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 발달, 언어 발달, 상상력과 표현력 향상, 풍부한 간접경험 등 전문가들이 말하는 ‘책읽기’의 장점은 너무도 많다. 독서의 수많은 장점을 차치하고 책이 아이와 가까워질 수 있는 가장 좋은 매개체라는 것만으로도 당장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책을 펼칠 만하지 않을까.
어릴 적 집에는 전래동화부터 세계 명작, 각종 그림책 전집이 책장 가득 꽂혀 있었다. ‘책 부잣집’이었음에도 나는 책과 그리 친하지 않았다. 책과 친해지기 시작한건 대학시절 친구에게 소설 <태백산맥>의 이야기를 들으면서였다. 어린 시절 그 많은 책을 곁에 두고도 친해지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시느라 자식들과 함께하지 못하는 시간을 보상하듯 책을 사다 꽂아주기 바빴다. 한 권의 책도 읽어준 기억이 없다. 아쉽게도 책 속에 얼마나 재미있고 풍부한 세상이 있는지, 어린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주는 이야기꾼이 되어주지 못하셨다. 아이 엄마가 된 지금은 막연하게 내 아이에게는 엄마 무릎에 앉아 하하호호 웃으며 함께 그림책을 읽는 따뜻한 추억을 남겨주고 싶다.
‘책 읽어주는 육아’를 예찬하는 많은 책과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보니 독서 교육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바로 내가 꿈꿔온 그 장면을 매일 실천하면 되는 거였다. 아이를 품에 안고 책을 펼쳐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엄마의 목소리로 재미있게 읽어주는 것. 그것이 독서 교육의 시작이다.
Part1. 독서도 교육이 필요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독서도 교육이 필요하다. 제시간에 식탁에 앉아 편식하지 않고 밥을 먹고, 밤이면 잠자리에 누워 아침까지 잠을 자는 것은 아이가 혼자 알아서 할 수 없는 일이다. 수월하든 수월하지 않든 거기엔 엄마가 길들이는 과정이 존재한다. 물론 책을 읽는 일이 먹고, 자는 일에 비할 바는 아니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이나 타이밍을 놓치면 큰일 나는 일도 아니다. 그럼에 도 책 읽어주는 육아법의 중요성을 말하는 수많은 육아서가 쏟아지고 엄마들이 독서 교육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것은 아이에게 책을 읽히는 일이 무엇보다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전문에 언급했듯이 독서는 아이의 발달에 다양하고 많은 도움을 준다. 뻔한 말이지만 독서를 통해 아이는 다양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고, 미처 경험하지 못한 넓은 세계를 볼 수 있다. 독서는 뇌를 활성화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활동으로 아이에게 생각하는 힘, 느끼는 힘, 상상하고 표현하는 힘을 키워준다. 아이가 자연스럽게 책을 접하고,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독서교육이다.
적절한 시기는 언제부터일까
원칙이나 명확한 이론은 없다. 다만 미국소아과학회는 생후 6개월부터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면 아이 두뇌 발달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했던 권고사항을 신생아 때부터로 정정했다. 신생아도 엄마가 책 읽어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교육’이란 단어를 떼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책을 읽는 것이 엄마의 놀이가 되고, 책을 아이에게 쥐여주는 장난감이라고 생각하면 언제고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이는 엄마 아빠를 기쁘게 해주고 싶어 한다. 아이가 책을 읽을 때 엄마 아빠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는 더 책읽기에 관심을 갖는다. 엄마는 테마별, 출판사별 각종 추천도서를 책꽂이에 꽂을 게 아니라 무한한 관심과 피드백을 준비해야 한다. 아이가 학교에 가고 성인이 될 때까지 책 읽는 습관이 지속될 수 있도록 아이의 성향에 따라 완급 조절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모든 아이가 책읽기를 즐거워하고, 많은 책을 읽고, 오래 집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평소에 엄마 아빠가 책을 즐겨 읽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책을 읽게 된다.
Part2. 독서 교육의 중요한 키워드 3
첫째, 독서는 곧 놀이
영유아기 독서는 놀이의 확장이다. 책 속에 나오는 동물의 울음소리만 흉내 내도 놀이가 된다. 책을 읽어주는 것은 물론 책을 도구로 이용한 놀이 역시 아이와 책을 가깝게 만들어줄 수 있다. 아이들은 재미있으면 하지 말라고 말려도 한다. 엄마 아빠와 재미있는 책 놀이를 경험한다면 아이가 책과 친해지는 건 시간문제다. 등장인물과 스토리, 그림이 다양하고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고 일회성 재미로 끝나는 장난감이 아니어서 더 의미 있다. 책읽기는 매일매일 다른 놀이를 하는 것과 같은 재미를 줄 수 있다.
둘째, 엄마 아빠 목소리가 최고
아이 혼자 글을 읽더라도 책 읽어주기를 그만두지 않길 바란다. 아이는 내용을 다 알고, 그림과 글을 다 외웠다 해도 부모의 말을 궁금해한다. 함께 책 읽기 시작하면 아이는 엄마 아빠가 무슨 말을 할까 기대하며 책을 관찰한다. 엄마 아빠는 배경지식이 풍부하기 때문에 아이가 배우는 것이 훨씬 많다. 아이가 좋아하고 원한다면 좀 피곤하고 수고스럽더라도 기꺼이 즐겁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 좋다.
셋째, 매일매일 규칙적인 책읽기
책을 읽어주는 방식은 저마다 다를 수 있지만 매일매일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엄마 아빠와 함께 책을 읽는 것은 아이의 두뇌 발달은 물론 정서 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하루 15~30분은 꼭 시간을 내어 책을 읽어 주는 것이 좋다. 엄마가 귀찮거나 피곤하다고 한두 번 건너뛰어도 되겠지, 생각했다가는 아이의 좋은 생활 규칙을 깨뜨리기 쉽다.
책 활용 놀이 - 마음문학치료연구소 소장 김은아
❶ 주인공 표정 따라하기 단순하게는 그림책에 등장하는 인물의 표정이나 동물 소리 따라 하기에서 시작하고 더 나아가서는 감정 상태를 추측해본다.
❷ 그림책으로 미로 만들기 그림책을 부채꼴로 세워 미로를 만들고 아이가 미로를 따라가는 놀이를 한다. 지나가다 넘어지는 책이 있으면 그 책을 함께 펼쳐본다.
❸ 책으로 다양한 형태 만들기 방이나 거실의 넓은 바닥에 책을 이용해 동그라미, 별, 로봇 등 도형이나 아이가 좋아하는 사물을 만들어본다.
Part3. 어떻게 읽어줄까
기회 있을 때마다 읽어준다
아이와 책 읽는 시간을 정해놓을 필요는 없지만 매일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기회 있을 때마다 읽어주면 되는데, 특히 스마트폰을 달라고 할 때 책을 읽어 준다.
재미있게 소리 내어 읽어준다
흥미진진한 책읽기는 아이로 하여금 책읽기를 놀이로 여기게 하고 아이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수 있다. 책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고 풍부한 표현력을 동원하면 아이는 그 내용을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다.
책읽기는 아이가 주도하게 한다
영유아기 독서는 그림책을 함께 보는 것이다. 아이가 책장을 넘길 수 있으면 아이 스스로 책장을 넘기게 한다. 빨리 읽거나 느리게 읽거나 혹은 실수로 두세 페이지가 넘어가도 상관 없다. 아이의 책 읽는 속도를 존중한다.
반응이 좋은 책은 기록해둔다
아이에게 읽어주는 책을 모두 기록할 필요는 없다. 단지 아이가 재미있게 반응한 책들을 기록해보면 아이의 취향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고, 그 목록에서 확장해나가면 아이의 흥미를 끌어내기에 좋다.
억지로 읽지 않게 한다
아무리 좋은 책도 억지로 읽는 것은 아이의 뇌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책 읽기 자체에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 책을 읽다가 아이가 지루해하며 딴청을 피우거나 책을 읽기 싫어 책장을 빠르게 넘길 때는 책읽기를 멈추는 것이 좋다.
평소에 엄마 아빠가 책을 즐겨 읽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책을 읽게 된다.
월령별 독서교육
생후 0~6개월 시각적 환경을 만들어준다
생후 3개월 전 아이는 반응에 얽매이기보다는 그림책을 병풍처럼 놓아 시각적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만족한다. 3개월 이후 아이의 집중력은 3~5분이므로 그림책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해준다. 아이가 소리를 내며 반응하기도 하는데, 반복적으로 책을 읽어주면 자연스럽게 단어와 그림을 연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촉각책이나 사운드북 등 오감을 자극하는 책도 도움이 된다. 이 시기 아이에게 책은 장난감이므로 입으로 빨고, 손으로 두드리거나 찢는 등의 행동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생후 6~12개월 리듬감 있게 읽어준다
책에 대한 집중력이 그리 높지 않은 시기로 책을 들이밀고도 한두 페이지만 듣고는 휙 가버리는 일이 많다. 이 시기에는 아이의 눈과 귀를 동시에 자극해야 집중하므로 리듬감 있게 책을 읽어준다. 책장을 스스로 넘기게 하고, 책에 등장하는 동물이나 사물의 이름이나 소리를 큰소리로 많이 말해준다. 내용을 알고 즐거워 하기는 이르지만 처음 보는 그림책에 관심이 높기 때문에 주변에 다양한 그림책을 둔다. 아이는 혼자서 그림책을 뒤적이며 그림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그림책을 들고 돌아다니기도 한다.
생후 12~24개월 다양한 어휘를 사용한다
아이가 책을 읽어달라는 요구가 많은 시기로, 앉은자리에서 한번에 읽는 책의 권수가 많아지고 아이는 적극적으로 그림책을 즐긴다. 그림책 속 인물들과 대화를 하고 책장을 넘기며 자신 의 방식으로 그림책의 내용을 표현하기도 한다. 마음에 드는 그림책은 읽고 또 읽으며 기억한다. 이 시기 부모는 풍부한 언어 모델이 되어주어야 한다. “저건 사과야” “사과는 빨갛지” “사과는 참 맛있어”와 같이 반복적으로 다양한 어휘를 확장시켜 준다. 사물 그림책을 볼 경우 주변에서 그 모양들을 함께 찾아보는 독후 놀이가 효과적이다.
생후 24~36개월 대화하듯이 읽어준다
그림책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그림 구석구석까지 함께 보며 이야기를 상상하고 끌어낸다. 그림책을 단순히 줄줄 읽어주기보다는 대화식으로 읽어주는 것이 좋다. 아이가 “이게 뭐야?”라고 물을 때 “곰”이라고 정답을 말해준 뒤 “엄마곰은 어디로 갔을까?”라고 되물으면 아이는 더 좋아한다. 50번이든 100번이든 아이가 원하면 읽어주어야 한다. 글자는 모르지만 아이가 책을 줄줄 읽는 모습도 볼 수 있는데 엄마가 이야기를 바꾸거나 내용의 일부를 빼먹으면 아이가 항의하기도 한다.
생후 36~48개월 아이의 느낌을 존중한다
줄거리를 이해하고 어휘력도 풍부해져 나름대로 이야기를 꾸미기도 한다. 부모는 아이가 잘 이해하는지 자꾸 질문을 하는데 질문과 확인이 많아지면 그림책 읽기의 재미가 반감되기 쉽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또 전체 줄거리를 설명해주며 대강 읽고, 그다음 글자를 짚어가며 읽는 등 단계적 책읽기를 통해 글자공부를 시작해도 좋다. 이 시기에는 책의 사실적인 내용보다 아이가 느끼는 느낌을 말하게 하며 아이의 표현력과 어휘력 확장시켜준다.
생후 48~60개월 매일 규칙적으로 읽어준다
스스로 책을 읽기 시작하므로 다양한 주제의 책을 구비해두면 좋다. 유치원을 다니거나 여러 활동이 많아져 책읽기에 소홀 해지기 쉬운데 초등학교 독서습관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이므로 매일 규칙적으로 그림책 읽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아이가 모르는 단어의 배경지식을 설명해주고 글자 찾기, 비슷한 단어 찾기 등의 놀이를 통해 책도 읽고, 학습도 되게 한다. 또 그림책이 아닌 책, 잡지나 만화, 신문 등 다양한 인쇄물을 보여 주며 아이의 읽기 영역을 확장시켜준다.

아이가 책과 친해지는 7가지 방법 - <웰컴 투 그림책 육아> 저자 전은주
❶ 아이 친구들이 놀러 오면 같이 앉혀 책 읽어주기 아이의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오면 정해진 규칙처럼 놀기 전에 그림책 한 권을 읽어준다.
❷ 할일이 없는 순간 책읽기 식당에서 음식을 기다릴 때나 병원에서 차례를 기다릴 때, 버스를 기다릴 때 등 마땅히 할일이 없는 시간에 그림책을 꺼내 읽어준다.
❸ 책읽기에는 ‘당근’ 걸지 않기 책을 읽으면 무엇을 해준다는 약속을 하지 않는다. 책읽기가 상을 받아야 할 만큼 어려운 일로 생각되면 안 된다.
❹ 즐거운 분위기 조성 책을 읽을 때 아이를 꼭 안고 읽어주거나 스킨십을 많이 한다. 간식을 준비하거나 이불로 책 읽는 동굴을 만들기도 한다.
❺ 특별한 날은 특별한 책읽기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온 날에는 방바닥에 책을 쭉 깔아놓고 오가며 표지를 구경하고, 당기는 책을 편하게 읽게 한다.
❻ 추억이 담긴 책 만들기 여행지에서 그곳에 관련된 책, 서점에서 아이가 직접 고른 책 등 아이에게 추억이 담긴 책을 만들어준다.
❼ 책 읽는 모습 칭찬하기 아이에게 직접 칭찬을 하거나 친척, 친구들 앞에서 아이의 책 읽는 습관을 칭찬해 아이가 으쓱하게 한다.
글 박선영 기자 사진 김기환 도움말 김영훈(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소아청소년과 교수), 김은아(마음문학치료연구소 소장), 전은주(<웰컴 투 그림책육아>저자) 참고도서 <하루 15분, 그림책 읽어주기의 힘>(라이온북스) <웰컴 투 그림책 육아>(북하우스), <하루 10분 책 육아>(로그인) 의상협조 쥬쥬봉, 우프코리아, 스티브매든키즈 헤어 박성미 모델 김태인(생후 10개월), 신주아(만3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