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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나운서 지승현의 깐깐한 육아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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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KBS 주말 9시 뉴스 앵커 자리를 뒤로한 아나운서 지승현. 유치원 버스에서 내리는 딸아이를 마중 나가고, 엄마가 오면 반가워 쿵쾅거리며 달려오는 아들녀석과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그녀는 또 다른 삶의 행복을 그리는 중이다. ‘너 닮은 딸 하나 낳아 키워봐라’ 하는 엄마의 뿔난 목소리는 이 세상 모든 딸에게 최고의 악담 아닐까. 에디터도 이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이 또 하나 존재한다는 일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어릴 적 백화점에서는 원하는 걸 얻어낼 때까지 땅바닥에 뭉개고 앉아 있었고, 서른을 훌쩍 넘긴 지금은 엄마, 아빠에게 얹혀사는 주제에 방 정리 하나 제대로 못해 잔소리를 듣는 말썽쟁이 딸. 그럼에도 딱 하나 자부하는 것은 어려서부터 절대 먹는 일로 엄마를 애태운 적은 없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놀다 보면 불고기 국물에 밥 말아 숟가락을 들고 아이들 뒤를 따라다니던 엄마들이 그 한입에 얼마나 울고 웃었고, 지금도 얼마나 많은 엄마가 식탁 앞에서 입을 ‘앙’ 다물고 고개를 ‘휙’ 돌리는 아이들의 입을 벌리기 위해 갖은 애교와 개인기를 발휘하는가. 32개월 된 큰딸 지홍이와 17개월 된 아들 지민이 남매를 키우는 지승현 아나운서 역시 이 부분에 있어서만은 최고의 효도를 받고 있다.

(왼쪽) 서로 꼭 빼닮은 모습이 미소를 머금게 만드는 가족.

고기, 생선, 과일 모두 다른 곳에서 구입하는 깐깐한 엄마
“아휴, 너무 잘 먹어서 탈이죠. 딸아이는 요즘 조금 까다로워져서 아침을 잘 안 먹으려고 해요. 하지만 편식하지 않아요. 둘째 지민이는 뭐든 입으로 가져가 걱정일 정도고요.”
아이들 이야기를 꺼내면서 함박 미소를 짓는 지승현 아나운서. 얼마 전 KBS 아나운서직을 사임한 뒤, 오롯이 두 아이의 엄마로 지내다 다시 일을 시작한 그녀는 먹는 것 하나만큼은 깐깐하게 챙기는 엄마다. 아나운서라는 직업의 특성상, 불규칙한 스케줄로 늘 곁을 지키며 밥을 해주거나 직접 먹이지는 못해도, 시장만큼은 직접 본다.
“다른 부분은 일하시는 분께 부탁해도 장 보는 일만은 제 손으로 해요. 항상 아이들 곁을 지키면서 밥을 해주지 못하니까, 재료라도 싱싱한 것으로 마련해주고 싶거든요. 고기는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구입하고, 채소는 신세계 마트를 찾아요. 과일은 예전에 살던 집 지하 슈퍼에서, 생선도 예전 동네의 단골 생선가게에서 사다 먹어요.”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나물이며 생채 앞에서도 입을 크게 벌리는 지홍이와 지민이는 맑은 된장국과 고사리 나물도 꼭꼭 씹어 삼키고, 식탁에 콩나물이 오르면 바닥이 난다.
“큰애를 임신했을 때는 아이의 몸부터 건강하고 깨끗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시는 물부터 유기농이며 친환경 제품으로 다 바꿨어요. 하지만 아이를 키우다 보니, 꼭 유기농만 고집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가능하면 안전한 식품을 먹이되, 그것만 고집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있는 음식을 맛있게 잘 먹는 게 중요하잖아요. 아무리 좋은 재료로 음식을 해놔도 아이가 안 먹으면 그만이니까요. 다만 조미료는 절대 쓰지 않아요.”

(왼쪽) 옷을 고를 때는 아이가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선택한다. 월튼 키즈 제품 
(오른쪽)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난 요즘 새로운 행복을 맛보고 있다는 지승현 아나운서.

앞치마 두르고 파스타 만드는 아빠
여의도와 의왕시 백운호수 인근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남편 역시 식성이며 요리 솜씨며 할 것 없이 음식에 일가견이 있다. 바쁜 아내를 대신해 아이들을 살뜰하게 챙기는 아빠가 주로 솜씨를 발휘하는 메뉴는 파스타다. 커다란 냄비에 물을 팔팔 끓이고 올리브오일 한 방울을 똑 떨어뜨려 쫄깃한 면을 삶아내고, 신선한 토마토로 만든 소스에 해물이며 채소를 듬뿍 넣어주면 아이들은 입가에 잔뜩 소스를 묻히며 먹느라 바쁘다.
“남편은 아주 가정적인 사람이에요. 지금까지 일할 수 있도록 도와준 가장 큰 지원자고요. 많은 엄마들이 직장에 다니면서도 다른 이의 도움을 받아 아이 키우는 것을 부끄러워하잖아요. 하지만 전 아이는 다양한 양분을 받아 자란다고 생각해요. 아빠도 필요하고, 엄마가 일로 많은 시간을 함께 해주지 못할 때는 그 자리를 채워주는 다른 존재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때로는 엄마보다 객관적으로, 그리고 전문적으로 아이를 바라보는 시각도 있어야 하고요.”
그녀는 일하는 엄마로서 혼자서 바쁘게 동동거리기보다 다른 이의 손을 빌리더라도 아이에게 조금 더 안정적인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하는 엄마로서 미안함에 늘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다.
“한번은 아이가 아파 병원에 데리고 갔어요. 다음날 일찍 나가 일해야 하기 때문에 제가 데리고 자지 못했어요. ‘밤에 열은 어땠어요?’ 하고 의사가 묻는데, 할 말이 없는 거예요. ‘모르세요?’ 하면서 저를 바라보던 그 눈빛은 지금도 가슴이 아파요.”

1 얼마 전부터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 지홍이. 집에 오면 배가 고프다면 간식을 찾는 모습이 깜찍하다.
2 포레즈의 옷은 디자인과 실용성이 뛰어나 자주 입힌다.
3 아이가 잠자리에 들 때 머리맡에서 책을 읽어준다. 때때로 아이가 책 보는 걸 지루해 하면 <인어공주> 같은 아이가 아는 내용의 동화를 각색해 이야기로 만들어 들려준다. 함께 놓인 신발은 스케쳐스. 두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신발이다.
4 엄마 아빠를 골고루 닮은 지민이. 왠만해서는 칭얼거리지 않는 순둥이다.


아이들과 함께하고파 제출한 사표
방송사에 다니던 시절, 일하러 갈 때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음을 재촉했다는 그녀. 퇴근한 후에 정말 잘 놀아줘야지, 하고 마음먹었지만 쉽지 않았다. 일도 해야 했고, 인간관계도 쌓다 보면 잠든 아이의 얼굴만 보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개인의 삶보다 아나운서 지승현의 입장에서 모든 스케줄을 짜고, 선택과 결정을 하는 생활 속에 어느새 아이들이나 가족은 조금 뒤로 미뤄진 것 같았다. 그러던 중 지난해 친정어머니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면서 그러한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서른넷의 나이에 결혼도 했고, 제 아이도 둘이나 있는데도 엄마의 부재가 견디기 쉽지 않았어요. 그러다 문득 나도 이런데 저 어린 아이들은 어떨까 싶은 거예요. 함께할 수 있는 순간순간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최대한 많이 부대껴야 한다는 생각에 결국 사표를 내기로 결정했어요.”
조금 더 자유롭게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은 생각에 직장이라는 틀을 벗어나기로 마음먹었다는 그녀. 남편 역시 마음 가는 대로 하고픈 것을 하라며 등을 두드려줬다.
“거의 결정을 내릴 무렵, 어느 날 출근하는데 지홍이가 ‘어디 가요?’라고 묻더니 ‘엄마, 지홍이 심심해요’라고 하는데 가슴이 내려앉는 거예요. 잘 돌봐주는 사람이 있어도 재미있게 놀아주는 것과는 다를 텐데 하는 생각에 결심을 더욱 확고히 했죠.”

회사에 사직 의사를 밝힌 지 어느덧 두어 달째. 다행히 사직을 결심하던 시기와 지홍이가 유치원에 들어가는 시기가 맞물렸다. 아이가 첫 사회생활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도록 손을 꼭 잡고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오리엔테이션 기간도 항상 함께했다.
“아이가 엄마가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것을 아직 이해하지는 못해요. 그저 집에 오래 있으니까 좋아하죠. 무엇보다 아이가 어느 정도 낯선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기간을 함께해서 정말 다행인 것 같아요.”
지난 주부터 EBS <생방송 60분 부모>라는 방송을 맡았다는 그녀. 방송사에 매어 있을 때보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고, 아이 교육에도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에서 망설임없이 방송을 맡았다.
“이제는 유치원 셔틀 버스를 탈 때 손을 흔들어주는 역할은 못 해요. 대신 남편이 데려다주는데, 얼마 전 휴대전화를 영상통화폰으로 바꾼 후에는 전화로 잘 다녀오라고 인사를 해요. 아이가 돌아올 때면 마중을 나가고요.”

5 아이들과 함께할 때는 온 몸을 사용해 놀아주는 좋은 엄마. 
6 집안 곳곳에 놓여있는 가족 사진이 화복한 분위기를 풍긴다. 
7 지홍이와 지민이가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 목마.

욕심을 버리고, 여유를 찾게 해준 엄마라는 이름

깔끔하게 똑 떨어지는 외모만큼 완벽주의에 안달복달하는 성격이었던 싱글 시절. 하지만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된 후, 꽤 많이 변했다. 예전에는 스쳐 넘기지 못하던 일들도 여유롭게 넘기고, 문제가 생겨도 동동거리기보다는 대범하게 넘긴다.
“아이가 하나씩 늘어가면서 엄마도 조금씩 욕심을 버리는 것 같아요. 포기할 부분은 포기하고, 받아들일 부분은 받아들이는 지혜가 생기는 거죠. 둘째를 낳으면서 한층 더 여유로워졌어요. 예전에는 퇴근해서 ‘지홍아, 엄마 왔어’ 하고 부를 때 스윽 한 번 쳐다보고 지나가는 아이를 보면, ‘내가 많이 못 놀아줘서 그런가?’ 싶어 속상했는데 이제는 ‘더 관심이 가는 게 있구나’ 라고 생각해요. 아이는 아이일 뿐인데 그런 아이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해 심각하게 받아들이다 보면 엄마만 괴롭거든요.”

아이의 자아를 존중해주고, 그 나이 또래의 고집을 인정해주자는 것 역시 그녀가 가지고 있는 육아관이다. 한겨울에 얇은 반바지를 입고 외출하겠다는 등 건강을 해치는 고집만 피우지 않는다면야 어떤 상황에서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이가 그 나이 때 좋아하는 것, 편한 것을 찾게 해주고, 몸도 마음도 편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어린 마음에도 하고 싶은 것은 있잖아요.”
공부 역시 마찬가지다. 아직 아이가 어려서 그런지 몰라도 사교육에 별다른 욕심을 내지 않는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영어를 배우는데 ‘ABCB’라고 읽어도 그저 웃을 뿐이다. 아이가 알파벳을 말하고 싶어 하면 ‘그래, 해봐’ 할 뿐, ‘한번 더 해봐’라고 권하는 일도 없다. 궁금해 하고 무언가 물어볼 때 대답해주고, 알려주면 된다는 생각이다.

“아이마다 각자 그릇이 있잖아요. 그릇이 작은데 엄마가 억지로 많은 것을 채워주려 하다 보면 담아내지 못하고, 넘쳐 버리죠. 반대로 아이의 그릇은 큰데 엄마의 무관심으로 그것을 알아보지 못해 채우지 못하는 것도 문제예요. 현명한 엄마의 역할은 무작정 욕심내기보다 우리 아이의 그릇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보는 일 같아요.”
아이에게 어떤 재주가 있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특성과 성향을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을 함께 채워가는 것이 그녀가 생각하는 진정한 부모 역할이다. 이를 위해 평소 아이와 함께할 때면 어떤 기분으로 어떻게 반응하는지 세심하게 살펴본다.
“엄마들이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함께 놀 때면 더 많은 것을 흡수시키려는 마음에 결과에만 집중하잖아요. 그러다 보면 아이의 반응을 놓쳐요. 질문을 할 때도 “좋아? 싫어?” 식의 질문이 아니라 아이의 마음을 살필 수 있도록 “기분이 좋았어?” “왜?” 등의 질문을 해요.”
이제 경력 3년차에 불과한 새내기 엄마지만 마음속에 품고 있는 생각을 야무지게 전하는 모습. 함께하는 시간 내내 아이들에게 또박또박 말을 건네고, 살을 부대끼며 자연스럽게 사랑을 표현하는 풍경 속에 사랑도 받아본 사람이 줄 수 있다는 말이 떠올랐다. 자신에게 집은 언제나 돌아가고픈 따뜻한 공간이었다며 자신이 그랬듯이 아이들도 집에 돌아올 때면 안정적인 분위기를 전해주고 싶다는 바람. 낯선 얼굴을 봐도 씩 웃음을 보이고 다가와 손을 내미는 아이들, 넉넉한 웃음으로 안정감을 주는 남편. 지승현 아나운서 가족과 함께한 시간은 통창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봄햇살만큼이나 따뜻한 기억으로 남았다. 

1 엄마가 회사를 그만둔 건 몰라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 좋아한다는 지홍이.
2 온 가족의 건강을 위해 준비한 물, 이드록시다즈. 노폐물을 제거하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주는 물이다. 3 지홍이가 현관 앞에 놓아두고 키우는 화분.
4 낯선 사람 앞에서도 칭얼거리는 일 없이 잘 노는 지민이.
5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남편 우상우 씨. 자상한 아빠인 그는 종종 신선한 재료가 그득한 레스토랑에서 재료를 공수해와 아이들이 좋아하는 요리를 뚝딱 만들어 낸다.

아나운서 지승현의 깐깐한 육아 원칙

1 넘치기보다 조금 부족한 듯 키운다 아이들이 있는 여느 집보다 장난감이 유난히 적은 집. 아이들을 키울 때 뭐든 다 사주고 해주다 보면 물건 귀한 것도 모르고, 원하는 것도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뭔가 부족해야 아이들이 갖고 싶은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배울 수 있다.
2 일단 원칙을 세웠으면 저버리지 마라 일단 원칙을 세웠으면 아무리 옆에서 다른 이야기를 해도 흔들리지 말라는 것이다. 혼자서 유난한 엄마가 될 것 같아 자신의 원칙을 포기한다든가, 옆에서 괜찮다며 부추겨 등 떠밀려 무언가를 하는 것은 금물이다.
3 아이만이 아니라 엄마의 건강을 챙긴다 친정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 아이들에게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랫동안 함께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그녀. 시간을 내어 운동을 하고, 밥도 꼬박꼬박 챙겨 먹는 등 엄마가 자신의 건강을 챙기는 자세는 절대 이기적인 것이 아니다. 엄마가 스트레스 받지 않고, 건강해야 온 가족이 행복할 수 있다.

2008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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