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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다중지능 프로젝트 6] 21세기 감성의 리더십 음악지능에 달려 있다

댓글 0 좋아요 0 교육 25-36개월 37개월이상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음악은 21세기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새로운 키워드다. 전 미국 대통령이었던 빌 클린턴은 선거 유세장에서 멋들어지게 색소폰을 불어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였고, 테러와의 전쟁을 이끈 강철여인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도 뛰어난 피아노 연주 실력으로 외교를 성공적으로 이끌기도 했다. 그뿐인가. 음악을 좋아하는 의사들은 환자를 잘 다룬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렇게 21세기 새로운 감성 리더십의 한가운데에 음악지능이 있다. 음악지능이 높은 아이가 머리도 좋다
서태지와 정명훈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천재’라는 타이틀이다. 이들은 음악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표현해내고 이해하는 명석한 두뇌를 지니고 있다.
모두 음악이라는 공통분모 아래 우뇌의 감각적 부분과 좌뇌의 논리적 부분을 키워낸 결과다.


음악지능은 리듬과 소리 등에 민감하고, 그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즉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다루거나, 음악을 감상하거나 혹은 곡을 창작해내는 데 필요한 능력이다. 생후 아이들은 다른 감각기관보다 귀, 즉 청각이 먼저 발달하는데 청각과 관련 있는 것이 바로 음악지능과 언어지능이다.

흔히 음악과 언어처럼 귀를 통한 학습은 일찍 시작할수록 좋다고 하는데, 음악은 언어보다 더 많은 두뇌 용량을 필요로 한다. 이는 음악지능을 위해서는 좌뇌와 우뇌 모두 바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우뇌의 감각적 부분 뿐만 아니라 좌뇌의 논리적 부분까지 갖춰야 하는 게 음악지능의 기본. 음악을 듣고 노래를 부르고, 상상하고 표현하는 것은 우뇌의 몫, 이런 음악을 악보로 읽고 연주하는 것은 좌뇌의 몫으로 음악의 구조와 그의 반복과 변형 등은 수학적 사고 능력을 필요로한다. 법학도였다가 음악가의 길을 걸었던 스트라빈스키가 음악의 형태를 두고 문학보다는 수학에 훨씬 가깝지만 음악과 수학은 전혀 같지 않다고 주장한 것은 이 때문이다. 결국 음악지능이 높다는 것은 ‘감성의 두뇌’와 ‘논리의 두뇌’가 골고루 계발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즉 음악을 잘할 뿐만 아니라 두뇌도 명석하다는 것이다.

음악지능이 높은 아이는 청각에 예민해 다양한 소리의 감지 능력이 뛰어나다. 한두 번 들었던 음악의 멜로디를 쉽게 외우거나, 가사를 따라 부르는 등 학습 능력도 매우 발달한 편이다. 음감과 패턴에도 민감하며, 음악을 들으면서 춤을 추는 등 스스로 음악에 푹 빠지는 것도 음악지능이 높은 아이에게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기존의 음악을 다른 소리로 변환하거나, 다른 아이에 비해 빨리 악기를 익히는 것도 특징.
외향적으로 봤을 때는 다소 산만하거나 소심하게 느껴지기 쉽다.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는 다른 아이보다 고집이 센 경우도 많다. 집중하고 파고들어 자기 세계를 구축해 그 속에서 노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 이런 아이에게는 음악을 틀어놓고 그림을 그리며 충분히 감정표현을 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적극적이라면 지휘자나 성악가
소극적이라면 작곡가나 악기 연주자

애초 정명훈은 지휘자이기 전에 유명 피아니스트였다. 4세 때 피아노를 시작해, 3년 만에 서울시교향악단과 협연했으며 이후 쇼팽 콩쿠르,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등에서 각종 최연소 타이틀을 따낸 그는 줄리아드 음대 졸업 후 상임 지휘자의 길을 걸었다. 천재적인 피아니스트가 가지는 높은 음악지능과 다양한 악기의 음을 분석하고 조화시키는 지휘자에게 필요한 논리수학지능이 더해진 결과다. 그는 피나는 노력으로 좌뇌의 논리수학지능을 강화하여 자신의 음악적 분야를 더 넓혀간 케이스다.

음악지능이 뛰어나다고 해서 모두 연주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음악지능이 뛰어난데 성격이 적극적이라면 지휘자처럼 사람들을 리드하거나 공연기획자 등 많은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 적당하다. 반면 내성적인 타입이라면 혼자서 오래 집중하는 작곡가나 악기 연주자 등의 직업이 어울린다.
음악은 감성적인 두뇌와 논리적인 두뇌 모두를 발달시키기 때문에 음악지능을 발달시키면 다른 어떤 직업에서도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특히, 음악과 연관된 무용, 미술뿐만 아니라 연예인, 영화감독, 연극 등도 추천 직종. 그 밖에 음악치료사, 음향기술자, 음악평론가, 피아노조율사, DJ, 음반제작자, 음악감독 등도 추천할 만하다.


일상 속 아이의 작은 신호, 음악지능 테스트
아이들은 매일같이 노래를 부르고,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인다. 이렇게 일상에서 아이들이 음악에 반응하는 것은 아이의 음악지능으로 이어진다. 과연 내 아이의 음악지능은 어느 정도일까.

결과 ‘yes’라고 답한 문항이 ‘no’보다 많으면 음악지능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아이의 다중지능지수는 오랜 관찰과 관심을 통해 확인해야 하는 것으로 단편적인 테스트로 아이의 다중지능지수를 알아보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테스트하면서 여러 오류가 개입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는 참고만 한다.


느끼며 표현하는 동안 아이의 감정도 자란다
음악의 힘은 위대하다. 감성을 풍요롭게 하며 정서를 안정시킨다. 하지만 음악지능을 타고나지 않았다고 해서 절망할 것은 없다. 음악에 관한 한 전문가인 두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더욱 그렇다.


선택은 아이의 몫이지만 엄마 역할이 중요하다
플루티스트 정유미 같은 음악을 들려주고 별다른 가르침을 주지 않아도 어릴 때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아이가 있다. 플루티스트 정유미도 세 살 때 피아노를 배우며 악기를 접했고, 걷기 시작하면서 발레를 배우며 음감을 익혔다.
“피아노를 그만두고 초등학교 4학년이 되어서야 플루트를 배우기 시작했죠. 학교 다녀오자마자 쉴 짬도 없이 레슨을 세 개씩 받는 나날이었지만 힘들지 않았어요. 좋아했으니까요.”
줄리아드와 맨해튼 음대를 졸업하고 수차례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쥐고, 러시아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비롯,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등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그녀. 피아노를 전공한 어머니 아래 자란 어린 시절부터 재능을 타고났다는 소리를 듣고 살았지만 음악가의 길에서 재능보다 중요한 것은 성실과 노력이라고 말한다.

“예전 같았으면 테크닉이 부족하거나 음감이 없는 등 재능이 보이지 않는 아이들이 음악을 한다고 하면 만류했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음악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에게 좋은 안내자가 되어주고 싶어요. 타고난 지능도 중요하지만 어떤 교사, 어떤 부모를 만나느냐에 따라 충분히 키워질 수 있거든요. 아이 스스로 음악을 즐기고 연습을 좋아하게끔 도와줘야 해요.”
일찍 결혼하여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녀는 평소 아이들의 음악지능을 키우기 위해 함께 음악을 즐겨 듣는다. 아이들은 슬픈 음악을 들으며 같이 울고, 기쁜 음악을 들으며 함께 웃는다. 하지만 음악가의 길을 가는 것은 철저히 아이의 선택에 맡기고 싶은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초등학교 3학년인 큰아이는 얼마 전 오보에를 시작했지만 벌써 시들한 상태다.

“아이들이 음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익히는 편이에요. 특별히 음악태교를 하지는 않았지만 뱃속에서부터 끊임없이 음악을 듣고 자라서 그런가봐요. 악기를 가르칠 때도 먼저 배우고 싶다고 할 때까지 기다렸어요. 한창 호기심이 많을 때라 하고 싶은 것도 많을 테니 다른 길을 택한다고 해도 자연스럽게 지켜보고 싶었죠.”
하지만 일단 가르칠 때는 엄격하게 지도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바그너, 멘델스존, 쇼팽 등 유태인 중에는 뛰어난 음악가가 많은데 어린 시절부터 철저하게 음악을 가르치는 영재교육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유태인은 아이가 세 살이 되면 음악과 함께 노는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그러다 보니 음악과 관련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거예요. 어린 시절에는 그렇게 음악과 친해지게끔 하는 교육 환경을 의도적으로 만들어주는 것도 필요해요. 어느 정도 기본적인 테크닉을 습득한 후에는 천천히 즐기도록 도와주세요. 아이가 음악을 하고 싶어 한다면 기초를 어느 정도 다질 때까지는 조금 엄격하게 지도하는 것도 좋습니다.”
꾸준히 음악가의 길을 걸어온 그녀지만 자신도 그 길을 확신한 것은 20대 중반 이후였다고 한다. 조급하게 아이를 다그치기보다는 가장 잘하고, 즐길 수 있는 길을 찾아주겠다는 생각로 아이가 가장 즐겁게 음악과 함께 놀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음악가 엄마가 말하는 최선의 음악교육법이다.

음악지능은 놀면서 개발된다
음악치료사 국소연 지난해 문을 연 음악놀이센터 ‘플레이송스’를 운영하는 국소연 씨는 피아노 전공자다. 음악을 좋아했지만 정해진 표현방식에만 갇히고 싶지 않았다는 그녀. 대학시절 우연히 음악치료 세미나를 접한 후 유학을 떠나 음악치료학 석사를 받은 뒤 음악치료사 자격증을 땄다. 이후 입양아와 장애아동의 불안한 심리를 음악으로 치료하는 등 수년간 음악치료를 연구하고 일반 아동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며 음악의 힘을 깨달았다.
“미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을 접하고 즐기는 사람들을 보면서 많이 깨달았어요. 연주 자체보다는 음악을 매개로 소통이 이뤄지는 것에 매력을 느끼기도 했고요. 아이들부터 노인까지 음악은 삶을 풍요롭게 하는 좋은 도구입니다.”
음악지능은 음악적 요소를 잘 알아채고 표현하거나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청각에 이상이 없다는 전제하에서 누구나 일정 정도는 타고나는 것이며 적절한 교육과 경험으로 충분히 발달할 수 있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익숙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국 대표는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음악지능에서 두각을 나타낸 경우를 종종 본다고 한다. 특히 자폐아 중에는 노래 가사도 놀라울 만큼 빨리 외우고 음이 조금만 틀려도 알아낼 만큼 천재적 능력을 보이는 아이가 많단다.
“자기표현의 수단인 음악은 두뇌를 발달시키고 음악지능뿐만 아니라 언어와 수리, 공간과 자기성찰지능을 깨웁니다. 때문에 일찍 음악적인 환경을 만들어주면 한쪽에 치우친 아이의 지능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돼요.”
아이가 음악적 자극에 노출되는 시기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즐거운 놀이로 느껴야 한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지도하는 교사나 부모의 표현 방식이 큰 영향을 미친다.
“음악지능을 향상시키는 데 있어 다양한 표현활동은 매우 중요해요. 표현활동에는 노래, 지휘, 악기 탐색과 연주, 신체 표현, 즉흥 연주, 음악극, 음악게임 등이 있어요. 아이가 표현활동을 하고 나면, 부모가 칭찬과 응원의 말로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 외에도 ‘오늘은 박자에 맞춰 연주를 했네’ ‘오늘은 두 팔을 올리면서 춤을 췄구나’ 등 정확하게 감상을 말해주는 것이 좋아요. 아이 스스로 자신의 음악적 표현을 분석하고 발달시킬 수 있도록 돕거든요.”

다양한 표현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 포인트다
음악을 통해 아이의 표현력을 키워주려면 흥미를 갖는 주제를 중점으로 다양한 영역을 연관시켜 표현하는 것이 좋다.
“새를 좋아한다면 새와 관련된 음악을 들려주며 ‘새처럼 날아보자’고 해보세요. 동물을 좋아한다면 드럼으로 ‘사자는 드럼을 쿵쿵 크게 연주하고, 토끼는 깡충깡충 뛰는 것처럼 연주하겠네’ 하며 관심사를 자극하는 방식이지요.”
어려서 교육기관에 맡기기 부담스러우면 집에서 가르치는 것도 좋다. 포인트는 ‘단순히 음악을 틀어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표현을 유도하는 것’이다. 말 달리는 듯한 음악에 ‘달가닥 달가닥’ 흉내 내며 아이도 느낀 것을 맘껏 표현하게끔 돕는다.
더 많은 아이들에게 음악이라는 표현을 통해 자양분을 공급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는 그녀는 아이가 반응하는 방식이 성장 정도에 따라 다르다는 것도 알아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6개월 이전 아이에게는 음악을 들려주면 아이 표정이 밝아지고 소리가 들리는 쪽을 오랫동안 쳐다봐요.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소리를 치거나 팔다리를 움직이고, 노래를 불러주며 잠을 재울 때 더욱 안정감을 느낍니다. 24개월 전까지는 몸을 흔드는 등 음악을 신체적으로 표현하게 합니다. 24개월이 지나면 음정과 리듬으로 노래를 기억하고 따라 부르거나 창의적인 표현도 가능하답니다.”

2009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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