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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엄마 음악 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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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그날의 감정을 대신할 때가 있다. 어떤 날 음악은 일상의 따분한 순간마저 의미를 불어넣고 진주처럼 빛나게 만든다. 육아가 힘들 때, 일탈이 필요할 순간, 시작할 용기가 필요할 때 엄마들은 어떤 음악을 들을까?




매일 똑같은 일상에 변화가 필요할 때
✎ 피아니스트 칙 코리아의 앨범 ‘Children’s Song’



얼마 전 딸과 북서울미술관 어린이갤러리에서 열린 <점·선·면 Point·Line·Plane>전을 관람했다. 전시를 보는 내내 칙 코리아Chick Corea의 <Children’s Song>이 배경으로 흘러나왔다. 이 앨범은 ‘Children’s Song’라는 제목 아래 그의 19곡 솔로 피아노 소품이 담겨 있으며 일정한 멜로디가 배경음악으로 반복해서 연주된다. 임신 중인 엄마라면 내가 딸을 임신했을 때 딸을 위해 연주한 태교 앨범 에 수록된 ‘아일랜드 자장가(Irish Lullaby)’를 추천한다. 음악이 바뀌면 일상의 공기가 달라진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때로는 조금은 생소한 재즈 같은 낯선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활용해보면 어떨까. 안 들어본 음악을 듣고, 안 해본 일에도 도전해보면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것이 ‘엄마인 나’를 건강하게 지키는 비결일 것이다.

이노경 만 5세 딸의 엄마, 재즈피아니스트. 재즈 태교 앨범 <어 차일드 이즈 본> <에그자일>등 발표


초보 엄마라서 불안할 때
✎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
‘그대는 너무 힘든 일이 많았죠 새로움을 잃어버렸죠. 그대 슬픈 얘기들 모두 그대여 그대 탓으로 훌훌 털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합시다.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백일 무렵까지 아이가 예민한 편이었어요. 아이의 사소한 행동도 내가 아는 것과 다른 모습이면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하는 불안을 느끼고는 했어요. 걱정 많은 엄마로 살다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걱정말아요 그대’ 노래에 마음이 울컥했어요. 걱정한다고 달라지는 것이 아니고, 힘든 순간도 다 이유가 있고 의미가 있다는 노래 가사가 초보 엄마여서 서툴고 힘들던 나를 위로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나처럼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초보 엄마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이제 13개월인 아이도 유달리 좋아하는 노래가 있어요. 남편이 아침마다 클래식을 듣는데 ‘푸니쿨리 푸니쿨라(Funiculi-Funicula)’가 나오면 아이가 신나 해요. 경쾌한 리듬이 반복적으로 나오는 것이 흥겨운가 봐요. 아이가 좋아해서 들려주다 보니 저도 클래식에 관심이 생겨요. 음악이 있어서 아이와 함께 웃고, 위안을 얻는 순간이 있어요.

신혜진 생후 13개월 아들의 엄마, 16년차 방송작가. KBS <장영실쇼> <러브인아시아> <생로병사의 비밀>, MBC <불만제로>에 참여했다.


육아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싶을 때
✎ 인디밴드 허클베리핀의 ‘사막’
‘어둠 속에 나와 천천히 걸어. 길 위에 내버려진 작고 여린 짐승들. 애써 외면했어, 애써 외면했어. 힘들게 비틀대다 결국 넘어지고 말걸. (중략) 끝나버렸어, 힘이 들었지. 알 수 없는 어둠 속에 숨어들었어. 차라리 난 미쳤어, 난 미쳤어. 난 미쳤어. 넌 차를 내와. 미쳤어, 난 미쳤어. 난 미쳤어. 길을 잃은…’



기다리던 아이가 태어났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는 건 일이 아니었다. 2시간마다 수유를 하고 쪽잠을 자고 아이가 울면 일어나 기저귀를 갈고. 매일 저녁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손길로 쩔쩔매며 아이를 씻겼다. 아이가 어려 외출을 쉬이 할 수 없으니 답답한 날들이 계속되고 유일하게 대화할 수 있는 남편이 어서 퇴근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시절, 허클베리핀의 ‘사막’이 떠올랐다. 허클베리핀은 98년 활동을 시작한 인디밴드인데 대학 축제에서 그들의 공연을 보고 매료됐었다. 2집에 수록된 ‘사막’은 어두운 가사지만 위로해주는 힘이 있어 대학 시절 내내 힘들 때마다 들었던 노래. 이 밴드의 노래 가사는 늘 서정적이면서도 메시지가 강하다. 엄마가 되었다고 늘 부드럽고 다정한 노래만 들어야만 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사막’의 삭막한 가사가 마치 육아에 지친 나의 마음 같아 눈물이 날 때도 있지만, 소리치며 따라 부르다 보면 마음속 스트레스가 싹 해소된다. 현재 허클베리핀은 제주도 김녕성세기해변 앞에서 펜션 ‘샤 스테이Sha- Stay’를 운영하며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운이 좋다면 펜션 지하 공간 ‘샤-스페이스’에서 열리는 허클베리핀 멤버들의 공연도 만날 수 있다.

강서희 만 4세 아들의 엄마, 맘&앙팡 꿈틀에디터


새롭게 시작할 용기가 필요할 때
✎ 영화 라라랜드 OST ‘The Fools Who Dream’
She told me (이모는 제게 말했어요) A bit of madness is key To give us new colors to see (약간의 광기는 우리가 새로운 빛깔로 세상을 보는 비결이 될 수 있단다) Who knows where it will lead us? (우리를 어디로 이끌어 갈지 누가 알겠니?) And thats why they need us (그래서 그들에겐 우리가 필요한 거란다.) So bring on the rebels (그러니 반란을 일으키렴) The ripples from pebbles (작은 조약돌이 만드는 큰 물결처럼)



요즘 웃자고 들어가서 울고 나온 영화 <라라랜드>의 OST에 폭 빠져 산다. <노트북>에서부터 반했던 라이언 고슬링과 전 남친(앤드류 가필드)조차 매력적인 엠마 스톤의 러브라인도 마음을 할퀴었지만, 나를 꺽꺽 울게 만든 건 미아(엠마 스톤)가 오디션에서 부른 노래에 등장하는 그녀의 이모다. 미소를 지으며 한겨울에 맨발로 센 강에 뛰어들었다는 그 이모. 강물은 얼듯 차가웠고 그래서 한 달 동안이나 재채기를 해댔지만, 돌아간대도 다시 할 거라는 그 고백이. 이 세상을 새롭게 보려면 ‘약간의 미친 짓’도 필요하다고 격려하는 그 이모가 좋았다. 영화 속에서 미아는 말한다. “열정을 가진 사람은 어떻게든 주변을 바꾸고 만다”고. 꿈꾸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망가진 삶을 위로하는 이 노래를 듣다 보면 미뤄둔 나의 꿈, 시작하지 않은 도전들에 안부를 묻게 된다.

김경민 만 9세 딸의 엄마, <맘&앙팡> 프리랜서 에디터


엄마여서 외롭다고 느껴질 때
✎ 제이슨 므라즈의 ‘I won’t give up’
‘When I look into your eyes (네 눈을 들여다볼 때면) It’s like watching the night sky (밤하늘을 바라보거나) Or a beautiful sunrise (아름다운 일출을 보는 것 같아) Well, there’s so much they hold (음, 그 안엔 정말 많은 것들이 있어) (중략) I won’t give up on us (난 우리 자신을 포기하지 않을 거야)(중략) I’m giving you all my love (네게 내 모든 사랑을 줄 거야)’



육아가 힘들다고 느낄 때, 엄마라는 삶에 지칠 때가 있다. 그럼에도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멈출 수 없고, 그 사랑을 포기할 수 없을 때 이 노래를 듣는다. 사랑의 감정이 녹아든 가사가 정말 좋다. 나를 다독여주는 것 같고, 듣다 보면 내가 어려운 시간을 이겨낼 수 있을 것처럼 힘도 생긴다. 영화 <미 비포 유(Me Before You)>의 OST로도 나온 에드 시런의 ‘Photograph’도 추천한다. 사랑하는 감정은 육아나 연애나 비슷할 것이다. 내가 충분히 아이를 사랑하고 있는지 불안할 때, 잠든 아이를 보며 ‘좀 더 잘해줄 걸’ 후회하는 마음이 들 때 듣는다. ‘Loving can hurt(사랑은 아플 수 있어), Loving can hurt sometimes(가끔 사랑은 아플 수도 있어), But its the only thing that I know(하지만 이게 내가 아는 전부야)… It is the only thing that makes us feel alive(사랑은 우리가 살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유일한 것이야)’라는 가사가 마치 나를 조건 없이 사랑해주는 아이의 고백 같기도 해서 마음을 울린다.

백성은 만3세 딸의 엄마, 맘&앙팡 꿈틀에디터


육아가 어렵게 느껴질 때
✎ 동요 ‘별색깔’
‘파란 별 하얀 별 노란 별 빨간 별 그래 잘 찾아보면 까만 별도 있지 않을까 파란 눈 까만 눈 하얀 살 노란 살 그래 우리 모습도 별을 닮았어 누가 제일 예쁜 별인지 다툴 필요가 있을까 모두 우주에서 가장 예쁜 별들인걸’

부부가 함께 아이를 양육하는 것이 과거에 비해 많이 보편화된 것 같다. 길거리에서 아기 포대기를 맨 아빠를 보거나 유치원 버스정류장에서 아빠들을 마주치는 일도 많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아플 때 엄마에게 집중되는 일은 여전히 많다. 혹은 밤새 잠을 안 자고 ‘놀아달라’고 말똥말똥한 눈빛으로 호소할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집안일을 하는 엄마도, 바깥일을 하는 엄마도 ‘이 아이는 어느 별에서 왔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적어도 난 그랬다. 내게 찾아온 ‘별’처럼 소중한 아이지만 육아가 너무 힘들게 느껴져, 울어버린 적도 많다. 그럴 땐 음악이 필요한 순간이란 걸 알고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누구를 만나기도 힘들 때, 심지어 어디 나갈 수도 없을 때, 그때 음악이 곁에 있다는 건 큰 위로가 된다. 화려한 가수의 목소리가 아니더라도, 유명한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아니더라도 괜찮다. 소박한 가사와 단순한 악기 소리도 괜찮고, 어릴 적 많이 듣고 부르던 노래들이
기침처럼 튀어나와도 괜찮다. 그런 노래는 나도 어릴 적에 누군가 나를 위해 불러줬을 노래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동요 ‘별색깔’(작사 작곡 류형수)의 가사처럼 우주의 많은 별들이 저마다의 온도차로 색깔의 변화가 있듯 내게 찾아와준 아기 별들도 각각의 매력적인 빛을 발하는 시간들이 있지 않을까? 고운 별, 미운 별, 이상한 별이라고 구분하지 말고 그냥 자신의 빛 그대로 자랄 수 있게, 빛날 수 있게 도와준다 생각하면 어떨까? 나도 예전에는 누군가에게 분명히 그런 별이었을 테니까.

김은희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딸의 엄마, 노래패 ‘노래를 찾는 사람들’ 멤버


엄마의 사랑을 표현하고 싶을 때
✎ 동요 ‘이 세상에 좋은 건 모두 주고 싶어’
‘이 세상의 좋은 것 모두 주고 싶어 나에게 커다란 행복을 준 너에게 때론 마음 아프고 때론 눈물도 흘렸지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기 때문에 싱그러운 나무처럼 쑥쑥 자라서 너의 꿈이 이뤄지는 날 환하게 웃을 테야 햇님보다 달님보다 더 소중한 너 이 세상의 좋은 것 모두 주고 싶어’



육아에 지쳐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내가 종종 찾아 듣는 음악은 우아한 클래식도 아니고, 분위기 있는 재즈도 아니고 동요다. ‘이 세상에 좋은 건 모두 주고 싶어’(작사 정정명, 작곡 강동수)는 불치병에 걸린 딸을 위해서 헌신적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하늘나라로 보낸 한 엄마의 사연을 듣고 만든 동요다. 1절은 엄마가 아이에게, 2절은 아이가 엄마에게 불러주는 형식인데 듣고 있으면 세상의 어떤 욕심도 다 버리게 된다. 엄마와 아이 그리고 가족은 이 세상에 좋은 건 다 주고 싶어 하는 사랑하는 사이다. 그럼에도 육아에 지치고, 결혼 전 자유롭던 삶과 비교되는 현실에 슬프고, 때때로 남편이 남의 편인 듯 느껴질 때 이 음악을 들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를 외치게 된다. 육아가 아무리 힘들어도 엄마를 세상의 전부로 여기는 내 아이와의 지금 이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겠다고 다짐하면서.

김연수 세 아이의 엄마, 동서울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 부모를 위한 음악 교육 안내서 <악기보다 음악>(끌리는책) 저자



✓ 김연수 교수의 ‘음악에 관한 진실 & 오해’ 엄마는 늘 모차르트를 들어야 할까? 

평소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지 않던 엄마도 임신을 하면 ‘모차르트 효과’를 떠올리며 클래식 음악, 특히 모차르트를 찾아 듣는다. 평소에 즐겨 듣던 재즈, 가요는 안 될까? 1993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고든 쇼 교수와 위스콘신 대학 프랜시스 라우셔 교수는 과학 전문지 <네이처>에 논문을 발표한다. ‘음악과 공간추리력: 모차르트 음악이 지능 향상에 이로울까?‘에 관한 짧은 보고서다. 실험하기 위해서 대학생 36명을 세 집단으로 분류했다. 첫째 집단은 모차르트 소나타를 감상했고, 둘째 집단은 긴장 해소에 대한 강의를 들었으며, 셋째 집단은 조용한 시간을 보내게 했다. 모차르트 피아노 음악을 들은 첫째 집단이 다른 두 집단보다 공간 추리영역의 테스트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그 효과는 15분 뒤 사라졌다. 이후 언론들은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면 아이의 두뇌 개발에 도움이 되고 안정적으로 자란다고 대서특필했다. 미국 테네시 주와 조지아 주의 주지사는 관내 모든 신생아에게 모차르트 CD를 선물했고, 모차르트 음반은 동이 났다. 이후 학계에서는 이 연구 결과에 반론을 제기했다. 첫째,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은 집단은 단기적인 테스트 향상 효과만 있었다. 둘째, 개인이 가진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실험을 진행했다. 셋째, 왜 모차르트 음악인가. 이를테면 베토벤이나 헤비메탈 음악은 효과가 없는 것인가.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여 토론토 대학의 스켈렌버그 교수는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팝 음악을 들은 아이들의 공간 추리영역이 더욱 상승되는 결과를 얻었다. 그리고 모차르트 음악이 아이 지능을 높여준 것이 아니라 기분 좋게 들은 음악이 아이의 인지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결론을 냈다.


일러스트 Lera Efremova by shutterstock | 김경민(자유기고가)

2017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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