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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반짝반짝 보통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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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가족이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을 선사한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성실하게 짐을 꾸려 ‘살아보는’ 여행을 하는 가족 이야기를 들었다.


연수네 가족 여행 이야기
✎ 아름다운 곳에서 가족과 함께한 그림 같은 시간
지난해 10월, 아빠 엄마는 두 돌을 앞둔 연수를 데리고 넓은 바다를 건너 스위스와 이탈리아로 향했다. 첫 번째 가족여행이었다. 14박15일간의 여행은 연수네 가족에게 소중한 추억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다른 재미, 특별한 캠핑 여행
연수 엄마 이혜민 씨는 친구 2명과 함께 블로그(blog.naver.com/hmujul)를 운영한다. 육아와 살림, 여행, 레시피, 맛집 등 콘텐츠가 담긴 블로그에서 혜민 씨가 담당하는 건 육아와 살림 그리고 ‘여행’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혜민씨는 임신하면서 연수가 두 돌이 될 때까지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일상이 답답했다. 캠핑과 국내여행을 주로 하며 여행 허기를 충족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혼 전에는 미국, 파리 등지를 마음껏 여행하며 여행의 진정한 매력에 빠져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

엄마가 되니 여행을 떠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장거리 비행시간, 아이 먹을거리 등 ‘아이가 여행에 적응할 수 있을지’ 여부가 고민이었다. 하지만 연수가 두 돌이 될 무렵 과감하게 결정을 했다. 생후 24개월 미만 아이는 비행기를 무료 탑승할 수 있다는 점과 여행에 대한 목마름이 여행을 부추겼다. 목적지는 스위스와 이탈리아, 총 14박15일의 일정이었다. 먼저 평소 국내에서 캠핑을 즐기는 가족답게 캠핑 천국으로 꼽히는 스위스에서 캠핑을 하기로 했다.

“스위스 캠핑장은 놀이터, 물놀이 시설, 레스토랑 등 편의시설이 무척 잘되어 있어요. 시설 여부에 따라 등급이 나뉘고, 아이, 텐트 크기, 소유한 차 등에 따라 가격이 달라요. 스위스 캠핑은 탁월한 선택이었어요. 대자연의 품에 안겨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우리 가족만의 행복한 시간을 보냈죠. 아이는 자연에서 마음껏 뛰놀아서 좋았고요.”

트레킹도 했다. ‘두 돌 된 연수를 데리고 융프라우요흐에 오를 수 있을까’하는 고민도 잠시, 기차를 타고 정상에 올랐다. 돌아오는 길, 트레킹을 지나치기 아쉬워 중간 역에 내렸다. 초보 트레킹 코스로 어린 연수에게도 부담 없는 길이었다. 혜민 씨는 “15분이면 될 거리를 1시간 30분이 걸려 도착했지만 스위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 생겼다”고 회상한다.



현지 식재료로 차린 우리 식탁
스위스에서 캠핑을 마치고 이탈리아로 갔다. 처음 방문한 도시는 르네상스 시절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피렌체. 숙소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했다. 혜민 씨는 호텔을 원했지만 예쁘고 아기자기한 유럽 가정집에서 머무르고 싶어 하는 남편의 뜻에 따랐다. 피렌체 중앙역인 산타마리아 노벨라역에 내린 후 5~10분 걸어가자 예약한 에어비앤비 숙소가 있었다. 하지만 숙소에 들어서기까지 다소 어려움이 따랐다.

“호스트를 만나기 위해 연락을 기다리면서 집 앞에서 대기했어요. 주소로만 찾아야 하니까, 찾는 과정도 쉽지 않았고요. 아이와 함께라면 이런 상황에서 더 힘들죠. 15분 정도 기다려서 주인을 만날 수 있었어요. 앞서 여러 차례 위치를 파악하고, 미리 호스트와 소통하면 조금 더 찾기 쉬워요.” 이런 불편도 잠시, 호스트인 노부부의 친절에 불편한 마음도 금세 잊었다. 호스트는 인근 세탁소, 마트 등 위치를 꼼꼼하게 알려주었다. 이후 들른 로마에서도 숙소는 에어비앤비를 이용했다.

“현지 마트에 들러 식재료를 구입했는데, 생김새가 다른 채소와 우리나라 물가를 비교할 수 있어 재밌었어요. 고기를 굽고 파스타도 해 먹으며 그 나라의 식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죠. 레스토랑에서도 현지 음식을 맛볼 수 있지만 아이와 함께일 땐 주변도 신경 써야 하잖아요. 숙소에서 식사를 해결하면 편하고 좋죠.”



아이와 함께여서 더 좋다
혜민 씨는 숙소를 예약할 때 후기, 옵션 등은 살폈지만 숙소의 층수는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 “아이가 있으면 반드시 층수를 고려해야 해요. 아이는 스스로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들고, 짐이 많은데 숙소가 높은 곳에 위치하면 그야말로 녹초가 되기 쉽죠. 피렌체 숙소는 1층이라 이동이 쉬웠지만 로마는 4층이어서 너무 힘들었어요. 유럽은 오래된 아파트가 대부분이라 엘레베이터가 없으니 층수를 고려해 예약해야 해요.” 피렌체의 숙소는 관광지가 가까운 곳에 위치해 좋았지만 아이와 함께라 전과 같은 여행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두오모 성당은 외관만 둘러보고 발걸음을 돌렸다.



“두오모 성당 입구에 줄이 길게 늘어섰는데, 그걸 보는 순간 과감하게 포기했어요. 아이와 함께 기다린다는 건 생각만 해도 아찔하더라고요. 피렌체 도시 자체가 예뻐서 유모차를 끌고 도시를 산책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했어요.” 피렌체 도시 풍경을 한눈에 담기 위해 미켈란젤로 광장으로 향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걷기로 한 연수는 일찌감치 꿈나라에 가 있어 아빠와 엄마는 번갈아 유모차를 끌고 오르막길을 오르는 극기 훈련을 해야 했다.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하다 보니 저녁이면 아빠 엄마는 녹초가 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혜민씨는 연수가 없었다면 여행의 재미는 반감됐을 거라고 생각한다. “떠나기 며칠 전까지도 연수를 두고 갈까 생각했었거든요. 연수 덕분에 사진마다 외국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그대로 그림이 되어주었어요. 또 연수가 잠자는 틈에 남편과 함께 마신 2유로 커피 역시 더 절절하고 소중하게 와 닿았어요.”

✓ 연수 엄마가 알려주는 에어비앤비 이용 꿀팁
★ 숙소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야 해요. 숙소명이 따로 있는 게 아니어서 주소로만 위치를 찾는 게 생각보다 어렵거든요. 호스트와 미리 소통해두면 그나마 수월해요.
★ 주방이 있으면 매일 만찬을 즐길 수 있어요. 그 나라 문화를 제대로 즐기려면 레스토랑에 가야겠지만, 아이와 함께일 때는 주변도 신경 써야 하잖아요. 현지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에서 해먹으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어요. 현지 식재료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해요.


민아네 가족 여행 이야기
✎ 21번의 여행, 엄마라 가능했던 도전
이른바 ‘엄마 껌딱지’로 불리는 아이는 언제나 사랑스럽지만 육아는 때로 엄마의 컨디션을 끌어내리곤 한다. 민아 엄마 김수정 씨 역시 그랬다. 육아 스트레스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수정 씨가 찾은 돌파구는 여행이었다. 물론 사랑하는 아이와 함께 말이다.



나다운 삶을 살고 싶다는 열망
살아 있는 것이 곧 존재한다고 말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육아하는 엄마들은 더욱 그렇다. 육아를 하면서는 존재의 이유가 마치 엄마인 것 같지만 엄마이기 전 원래의 ‘나’ 즉 자아가 있는 법이다. ‘엄마’라는 이름 아래 묻혀 있는 ‘꿈과 용기’도 있다. 수정 씨는 결혼 전 웹기획자와 마케터로 일하며 틈만 나면 세계 곳곳을 여행했다. 하지만 결혼하고 민아를 낳고서는 오롯이 육아에 집중했다. 특히 민아는 두 돌까지 우유·달걀 알레르기가 있어 조금 더 세심하게 먹을거리를 신경 썼다. 육아에 전념하며 시나브로 쌓인 스트레스에 허덕이던 나날. 잊고 있던 나를 찾기 위해, 나다운 삶을 살기 위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데 생각이 닿았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몽롱한 상태로 출근하는 남편에게 잔소리를 쏟아내던 아침이었어요. 우연히 TV 브라운관에서 한적한 바닷가에서 행복한 웃음을 짓는 가족의 모습을 보았죠. 그 순간 머릿속에는 오로지 ‘어디든 떠나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그렇게 첫 번째 해외여행을 떠났다. 목적지는 괌, 당시 민아는 생후 8개월이었다. 현재 만 5세인 민아는 그사이 7개국 15개 도시로 21번의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수정 씨는 민아와 함께 여행하는 동안 여행지에서의 에피소드와 사진을 블로그에 소개하며 파워블로거가 되었고, <아이와 함께 해외여행 고고씽> <무작정 따라하기 홍콩 마카오>라는 두 권의 여행책을 낸 여행작가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육아 스트레스, 육아 우울증은 봄눈 녹듯 사라진 것은 물론이다. <아이와 함께 해외여행 고고씽>은 괌을 시작으로 일본 규슈·도쿄·하와이·홍콩·방콕·세부 등 민아가 세 돌까지 여행한 순간순간의 기록이 담겨 있다.



친구들과 떠난 제주 여행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이라 숙소는 주방시설을 갖춘 에어비앤비를 선호한다. 싱가포르·발리·제주·오사카·교토 등지에서 다양한 에어비앤비를 이용했다. 예약할 때는 옵션을 살피는데, 가족 여행객을 수용하는 숙소를 중심으로 체크한다. 숙소 위치, 후기, 수퍼호스트 여부도 면밀하게 확인한다. 발리처럼 따뜻한 나라를 여행할 때는 아이가 좋아하는 수영장을 겸비한 숙소를 고른다. 수정 씨는 육아 고충을 나누고 ‘여행’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지닌 또래 엄마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바쁜 아빠들을 제외하고 엄마와 아이들만 함께하는 또 다른 의미의 특별하고 즐거운 여행이다. “블로그 활동을 오래 하다 보니 육아와 여행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로 친해진 친구들이 몇 있어요. 아이들도 모두 또래라 더 가까워졌죠. 여행은 가고 싶은데 남편이 시간을 내기 어려울 때 함께 가면 서로 의지가 되고 아이들끼리 어울려 놀아서 엄마들은 나름대로 편하고 즐거워요.”

2~3년 전부터 친분을 쌓아오다 작년 10월에는 다 함께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다. 엄마 4명과 아이 4명, 총 8명이서 함께한 여행이었다. “아빠가 없어서 걱정했지만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아이들은 잘 놀았고, 엄마들에게는 제대로 힐링의 시간을 가져다준 여행이었어요.” 숙소는 제주의 에어비앤비 ‘독채펜션 놀자’를 이용했다. 네 명의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이라 숙소를 신중하게 골랐는데, 모두 만족했다고 한다. “2층 구조 독채 펜션이라 아이들이 소란스럽게 놀아도 전혀 눈치 볼 필요가 없어 좋았어요. 아이들을 위한 각종 시설을 갖춘 키즈펜션인데, 월풀 욕조와 트램펄린까지 있고, 남녀로 구분된 놀이방에는 소꿉놀이, 인형, 기차놀이, 공구세트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품이 가득했죠. 아이용 세탁기는 물론 아이용 세면도구와 식기, 젖병소독기까지 갖춘 그야말로 아이들과 찾으면 딱 좋은 숙소였어요. 냉장고에는 인원수에 맞춰 어른 음료와 아이들 음료까지 준비해뒀더라고요. 아이들은 숙소 앞 잔디밭에서 마음껏 뛰놀고, 엄마들은 바비큐 파티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여행하며 조금 더 행복해졌다
수정 씨는 여행할 때 비로소 살아 있는 기분을 만끽하며 육아 스트레스까지 날려버릴 수 있었다. 엄마라서 가능한 여행이었고, 이후 아이에게 더 좋은 엄마가 된 것은 물론이다. 얻은 것도 많다. 수정 씨는 여행의 가장 좋은 점으로 가족이 함께 보내는 시간을 꼽았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이 무조건 힘들 거라고 생각하는 건 선입견이에요. 이른바 독박육아를 하는 엄마에게 여행을 더 추천해요. 평소 업무 때문에 바쁜 남편이라고 해도 여행지에서는 공평하게 육아를 나눌 수 있거든요. 오히려 편한 부분이 많아요. 여행은 아빠와 함께 하는 시간이 부족한 아이에게 친해질 수 있는 기회까지 제공해요. ‘엄마 껌딱지’인 민아도 여행하며 아빠와 부쩍 가까워졌어요.” 여행하며 또래보다 많은 경험을 한 민아는 새로운 환경과 변화에 두려움없는 아이로 자랐다. 피부색과 언어가 달라도 그저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도 일찍이 알아차렸다. 민아의 성장이 마냥 뿌듯한 수정 씨는 앞으로도 열심히 여행 짐을 꾸릴 계획이다. 육아에 지친 엄마들이, 또 여행을 주저하는 엄마들이 여행하기를 바란다.

“올 5월 황금연휴를 이용해 일찍 예약해뒀어요. 남편, 민아와 함께 미국 서부를 렌터카로 여행할 거예요. 그날을 생각하며 매일매일 설렘을 만끽하고 있답니다. 저처럼 육아 스트레스로 힘든 나날을 보내는 엄마들에게 여행을 강력하게 추천해요. 처음이 어렵지 몇 번 해보면 노하우가 쌓이고, 아이도 엄마도 조금 더 행복해질 거예요.”

✓ 민아 엄마가 알려주는 에어비앤비 이용 꿀팁
★ 가족 여행객을 수용하는 숙소인지, 위치, 후기, 수퍼호스트 여부 등도 확인하고, 따뜻한 나라라면 수영장이 있는 숙소를 골라요. 물놀이는 아이를 흥분시키는 요소이자 아이가 에너지를 발산하는 최고 수단이잖아요.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예약할 때도 수영장이 있는지 체크하죠.
★ 아이가 많을 땐 독채 펜션을 이용하면 좋아요. 아이들이 소란스럽게 놀아도 눈치 볼 필요가 없어요. 특히 키즈펜션은 아이들을 위한 각종 시설을 갖추고 있어요. 월풀 욕조와 트램펄린, 소꿉놀이, 인형, 기차놀이, 공구세트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들이 가득해요.


사진제공 김수정, 이혜민ㅣ 박지영(글짓는情)

2017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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