차 사주세요."

"서윤이는 이미 다른 장난감을 많이 가지고 있잖아."
엄마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어요.

"그래도 주환이꺼랑 같은 자동차는 없잖아요."
서윤이는 울먹이며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다른 친구와 똑같은 것을 꼭 가져야할 필요는 없지. 주환이는 서윤이의 좋은 친구니까 각자의 것을 사이좋게 나누어 쓰는 법을 알고 있을 거야. 주환이에게 가서 부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 멋진 자동차를 서윤이도 타보고 싶다고 말이야."
엄마는 다정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었습니다.

다음날 서윤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주환이에게 부탁을 했어요.

“주환아, 나 네 자동차가 너무 타보고 싶어. 하루만 빌려줘.”

“오늘은 안돼. 하루종일 다윤이를 태워주기로 약속했거든.”
주환이는 몹시 곤란해 하며 대답했어요.

주환이의 거절에 꾹꾹 참고 있던 서윤이의 울음보가 터지고 말았어요.

“으앙!!!!!엄마가 넌 내 좋은 친구라고 했어. 넌 내 좋은 친구 아니야?
넌 내 좋은 친구면서 왜 다윤이한테 먼저 네 자동차를 타라고 한거야?
나도 타고 싶단말이야. 내가 탈거야. 내가 먼저 타게 해줘. 내가 탈거야!!!!”

“그치만....그...그치만...다윤이를 태워주겠다고 먼저 약속한걸. 우리 할아버지가 진정한 사나이라면 한 번 한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고 그랬어.”
서럽게 울며 생떼를 부리는 서윤이의 모습에 주환이는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더듬더듬 말했습니다.

“몰라! 넌 내 좋은 친구가 아니야. 저리 가! 다시는 주환이 너하곤 놀지 않을 거야!!!”
화가 난 서윤이는 있는 힘껏 주환이의 어깨를 밀어 넘어뜨렸습니다. 놀란 주환이도 덩달아 엉엉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 날 저녁, 축 쳐진 어깨를 한 채로 힘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서윤이에게 엄마가 다가왔습니다.

“서윤아. 오늘 주환이가 서윤이한테 자동차를 빌려주지 않아서 많이 속상하고 화가 났어?”

서윤이는 고개를 떨군 채 땅만 보고는 말이 없습니다.

“서윤이는 주환이를 좋은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었지?”
“.........”
“그런데 주환이가 자동차를 다윤이한테 먼저 빌려줬다고 더 이상 좋은 친구가 아니라고 생각해?”
“.............아니...오...”
서윤이는 코끝이 빨개지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럼 서윤이는 주환이의 좋은 친구니까 주환이가 원하는 건 뭐든 빌려줄 수 있을까?”

“응. 좋은 친구는 그런거잖아요.”

“그래? 주환이는 엄마랑 아빠가 안계시잖아. 주환이가 엄마 아빠가 가지고 싶다는데, 서윤이가 엄마랑 아빠를 빌려줄 수 있겠어? 하루만 엄마랑 아빠가 서윤이 말고 주환이 엄마, 아빠 할까? ”

서윤이는 말없이 고개를 푹 숙이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했습니다.
하루라도 자기만의 엄마, 아빠가 다른 친구의 엄마, 아빠가 된다는 생각을 하니 싫은 마음에 울음이 나오기 시작했던 것이었지요.

“왜? 엄마랑 아빠는 빌려주기 싫어? 어째서? 서윤이는 주환이의 좋은 친구잖아. 좋은 친구면 무조건 친구가 빌려달라는 건 바로바로 빌려줘야 하는 거 아니야?”

“몰라요. 그냥 싫어요.”

“그래. 싫을거야. 하지만 주환이는 서윤이한테 자동차를 빌려주기 싫어서 다윤이에게 자동차를 빌려준걸까?”

“아뇨. 다윤이에게 먼저 빌려주기로 약속을 해서요.”

“그렇지? 그런데 주환이가 다윤이와의 약속을 어기고 서윤이에게 먼저 자동차를 빌려줬다면 다윤이의 마음은 어땠을까? 기뻤을까?”

“아니오. 주환이가 싫고 미웠을거예요.”

“그렇지? 주환이는 다윤이랑 했던 약속을 지켰던 것 뿐인데 서윤이가 주환이를 넘어뜨려서 다치게 한거네?”

“네....”

“서윤이가 주환이를 밀어서 넘어졌을 때 주환이의 마음은 어땠을까?”

“많이 아프고 제가 미웠을 것 같아요.”
서윤이는 입술을 들썩거리며 말했어요.

“서윤이는 일부러 주환이를 아프게 만드려고 일부러 밀었어?”

“아뇨. 그냥 너무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그만.”

“그렇구나. 그럼 내일 주환이한테 가서 뭐라고 말 할 거야?”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은데, 주환이가 이제 나 미워서 안받아주면 어떻게 해요?”
서윤이는 걱정어린 얼굴로 엄마에게 물었어요.

“엄마랑 연습해서 진심으로 사과하면 주환이는 좋은 친구니까 받아주지 않을까?”
서윤이는 그날 밤에 몇 번이나 엄마랑 진심으로 사과를 하는 연습을 하고 다음 날 주환이네 가서 용기를 내어 말했어요.

“주환아, 미안해. 좋은 친구 아니라고 한 거, 이제 너랑 안 놀겠다고 한 거. 진짜가 아니야. 그리고 밀어서 아프게 한 것도 미안해. 내가 정말 자동차가 타고 싶었는데 네가 다윤이한테 먼저 빌려줬다고 해서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그랬어. 이제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
서윤이는 주환이의 대답이 돌아오길 바라며 두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아니야. 나 하나도 안 아팠어. 그래도 이제 나랑 친구 안하겠다는 말은 너무 슬펐어. 그런 말은 이제 안하기다. 약속.”
“응. 약속.”

주환이와 서윤이는 그 날 자동차를 타고 신나게 하루 종일 신나게 놀았어요.
주환이를 알고 최고로 재미있는 날이었답니다.

집에 돌아와 서윤이는 주환이에게 사과를 한 일, 주환이가 사과를 받아 준 일, 그 후 둘이 얼마나 재미있게 놀았는지 한참을 엄마에게 자랑하고 나서는 피곤한지 잠이 들었습니다.

곤하게 잠든 서윤이를 안고 엄마는 서윤이의 귀에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세상에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단다. 다만 조금 덜 아픈 사람이 조금 더 아픈 사람을 안아주는거야. 주환이는 주환이를 사랑해주는 엄마, 아빠가 곁에 안 계셔서 어쩌면 서윤이보다 아픈 일이 더 많을지도 몰라. 서윤이는 주환이의 좋은 친구니까 앞으로는 싸우지 말고, 화나는 일이 있어도 서윤이가 주환이를 더 자주 안아주고 감싸주고 친하게 지내렴. 사랑하는 나의 딸아. 오늘도 너를 사랑할 수 있게 해줘서 엄마는 감사하단다. 잘자고 좋은 꿈 꾸려무나.”

엄마는 쌔근쌔근 잠이 든 서윤이의 발간 볼에 입을 맞추었습니다.
서윤이는 기분 좋은 꿈을 꾸며 깊은 단잠에 빠져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