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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스마트폰, 슈퍼 내니로 거듭나다

댓글 0 좋아요 0 놀이여행 교육 13-24개월 25-36개월 37개월이상

떼쓰는 아이를 달래는 데 스마트폰만한 것이 없지만 폐해를 고발하는 이야기를 자주 듣다 보니 아이 손에 스마트폰을 쥐여주면서도 죄책감을 느낀다. 스마트폰 때문에 아이와 아웅다웅하는 시간이 늘었다면 피하지 말고 즐겨라. 원칙을 지키고 잘만 활용하면 스마트폰도 꽤 괜찮은 육아 도우미가 된다.

 


올해 여섯 살인 딸아이와 돌 무렵부터 내내 전쟁을 치르는 시간이 있다. 바로 하루 두 번 양치하는 시간이다. 유치가 촘촘히 난 까닭에 치실과 양치질을 꼼꼼히 해야 하는데, 아이는 ‘치카치카’라는 말만 나오면 이리저리 내뺀다. 어르고 달래고 꼬드기고 ‘~해줄게’ 하며 아양을 떨다가 결국에는 ‘버럭’ 소리를 지른 후에야 화장실로 질질 끌려간다. 아침이면 더욱 실랑이가 심해지는데, 유치원 등원 버스 시간 때문에 동동거리는 엄마는 안중에도 없다. ‘어떻게 하면 오늘은 양치질을 빼먹고 유치원에 갈까’ 궁리하는 듯 미적거리기 일쑤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한국아동발달연구소 한춘근 소장에게 전화를 걸어 구구절절히 설명을 늘어놓자, “그거 간단한데. 휴대폰 알람 있죠? 그걸 활용해 보세요”라고 의외로 간단한 답이 돌아왔다. 그런데 해결책이 휴대전화라고? 아니 ‘육아계의 악의 축’ 휴대전화를 아이의 행동개선을 위해 사용하라고?

Part 1

디지털 기기 활용의 첫걸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 디지털 기기가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줄고 집중력과 시력이 떨어진다. 등과 손가락 관절에도 문제가 생기는 등 인지·정서·신체 발달 모든 부분에 걸쳐 아이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그렇다고 태어나면서부터 엄마가 전화를 하고, 사진을 찍어주고, 길을 찾는 데 스마트폰을 쓰는 걸 보고 자란 아이에게 무조건 디지털 기기를 멀리하라고 가르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온 이상 사용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불가능한 요구다. 차라리 적절한 계획과 규칙을 만든 뒤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모바일 기기도 잘만 사용하면 약이다
실제 스마트 기기를 우리의 생활, 특히 육아에 활용하는 데는 이로운 점이 많다. 항상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활용할 수 있고, 무겁지도 않다.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대상으로 같은 지식을 전달하더라도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엄마가 글자카드와 숫자카드로 진땀을 빼며 글자와 숫자를 가르칠 때는 지루해하다가도 컴퓨터에서 귀여운 캐릭터가 등장해 숫자놀이와 한글놀이를 하면 아이들은 긴 시간도 집중한다. 영어교육 역시 마찬가지로 아이가 좋아하는 영어 동요와 동영상, 게임 등이 가득한 인터넷 사이트를 제대로 활용하면 유익 할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 기기는 도움이 되더라도 전자파를 비롯해 집중력 저하 등 모바일 기기의 특성상 단점이 크기 때문에 시간을 정해놓고 활용하거나 식사 중이나 잠자리에서는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다는 식의 규칙을 정해둬야 한다. 가령 아이에게 보고 싶은 프로그램이나 앱 사용 시간을 정해 주고, 이를 잘 지켰을 때는 칭찬을, 지키지 못했을 때는 확실한 제한 설정이 필요하다. 아이가 더 보겠다고 떼를 쓰거나 울어도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무엇보다 규칙을 정할 때는 아이만이 아니라 부모 역시 이 규칙을 함께 따르기를 권한다.

이런 앱 어때요?

같은 화면이 반복적으로 나오거나 간단히 조작하면 되는 수동적인 활동보다는 아이가 생각하고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앱을 찾자. 주의를 분산시키는 장치를 잔뜩 갖춘 앱보다 주어진 과제에 지속적으로 몰입하고, 경쟁이나 대화를 통해 상호작용을독려하는 앱이 아이용 앱으로 적합하다.


Drawnimal (아이폰)
그림과 알파벳을 공부하는 앱으로 아이폰 5s의 광고에도 등장했다. 종이 위에 아이폰을 올리고 알파벳을 클릭하면 알파벳 발음과 아이폰의 모형을 토대로 따라 그릴 수 있는 그림이 나타난다. 계속 클릭하면 동물 그림과 이름, 울음 소리 등이 나오고 동물의 특징을 보여주는 영상이 나타난다. 1.99달러.


소리나라 대모험  (안드로이드)
언어 발달이 지연된 아이들의 언어훈련을 돕기 위해 개발된 기능성 게임 앱이다. 게임으로 이뤄져 있어 아이들이 흥미를 가지고 언어 학습을 할 수 있으며, 의사소통 능력 및 학업 성취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무료.


colAR mix (아이폰, 안드로이드)
사이트(colarapp.com/ko/hom)에서 그림을 내려받은 뒤 색칠놀이를 한다. 꼼꼼히 색칠한 뒤 colAR의 앱을 실행해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카메라에 색칠한 그림을 인식시키면 자신 이 색칠한 그림을 입체 애니메이션으로 볼 수 있다. 카메라의 위치를이동하면 다양한 각도의 입체 그림을 만날 수 있다. 무료.



Part 2

디지털 기기 활용 노하우
모바일 기기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지만 아이에게는 다양성을 축소시켜 줘야 한다. 게임, 전화, 가계부, 메모, 동영상, 사진,은행일 등 많은 기능 중에 아이가 할 수 있는 대상을 한정짓는 작업이 필요하다. 아무리 유익한 프로그램이라도 아이 혼자 쓰도록 맡기는 것은 금물이다. 스마트폰을 활용하더라도 부모가 동참하면 상호작용이 가능하며 애착 형성에도 도움이 된다. 스마트폰에 노출돼 고립되는 것이 아니라,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가 들어 있는 장치라고 인식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를 찾아주는 효자 앱, 스마트 리니어블
스마트 리니어블은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을 이용한 미아방지용 밴드다. 아이가 손목이나 발목에 밴드를 차면 아이의 위치를 자동적으로 감지해 보호자의 스마트폰 앱으로 전송해주고, 일정 거리 이상으로 떨어지면 알람이 울린다. 만약 아이를 잃어버릴 경우 ‘신고하기’를 클릭하면 주변의 앱 사용자에게 신호를 보내 도움을 요청할 수 있고, 신호를 받은 사람들은 부모에게 바로 연결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놀이공원 등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도 안심할 수 있다.

바쁜 아빠를 대신하는 스마트폰 목소리
아이가 잠든 후에 퇴근하고, 깨기 전에 출근하는 아빠들이 많다. 아이가 아빠의 빈자리를 느끼고 있다면 엄마와 함께 스마트폰으로 ‘아빠 사랑해요’라는 격려의 인사나 ‘아빠, 힘내세요’ 등의 노래를 녹음해보자. 한층 아빠를 생각하게 되고, 아빠와 함께 있을 때의 느낌이 되살아난다. 반대로 아빠가 직접 노래 를 불러주거나 이야기하는 것을 녹음해 들려주면 물리적으로 부족한 시간을 메워줄 수 있다. 녹음기나 동영상을 통해 평소 아빠의 목소리를 가까이 하면 오랜만에 아빠를 봐도 덜 어색해한다. 대개 아빠 목소리는 엄마보다 낮고 굵직해 아이들이 안정감을 느낀다.

페이스타임으로 갖는 3분간의 여유
돌 전의 아이들은 엄마가 눈에 안 보이면 무조건 엄마가 없다고 생각하고 우는 게 일반적이다. 엄마가 잠시 부엌에만 가도 동동거리고, 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때조차 마음이 급하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앱이 있다. 페이스타임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애플사의 스마트 기기에서 활용할 수 있는데, 와이파이를 통해 무료 영상전화가 가능하다. 태블릿 PC와 스마트폰 등 2개의 디지털 기기를 가지고 있다면 아이를 달래는 방법으로 활용해보자. 화장실에 갈 때 아이 옆에 태블릿 PC를 세워두고, 화면을 통해 아이에게 엄마의 얼굴과 목소리를 보여주는 것이다. 돌 전 아이라면 엄마가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시키고, 안정감을 주는 용도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잔소리 줄여주는 알람 기능
아침에 엄마가 깨우는 목소리가 반가운 사람이 몇이나 될까. 엄마 역시 필요하기 때문에 아이를 깨우지만, “어서 일어나” 라는 말에 대한 기억은 그리 달콤하지 않을 것이다. 엄마의 말이 지시적으로, 즉 잔소리로 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람은 자신의 필요에 의해 정해진 시간을 지키겠다는 약속이다. 알람이 울리고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은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아이와 함께 하루 일정표를 세우고, 스마트폰 알람이 울리면 ‘양치질하겠다’거나 ‘밥을 먹겠다’ ‘잠을 자러 가겠다’ 등 함께 약속을정하자. ‘자라’ ‘세수해라’ ‘그만 놀아라’와 같이 아이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지시나 부정적 표현을 줄일 수 있다. 특히 반항기인를 겪는다. 아이의 경우 엄마의 말에 무조건 ‘안 해’ ‘싫어’라고 말하는데, 알람은 본인도 하겠다고 약속한 것이어서 조금 더 쉽게 지키려고 한다.

양치질을 돕는 스마트폰 동요
아이에게 막연한 시간개념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정해진 시각을 눈으로 볼 수 있어야 더 잘 반응한다. 가령 ‘이를 3분 동안 닦아’라거나 ‘이가 깨끗할 때까지 닦아’라는 말은 아이에겐 막연해 언제까지고 계속해야 할 것 같은 지루함을 느끼게한다. 스마트폰으로 동요 한 곡을 틀어놓고, “이 음악이 끝날 때까지 닦아”라고 말해보자. 정해진 시간이 있기 때문에 마무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음악에 맞춰 신나게 닦을 수 있다.

행동 코치로 활용하는 동영상
아이가 바람직한 행동을 하거나 좋지 않은 행동을 할 때 동영상을 활용해본다. 올바른 행동을 하거나 떼쓰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해두었다가 보여주는 것이다. 바른 행동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화면으로 보면 아이는 어떤 행동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고 엄마를 기쁘게 했는지 알게 된다. 또한 기억 속에 긍정적인 모습이 강하게 남아 자연스레 좋은 행동을 반복한다. 잘못된 행동을 촬영하는 것 역시 방법이다. 떼를 쓰거나 말썽 부리는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지 않은 모습은 비슷한 행동을 할 때, “지난번에 이렇게 하는 행동이 예쁘지 않았는데, 그때와 비슷하네”라고 말로 전한다. 좋지 않은 모습을자주 보여주면 잘못된 행동을 바른 것으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촬영할 때는 말하지 않고 촬영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찍는다’고 알려주면 의식적으로 행동할 수 있고 마음에 없는 행동을 할 수 있다. 몰래 또는 자연스럽게 촬영한 뒤 필요할 때 보여주면서 당시 엄마의 느낌에 대해 설명을 곁들인다.

무궁무진한 대화를 열어주는 사진첩
엄마들이 스마트폰에서 전화나 메신저 기능만큼이나 많이 사용하는 것이 ‘카메라’ 기능이다. 여행지나 놀이터에서 쉼 없이 아이의 모습을 담는다. 그만큼 아이 역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레스토랑에서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면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가면서 엄마와 함께 사진첩을 클릭해보자. 사진은 멈춘 대상으로, 멈춘 부분의 이야기를 아이와 함께 상상력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화 할 때는 주제가 있는데, 사진이 그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주제 역할을 한다. 사진을 보면서 당시의 기분과 생각을 이야기 해보거나 만난 사람들, 한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자. 인물 사진을 보면서 사진 속사람의 기분이 어떤지, 표정을 보고 이야기 나누기도 하고, 사진의 배경 속에 무엇이 있는지, 그중에서 아이가 마음에 들어하는 것,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사진의 장소가 재미있어 보이는지, 지루해 보이는지 등 사진 한 장으로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실험 도구
UCLA 교수이자 로봇공학자로 활약하는 데니스홍은 ‘아빠가 되면 아이가 어떤 질문을 하더라도 꼭 대답을 해줘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네 살배기 아들이 던진 “해가 왜 져?”에서부터 “냉장고 속에 불이 켜져 있는데 괜찮아?”까지 온갖 다양한 질문에 대해 복잡한 지구의 자전현상을 설명하거나 ‘냉장고 문을 닫으면 불이 꺼져’라고 무심코 답을 던지는 대신 스마트폰을 활용했다. 어린 아이에게 ‘해가 뜨고 지는 것’에 대해 지구의 자전 현상을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공에 동영상 기능을 켜 놓은 스마트폰을 붙이고, 불빛 아래에서 공을 돌리며 해가 뜨고 지는 현상을 보여주거나, 냉장고 속에 스마트폰을 넣고 문을 닫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촬영해 직접 보여 준 것이다. 아이는 이를 흥미롭게 바라고 아빠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궁금한 것을 즐겁게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비포 앤 애프터
아이에게 좋은 습관을 들이는 데도 사진은 효과가 있다. 장난감과 옷, 책 등으로 어질러진 방과 정리한 후의 깨끗한 방을 사진으로 찍어 ‘비포 앤 애프터’로 보여주는 것이다. 아이와 함께 어떤 방이 더 마음에 드는지, 방이 왜 이렇게 됐는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눠보자. 지금 방이 어질러져 있다면 이렇게 만들어보자고 목표를 설정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엄마 대신 책 읽어주는 스마트폰
아이를 재우다 먼저 잠드는 엄마들이 많다. 지치고 목이 아파 “한 권만 더”를 부탁하는 아이의 부탁을 매몰차게 거절하기도 한다. 평소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 목소리를 녹음해 잠자리에서 틀어놓자. 그림을 보며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소리로 청각만 자극하면 아이의 상상력이나 연상작용은 더욱 활발해진다. 책을 읽을 때 줄줄 읽는 것이 아니라 대화하듯, 동화 구연하듯 높낮이와 목소리를 바꿔가며 녹음한다. 베드타임 스토리라면 아이를 자극하는 이야기보다 잔잔한 내용의 책을 고른다. 별다른 레코딩 장치가 없어도 스마트폰 하나면 자기 전에 책을 읽어줄 때, 어둑하게 불을 켜고 책을 읽어주면서 시력을 걱정하거나 불을 환하게 켜놓아 아이의 잠이 달아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날릴 수 있다.



도움말 나혜정(한국아동발달 마곡센터장), 한춘근(한국아동발달연구소 소장) | 이미지 제공 Drawnimal l 일러스트 김민아 | 사진 송상섭 | 이경선(자유기고가)

2015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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