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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작가

erinreporter 2015.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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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가기 싫은 날

유치원 가기 싫은 날

따뜻한 봄날 아침, ´달그락, 달그락´ 엄마의 설겆이 소리가 바빠져요.
‘두근, 두근’ 유안이의 심장 뛰는 소리도 커져요.
설거지를 마치면 엄마는 분명 “유안아, 유치원 가야지?” 말씀하실 거예요.

유안이가 눈을 꼭 감고 티셔츠를 들어올리며 말했어요.
“엄마! 배가 아파요. 오늘 유치원에 안 갈래요.”
엄마는 빙그레 웃으며 말씀하셨어요.
“노란 버스가 유안이 기다리고 있어. 어서 가야지?”
유안이의 눈가가 발그레, 손으로는 티셔츠에 그려진 곰을 꼬옥 잡고 있어요.
곰돌이가 유안이를 보고 윙크하며 속삭였어요.
“아함~. 잘 잤다! 유안이도 잘 잤니? 오늘은 나랑 같이 유치원에 가자.”
곰돌이의 작은 눈이 퉁퉁 부어 더 작아보였어요.
“너 언제부터 쿨쿨 잔거야?” 유안이가 물었어요.
“음, 지난 해 11월부터? 오늘 너랑 유치원에 함께 가려고 겨우 겨우 일어났다고. 아함~. 어디 봄 햇살 좀 받아볼까?”
째깍 째깍. 시계를 보던 엄마의 마음이 바빠졌어요.
“유안! 얼른 현관에 가서 운동화 신어야지?” 큰 소리로 말씀하셨어요.

4, 3, 2, 1층. 딩동.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어요.
유안이는 엄마 손을 잡고 현관까지 나왔어요.
하지만 아직 가고 싶지 않아요. 엄마와 함께 노는 게 제일 재미있단 말이에요.
유안이는 가만히 서서 개나리를 만지작 거렸어요.
초록 잎 겨드랑이에 달린 노란색 꽃자루가 유안이에게 속삭였어요.
“엄마랑 헤어지기 싫지? 나도 그랬어. 그런데 여기 오니 새로운 친구들도 많고, 내 뿌리는 더 튼튼해졌어. 힘내!”
‘개나리야,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니? 그래도 그래도 유치원에 가기는 정말 싫어!’
유안이는 인상을 찌푸리며 길에 주저 앉았어요.
운동화 앞 코를 바라보고 있는데 볕이 잘 드는 화단에 흰노랑민들레가 고개를 내밀었어요.

“조금 전에 꼬마쌍살벌이 유치원에 다녀왔는데 앞 마당에 눈이 내리고 있데!”
유안이는 깜짝 놀랐어요. “눈? 눈이라고? 내가 좋아하는 흰 눈?”
“응, 커다란 나무에서 흰 눈, 분홍 눈이 펄펄 내리고 있데.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데.”
유안이의 눈이 동그레졌어요.
추운 겨울이 지나고 더이상 볼 수 없었던 눈이 내리고 있다니 어서 유치원에 가보고 싶었어요.
“엄마! 유치원에 갈래요. 유안이 씩씩하게 갈 수 있어요!”
흰노랑민들레 옆에서 목을 빼고 있던 애기똥풀이 ‘휴’하고 작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어요. “성공!”

유안이와 친구들을 태운 노란버스가 골목을 돌고 작은 다리를 건너 유치원에 도착했어요.
운동장으로 뛰어 들어가는 아이들을 본 샛바람이 들숨을 쉬며 배에 커다랗게 바람을 넣었어요.
‘후~’
벚나무 꽃잎을 향해 입으로 바람을 불자 진짜 흰 눈이 내리기 시작했어요.
“와! 눈이다! 꽃 눈이다.”
유안이 눈 속에도 흰 눈꽃이 가득 했어요.
내일도 유안이는 씩씩하게 유치원에 올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