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초능력자다. 아직 말문이 트이지 않은 아이가 옹알이를 하면 아이가 원하는 걸 단박에 알아맞힌다.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사람도 엄마다. 그럼에도 엄마는 아이에게 무엇을 해줄지 고민하고, 자신이 부족하지 않은지 걱정한다. 모유를 충분히 주지 못해서,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해서, 아이의 마음을 빨리 알아차리지 못해서 미안해하고 자책한다. 더 많이 사랑해주고 싶고, 아이가 더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엄마는 더욱 완벽해지려고 한다.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어머니의 사랑이 위대하다는 것이지, 아이에 관한 모든 것을 통제하고 강요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아이의 작은 목소리를 듣고 보듬어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 아이는 불가능한 걸 요구하지 않는다
엄마는 신이 아니다. 아이 역시 부모에게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런데 엄마들은 아이에게 더 많은 것을 해주려고 하고, 그렇지 못하면 좌절하고 죄책감을 갖는다. 엄마는 왜 더 완벽해지려고 하는 걸까? 
육아 완벽주의 강박증을 가진 엄마들에게 이성아 자람가족학교 대표가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은 “엄마는 완벽주의자인가요?”이다. 그러면 엄마들은 대부분 “아니요, 저는 완벽주의자가 아니에요”라고 답한다. 그러고는 “오히려 부족한 게 많은 엄마죠”라고 덧붙인다. 이 대표는 ‘완벽주의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짚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완벽주의자는 무슨 일이든 완벽하게 해내는 사람이 아니다. 완벽할 수 없는 것을 완벽하게 만들려고 기를 쓰는 사람이다. 실수를 싫어하기 때문에 항상 계획하고 준비한다. 자신의 부족함이 늘 불안하고, 자신의 통제 안에 들어오지 않으면 걱정부터 하고 본다. 집안일, 인간 관계, 아이 발달 심지어 감정 조절까지 통제하려고 든다.
1 타인의 기준이 곧 내 기준?
부모는 아이와 관련된 모든 것을 선택해야 한다. 젖병과 기저귀는 어느 브랜드를 써야 할지, 아기띠는 어떤 제품이 좋은지 고민한다. 이때 참고하는 것이 또래 아이를 키우거나 먼저 경험한 엄마들의 조언이다. 선배의 조언은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도움을 주지만 때로는 육아 소신을 뒤흔드는 주범이기도 하다. 자신도 모르게 같은 나이의 옆집 아이보다 키가 큰지 작은지, 누가 더 말을 잘하는지, 같은 장난감을 가지고 있는지 비교한다. 때로는 다른 엄마와 아이의 행동을 보면서 ‘나는 저런 엄마가 되지 말아야지’ 또는 ‘저런 엄마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모성이 부족한 엄마로 비치거나 엄마의 손이 덜 간 아이처럼 보이는 것이 싫어서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기도 한다. 
2 모성을 강요하는 사회적 압박
세계보건기구(WHO)는 생후 6개월까지는 모유만으로 영양을 공급할 것을 권한다. 모유 수유한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호흡기 질환이나 소화기계 질환, 변비, 습진 및 알레르기에 걸리는 경우가 적고 성격이 원만하여 안정감을 갖는 것으로 조사된 여러 국제 보건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하는 권고안이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해 해마다 ‘국내 모유 수유 실태’를 조사한다. 만 2세 미만 아이를 둔 산모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의 6개월 완전 모유 수유율은 18.3%였다. 유니세프가 공개한 ‘영유아·아동의 영양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6개월 완전 모유 수유율이 공개된 138개국의 평균인 38%의 절반 수준이다. 모유 수유의 중요성이나 실태 연구, 보도는 모유를 먹이면 좋은 엄마, 분유를 먹이면 나쁜 엄마라는 식의 사회적 압박을 가한다. 엄마도 모유 수유가 좋다는 건 안다. 분유값이 들지 않는 것 역시 가정경제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젖 양이 아이와 맞지 않을 수 있고, 엄마의 복직, 모유 수유를 할 수 없는 환경 등의 이유로 모유 수유를 포기하는 사례도 많다. 모유 수유를 하지 않으면 마치 모성이 부족하거나 아이의 배를 채워주지 못하는 부족한 엄마로 치부하는 사회 인식은 엄마에게 죄인의 굴레로 씌운다.
3 혼자 육아를 감당해야 하는 현실
대가족 시대에는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삼촌이 함께 아이를 키웠지만 지금 사회에서 육아는 오롯이 부모의 몫이다. 그나마 남편이 늦게 퇴근하면 엄마 혼자 육아를 감당해야 한다. 오죽하면 홀로 육아를 담당하는 엄마들을 일컫는 ‘독박육아’라는 자조 섞인 신조어가 나왔을까. 아빠의 육아 참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여전히 육아는 엄마의 몫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더라도 육아나 살림만큼은 엄마에게 더 많은 책임이 지워진다. 이런 현실이 엄마에게 육아 완벽주의를 강요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4 엄마 역할만 강조하는 허상적 실체들
엄마는 아이가 잘 먹는데도 또래 아이들보다 체중이 적게 나가면 책임감을 느낀다. 아이에 관한 모든 것에 애쓰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을 때도 있는데, 사회가 말하는 좋은 엄마는 사람이 아닌 신이 되라고 하는 듯하다. 아이가 최우선이어야 하며, 외출을 자제하고, 항상 아이 옆에 대기해야 한다. 화를 내서도 안 되며, 모든 것을 다 이해해야 하고,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알파맘’ ‘골드맘’ ‘잔디깎이맘’ ‘스칸디대디’ 등으로 표현되는 완벽한 부모의 허상적 실체는 현실의 부모를 좌절하게 한다. “버럭 부모가 욱하는 아이를 만든다. 백 번 잘해도 한 번 욱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전문가의 조언도 마찬가지다.
★ ‘수퍼맘 증후군’을 아시나요?
아이에게 완벽한 부모가 돼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수퍼맘’은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는 미국 미시간대학 연구팀의 연구가 있다. 수퍼맘은 자신이 완벽하길 원하는 만큼 아이도 완벽하게 행동하길 원한다는 것. 연구팀은 “공공장소에서 우는 아이를 조용히 시키고, 심한 장난을 치는 아이들을 얌전하게 하는 데 압박을 느끼는 여성은 스트레스를 받아 정신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남들이 자신을 좋은 엄마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지나치게 신경을 쓰게 되며 우울증으로 악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육아 완벽주의에서 벗어나려면
<부모공부>의 저자 고영성 씨는 “이 세상에는 완벽하지 못한 부모들이 있는 게 아니라 최악의 조건에서도 아이를 위해 조금 더 노력하는, 그러나 때로 실수하는 부모들이 있는 것이다. 힘껏 노력하되 육아 완벽주의에 갇히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성아 자람가족학교 대표는 “아이에게 더 많이 더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 때문에 엄마는 육아 완벽주의에 빠져든다. 현실의 벽에서 좌절하기보다는 손에 쥔 것을 내려놓아야 다른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좋은 엄마가 되려는 노력보다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라”고 말한다.
참고도서 <멋진롬 0~5세 아이놀자>(진서원), (나무를 심는 사람들), <네덜란드 행복육아>(스노우폭스북스), <가족의 시골>(마루비), <부모공부>(스마트북스) | 도움말 이성아(자람가족학교 대표) | 모델 김태양(만 5세), 김원정(만 6세) | 패션 스타일링 류민희 | 헤어·메이크업 박성미 의상협조 뉴발란스키즈, 래핑차일드, 밍크뮤, 바바라키즈, 미니미, 베베드피노, 슈하이, 우트, 자주, 젤리멜로, 플라키키, H&M키즈 | 소품협조 곰블리, 데이글로우, 마치앤어거스트, 브리오, 스메그코리아, 필립스,시코코리아 | 사진 송상섭 | 진행·글 한미영·김경민·윤세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