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매거진

섹스리스? 몸보다 마음을 움직여라

댓글 0 좋아요 0

육아와 살림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싶었는데 의외의 복병이 불쑥 튀어나온다. 출산 후 한동안 소원했던 부부관계가조금씩 줄어들더니, 어느 순간 내가 그 문제의 섹스리스 부부 대열에 합류하게 된 것. 네 쌍의 부부 중 한 쌍이 섹스리스 부부며, 섹스리스 자체가 부부 문제의 핵심은 아니라지만, 과연 이대로 지내야 할까? 고민스럽다. 섹스리스 초기인 당신을 위한, 결혼 10년 차 선배의 섹스리스 극복 처방전.

장안의 화제로 떠오른 드라마 <내남자의 여자>, 화영과 준표의 관계가 지수에게 알려지기 전날 밤 지수와 준표는 침대에서 제법 투닥거린다. “이쪽으로 좀 돌아누워서 말하면 안 돼?” “피곤해~ 지금 자려고 하잖아.” “당신이 내 몸 안 만진 게 언제인 줄 알아?” “그만 좀 해~ 피곤하다 잖아!” “한 달에 한 번 하던 것도 벌써 세 달이나 건너뛰었어!” “잠도 못 자게 정말 왜 그래?” 정숙하기 짝이없는 지수의 볼멘소리에 준표는 이불을 박차고 나가버리고, 지수는 여전히 눈치 없이 중얼거린다. “정말 피곤한가? 그래도 세 달씩 건너뛰는 건 좀 너무해.” 화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아무 문제없는 잉꼬부부로 비춰졌던 준표와 지수 부부. 결혼 15년 차인 그들의 부부관계가 한 달에 한 번이었다는 말에, J아줌마는 약간 안도했다. 그게 마치 정상적인 부부관계 횟수의 기준처럼 확~ 가슴에 와 닿았다. 이어 남자의 섹스 거부가 외도와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에는 살짝 당황했다. 한두 달씩 건너뛰어도 ‘설마…’ 하며 묻어두었던 과거의 의심들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잘하건, 못하건 섹스는 누구에게나 문제다?!
사실, J아줌마의 섹스에 대한 고민은 역사가 깊다. 지금의 남편은 결혼 전 어떤 유혹적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혼전순결’을 지켰던 답답남이었다. 심각한 성적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짚더미를 지고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심정으로 결혼을 감행했다. 육체보다 중요한 것은 영혼이라는, 철없는 생각을 하던 시절이었다. 결국 예감은 반쯤 적중했다. 남편은 돌아이(石男)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섹스에 적극적인 편도 아니었다. 세 달 만에 침대 다리가 부러졌다드니, 밤마다 침대 삐걱거리는 소리 때문에 아래층에서 민원이 쇄도한다느니, 하는 얘기는 백마 탄 왕자만큼 실현 불가능한 환상이었다. 아이가 생기기 전 신혼 1년간은 그나마 괜찮았다. 새벽까지 일하고 들어오는 상대를 기다리기도 하고, 일찍 잠든 상대를 깨우기도 했다. 토요일 밤의 격렬한 나이트 섹스가 일요일 아침의 부드러운 모닝 섹스로 이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서로 편안한 체위, 서로 좋아하는 말과 냄새, 또 성감대를 알아간다는 사실만으로 섹스의 의미가 충분했다. 임신한 10개월간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횟수와 강도, 만족감보다는 서로 관심과 배려가 우선되고 쾌감보다는 합일감에 더 큰 의미가 있기에 불편하지만 아름다운 관계가 가능했다. 문제는 아이가 태어난 다음부터였다. 옛말에 “밭을 갈래? 애 키울래?” 물어보면, 얼른 호미 들고 밭으로 뛰어나간다더니, 정말 그 말이 이해가 됐다. 초보 엄마로서의 생활은 그야말로 엉망진창. 젖 먹이고 기저귀 갈고 씻기고 재우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다지 어렵지 않은 반복 행위였건만, 그때는 하루하루가 힘겨운 노동이었다. 그렇게 하루 종일 아이한테 시달리고나면, 저녁때는 그야말로 물 먹은 솜처럼 축 늘어지기 일쑤였고, 남편과의 섹스는 달갑지 않은 의무방어전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남편 또한 마찬가지였다. 2시간마다 일어나 울어대는 아이 때문에 늘 피곤한 상황이었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팽팽하게 긴장해 있는 아내가 부담스러웠으리라. 게다가 산후 조리가 끝난 다음에도 아내의 몸은 여전히 이곳저곳이 늘어져 있어, 그나마 남아 있던 성적 욕구를 반감시켰다. “일주일에 한 번은 꼭 하자”며 손가락을 걸었지만, 약속은 번번이 깨지기 일쑤였다. 그래도 J아줌마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아이가 조금만 더 크면, 제2의 신혼을 불사르리라 다짐했다. 그때는 미처 몰랐다. 아이의 성장이 곧 자신과 남편의 노화를 의미한다는 것을….

불행은 익숙해지며, 사랑은 결코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 더는 아이 때문에 잠을 설치지 않아도 되었건만, J아줌마의 침대는 여전히 들썩거려지지 못했다. 예쁜 자기 방을 두고도 아이는 매일 밤 엄마, 아빠 사이를 파고들었다. 아이를 가운데 둔 부부는 더는 남녀가 아니었다. 그저 다정한 엄마, 아빠일 뿐. 어쩌다 마음이 동하는 날에도, 쓸데없는 말싸움으로 분위기가 싸늘 해지기 일쑤였다. “애 좀 다른 방에 눕혀놓고 와요.” “데리고 가다가 깨면 어떻게해? 그냥 한쪽으로 밀어놔.” “그러다 깨서 보기라도 하면 어떡하라고요?” “베개를 세워놓으면 되지 않을까? 고개를 저쪽으로 돌리고, 이불을 덮어놓으면 어때?” “애가 옆에서 자는데, 집중이 돼요? 난 그냥 잘래요!” 그나마 일주일에 한 번 찾아온 기회도 이렇게 날리고나면, 2~3주가 그냥 훌쩍 지나가기  일쑤였다. 이런 상황은 J아줌마네의 문제만은 아닌 듯했다. 그녀의 친구들도 저마다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다. 맞벌이하는 S네는 주중에는 바쁘고 피곤해서, 주말에는 애들과 놀아주느라, 한 달에 한 번도 겨우 챙길까 말까라고 했다. 아직 젊은 K네는 남편이 늘 술을 마시고 들어와 달려드는 통에 쾌감보다는 수치심이 더크다고 하고, P는 잠자리에서는 늘 살찌고 배 나온 남편 대신 꽃미남 가수를 떠올린다고 털어놓았다. 아직도 왕성한 남편 때문에 현관 문 소리만 들리면 일부러 잠든 척한다는 A에게 모두 야유를 보냈지만, 정작 애 키우랴, 살림하랴 힘든 A는 남편이 자기 모르게 외도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위험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현명한 이여, 시간이나 횟수에 너무 연연하지 마라
정말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거나, 대강 조건이 맞아서 결혼했거나, 남의 손에 이끌려 할 수 없이 결혼했거나, 결혼 5년 차 이상의 부부 중에 여전히 황홀한 섹스가 가능한 부부를 찾기란, 모래사장에서 바늘 줍기처럼 어려운 일이다. 이처럼 일찍이 수많은 부부 사례를 접한 J아줌마는 덕분에 섹스에 대해 조금은 편하고 너그러워졌다. 대부분 섹스를 부부의 권리이며 의무라고 생각하기에, 시간이나 횟수에 연연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횟수와 시간을 정해놓으면, 실제로 섹스는 의무방어전이 되기 쉽다. 의무방어전이 즐거울 리 없고, 열심히 하고나도 왠지 개운하지 않다. 오히려 섹스 자체보다는 상대에 대한 호감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 하는 편이 훨씬 섹스를 즐겁게 만든다. J아줌마는 요즘 얼마 만에 섹스를 하는지 헤아리지 않는다. 한 달에 한 번일 때도 있고, 일주일에 한 번일 때도 있고, 세 달을 건너 뛴 적도 있다. 하지만 예전처럼 초조하거나 불안하지 않고, 사랑받지 못한다는 자괴감으로 뒤척이지도 않는다. 섹스가 생활의 활력소가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 때문에 부부관계가 흔들리는 것은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런데도 섹스리스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첫째, 모든 남자가 섹스를 미치도록 원한다는 생각은 버려라. 여자들은 대부분 남자들이 모두 성적 욕구를 주체하지 못하는 동물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오해다. 실제로 남자들이 동물인 시기는 20대, 그것도 결혼 전이다. 연애할 때는 어떻게든 여자를 안고 싶어 안달하지만, 결혼 후에는 그것이 시들해지기 마련이다. 남자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잡은 고기한테는 미끼를 주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결혼 후 가중되는 경제적인 부담감, 날로 심해지는 아내의 잔소리, 가사와 육아 분담에 따른 스트레스, 이 모든 것이 남자의 성적 능력을 저하시킨다. 남편이 섹스에 대해 둔감해지는 것은 실로 자연스러운 일이므로, 그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여라. 만약 결혼 5년 차 이후에도 결혼 전처럼 돌진하는 남편을 원한다면, 시시때때로 보약을 해 먹이고, 돈 못 벌어와도 절대 잔소리하지 말고, 집에 들어오면 그저 왕처럼 떠받들어라. 남는 힘을 주체 못하니, 밤일 하나는 끝내주게 잘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양보다 질, 가장 황홀한 순간을 위해 투자하라. 섹스리스의 원인은 실제로 남자보다 여자에게 있는 경우가 많다. 남자는 욕구만으로도 섹스가 가능하지만, 여자는 편안한 상황, 로맨틱한 분위기에서만 황홀한 섹스를 경험할 수 있다. 가사와 육아 때문에 힘들고, 맞벌이 때문에 바쁜 상황이 섹스리스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일주일에 단 하루,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완벽하게 섹스에 몰입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라. 집에서 힘들다면 근처 모텔에 가거나 함께 여행을 가도 좋다.

처음 시도가 어려울 뿐 투자 가치는 충분하다. 셋째, 상대에 대한 호감의 끈을 놓지 마라. 사실 결혼 10년 후에도 예전처럼 사랑하고 있다면 섹스리스일 리도 없고, 섹스리스여도 상관없을 것이다. 문제는 사랑하지도 않고, 섹스도 안 한다는데 있다. 사랑하지 않는 것은 괜찮은데, 섹스를 안 하는 것은 문제가 되는가? 섹스리스 고민을 해결하려면, 우선 상대방을 사랑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불 같은 사랑이 아니어도 좋다. 그저 상대방에 대한 관심, 배려, 호감, 감사의 마음을 내려놓지 않는다면 섹스리스 문제는 훨씬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바쁘고 힘들어 섹스를 못하는 부부는 괜찮다. 너무 익숙해서, 조금은 귀찮아서 섹스를 피하는 부부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서로 쳐다보기 싫고 몸에 닿는 것이 불편한 부부라면, 어떤 식으로든 관계의 개선이 필요하다

*  글을 쓴 전유선은 기자로 근무하다 결혼 후 10여 년간 여러 여성지에 다양한 글을 기고하고 있다. 그래서 주변 아줌마들의 깊은 속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잘 알고, 함께 공감한다.‘섹스’에 대해 이렇듯 솔직하게 이야기해줄 수 있었던 것도 수많은 뒷 취재의 결과라는 것. 물론 그 안에는 결혼 11년 차 자신의 경험도 녹아 있다.

2007년 7월호
  • 페이스북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