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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걱정 말아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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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쳐버릴 수도, 털어놓을 수도 없는 고민거리에 급제동을 걸어주는 토크 콘서트가 있다. 젊은 엄마가 힘겹게 육아의 상처를 꺼내 보이고, 권고사직한 아빠가 남자들의 고된 삶을 토로하면 남편에게 ‘아직도’ 여자이고 싶은 아내가 그 설레는 진심을 시원하게 쏟아내는 사이다 방송이다. jtbc <김제동의 톡투유>에 소개된 우리 일상다반사 걱정거리를 엄선했다. 믿음직한 해결책도 찾았다. 함께 나눈 걱정 끝에 얻은 위로는 힘이 셌다.


한국 아줌마로 살아간다는 것은
마흔을 앞두고 있어요. 마흔 살에도 다시 꽃 같은 인생이 찾아올까요? _39세 주부 
정재승(뇌과학자, 카이스트 교수) 시애틀의 한 연구소에서 1956년부터 40년 동안 열 살 이하 어린이부터 80세 이상 어르신까지, 6000명을 대상으로 뇌가 언제 가장 발달하는지를 연구했어요. 그 결과 가장 현명한 판단을 하고 상황을 이해하는 능력이 최고치에 달하는 나이는 46~55세로 나타났습니다. 40대는 뇌가 가장 활발한 나이인 거죠. 두려워하지 마세요. 소중한 일이 더 많이 시작될 겁니다. 


“나를 여자로 좀 봐달라고, 이 남편놈아!” _결혼 15년 차 아내
열아홉 살에 만나서 10년 연애하고 결혼한 동갑내기 부부예요. 요즘 그 길던 연애 시절이 그리워요.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가 아니라 연애하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요.

정재승(뇌과학자, 카이스트 교수) 연애할 때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스킨십을 하죠. 결혼을 하고 부부 관계가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스킨십이 줄어듭니다. 그런데 스킨십의 기준을 연애시절로 국한하면 힘들어요. 20대의 설레는 스킨십이 있다면, 40~50대의 편안한 스킨십도 있으니까요. 서로의 몸을 만지는 것이 다소 어색하고 쑥스러우면 안마를 해주거나, 마사지를 해주며 스킨십을 다시 배워보는 것도 좋아요.




✔ 재미로 보자! 여자들이 싫어하는 ‘남자의 취미’
1위 낚시
2위 애니메이션 덕후
3위 오토바이 애호가
4위 게임중독
5위 자동차 튜닝
6위 카메라
7위 물건수집(프라모델, 피규어)
8위 희귀 애완동물 키우기
★ 출처 인터넷 신문 W사


“아줌마가 운전한다고 모두 김 여사로 보지 마세요!” _30대 주부 
운전을 하면 여자라고 제 앞에 무리하게 끼어드는 것 같아요. 아줌마라고 모두 김 여사 취급하는 건 너무하지 않나요? 

최진기(사회인문학 강사)
 
10년 운전한 여자가 운전을 잘할까요? 3일 운전한 남자가 운전을 잘할까요? 물론 10년 운전한 여자가 잘하겠죠. 운전을 잘하는 건 성별이 아니라 운전 경력이 변수니까요. 그런데 내 앞차의 운전자가 이상하게 운전을 해요. 딱 봐서 운전 경력을 알 수가 없어요. 대신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한눈에 알 수가 있죠. 이런 부차적 사연을 주요적 요소로 받아들이는 실수를 범하는 겁니다. 두 번째 이유는 A집단이 B집단을 차별하고 싶을 때 B집단의 속성이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난 사람을 지칭해버려요. 여성 중에서 가장 운전을 못 하는 ‘김 여사’라는 존재를 보편화시키는 거죠. 같은 남자로서 정말 창피한 일입니다. 
정재승(뇌과학자, 카이스트 교수) 이제 뇌과학에서도 남자는 좌뇌가 발달했고, 여자는 우뇌가 발달했다는 이야기를 쉽게 하지 않아요. 다만 남성이 공간지각능력이 높다거나 기기조작능력이 뛰어나서 같은 시간을 운전해도 남자가 여자보다 운전을 잘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운전을 잘한다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비율은 여성이 훨씬 높거든요. 


‘남자사람’의 고백
“아내가 아들 둘을 낳고 난 뒤 군인이 되었어요.” _결혼 5년 차 남편
아기 때는 아이들을 마냥 사랑해주던 아내가 이제는 아침을 먹을 때 휴대전화로 알람을 맞춰놓고 “시간 내에 못 먹으면 밥그릇을 뺏을 거야”라고 협박을 해요. 아내가 군기반장이 되어버렸어요.

서천석(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저도 아들이 둘이에요. 아내분이 굉장히 잘하고 계신 겁니다. 아이한테 폭발하지 않으려고 규칙을 만드신 거예요. 남편분 입장에서는 저러다가 나도 규칙에 맞춰 불려가지 않을까 걱정하실 수도 있지만, 매일 만나는 엄마보다 자주 못 보는 아빠들이 그런 역할을 해주셔야 해요. 정해진 규칙과 틀 안에서 자유로울 때 안정감을 느끼는 아이도 있거든요. 상황에 맞게 아빠들이 변해야 합니다.
최진기(사회인문학 강사) 핀란드 투르쿠 대학의 연구 결과 남자아이를 키운 엄마보다 여자아이를 키운 엄마가 더 오래 산다고 밝혀졌어요. 수명이 26주 차이 납니다. 남자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체중 자체가 무겁고, 4~5세면 번쩍 안아주는 것도 쉽지 않아요. 재미있는 것은 아빠의 수명은 아이의 성별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겁니다.


“직장 때려치우고, 아내에게 1년간의 해외여행을 제안했어요.” _결혼 2년 차 남편
직장 동료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어요. 배고플 때 밥 못 먹고, 쉬고 싶을 때 못 쉬고 일했지만 동료의 일이 내 미래일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신혼 두 달 만에 아내에게 모든 것을 접고 1년간 여행을 하자고 제안했어요. 여행에서 돌아와 다시 취직하니 월급이 절반으로 줄었지만 전에 없던 여유가 생겼어요.

김제동(MC, 개그맨) 결심하지 않으면 내 인생에서 단 1시간도 쉴 수가 없어요. 4박5일 동안 절에 있으라는 스님께 바쁘다고 미루다가 1년이 흘렀어요. 어느 날 그 스님께서 저에게 “너가 사는 것이 누구 인생이냐?”하고 물으셨어요. “내 인생이죠!”하고 대답했더니 “4박5일 시간도 마음대로 못 쓰면서 무슨 네 인생이냐?”하고 되물으시더라고요. 그 말씀이 정답인 것 같아요. 여러분도 단 이틀만이라도 무작정 여행을 떠나는 삶을 살아가길 바랍니다.
최진기(사회인문학 강사) 직업이 갖는 의미는 생계유지와 자아실현인데, 노동이 분업화되고 사람이 노동의 객체가 되면서 자아실현이 없어져요. 그러니 노동의 목적이 소비가 되고, 여행하기 위해 일을 하게 됩니다. 이제 우리는 노동에서 멀어지는 것을 휴식으로 생각해요. 더 먼 곳을 여행할 때 더 큰 해방감을 느끼고요. 아내가 주말에 나들이하자고 하면 남편은
집에서 쉬자고 해요. 그러면 아내는 속상하죠. 아내에게는 ‘집 = 노동 공간’이거든요. 남편에게 직장에 가서 쉬자고 하는 것과 같아요.
정재승(뇌과학자, 카이스트 교수) 칸트는 “노동 후의 휴식이 가장 기쁘다”고 했지만, 휴식이 제 모습을 가지려면 노동이 먼저 제 모습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 자체에 순수하게 몰입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기 위해 사회가 변해야 해요. 여행하 가기 위해 억지로 일하며 지금을 버티는 젊은이들이 많은데요, 그렇게 마냥 버티는 삶이라면 지금의 자신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어요.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엄마인 나, 아내인 나, 며느리인 나 말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잃어버렸어요.” _50대 주부
서천석(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수많은 철학자들이 고민한 것이 바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겁니다. 그런데 아직도 답을 못 찾았어요. 친구 앞에서의 나, 애인 앞에서의 나, 자녀를 대할 때의 내가 다르거든요. 균형이 안 맞다고 느끼면 내가 내 마음에 안 들기도 해요. 하루 한두 번이라도 자신에게 이름을 불러주세요. 내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겠지만 내가 소중하게 느껴질 거예요.


“혼자 있으면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것 같고, 자꾸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게 돼요.” _20대 대학생
요조(가수) 대학생 때 학생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으면 “왜 혼자 밥 먹어? 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오히려 같이 밥 먹을 친구가 없냐는 듯이 질문해서 초라함을 느낀 적이 있어요.

서천석(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타인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분들은 어린 시절에 중요한 어른들이 도덕적으로 판단한 경우가 많아서 그래요. “넌 착한 아이야” “이러면 나쁜 아이야” 같은 이야기를 많이 들으면 어른이 돼서도 ‘내가 저 사람한테 인정받고 있는가’를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아이가 어릴 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도록 키우는 것이 도덕적으로 성장시키는 중요한 방법인 건 맞아요. 그런데 이것이 지나치면 타인을 지나치게 의식하다가 자기 정체성을 잃어버릴 수 있어요.


“SNS 속 나와 현실 속의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에요.” _30대 싱글녀
서천석(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전문가들이 강연할 때 가장 잘 먹히는 주제가 ‘자존감’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사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어요. 자존감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누구나 나의 부족한 점을 고민합니다. 사람들은 대부분의 지금의 나를 조금 부족하게, 한심하게, 모자라게 생각하거든요. 그러면서 SNS에는 좋은 모습만 올려요. 그 이유는 자신이 더 좋아졌으면 하는 마음이 작용하기 때문이에요.


내 인생 최고의 벽
“남편과 달라도 너무 달라요.” _30대 주부 
부부는 닮는다고 하는데 생각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맞는 게 하나도 없어요. 이대로 계속 살아야 하나요? 

서천석(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사람은 같아지려는 욕망이 굉장이 강해요. 태어났을 때 엄마와 내가 같은 존재라고 느껴요. 내가 울면 엄마가 기저귀를 갈아주고, 내가 웃으면 엄마도 웃고 이런 경험을 하거든요. 엄마가 내 마음을 100% 이해해주고, 무조건적으로 들어준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성장하면서 차츰 배신감을 느껴요. 기저귀가 젖어서 우는데 갑자기 우유를 주고, 안아달라고 하는데 기저귀를 들여다보니까요. 내 생각과 엄마의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인간은 최초의 배반감, 배신감을 경험합니다. 그것은 굉장히 상처가 되죠. 그 원초적 배신감 이후 남과 빨리 같아지려는 욕망이 더 강해져요. 




육아, 분노할까요? 위로할까요?
“둘째를 꼭 낳아야 할까요?” _30대 직장맘
첫아이를 키우며 직장에 다니고 있어요.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게 정말 힘들지만 남편과 내가 세상에 없을 때 아이 혼자 남겨지는 것이 두려워요.

송길영(빅데이터 전문가) 생후 36개월까지 아이를 키운 엄마들의 감정에 관한 데이터를 살펴보면, 부정적인 단어가 80%가 넘어요. 원래 아이 키우는 건 힘든 거예요. 모성애를 당연시하는 건 폭력인 거죠. 원래 힘든 것인데 그걸 넘어설 수 있다면 그건 숭고한 거고요. 그런 각오가 있다면 출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회사 걱정을 하실 필요는 없어요. 회사 동료들이 걱정되면, 실수로 생겼다 하세요.
최진기(사회인문학 강사) 둘째아이를 갖는 것이 왜 중요하냐면, 저출산 문제가 실질적으로 둘째에서 시작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출산장려금을 몇몇 시를 빼고는 셋째부터 지급해요. 그것도 꾸준한 지원금이 아니라 일회성 장려금이죠. 세상에 500만원, 1000만원 받겠다고 아이를 낳는 부부가 있을까요? 한 설문조사에서도 둘째를 낳지 않는 이유로 37%가 경제적인 문제를 꼽았어요. 아이를 키우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시간’과 ‘돈’이에요. 나라에서 적극 해결해주어야 하는 부분입니다.


“무상보육대란, 나라 믿고 아이 낳은 제가 어리석은 건가요?” _세 아이 엄마 
무상보육 믿고 셋째를 낳았어요. 나라가 낳으라고 해서 낳았는데 정말 날벼락 같아요. 

서천석(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무상보육 취소 논란은 지금 아이 키우는 엄마들이 들으면 미치고 팔짝 뛸 문제죠. 그런데 아이 키우는 엄마들만 관심이 있어요. 입시지옥 문제도 고등학생 부모들만 걱정을 해요.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는데, 일부의 문제로 고립시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어요. 
최진기(사회인문학 강사) 요즘 처갓집 목소리가 커졌다고 하지만 이는 남녀평등이 이뤄져서가 아니에요. 육아를 아빠 쪽 부모가 아니라 엄마 쪽 부모가 맡는 경우가 훨씬 많아서 그래요. 굉장히 재미있는 현상입니다. 육아를 철저하게 엄마의 문제, 엄마 가족의 문제로 몰아가고 있어요. 육아는 사회적 문제인데, 아직 그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 안타까워요. 


“세 아이 때문에 밤문화를 버렸어요.” _세 아이 엄마
얼마 전 셋째 아이가 태어나서 밤문화를 포기하고 살아요. 퇴근하면 바로 집으로 가서 아내의 육아를 도와요. 바쁘고 힘든데 친구들이 저한테 물어요. 아이 키우는 데 돈이 한두 푼 드는 게 아닌데 왜 셋째를 낳느냐고요. 대한민국에서 셋째는 욕심인가요?

서천석(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사실 아이를 키우면 소비를 많이 하게 되죠. 아이가 없는 가정보다 돈을 몇 배 더 씁니다. 그런데 우리가 물건을 살 때 부가가치세라고 10%의 세금이 붙어요. 아이를 낳은 사람들이 훨씬 세금을 많이 낸다는 거죠. 그 사실을 사회가 알아줄 필요가 있어요.
김제동(MC, 개그맨) 분유, 기저귀는 면세되어야 합니다!!


진행 김경민(자유기고가) 사진 이지아  소품협조 스튜디오블랭크 

2016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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