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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칭찬도 지적도 하지 않는 프랑스식 미술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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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그림에 대한 평가는 없다.
“이제 우리 그림 그려볼까”라는 의도적인 말도 하지 않는다.
일상이 예술 활동이고, 놀이가 미술인 나라 프랑스.
아이들은 온몸으로 예술의 향기를 풍기고, 엄마들은 아이들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키운다.



Part 1. 가르치지도, 배우지도 않는 프랑스 미술 교육
얼마 전 여섯 살 딸아이를 위해 ‘만들기 강좌’에 등록했다. 하루 종일 색종이를 오려대고, 클레이를 조물락거리는 아이가 조금더 재미있는 시간을 갖기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엄마들은 처음에는 아이만의 솜씨로 원하는 대로 그리고 만들게 하겠다고 다짐하지만 점점 그럴 듯한 작품을 완성하는 것에 의의를 둔다. 그러다 보니 아이의 흥미나 창의성은 한쪽으로밀어둔 채, 아이가 잘 그리도록 기술을 가르치고, 매 수업 한 작품씩 척척 만들어 집에 가져갈 수 있도록 결과물을 만드는 데 치중하는 것이 현실이다.



아이 작품은 칭찬도 지적도 하지 않는다
말보다 그림을 먼저 배운다는 프랑스의 미술 교육은 우리네 분위기와는 180도 다르다. ‘그림은 가르치는 것도 배우는 대상도아니다’ ‘그림 잘 그리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모토가 프랑스 미술 교육의 핵심이다. 미술 활동은 아이의 예술적 재능을 찾아주거나 훌륭한 예술가로 키우는 과정이 아니다. 어린아이에게 미술은 아름다움을 느끼는 감수성과 표현력을 키우는 방법으로, 사고와 생활의 저변을 넓히는 가치로 존재할 뿐이다.

한국의 엄마들이 한 달에 몇 개의 작품을 만들어냈느냐를 궁금해하는 반면, 프랑스 부모들은 어떤 활동을 했는지를 알고 싶어한다. 아이가 즐거워했는지,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졌는지, 단 하나의 작품을 만들더라도 과정이나 아이디어를 내는 시간이 어떻게진행되는지 등 작품이 완성되는 방법과 과정에 관심을 기울인다.

우리와 다른 프랑스 미술 교육은 작품에 대해 절대 평가를 내리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다. 교사도 부모도 “이건 십자 형태로 그렸네, 여기는 엇갈리게 칠했네” 식으로 사실만 짚어줄 뿐, ‘좋다, 멋지다, 이 부분이 부족 하다. 이렇게 해라’라고 아이의 작품에 대한 가치를 평하지 않는다. 그림을 그리거나 만들기를 하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나 엄마의 기대에 맞추려는 의도 없이 무의식적으로, 자유스럽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칭찬이든 비판이든 어른의 간섭없이 자유를 만끽해야 한다. 아이들 저마다의 다양한 접근 방식과 표현방식을 이해해주고, 각각의 아이가 자기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그려낸 이유를 듣고 수긍하는 것으로 충분하다.아이들은 이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데 망설임 없이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다.

모든 교육은 미술에서 시작한다
프랑스에서 예술, 특히 미술은 모든 교육의 저변에 깔려있다. 수학시간에 대칭을 배울 때 얼굴 모형을 활용해 개념을 익히고,과거의 한 시점에서 행해지던 예술과 예술가를 함께 배우는 예술사로 역사에 접근한다.

프랑스 교사들은 이런 융합적인 교육 방식이 아이의 창의력을 일깨운다고 말한다. “네모 칸에 볼펜으로 빨간 색을 채워라. 가로로 칠하고, 세로로 칠하고, 휘갈겨도 된다”고 하면, 아이들은 색을 칠하면서 볼펜이 필기 외의 용도로 쓰인다는 걸 배운다. 한 사물을 다른 방법으로 사용한다는 것을 깨닫는 것. 이와 함께 ‘채운다. 칠하다, 휘갈긴다’라는 단어를 알게 된다. 하나의 수업이 여러 영역으로 확대되다 보면 판에 박히지 않은 유연한 사고가 몸과 머리에 자리 잡히고, 하나의 생각이 다른 생각을 낳는 과정에서 상상력과 사고의 범위가 넓어진다.

오감으로 교육한다
우리 나이로 네 살이면 가는 프랑스 유아학교의 커리큘럼에는 관찰하기, 느끼기, 상상하기, 만들기 등 미술 활동이 포함된다. 시작 단계에서 아이들이 충분히 지켜보고 관찰한 뒤 호기심이 생기고 하고 싶다는 의지가 생길 때에야 비로소 만지고 느끼고 표현하는 시간을 갖는 것. 한 가지 주제가 진행될 때마다 각 교사들은 오감을 자극하고 발달할 수 있도록 언어, 체험, 신체, 미술 활동을 연계해 수업을 한다. 이 시간을 통해 자연스럽게 언어와 기호, 수학, 과학을 접한다. 미술로 접근한 모든 학문은 직 간접적인 체험으로 오랫동안 기억에 담아둘 수 있다. 국어 시간에는 고무 찰흙으로 글자를 만들며 단어를 익힌다.오감을 활용해 글자를 익히면 재미있으면서도 행복하고 즐거운 기억을 갖게 하는 효과가 있다. 

 


Part 2. 프랑스 엄마처럼 시작하는 미술 교육
프랑스 아이들은 일상에서 다양한 미술을 접한다. 집 안의 벽이나 책에 마음껏 그려대는 낙서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엄마와 함께 걷는 길거리의 건축물을 보며 미적 감각을 익히는 것. 미술학원의 네모난 책상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우리네 아이와 프랑스 아이의 차이는 바로 일상이냐, ‘미술 교육’이라는 의도적인 학습이냐의 차이다.

시간을 정하지 않는다
시간을 정해놓고 그림을 그리거나 “우리 그림 그릴까?” 라고 제안하고 활동하기보다 아이가 언제든지 원할 때, 혼자서도 쉽게시작하고 마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자. 준비물로 크레파스를 찾고, 가위와 풀을 꺼내오는 동안 아이는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 평소 아이 손이 쉽게 닿을 수 있는 거실 한구석에 여러 재료를 놓아두자. 책상에 색연필, 크레파스, 색종이, 스케치북, 스카치테이프, 가위, 풀 등을 마련해주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다양한 재료를 쥐여준다
색연필, 크레용 외에 물감, 수성펜, 잉크, 분필 등 다양한 재료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새로운 재료는 지금껏 느껴본 적 없는 감각과 경험을 선물한다. 테이블이나 아이 손에 물감이 묻어도 바로 닦아내기보다 아이가 자연스럽게 만지며 촉감을 느끼도록 해보자. 여러 재료가 각각 어떤 결과를 내는지 보면서 아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다. 이외에도 붓이나 면봉, 작은 나무토막, 스펀지, 칫솔, 코르크 마개 등 다양한 흔적을 만날 수 있는 물건을 사용하고, 종이 재질도 다양하게 써보자. 다양한 촉감과 종이의 재질과 색, 그림 도구에 따라 결과물에 변화가 생기고, 물감이나 펜 등 저마다 다른 번짐 효과는 아이에게 그 자체로 신기한 체험이 된다.

작품을 가치 있게 다룬다
프랑스 부모들은 아이들의 작품을 버리지 않고 소중히 간직한다. 이러한 태도는 직접적인 칭찬 없이도 아이들에 미술 활동에 대한 동기 부여를 한다. 작품이 돋보일 수 있도록 액자에 그림을 걸어주거나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놀러온 손님들에게 아이의 작품을 소개하면 아이는 자신의 작품에 한층 자긍심을 느낄 수 있다.

그림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
아이들은 자신이 그리거나 만든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아이들이 얘기할 때는 스스로 표현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이게 뭐야?” “누구야?” 같은 질문을 너무 많이 하지 말자. 질문을 하면 아이는 엄마, 아빠의 기대에 맞춰 반응하거나대답을 지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레스토랑에서 스마트폰 대신 크레용을 준다
프랑스 아이들은 식사를 기다리면서 그림을 그리곤 한다. 항상 노트와 크레용을 가지고 다니고 레스토랑 테이블에 놓인 냅킨이나 길에서 받은 홍보지 등에 그림을 그리는 것. 평소 아이들과 외식을 할 때 작은 크레용 세트를 챙겨 나가보자. 시끄럽게 말썽부리며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일상에서 예술을 가까이 하는 기회가 된다.

Part 3. 우리 집 거실에서 하는 프랑스 미술 놀이
어렵지 않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천편일률적이기보다 아이의 상상력이 담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한정된 공간, 정해진 시간이 아닌 우리 생활 곳곳에 예술이 자리한 것을 깨달을 수 있는 프랑스식 미술놀이를 배워보자.



하나뿐인 초상화 
준비물 액자, 좋아하는 사람의 사진 1장, 신문지, 색종이, 풀, 가위, 골판지 등 
❶ 사진에서 얼굴 부분만 자른다.
❷ 신문지를 손으로 잘게 찢는다. 
❸ 배경으로 쓰일 골판지에 잘게 찢은 신문지 조각을 풀로 붙인다. 
❹ 원하는 부위에 얼굴 사진을 붙인다. 
❺ 색종이를 옷 모양으로 잘라 원하는 위치에 붙인다. 
❻ 액자에 끼우면 완성된다. 



우리 주변을 본뜨기 
준비물 하얀 종이, 색연필, 연필, 분필 
❶ 종이, 크레용, 색연필 등을 들고 아이와 함께 집 밖으로 나간다. 
❷ 엄마가 먼저 아파트 벽에 종이를 대고, 그 위를 크레파스로 살살 칠하며 질감의 본을 뜬다. 
❸ 아이에게 나무, 표지판, 바닥의 보도블록 등 원하는 것들을 본뜨게 한다. 이때 색깔의 선택이나 엇갈리게 칠하거나 한 방향으로 칠하는 등의 본뜨기 방법은 아이의 선택에 맡긴다. 
❹ 아이에게 왜 그것을 본떴는지, 왜 그 색깔을 선택했는지 등 이유를 물어본다. 



마법의 그림 
준비물 종이, 연필이나 색연필, 볼펜 등 
❶ A4 용지 등 흰 종이를 같은 간격으로 4등분해 접는다. 
❷ 첫 번째 사람이 맨 위칸에 머리를 그린다. 이때 다른 사람은 보지 않아야 한다. 다음 사람이 머리와 몸의 윗부분을 맞춰 그릴 수 있도록 다음 칸에 약간 표시해둔다. 
❸ 두 번째 사람은 몸의 윗부분을 그린다. 
❹ 세 번째 사람이 몸의 아랫부분을 그리고 네 번째 사람이 다리 부분을 그린다. 
❺ 마지막 사람까지 그린 후에 다 같이 펼쳐 보면 재미있는 그림이 나온다. 사람 수가 적을 때는 번갈아가며 그린다. 



밀가루 장난감 
준비물 밀가루 2컵, 가는 소금 1컵, 미지근한 물 1컵, 물감, 붓 
❶ 양푼에 밀가루와 소금을 넣고 손으로 골고루 섞는다. 
❷ 물을 부어 손으로 반죽한다. 이때 가루가 보이면 물을 더 넣고, 너무 묽으면 밀가루를 더 넣어 손에 잘 붙지 않고 부드러울 정도로 반죽한다. 
❸ 밀가루 반죽으로 자동차, 케이크 등 다양한 모양의 장난감을 만든 뒤, 110℃로 예열한 오븐에 넣고 굽는다. 크기와 두께에따라 굽는 시간이 달라진다. 
❹ 밀가루 반죽이 딱딱하게 구워지면 꺼낸 뒤, 완성 된 반죽에 아크릴물감이나 수채화 물감으로 색칠한다. 

한국 엄마가 본 프랑스 미술 교육
쥬트코리아 신유미 대표 미니 인터뷰
프랑스의 프리미엄 아트 브랜드인 쥬트는 아이가 직접 그린 그림으로 인형과 쿠션을 만들어주는 곳이다. 프랑스 국립 유아학교의 커리큘럼으로 지정될 정도로 유럽 엄마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곳. 쥬트코리아의 신유미 대표는 딸의 크리스마스선물을 찾던 중, 쥬트의 이미지를 보았고, 마음에 쏙 들어 직접 프랑스로 찾아가 한국에 들여왔다.
“쥬트를 시작한 것은 아이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서였어요. 일반 회사에 다니면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적어 힘들 것 같았거든요.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와 함께 제 작업실을 차려놓고 그림을 그리고 인형을 만들면 참 행복할 것 같아 시작했어요.”

그녀는 쥬트를 한국에 소개하기 위해 아이와 함께 프랑스에 머물면서 쥬트 크리에이터 과정을 밟았다. 그 시기 많은 프랑스 아이들과 가족들을 만나며 프랑스 육아와 미술교육을 접했다.
“큰 틀로 프랑스의 육아 방식이나 미술 교육을 바라보면 엄마는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아이의 자율성과 표현력을 존중해주고 응원해주는 거예요. 놀이와 미술활동은 대부분 아이가 시작하죠. 엄마는 먼저 주제를 정해주거나 특정 활동으로 유도하기보다 아이가 관심 있어 하는 것을 따라가주고 조금 제안해줄 뿐이에요.”

두 딸을 키우는 그녀에게 미술활동은 일상이다. 집이 넓은 편은 아니지만 집 안 곳곳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곳을 많이 마련했다.
“거실에는 양면 이젤이 놓여 있고 방문 뒤편에는 큰 도화지를 붙여뒀어요. 싱크대와 식탁 벽면에도 칠판 시트지를 붙였어요. 그리고 언제든 그림을 그리고 싶을 때 사용할 수 있도록 A4 용지가 항상 준비되어 있고 스케치북도 펼쳐져 있어요. 가끔 엄마들이 미술 활동을 하면 치울 일이 걱정이라고 말씀하세요. 아마 물감 때문인 듯한데, 번거롭다면 분필이나 크레용, 색연필 등으로 그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어떨까요. 저는 딸 수리가 네 살부터 물감을 사용한 후에는 스스로 정리해야 한다는 규칙을 정해주니 그렇게 번거로울 것도 없더라고요.”

아이의 미술 교육을 위해서라면 언제 어디서든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신유미 대표는 아이에게 어떤 가이드라인을 주기보다 아이가 스스로 놀 수 있도록, 일상생활에서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만들 것을 권한다. 이와 함께 작은 아이디어라도 귀 기울여주고 실천하다 보면, 아이의 생활에 미술이 성큼 다가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술교육은 어떤 목적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만 아이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 언어가 미술일 뿐이고, 그 활동을 할 때 행복감을 느끼게끔 돕는 것이 중요해요. 아이가 미술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한 발자국 물러서서 격려하는엄마가 되어보세요.”


참고도서 <프랑스 아이는 말보다 그림을 먼저 배운다>(지식너머)
사진 제공 쥬트코리아 | 일러스트 정지연 | 글 이경선(자유기고가)

2015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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